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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159

[허성원 변리사 칼럼] #19 제왕은 스승과 함께 하고 제왕은 스승과 함께 하고 한 모임에서 은퇴한 정치인 두 분을 만났다. 이 분들과 각각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함께 하며 느낀 분위기는 두 분의 이력만큼이나 확연히 달랐다. 한 분은 대단한 달변가로서 시종 대화를 주도했다. 대화라기보다는 거의 가르침을 들었다. 주로 그 분의 과거 무용담, 업적, 인맥 등의 주제에다, 자식들 이야기와 재산의 형성과 같은 사적인 이야기까지 그 분의 삶과 가치관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었다. 기억해둘만한 가르침도 있고 일부 부러운 점도 있었지만, 즐거움보다는 은근히 부담스런 압박감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분은 호기심이 많았다. 내 일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묻고 진지하게 들으셨다. 워낙 관심을 강하게 표하며 우리 업무를 알고자 하시기에 나는 우리 업계의 대표가 된 듯한 마음.. 2021. 4. 18.
[허성원 변리사 칼럼] #18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찌그러진 제기와 깨진 밥그릇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학교 기숙사에서 나올 때였다. 개인 물건들을 싣고 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승용차가 좁다. 그래서 아들이 의자 두 개 중 상태가 나쁜 것을 버리자고 한다. 살펴보니 그 의자는 입학 때 샀던 것이다. 등받이가 좌우로 나뉘어져 있고 허리받침도 있어, 바른 책상 자세를 위해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큰마음 먹고 사주었다, 역시 상태는 별로이다. 지저분하고 낡은 데다 등받이는 덜렁거린다. 공간이 부족하니 정말 버리고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들의 체취가 수년간 배어있는 물건을 어찌 함부로 쓰레기장에 버릴 수 있나. 가만히 보니, 달아난 나사를 구해서 채우고 더러워진 걸 닦아내면 그런대로 쓸 만할 것 같다. 그래서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며, 부득부득 이래저래 자세를.. 2021. 4. 11.
[허성원 변리사 칼럼] #17 수레를 높이려면 문지방을 높이게 하라 수레를 높이고 싶으면 문지방을 높이게 하라 구두닦이는 구두에서 그 주인의 인생을 본다고 한다. 변리사는 기업의 특허 현황을 보고 그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늠한다. 특허는 기업의 핵심역량이기에, 주력 품목의 변화, 기업의 비전 혹은 시장지배력 등이 그곳에서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허는 기업의 창조역량이기도 하다. 특허출원의 추이를 보면 기술 개발에 대한 기업의 의지와 그 방향을 알 수 있다. 또 특허의 발명자들로부터 핵심 기술 인력을 파악할 수 있다. 발명자가 다양하면 그 회사의 집단창의력은 건강하다. 그런데 대표이사나 연구소장 등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그들의 유고 시 그 회사의 창조력이 지속되지 못할 우려가 있어 불안하다. 집단창의력과 관련하여, 경영자들은 소속 연구원들의 열정이.. 2021. 4. 3.
[허성원 변리사 칼럼] #16 메타버스와 호접몽 메타버스와 호접몽 어느 날 장주(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는 즐거이 노닐면서 자신이 장주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깨어보니 엄연히 장주이다. 알 수 없구나.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되었던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필경 분별이 있을 터인데, 이를 일러 ‘물화(物化)’라 한다.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나비 꿈’ 즉 호접몽(胡蝶夢) 에피소드이다. 여기서 장자는 꿈과 현실의 혼동, 나비와 인간의 혼동을 ‘물화(物化)’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물화(物化)’는 인간이 다른 존재로 변신하거나 다른 사물과 동화된 상태를 가리키는 듯하다. 혹은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 존재하며 활동하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물화(物化)’의 신세계가 우리의 일상이 될 날.. 2021.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