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時習_아테나이칼럼/칼럼29

[경남시론] 이 나이를 위해 평생을 달려왔다 이 나이를 위해 평생을 달려왔다 이번 연말에는 송년회 등에서 유독 '이 나이에'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 나이에'는 어중간한 나이의 중늙은이들이 스스로 늙었음을 자조할 때, 혹은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이기에 열정이 식었음을 자인할 때 쓰곤 하는 말이다. 친구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온몸의 김이 쏙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 친구들에게 최근 내게 자극을 주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무려 95세나 된 할머니 가수가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쿠바 출신의 앙헬라 알바레스는 1962년 쿠바 혁명 때 미국에 와서, 청소부 등 힘든 일을 하며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여, 지난해에 비로소 첫 앨범을 냈다. 그 수상 소감은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포기하는 .. 2022. 12. 17.
[경남시론] 놀이와 노동 놀이와 노동 얼마 전 박세리의 인터뷰 기사는 작은 충격이었다. 그녀는 은퇴 이후 골프를 거의 친 적이 없다고 한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기회만 나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는 아마추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녀가 누구인가. ‘골프 여제’라 불리는 국민영웅이며,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박세리 키즈들의 대모가 아닌가. 뼛속까지 골퍼인 그녀가 골프를 기피하다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아직 골프가 즐겁지 않다. 보통 선수들도 은퇴하고 나면 ‘명랑 골프’라고 해서 즐겁게 하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아직 다 내려놓지 못한 모양이다. 필드에 서는 순간 승부욕이 나온다. 은퇴하고 클럽을 잡은 때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지인들에게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얘기를 해놨.. 2022. 8. 26.
[경남시론] 사과의 정석 사과의 정석 얼마 전 음악인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하였다. 다른 지적들이 있긴 했지만, 사과문의 내용은 매우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구차한 변명 없이 책임을 인정하여 정중히 사과하면서, 깊은 반성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가 잘 언급되어 있다. 그 덕분인지 원저작자는 아주 관대하게 응답하며 격려까지 얹어주었고, 이로써 그 논란은 일단락된 듯하다.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무신사가 양말 광고에 박종철을 고문 치사한 공안 경찰의 발언을 패러디하여 썼던 것이다. 비난과 항의가 거셌다. 무신사는 지체 없이 모든 잘못을 시인하며 몇 차례 사과하고, 담당자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박종철기념사업회에 후원 의사 등도 연이어 발표하였다. .. 2022. 6. 23.
[경남시론] 왕관은 차고에 벗어두고 오렴 왕관은 차고에 벗어두고 오렴 오랜만에 만난 그는 밝은 모습이었다. 몇 년 전 큰 어려움에 처한 그를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제 형편이 좋아진 듯하다. 다소 겸손이 과하다 여겨졌던 이전의 모습에 비해 이제는 자신감을 넘어 교만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식사자리에서 크게 실망할 일이 벌어졌다. 종업원의 작은 실수에 대해 그가 너무 무례하고 과도하게 닦달하는 것이다. 지켜보는 나 자신이 그 종업원의 입장으로 추락한 것 같은 모멸감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은 장경오훼(長頸烏喙)형 인간이라 부를 수 있다. 장경오훼는 목이 길고 입이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하다는 뜻이다. 범려(範蠡)는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후, 곧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가서 절친한 문종(文種)에게 편지를 썼다. “날아다니는 새가.. 2022.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