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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마주 서라 문제에 마주 서라 문제를 만나면, 그 앞에서 관심을 끄고 등을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맷 데이먼이 하버드 졸업식에서 말했다. 보이는 문제 쪽으로 몸을 돌려라. 이 명령은 회피가 인간의 기본값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한다.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 실험은 사람을 주저앉히는 것이 악의가 아니라 옆 사람의 평온한 얼굴임을 보여준다. 공자는 그 틈을 용기의 부족으로 진단했고, 데이먼은 몸의 방향으로 보았다. 돌아섬의 일차 수혜자는 문제가 아니라 돌아선 사람 자신이다. 밖으로 나간 시선은 반드시 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자기 발명을 무너뜨릴 자료를 스스로 찾는 일이 실무에서의 돌아섬이다. 능력이 뛰어나도 몸이 다른 쪽을 향해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I. 명령처럼 들린 조언2016년 6월 .. 2026. 8. 31.
[칼럼 초안] 기계의 마음, 기심(機心) _ 『장자』 외편 「천지(天地)」 기계의 마음, 기심(機心) _ 『장자』 외편 「천지(天地)」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고 했다. 도구도 다르지 않다. 『장자』 천지편의 노인은 두레박을 알면서도 쓰지 않았다. 기계가 있으면 기계의 일이 생기고, 기계의 일이 있으면 기계의 마음 즉 기심(機心)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기심(機心)은 기계를 부리는 마음이면서, 기계가 사람을 부리려고 사람의 가슴에 심어둔 마음이기도 하다. 그 경고는 기록으로 증명된다. 제번스의 석탄, 코완의 세탁기, 일리치의 자동차, 종이 없는 사무실의 신화, 그리고 컴퓨터. 도구는 언제나 건사할 일과 높아진 기준과 더 어려워진 잔여를 남겼다. 이제 인공지능의 차례다. I.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농업혁명 대목에.. 2026. 8. 31.
더닝 크루거 효과를 절감하게 될 때 더닝 크루거 효과를 절감하게 될 때 판타지 웹소설에는 영하 500도, 마이너스 100기압, 순도 120퍼센트 같은 설정이 흔하다. 오류의 방향은 늘 눈금을 늘리는 쪽이다. 자연의 눈금 상당수는 끝없이 늘어나는 자가 아니라 바닥과 천장이 있는 그릇이며, 그 한계가 생긴 이유가 곧 그 분야의 핵심 원리다. 배에 깔때기를 달면 바람이 빨라져 배가 나아간다며 상담을 온 발명자가 있었다. 그 바람은 배가 스스로 달려서 만든 것이었다. 설득이 어려웠던 까닭은 그가 몰라서가 아니라 베르누이의 정리를 알아서였다. 근거를 가진 확신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목표 달성률 300퍼센트는 정상이다. 그 분모가 사람이 정한 기준선이기 때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크기가 아니라 분모다. 여름벌레는 얼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얼.. 2026. 8. 30.
조명의 역설 조명의 역설 _ 겨누는 순간 무대가 생긴다 누군가를 누르려고 조명을 비추면, 그 조명 때문에 상대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상대를 치려면 먼저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들어온 것 자체가 이미 상대의 소득이다. 코헨은 언론이 무엇을 생각하라고 지시하는 데는 실패해도 무엇에 대해 생각할지 정해주는 데는 성공한다고 했고, 매콤스와 쇼가 이를 실증했다. 공격은 상대를 의제 목록에 올려주는 절차다. 호블랜드의 수면자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출처와 논조가 먼저 지워지고 이름만 남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호명은 지위를 수여한다. 허츠가 에이비스에 반박하는 순간 양자 구도가 공인되었다. 노자의 부쟁과 손자의 벌모가 겨눈 자리가 여기다. 다만 조명은 증폭기일 뿐이어서 속이 빈 상대는 그 빛 아래 무너진다. 경.. 2026.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