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248 [칼럼 초안] 상처를 준 자에게서 치유를 구하라 상처를 준 자에게서 치유를 구하라 트로이와의 전쟁을 위해 출진한 그리스 함대가 처음 닿은 곳은 트로이가 아니었다. 소아시아 해안을 잘못 짚은 배들은 미시아 땅에 상륙했고, 그곳을 트로이로 착각하고 약탈을 시작했다. 미시아의 왕 텔레포스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그는 그리스군을 바닷가로 몰아붙이다가 아킬레우스와 마주쳤다.텔레포스는 아킬레우스를 당하지 못해 쫓겨 달아나던 중 발이 포도 덩굴에 걸려 넘어졌다. 디오니소스에게 제사를 소홀히 한 탓에 신이 뻗은 덩굴이었다. 넘어진 그의 허벅지를 아킬레우스의 창이 찔렀다. 그 창은 켄타우로스 케이론이 만들어 준 것으로 오직 아킬레우스만이 들고 다룰 수 있었다. 그리스군은 뒤늦게 미시아가 트로이가 아님을 알고 물러갔다. 하지만 텔레포스의 허벅지 상처는 여덟 해.. 2026. 9. 5. 2026년 이그노벨 의학상, ‘코를 잘 푸는 법’ 2026년 이그노벨 의학상, ‘코를 잘 푸는 법’ 수상자는 일본 아사히카와 의과대학의 고(故) 우노 도쿠지 명예교수.그는 약 50년 전, 어쩌면 누구나 해봤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연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던 질문을 붙잡았다.“코는 대체 어떻게 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연구 제목도 직설적이다. 「코를 푸는 법—코 풀기의 공기역학적 연구」. 우노 교수는 피험자들이 코를 풀 때 콧속을 지나는 공기의 양과 속도, 지속시간, 그리고 귀 주변의 압력 변화를 측정했다. 그저 휴지를 들고 ‘훌쩍’ 하는 일상 행동을 기류와 압력의 문제로 바꿔 놓은 것이다.결론은 매우 실용적이다. 양쪽 콧구멍을 한꺼번에 막고 힘을 주기보다, 한쪽 콧구멍씩 차례로 푸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짧게 “퍽!” 하고 터뜨리듯 내뱉기보다, 공기를 .. 2026. 9. 5. [아테나이] 상처 준 자에게서 치료를 구하라 _ 텔레포스의 치유 상처 준 자에게서 치료를 구하라 _ 텔레포스의 치유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의 텔레포스 부조. 아킬레우스가 자기 창날의 녹을 긁어 텔레포스의 상처에 바르는 장면이 있다. 헤라클레스의 아들 텔레포스는 미시아에 잘못 상륙한 그리스군을 막다 아킬레우스의 창에 찔렸고, 여덟 해를 앓다 신탁 한 줄을 받았다. '찌른 자가 고친다.' 그는 걸인으로 변장해 적진 아르고스로 걸어 들어갔고, 오디세우스가 신탁의 뜻을 창으로 읽어 내자 상처가 닫혔다. 그 대가로 텔레포스는 트로이 뱃길을 안내했다. 이 신화의 핵심은 하나다. 상처를 낫게 할 것은 상처를 낸 것 안에 있고, 치유는 원인에서 달아나는 데서가 아니라 원인에게로 되돌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노자의 말로는 화 속에 복이 기대어 있다(禍兮福之所倚). 나를 찌른 창은 지금.. 2026. 9. 4. '레 미제라블' 깊이 읽기 '레 미제라블' 깊이 읽기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원극을 넘어, 비참함을 생산하는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모순을 고발한 깊이 있는 텍스트다. 주인공 장 발장의 회심은 한 번의 은총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평생에 걸친 양심의 시험과 결단을 통해 실현된다. 또한 법률에만 복무하다 무너진 자베르를 통해 제도의 한계를 폭로한다. 나아가 한국어 번역사에서 원작의 구조적 고발이 개인의 서사로 축소 왜곡된 현실을 비판한다. 결국 소설은 대가 없는 은혜와 고통의 하수도를 통과해 생애 전부를 지불하며 완성하는 구원의 기록이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이 구원받는 이야기로 요약되어 왔다. 빵을 훔쳐 19년을 살고 나온 사내가 주교의 은촛대를 받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러나 원작 다섯 권을 끝까지 따.. 2026. 9. 3. 이전 1 2 3 4 ··· 5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