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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이성의 조화 _ 엘리엇 사례 감정과 이성의 조화 _ 엘리엇 사례뇌종양 수술을 받은 엘리엇의 지능과 기억은 멀쩡했다. 그런데 서류 분류 기준 하나를 고르지 못해 오후를 보냈고, 직장과 재산과 가정을 잃었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였다. 이성이 저울의 눈금이라면 감정은 추다. 추가 없으면 저울은 기울지 않는다. 흔한 결정장애는 그 반대다. 불안과 미련이라는 추가 양쪽에 무겁게 올라가 저울이 쉴 새 없이 흔들린다. 분노에 휩쓸린 판단은 한쪽에 바위가 떨어진 저울이다. 『중용』은 감정이 일어나되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했고, 안영은 조화를 국 끓이는 일에 빗댔다. 감정을 없애지도 풀어놓지도 말고 간을 맞추라는 뜻이다. 공자가 일흔에야 이르렀다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가 그 경지다. 오늘 내 판단의 저울에 .. 2026. 10. 22.
테이레시아스의 예언 _ 귀향의 완성은 다시 떠나는 것이다 테이레시아스의 예언 _ 귀향의 완성은 다시 떠나는 것이다오디세이아에서,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은 미래를 정해주지 않았다. 헬리오스의 소를 건드리지 않으면 돌아가고, 건드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조건을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예언은 귀향 이전이 아니라 귀향 이후에 대해 더 말하였다. 구혼자를 처단한 뒤 노를 메고 다시 떠나, 바다를 모르는 땅에서 그 자리에 노를 꽂고 포세이돈과 화해하라는 것이다. 소금을 뿌리며 끌려 나간 첫 떠남과, 소금을 모르는 땅으로 스스로 걸어가는 마지막 떠남은 대비된다. 이름을 외쳐 고난을 부른 사내가 이름이 통하지 않는 곳에 노를 묻는다. 끝없이 떠도는 방랑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떠남이다. 귀향의 완성은 집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떠났다 돌아와 그 집을 처음으로 알아.. 2026. 10. 18.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_ 안전의 원을 긋는 사람 미 해병대 식당에서는 계급이 낮은 병사가 먼저 먹고 장교는 맨 마지막에 먹는다. 사이먼 시넥은 이 관행에서 리더십의 본질을 읽는다. 리더의 특권은 먼저 누리는 데 있지 않고, 먼저 위험을 떠안고 나중에 제 몫을 챙기는 데 있다. 조직 안의 위협을 걷어내 '안전의 원'을 그어주면 구성원은 서로를 경계하던 힘을 바깥의 위험에 맞서는 데 쓴다. 숫자만 좇는 성과 중독과 직원을 스프레드시트의 한 줄로 보는 추상화는 그 원을 안에서부터 허문다. 해고 대신 고통을 나눈 기업들이 반대편의 증거다. 그러나 병사의 고름을 빨아준 오기 장군의 일화는 리더의 희생이 더 큰 희생을 끌어내는 계산일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노자는 앞에 서려면 몸을 뒤에 두라고 했다. 마지막에 먹는.. 2026. 10. 16.
윗자리의 고기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다 윗자리의 고기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다_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 사르페돈의 연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은 『일리아스』 12권에 있다. 트로이를 돕기 위해 참전한 뤼키아 왕 사르페돈이 묻는다. 우리가 윗자리와 고기와 가득 찬 잔을 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맨 앞에서 싸우라고 미리 치러진 값이다. 그가 치르겠다는 값은 재물이 아니라 위험이고, 그 정당성을 판정하는 것은 뒤에 선 병사의 눈이다. 죽지 않는 신들에게는 이 의무가 없다. 걸 것이 있는 인간만이 맨 앞에 설 수 있다. 제우스는 아들을 살리고 싶었으나 선례를 앞세운 헤라의 말에 원칙을 지키며 피의 비를 흘렸다. 높은 자리는 제 사람을 빼돌리지 않는다. 쓰러지는 사르페돈은 글라우코스에게 맨 앞자리를 넘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본보기로만 상속된다... 2026.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