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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 때 천하가 시작된다 _ 『대학』 깊이 읽기 홀로 있을 때 천하가 시작된다 _ 『대학』 깊이 읽기I. 예기 속의 한 편이 사서의 첫머리가 되기까지이름 없는 한 편『대학(大學)』은 처음부터 책이 아니었다. 한나라 때 정리된 『예기(禮記)』 49편 가운데 제42편, 예법에 관한 여러 글 틈에 끼어 있던 한 편의 문장이었다. 천 년 가까이 이 글은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관혼상제의 절차를 적은 편들과 나란히 읽혔고, 이것이 동아시아 지식인 교육의 첫 문이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불교에 맞설 설계도를 찾아서변화는 당나라에서 시작되었다. 한유(韓愈)는 「원도(原道)」에서 불교와 도교가 마음을 다스린다면서 집안과 나라를 버린다고 비판하며, 이 편의 "옛날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던 자는"으로 시작하는 구절을 끌어왔다. 한유와 가까웠던 이고(李翶).. 2026. 9. 17.
물류, 시간을 창조한다 _ 짐꾼에서 시간의 설계자로 물류, 시간을 창조한다 _ 짐꾼에서 시간의 설계자로문명의 크기는 언제나 하루치 운반 거리의 함수였다. 고대의 육상 운송비는 해상의 수십 배였다. 중세 장원의 자급자족은 이념이 아니라 바퀴와 길의 한계였으며, 조운은 곧 국가의 재정이었다. 컨테이너 혁명의 실제 무대도 대양이 아니라 부두의 수백 미터였고, 포드의 조립라인은 생산 기술이 아니라 사내 물류의 발상 전환이었다. 분업은 시장의 크기에 제한되고, 그 시장의 크기를 정한 것은 운반비였다.규격이 통하는 가운데 구간은 이미 정복이 끝났다. 남은 것은 양쪽 끝, 곧 공장 담장 안의 퍼스트마일과 현관문 앞의 라스트마일이다. 이 두 끝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무게도 거리도 아니라 기다림이다. 재고란 미래에 대한 불신을 쌓아 둔 더미이며, 물류는 잘될수록 존.. 2026. 9. 15.
언어의 한계는 내 세상의 한계다 _ 비트겐슈타인의 사다리 언어의 한계는 내 세상의 한계다 _ 비트겐슈타인의 사다리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흔히 아는 말이 많을수록 세상이 넓어진다는 뜻으로 읽지만, 속뜻은 더 깊다. 젊은 그는 말로 분명히 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 사이에 선을 그었다. 선함이나 삶의 의미처럼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것은 억지로 떠들지 말고 침묵으로 존중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선은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자기 말의 울타리를 세상의 끝으로 여기기 쉽다. 나이 든 그는 말의 뜻이 사람들이 함께 쓰는 방식에서 생긴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러니 세상을 넓히려면 단어만 외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말을 써 봐야 한다. 특허도 서류에 적힌 말만큼만 권리가 된다. 장자는 물.. 2026. 9. 11.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_ 라인홀드 니버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_ 선한 사람들이 모여 악을 이룬다니버는 1932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민족·계급·국가·기업 같은 집단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개인은 바깥에서 자신을 보는 능력을 발휘하는 기관을 갖지만, 집단에는 그런 능력과 기관이 없다. 더 서늘한 것은 개인의 이타심이 집단 이기심의 연료가 된다는 점이다. 애국심이 그 전형이다. 그러므로 집단 간 부정의는 도덕적 설득으로 풀리지 않는다. 정치는 힘의 영역이고, 억압받는 쪽은 상대의 손익계산을 바꾸는 강제력을 조직해야 한다. 니버가 간디의 비폭력을 높이 산 이유도 순수성이 아니라 원한을 덜 남기는 유효성 때문이었다. 만년의 니버 자신은 개인도 그리 도덕적이지 않다며 제목을 후회했다. 각 개인은.. 2026.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