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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칼럼]#229 완벽한 항구와 양손잡이 경영 완벽한 항구와 양손잡이 경영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는 여러 시련을 만나고 그때마다 부하들을 잃는다. 그럼 어디에서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하였을까. 애초 오디세우스 일행은 트로이에서 12척의 배로 출발하였다. 배 한 척당 대략 60명 정도의 선원이 있었으니 총 720명에 달하는 큰 부대였다. 그중 11척의 배를 송두리째 잃고 겨우 한 척만이 살아 나온 곳이 있다. 그것은 라이스트리고네스인들의 땅 텔레필로스였다.오디세우스 함대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을 떠나 엿새 동안 노를 저어 텔레필로스 항구에 닿는다. 그곳은 지친 뱃사람이 꿈꾸던 최상의 항구였다. 깎아지른 절벽이 사방을 두르고, 좁은 입구 하나로만 드나들며, 안쪽 수면은 파도 한 점 없이 잔잔했다. 배들은 앞다투어 들어가 나란히 .. 2026. 10. 10.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_ 과녁을 잘못 고른 분노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배우에게 번졌다. 광고 댓글창이 닫히고, 자택 앞 집회에 경찰 신변보호까지 이어졌다. 마태복음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는 함정 질문이 뭉뚱그린 것을 동전 위의 얼굴로 갈라낸 분별의 말이다. 영화라는 동전에도 여러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해석은 감독과 제작사의 몫, 연기는 배우의 몫, 사실 검증은 사료의 몫,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과녁을 잘못 고르면 역사 논쟁이 인권 문제로 바뀌어 비판자가 스스로 무대를 내준다. 출연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형태를 바꾼 연좌다. 한 사람의 존엄과 안전은 어떤 진영에도 바칠 수 없다. 공자는 안회를 두고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는 사람이라 했다. 화가 날 때 우리는 먼저.. 2026. 10. 7.
디드로의 '배우의 역설'과 리더 디드로의 '배우의 역설'과 리더_ 차가운 머리가 뜨거운 무대를 만든다 디드로의 『배우에 관한 역설』은 상식을 뒤집는다. 감정이 풍부한 배우가 관객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는 배우가 관객을 울린다. 위대한 배우는 인물을 깊이 연구해 머릿속에 이상적 모델을 세우고, 자기 안에 차갑고 고요한 관객을 앉혀 둔다. 그래서 그의 눈물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서 내려오고, 서른 번째 공연도 첫 공연만큼 정확하다. 리더도 무대 위에 선다. 리더의 감정은 조직에 번지는 공공재이므로 방출이 아니라 표현이어야 하고,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이 신뢰를 만든다. 공감에 삼켜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진정성은 날것의 감정이 아니라 역할의 목적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그 연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물어야 한다. 장자의 말.. 2026. 10. 7.
‘세계의 중심’이란? _ 내가 있는 곳, 수처작주(隨處作主) ‘세계의 중심’이란? _ 내가 있는 곳, 수처작주(隨處作主) 2011년 세계 1위 리 웨스트우드는 "1위가 있는 곳이 골프 세계의 중심"이라 했지만, 그 중심은 한 달 만에 다른 선수에게 넘어가 버렸다. 순위가 만든 중심은 빌린 중심이다. 임제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흔히 같은 뜻으로 읽히나, 원문은 "어떤 경계가 와도 나를 바꿔치기하지 못한다"로 이어진다. 랭킹과 시선이야말로 바로 그 경계다. 임제가 말한 주인은 순위 없는 참사람, 곧 무위진인이다. 혜시와 파스칼, 홍대용은 중심이 어디에나 있다고 보았다. 1위의 중심은 하나뿐이라 서로 빼앗아야 하지만, 주인의 중심은 사람 수만큼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도 임종 때 "나는 가지만 국가는 남는다"고 했다. 중심을 자처한 몸은 떠나고 구조만 남는다. 순.. 2026.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