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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레시아스의 예언 _ 귀향의 완성은 다시 떠나는 것이다 테이레시아스의 예언 _ 귀향의 완성은 다시 떠나는 것이다오디세이아에서,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은 미래를 정해주지 않았다. 헬리오스의 소를 건드리지 않으면 돌아가고, 건드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조건을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예언은 귀향 이전이 아니라 귀향 이후에 대해 더 말하였다. 구혼자를 처단한 뒤 노를 메고 다시 떠나, 바다를 모르는 땅에서 그 자리에 노를 꽂고 포세이돈과 화해하라는 것이다. 소금을 뿌리며 끌려 나간 첫 떠남과, 소금을 모르는 땅으로 스스로 걸어가는 마지막 떠남은 대비된다. 이름을 외쳐 고난을 부른 사내가 이름이 통하지 않는 곳에 노를 묻는다. 끝없이 떠도는 방랑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떠남이다. 귀향의 완성은 집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떠났다 돌아와 그 집을 처음으로 알아.. 2026. 10. 18.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_ 안전의 원을 긋는 사람 미 해병대 식당에서는 계급이 낮은 병사가 먼저 먹고 장교는 맨 마지막에 먹는다. 사이먼 시넥은 이 관행에서 리더십의 본질을 읽는다. 리더의 특권은 먼저 누리는 데 있지 않고, 먼저 위험을 떠안고 나중에 제 몫을 챙기는 데 있다. 조직 안의 위협을 걷어내 '안전의 원'을 그어주면 구성원은 서로를 경계하던 힘을 바깥의 위험에 맞서는 데 쓴다. 숫자만 좇는 성과 중독과 직원을 스프레드시트의 한 줄로 보는 추상화는 그 원을 안에서부터 허문다. 해고 대신 고통을 나눈 기업들이 반대편의 증거다. 그러나 병사의 고름을 빨아준 오기 장군의 일화는 리더의 희생이 더 큰 희생을 끌어내는 계산일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노자는 앞에 서려면 몸을 뒤에 두라고 했다. 마지막에 먹는.. 2026. 10. 16.
윗자리의 고기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다 윗자리의 고기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다_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 사르페돈의 연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은 『일리아스』 12권에 있다. 트로이를 돕기 위해 참전한 뤼키아 왕 사르페돈이 묻는다. 우리가 윗자리와 고기와 가득 찬 잔을 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맨 앞에서 싸우라고 미리 치러진 값이다. 그가 치르겠다는 값은 재물이 아니라 위험이고, 그 정당성을 판정하는 것은 뒤에 선 병사의 눈이다. 죽지 않는 신들에게는 이 의무가 없다. 걸 것이 있는 인간만이 맨 앞에 설 수 있다. 제우스는 아들을 살리고 싶었으나 선례를 앞세운 헤라의 말에 원칙을 지키며 피의 비를 흘렸다. 높은 자리는 제 사람을 빼돌리지 않는다. 쓰러지는 사르페돈은 글라우코스에게 맨 앞자리를 넘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본보기로만 상속된다... 2026. 10. 16.
[허성원 변리사 칼럼]#229 완벽한 항구와 양손잡이 경영 완벽한 항구와 양손잡이 경영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는 여러 시련을 만나고 그때마다 부하들을 잃는다. 그럼 어디에서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하였을까. 애초 오디세우스 일행은 트로이에서 12척의 배로 출발하였다. 배 한 척당 대략 60명 정도의 선원이 있었으니 총 720명에 달하는 큰 부대였다. 그중 11척의 배를 송두리째 잃고 겨우 한 척만이 살아 나온 곳이 있다. 그것은 라이스트리고네스인들의 땅 텔레필로스였다.오디세우스 함대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을 떠나 엿새 동안 노를 저어 텔레필로스 항구에 닿는다. 그곳은 지친 뱃사람이 꿈꾸던 최상의 항구였다. 깎아지른 절벽이 사방을 두르고, 좁은 입구 하나로만 드나들며, 안쪽 수면은 파도 한 점 없이 잔잔했다. 배들은 앞다투어 들어가 나란히 .. 2026.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