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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185

[허성원 변리사 칼럼]#109 존재인가 행위인가 존재인가 행위인가 몇 년 전 아들이 여름방학 중에 사무실에 나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함께 지하철을 탔다. 러시아워라 무척 붐볐다. 빽빽한 사람들 틈에 끼였는데, 묘한 불편한 냄새가 훅 밀려온다. 그 출처는 우리 바로 앞에 선 비대한 체구의 백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땀은 목덜미를 따라 흘러 티셔츠를 적신 다음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체취가 심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그것도 만원 지하철에서 움쩍할 수 없이 밀착된 상태로 곱다시 제대로 체험하기는 처음이다. 영 거슬려서 옆으로 조금 피하면 그 빈틈으로 따라 밀려들어와 더 가까워진다. 나보다 후각이 더 예민한 아들 녀석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거나 하늘을 보기도 하고, 그러다.. 2023. 5. 3.
[허성원 변리사 칼럼]#108 지식의 시대는 가고 생각의 시대가 왔다 지식의 시대는 가고  생각의 시대가 왔다 “과거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살기에 유리했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된 이 시대에 인간에게 무슨 능력이 중요한가?”, 혹은 “챗GPT의 활용에는 질문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챗GPT에게 해봤더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통찰적인 답을 순식간에 척척 내놓는다.이런 문답을 주고 받다보면, 우리가 평생 그토록 애타게 갈고 닦아온 ‘지식’이란 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회의감마저 든다. 인간만이 추구하는 고귀한 가치로 여겨졌던 그것이, 이제 기계의 장난꺼리로 전락한 것 같은 묘한 느낌이다. 과거 지식은 책이나 서류에 문자로 기록되어 보관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읽어서 머릿속에 담으면.. 2023. 4. 29.
[허성원 변리사 칼럼]#107 벗어나라, 지금 익숙한 그곳에서 벗어나라, 지금 익숙한 그곳에서 지하 동굴에서 500일 동안 생활하다 나온 사람에 관한 최근 기사가 있었다. 스페인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는, 극도의 고립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그라나다에 있는 지하 70m 동굴에 헬멧, 라이트, 책 60권, 필기구 등만 가지고 들어가, 식량 공급을 받으며 일체 문명과의 접촉을 끊고 혼자 생활하다 나왔다. 그녀는 독서, 글쓰기, 그림그리기 등을 하며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는 내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게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두어 달 만에 시간 감각을 잃을 정도로 동굴 생활에 완벽히 적응하여 실.. 2023. 4. 19.
[허성원 변리사 칼럼]#106 <아테나이10> 견위수명(見危授命)의 헥토르 견위수명(見危授命)의 헥토르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의 상대역은 헥토르이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분노와 격정에 따라 행동하는 강한 무력을 가진 인간으로 나오지만, 헥토르는 사랑과 절제, 명예를 존중하는 매우 이성적이고도 문명적인 인간이다. 호메로스가 모범적인 영웅의 상으로 선택한 이가 바로 헥토르인 셈이다. 이번에는 헥토르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출전을 기피하는 동안 그리스 군을 위기로 몬 트로이의 용감한 영웅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배우고 적을 죽였다. 그는 적에게조차 이렇게 말했다. "내 창을 네 몸 속에 꽂는 것은 신들이 시킨 일이다.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은 너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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