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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06 <아테나이10> 견위수명(見危授命)의 헥토르

by 변리사 허성원 2023. 4. 17.

<아테나이10> 견위수명(見危授命)의 헥토르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의 상대역은 헥토르이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분노와 격정에 따라 행동하는 강한 무력을 가진 인간으로 나오지만, 헥토르는 사랑과 절제, 명예를 존중하는 매우 이성적이고도 문명적인 인간이다. 호메로스가 모범적인 영웅의 상으로 선택한 이가 바로 헥토르인 셈이다. 이번에는 헥토르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의 갈등으로 출전을 기피하는 동안 그리스 군을 위기로 몬 트로이의 용감한 영웅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배우고 적을 죽였다. 그는 적에게조차 이렇게 말했다. "내 창을 네 몸 속에 꽂는 것은 신들이 시킨 일이다.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은 너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트로이아에 전쟁이 그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전쟁은, 분노와 복수에서 시작하여 약탈의 수단이며 탐욕과 갈등의 원인이 된 그리스 영웅들의 것과는 엄연히 달랐다.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에게 부모와 일곱 오빠를 모두 잃고 남편마저 잃을까 두려웠다. "헥토르여! 당신이야말로 내게는 아버지요 존경스런 어머니며 오라비이기도 해요. 나의 꽃다운 낭군이여! 당신은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여기 탑 위에 머물러 계세요! 제발 당신의 자식을 고아로, 당신의 아내를 과부로 만들지 마세요." 이에 헥토르가 답한다. "난들 어찌 그런 모든 일이 염려가 안 되겠소, 여보! 하지만 내가 만일 겁쟁이 모양 싸움터에서 물러선다면 트로이아인들과 옷자락을 끄는 트로이아 여인들을 볼 낯이 없을 것이오. 그리고 내 마음도 이를 용납하지 않소. 나는 언제나 용감하게 트로이아인들의 선두대열에 서서 싸우며 아버지의 위대한 명성과 내 자신의 명성을 지키도록 배웠기 때문이오."

이처럼 명예를 중시하는 헥토르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분노에 찬 아킬레우스가 돌진해올 때, 혼자 성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헥토르의 부모는 그가 아킬레우스와 맞싸우는 것을 말렸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가 여신이기에 이미 반신반인의 존재였고, 테티스에 의해 훗날 '아킬레스 건'으로 불리게 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불사의 신체를 가졌지만, 헥토르는 필멸의 운명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애처로이 두 손을 내밀며, "헥토르야, 내 아들아! 제발 너 혼자서 저 사내를 기다리지 마라. 그는 너보다 너무 강하다. 그러니 자, 성벽 안으로 들어오너라. 내 아들아! 아직도 정신이 온전한 이 아비를 불쌍히 여겨라!"라고 하고는, 노인은 손으로 흰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그럼에도 말을 듣지 않자, 이번에는 어머니 헤카베가 눈물을 흘리며 옷깃을 풀어헤쳐 젖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헥토르야, 내 아들아! 이 젖가슴을 두려워하고 나를 불쌍히 여겨라. 내 일찍이 네게 근심을 잊게 하는 젖을 물린 적이 있다면. 내 아들아! 그 일을 생각하고 성벽 안으로 들어와서 적군의 전사를 물리치고 선두에서 그와 맞서지 마라!" 두 노인의 간절함도 헥토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였다.

헥토르는 결국 아킬레우스와 마주쳤다. 그리고 말했다. "펠레우스의 아들이여! 지금 내 마음은 죽이든 아니면 죽든 그대와 맞서라고 명령하고 있다. , 이리 와서 신들 앞에서 서약하기로 하자! 제우스께서 내게 그대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시어 내가 그대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아킬레우스여, 나는 그대에게 모욕을 가하지 않고 그대의 이름난 무구를 벗긴 다음 그대의 시신은 아카이오이족에게 돌려줄 것이니, 그대도 그렇게 하라."

아킬레우스는 동의하지 않았다. "헥토르여, 잊지 못할 자여! 내게 합의에 관해 말하지 마라. 마치 사자와 사람 사이에 맹약이 있을 수 없고, 늑대와 양이 한뜻이 되지 못하고, 시종일관 서로 적의를 품듯이, 꼭 그처럼 나와 그대는 친구가 될 수 없으며, 우리 사이에 맹약이란 있을 수 없다. 그대는 이제 그대가 미쳐 날뛰며 창으로 죽인 내 전우들의 모든 고통을 한꺼번에 보상하게 되리라." 헥토르는 결국 아킬레우스에게 희생되고 시신은 욕을 당하였다.

아킬레우스는 그의 비유처럼, 사자나 늑대와 같이 분노와 욕망의 야성에 따라 행동한다. 그에 반해 헥토르는 사람이나 양처럼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지만, 가족과 국가 혹은 명예를 위해서는 그의 모든 것을 과감히 버렸다. ‘이익을 보면 옳음을 생각하고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침(見利思義 見危授命)’으로서, 목숨도 불사하는 고결한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을 던져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이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영웅 헥토르가 바로, 호메로스가 야만의 고대 그리스에 문명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선정한 이상적인 모델이었다.



安重根義士의 遺墨 '見利思義見危授命', 남산 안중의사 기념관 옆에 세워져 있다.

 

아내 안드로마케와 작별하는 헥토르. Gavin Hamilton, Hector&rsquo;s Farewell to Andromache, 1774 - 1785. Image courtesy the Hunterian Museum & Art Gallery, University of Glasgow

 

동생 파리스의 나약함을 꾸짖으며 전장에 나서라고 독려하는 헥토르. Hector Admonishes Paris for His Softness and Exhorts Him to Go to War &nbsp;by&nbsp; J. H. W. Tischbein &nbsp;(1751&ndash;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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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路問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_ 憲問篇14-12

자로가 성인(成人)에 관하여 묻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장무중(臧武仲)의 지혜와, 공작(公綽)의 무욕과, 변장자(卞莊子)의 용기와, 염구(冉求)의 재주를 예악(禮樂)으로 장식한다면 성인(成人)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또 "오늘날의 성인(成人)이야 반드시 그럴 수 있겠는가. 이익을 보면 옳음을 생각하고, 위기를 보면 목숨을 내놓으며, 오래 전의 약속일지라도 평생에 한 말을 잊지 않는다면, 이 역시 성인(成人)이라 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