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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159

[허성원 변리사 칼럼] #66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 그들이 다시 뭉쳤다. 수년전 멘토링을 했던 스타트업 멤버들이다. 당시 일의 진척이 더디자 팀을 해체하였다가 이번에 미련을 되살려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비즈니스모델과 멤버가 동일하니 회사 이름도 그대로 쓰기로 하였다. 그런데 논쟁거리가 불거졌다. 이 새 회사가 처음 회사와 동일한지 여부를 두고 미묘한 의견차가 생긴 것이다. 동일하다면 과거의 지분,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논쟁이 약 2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있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는 다음과 같은 화두가 있다.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타고 돌아온 배는 서른 개의 노가 설치되어 있었고, 아테네인들은 그 배를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보존하였다. 그들.. 2022. 4. 2.
[허성원 변리사 칼럼] #65 신은 인간을 질투하고 있어 _ 길가메시 프로젝트 신은 인간을 질투하고 있어 _ 길가메시 프로젝트 봄이다. 아침 산책길의 벚꽃은 팝콘처럼 터지고 목련은 벌써 화사하고 동박새 소리는 경쾌하다. 만물이 생명을 노래하는 이 밝은 때에도 우리는 음울한 죽음과 질병을 마냥 잊어버리지 못한다. 세계적인 미남 배우였던 알랭 들롱의 안락사 뉴스에 스스로 삶을 거두어야 할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의 애먼 죽음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한다. 지난 며칠간은 병원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가족의 곁을 지키기도 했다. 병과 죽음은 진정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죽음을 초월하여 영생불멸을 누리게 될 거라고 감히 예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40세 미만의 사람들에겐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불멸을 추구하는 그런 노력을 유발.. 2022. 3. 27.
[허성원 변리사 칼럼] #64 사람의 명은 하늘에서 받는가 지게문에서 받는가 사람의 명은 하늘에서 받는가 지게문에서 받는가 삼국지를 읽다가 책을 내던지며 한숨짓게 되는 장면이 몇 번 있다. 관우와 유비가 죽을 때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제갈량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고 드라마틱하다. 제갈량은 그의 신묘한 능력에 걸맞게 자신의 죽음을 예지한다. 오장원에서 위나라 군대와 대치하던 중에 천문을 살펴보고 장수 강유에게 말한다. "삼태성 가운데에 객성이 침범하여 배나 밝고 주인별은 그 빛이 어두우니 내 명이 머지않았다." 그 말을 들은 강유가 물었다. "천상(天象)이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하늘에 빌어 액을 푸는 방법을 쓰지 않으십니까?" 이에 제갈량은 액을 풀어 명을 연장하기 위한 보강답두(步罡踏斗)를 시행한다. 북두칠성을 따라 49개의 등을 밝히고 이레 동안 보법에 따라 걷는 것이다. 엿새째 .. 2022. 3. 20.
[허성원 변리사 칼럼] #63 복은 화에 기대어 있다 복은 화에 기대어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엔터프라이즈에는 도시 한가운데에 동상이 하나 서있다. 여신이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담긴 바구니를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벌레는 원래 새끼손가락 손톱보다도 작은 바구미의 일종으로서, 목화 꽃이 필 무렵 어린 꽃을 갉아먹어 농사를 망치는 해충이다. 그 동상에는 이런 안내판이 있다. “이 기념물은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준 바구미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담아 엔터프라이즈 시민들이 세운 것이다.” 무슨 이유로 기념물까지 세워 해충의 고마움을 기리는 것일까? 남부에 위치한 그 지역은 전통적으로 목화 농사를 생업으로 하였다. 그런데 1800년대 말에 들어 바구미가 극도로 기승을 부려 농사를 완전히 망쳐놓았다. 그로 인해 빈곤과 질병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은 견디다 못해.. 2022.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