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92 <아테나이1> 특허제도의 수호신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 2.

<아테나이1>  특허제도의 수호신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복과 건강을 빌어주는 기복의 메시지들로 첫날 새벽부터 요란스럽다. 이럴 때 집단의 가치를 상징하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면, 사람들이 서로서로 복을 비는 소란을 떨지 않고, 그 수호신이 중앙집중식으로 모두의 안녕과 풍요 혹은 윤리와 도덕을 총괄하여 관리해주면 편하지 않을까. 그러면 조용한 세시풍속으로 그 수호신을 통해 간소하게 서로의 번영과 행운을 빌고, 때론 '그의 가르침에 따라' 혹은 '그의 이름으로' 스스로 행위를 규율하고 합리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출입구에 서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법률가들의 업이 정의롭게 시행되는지를 지켜보고 있고, 의사들에게는 히포크라테스가 있어 처음 의사가 될 때 그 이름으로 선서하게 하여 윤리를 관장하고 있다. 나름의 윤리 기준이 되는 상징을 가진 그들이 부럽다. 우리 변리사들이나 특허업계 혹은 우리의 밀접한 도움을 받는 기업인들에게도, 업을 올바르게 영위하도록 지혜와 윤리를 관장하는 그런 상징적인 수호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우리 특허업계의 수호신을 찾아보기로 했다. 감히 수호신을 새로이 창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어딘가에서 적절히 빌려올 수만 있어도 좋을 듯하여, 신의 보유량과 그 다양함이 절대적으로 풍부한 그리스 신화를 먼저 뒤져 보았다. 역시 기대에 벗어나지 않고, 우리 특허 분야에 너무도 딱 맞아떨어지는, 그것도 올림포스의 12주신 중에 당당히 올라 있는 수호신 감을 발견하였다. 그는 '아테나 여신'이다.

아테나는 신의 우두머리인 제우스의 딸이다. 그 어머니는 제우스의 첫 번째 아내인 메티스로서, 제우스가 그 선대의 신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아테나를 임신하였을 때, 제우스는 그녀에게서 난 자식이 자신을 내쫒을 거라는 예언을 믿고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아테나가 자라서 태어날 때가 다가오자, 제우스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자신의 머리를 가르게 하였더니, 거기에서 아테나가 튀어나왔다. ‘머리를 가르고태어났으니 그 출생부터가 너무도 지적이다.

그 지적인 아테나는 다이달로스와 같은 발명가를 가르치고 키운 발명가이며, 아라크네와 같은 뛰어난 기술자와 경쟁을 한 기술자가 되었다. 그래서 기술과 발명의 신으로도 불린다. 게다가 아테나는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 다른 전쟁의 신인 아레스가 오로지 용맹과 힘에 기초한 전쟁을 추구하는데 반해, 아테나의 강점은 지혜와 전략이다. 기술이나 특허에 기초하여 고도의 지식과 치밀한 전략을 요하는 기업 간의 분쟁은 역시 아테나적인 전쟁에 가깝다.

아테나는 재판관이 된 적도 있다.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심판하였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전쟁의 신 아레스를 법정에 세워 재판하였다.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특허의 수호신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아테나는 아이기스라는 방패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이 방패를 페르세우스에게 빌려주어 메두사를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왔는데, 페르세우스는 그에 보답하여 메두사의 머리를 아이기스에 붙여주었다. 메두사의 머리로 인해 아이기스는 그것을 보는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효능을 갖게 되었다. 공격형 방패가 된 것이니, 특허의 금지권적 효력과 흡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아테나를 기꺼이 영접하여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아테나가 영웅들의 수호신이라는 점이다. 아테나는 제이슨,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아킬레스, 오디세우스 등과 같은 영웅들이 나타나는 신화의 장면들에는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여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영웅이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부단히 도전하고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극복하는 탁월한 존재이다. 이러한 영웅들의 현대적인 모습이 바로 다름 아닌 발명가 내지는 기업인이다. 그래서 아테나는 발명가와 기업인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테나는 특허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 키워드인 '지혜', '전쟁' '기술'을 관장하고 있고, 특히 영웅들 즉 기업인들의 신이기도 하기에, 특허업계의 수호신으로서 영접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치 현대의 우리 특허업계를 위해 고대 그리스인들이 미리 안배해 놓은 듯하다. 이후 특허제도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현대의 리더들이 배워야할 가르침들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아테나 여신. 항상 창, 방패 및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오는 아테나.
아레스를 굴복시키는 아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