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21 [허성원 변리사 칼럼]#81 모호함의 미학 모호함의 미학 변리사 초보 시절에 근무했던 로펌의 대표 변리사는 호남 출신이셨는데, 종종 내 자리에 어슬렁거리며 와서는 "허변, 거시기 그거 거시기 했남?"이라고 묻곤 했다. 처음엔 '무슨 사건을 말씀하시는지요?'라고 되묻기도 하고,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떠올려 그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기도 했다. 얼마 지나고 나서 그 말은 정말 뭔가 궁금하여 묻는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저 '별일 없는가?' '잘 돌아가는가?' 정도의 가벼운 인사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깨달음 이후 내 대답은 단순해졌다. 여유롭게 '네~ 거시기는 거시기합니다.' 영화 황산벌에서 나당연합군이 쳐들어왔을 때 의자왕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계백에게 말한다. "계백아, 니가 거시기 혀야겄다." 이에 계백은 "거시기하려면 일찍 .. 2022. 9. 12. [허성원 변리사 칼럼] #80 사업이란 사업이란 "'사업을 한다'라고 하지요?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사업을 말할 때는 '한다'라는 말을 쓰는데, 당신 같은 전문직들이 업을 시작할 때는 '연다'라고 합니다. '병원을 연다', '변리사 사무실을 연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다'와 '열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세요? 사업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뭔가를 만들어 내거나 목표를 이루어냅니다. 그런데 전문직은 그저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어부가 그물을 쳐놓고 물고기를 기다리듯, 일을 맡길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절친인 C회장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C회장은 여러 사업을 일으키고 투자하며 그 과정에 적잖은 인생의 부침을 겪었지만 부단히 도전하여 지금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의 풍운아다. 그가 보기에는 나 같은.. 2022. 9. 4. [허성원 변리사 칼럼] #79 영웅의 조건 영웅의 조건 영웅(英雄)은 어떤 사람인가. 삼국지에서 조조는 유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름지기 영웅이란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뱃속에는 좋은 계략이 있으며, 우주를 감싸서 숨기는 지모와, 천지를 삼켰다 뱉었다 할 배포를 가진 자이어야 하오.” 조조에게 영웅의 조건은 포부와 지모였다. 조조의 아들과 손자의 신하였던 유소(劉劭)는 그의 인물지(人物志)에서, 영웅이란 '영(英)'과 '웅(雄)'을 겸비한 사람이라고 언급한다. 인재의 특성을 영(英)과 웅(雄)으로 나눈 것이 무척 흥미롭다. 영(英)과 웅(雄)은 문재(文才)와 무재(武才)를 각각 가리킨다. 유소는 영(英)과 웅(雄)이 조화로워야만 다른 영과 웅을 부릴 수 있고, 영과 웅을 함께 부려야만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 중 영(英)이.. 2022. 8. 30. [경남시론] 놀이와 노동 놀이와 노동 얼마 전 박세리의 인터뷰 기사는 작은 충격이었다. 그녀는 은퇴 이후 골프를 거의 친 적이 없다고 한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기회만 나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는 아마추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녀가 누구인가. ‘골프 여제’라 불리는 국민영웅이며,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박세리 키즈들의 대모가 아닌가. 뼛속까지 골퍼인 그녀가 골프를 기피하다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아직 골프가 즐겁지 않다. 보통 선수들도 은퇴하고 나면 ‘명랑 골프’라고 해서 즐겁게 하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아직 다 내려놓지 못한 모양이다. 필드에 서는 순간 승부욕이 나온다. 은퇴하고 클럽을 잡은 때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지인들에게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얘기를 해놨.. 2022. 8. 26.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35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