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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80 사업이란

by 변리사 허성원 2022. 9. 4.

사업이란

 

"'사업을 한다'라고 하지요?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사업을 말할 때는 '한다'라는 말을 쓰는데, 당신 같은 전문직들이 업을 시작할 때는 '연다'라고 합니다. '병원을 연다', '변리사 사무실을 연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다'와 '열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세요? 사업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뭔가를 만들어 내거나 목표를 이루어냅니다. 그런데 전문직은 그저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어부가 그물을 쳐놓고 물고기를 기다리듯, 일을 맡길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절친인 C회장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C회장은 여러 사업을 일으키고 투자하며 그 과정에 적잖은 인생의 부침을 겪었지만 부단히 도전하여 지금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비즈니스의 풍운아다. 그가 보기에는 나 같은 전문직의 소극적인 삶의 모습이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좋은 머리와 뛰어난 기술적,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도, 과감히 사업에 도전하지 않고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우리가 그에게는 정말 답답하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 업이 사업이 아니라 여긴 적은 없지만, C회장의 생각처럼 통상의 사업과는 다른 점이 적지 않다.

그 ‘사업’이란 건 과연 무엇인가를 가만히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일단은 돈을 버는 일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돈이 관련되지 않는다면 사업도 없다. 돈을 번다는 것은 곧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하는 일이다. 사람은 돈을 써야 할 때 그 뇌가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칼에 베이거나 불에 덴 아픔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돈 쓸 때의 고통을 줄여주거나 행복으로 반전시키는 것, 그것이 사업이다. 그러기 위해 사업은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모종의 ‘이로움’을 제공하여야 한다. 주역 계사전(周易 繫辭傳)에서도 "일으켜 천하의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 이를 가리켜 사업(事業)이라 한다(擧而措之 天下之民 謂之事業)"라고 하였다.

사업이 천하에 제공하는 이로움을 '가치(Value)'라 부른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세상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은 더 커진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은 그 가치를 더 지속적으로 누리려 할 것이니, 세상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지속시켜야만, 부단히 돈을 벌 수 있고 그리하여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헌터 레빈스가 말했다. "지속가능성은, 옳은 일이고 지혜로운 일인 동시에, 이로움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사업은 세상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이로움을 안겨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게 옳은 일이어야 하는 동시에,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지혜롭게 설계된 노력의 결과이어야 한다. 그렇게 사업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지속가능성으로 귀결된다.

"하나의 일을 일으켜 천하에 큰 이로움을 주는 것, 이를 거장(舉長)이라 한다. 거장(舉長)은 그 이로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게 되니, 그 덕과 옳음이 멀리서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거장(舉長)한다는 것은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관자 형세해(管子 形勢解) 편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의 거장(舉長)은 '큰 일으킴', '탁월한 실행'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볼 때 이 시대의 사업(事業) 혹은 창업(創業)으로 푸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여기서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널리 이로움을 베푸는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의 덕과 옳음이 멀리서도 보이게 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사업이 더 성장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업을 한다는 것은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舉長者可遠見也).'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은 미래를 읽는 통찰력인 동시에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비전(Vision)이다. 통찰이 없으면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비전이 없는 실행은 그저 악몽이나 환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잭 웰치는 "좋은 비즈니스 리더는 비전을 창조하고, 그 비전을 전파하며, 비전에 자신의 열정을 실어, 그 비전의 완성을 위해 불굴의 추진력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최근 한 스타트업에 공동대표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열다'의 삶으로부터 '하다'의 삶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새로운 비즈니스 실전에 뛰어드는 만큼, 이로움, 가치, 지속가능성, 통찰력, 비전 등의 키워드를 정리하여 다시 새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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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은, 옳은 일이고 지혜로운 일인 동시에, 이로움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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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形而上)을  도()라  하고
형이하(形而下)를  기(器)라  하며
그를  따르고  나누는  것(化而裁之)을  변(變)이라  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推而行之)을 통(通)이라 하며
일으켜 천하의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사업(事業)이라 한다.

形而上者 謂之道(형이상자 위지도) 形而下者 謂之器(형이하자 위지기)
化而裁之 謂之變(화이재지 위지변) 推而行之 謂之通(추이행지 위지통)
擧而措之 天下之民(거이조지 천하지민) 謂之事業(위지사업) 
_ _ 주역 계사전(周 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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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일을 일으켜 천하에 큰 이로움을 주는 것,
이를 거장(舉長, '큰 일으킴')이라 한다.
거장(舉長, '큰 일으킴' )은
그 이로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지게 되니,
그 덕과 의로움이 멀리서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거장(舉長)한다는 것은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다.

舉一而為天下長利者,謂之舉長,舉長則被其利者眾,而德義之所見遠,故曰:「舉長者可遠見也。」 
管子 第64篇 形勢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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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즈니스 리더는 비전을 창조하고, 비전을 전파하며, 비전을 스스로의 열정으로 보유하고, 그 완성을 위해 불굴의 추진력으로 밀어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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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

나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이 일치하면
더 성공할 수 있다.

나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일치하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나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일치하면
대단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나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과 인류 환경의 이익이 일치하면
위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 권대봉(1952-2022) 중부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