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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14 <아테나이12>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예찬하라

by 변리사 허성원 2023. 6. 10.

<아테나이12>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예찬하라

 

불화와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신들의 세계에서도 기피 대상이 되어,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에 분노한 에리스가 잔치판에 던진 불화의 황금사과는 트로이전쟁의 트리거가 되어 트로이의 멸망을 초래했다. 그녀는 어디서나 비난을 받았다. 화가들은 그녀를 기괴한 모습으로 그렸고, 호메로스는 '자신이 불러일으킨 사소한 다툼이 전쟁으로 확대되어도 뒷수습할 능력도 없고 그저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할 뿐'이라고 묘사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도 생각해보라.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참석한 잔치에 홀로 소외되었다면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녀도 한 여신으로서 당당히 올림포스에 이름이 올려져있는데, 그 존재를 무시당하고도 참기는 힘들었으리라. 하물며 그녀는 불화의 상징이 아닌가.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는 그녀에게도 엄연히 가족들이 있다. 엄마는 밤의 여신 닉스이며,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숙명의 신 모로스, 운명의 여신들 모이라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잠의 신 휘프노스 등과 남매 혹은 자매간이고, 포노스(노고), 레테(망각), 리모스(굶주림), 알고스(고통), 호르코스(맹세), 마카이(전쟁)가 그녀의 자녀이다.

에리스가 상징하는 불화와 갈등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불편한 것들이다. 하지만 어찌 항상 부정적이기만 하겠는가.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서 양()을 안고 있으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조화를 이룬다'(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는 도덕경의 가르침처럼, 때로는 불화도 인간의 성장과 발전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에서 에리스를 이렇게 변호하고 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하나는 유익함을 주니 칭송을 받고, 다른 하나는 해를 끼치니 비난을 받는다. 밤의 여신 닉스가 불화를 퍼뜨릴 운명을 가진 에리스를 낳았을 때, 신의 왕인 제우스는 에리스의 불화가 인간들에게 언제나 해로움만 끼치지 않고 때로는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그것은 바로 불화가 게으른 사람을 성실하게 만들 수도 있게 한 것이다. 일에서 뒤처지는 자들은, 부자들이 서둘러 쟁기질하고 씨 뿌리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부자가 되고 싶어 이웃과 서로 경쟁하며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화는 인간들에게 유익하다. 이런 불화의 작용은 통상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래서 도공은 도공에게, 목수는 목수에게 화를 내고, 거지는 거지를 가인은 가인을 시샘한다."

BC8세기에 이런 인식이 있었다니 놀랍다. 짜증나고 답답한 불화나 갈등의 이면에 숨어 있는 긍정적 기능을 간파한 것이다. 그런 인식에 기초하여 조직 내부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기업이 실제로 있다.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누리고 있는 인텔이 그렇다. 인텔에 '건설적 대립(Constructive Confrotation)'이라는 이름으로 내부적 갈등을 부추기는 문화를 정착시킨 앤디 그로브 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건설적 대립은 소란스러움, 불쾌함 혹은 무례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비난하도록 의도된 것도 아니다. 그 핵심은, 비즈니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거론하여,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잘 의도 및 통제된 적절한 정도의 갈등은 조직 내부에 강한 생동력을 제공한다. 조직 내에 갈등이 전혀 없이 항상 조화롭고 조용하고 평화적이며 너무 협조적이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에 소극적이거나 반응성이 떨어지고, 지나친 순종, 맹목적 수용, 자신감 결여의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다. 물론 과도한 갈등도 항상 우려하듯 위험한 것이다. 조직 내의 분위기가 공격적이거나 너무 비판적으로 되어, 동료를 존중하지 않고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갈등의 수준과 조직 생산성은 정규분포와 같은 관계를 나타내며, 갈등이 적절 할 때 생산성은 극대화된다.

다름이 위치에너지라면 변화는 운동에너지이다. 그 에너지 격차가 갈등의 원인이다. 다름이 존재하고 변화를 추구한다면 마찰과 갈등은 불가피하고, 열정이나 갈망이 클수록 더욱 증폭된다. 갈등은 잘 다스리면 강력한 성장 구동력을 생성하지만, 잘못 다루면 파멸의 에너지가 되는,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폭발성 연료와 같은 것이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그런 민감한 갈등을 인간들에게 부단히 퍼뜨린다. 그로 인해 불편과 고통에 시달리며 애써 피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뛰어난 통찰력과 리더십으로 그것을 건설적 대립으로 승화시켜 성장의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리더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예찬하며 기꺼이 영접하라. 그대가 바로 진정으로 탁월한 리더이다.

 

건설적 대립은 소란스러움, 불쾌함 혹은 무례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비난하도록 의도된 것도 아니다. 그 핵심은, 비즈니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거론하여, (사람이 아니라) 그 문제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_ 인텔의 앤디 그로브
"불화는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는 두 종류가 있소. 그중 하나는 알고 보면 칭찬받겠지만 다른 하나는 비난받아 마땅하니, 둘은 서로 기질이 다르오. 그중 하나는 잔인하게도 사악한 전쟁과 다툼을 늘리니 어느 누구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소. 그러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사신들의 뜻에 따라 불화에 경의를 표하지요. 그러나 다른 하나는, 어두운 밤(닉스)이 먼저 그녀를 낳자 하늘에 사시며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시는 &nbsp; 크로노스의 아드님(제우스)께서 대지의 뿌리 속에 앉히셨고 인간들에게 큰 이익이 되게 하셨소. 그런 불화는 게으른 사람도 일하도록 부추긴다오. 왜냐하면 일에서 처지는 자는 부자인 다른 사람이 서둘러 쟁기질하고 씨 뿌리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며 저도 부자가 되려고 이웃끼리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이런 불화는 인간들에게 유익하다오. 그리하여 도공은 도공에게, 목수는 목수에게 화내고, 거지는 거지를, 가인은 가인을 시샘하는 것이라오." _헤시오도스의 '일과 날' _ 천병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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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物負陰而抱陽(만물부음이포양) 沖氣以爲和(충기이위화). _ 도덕경 42장

만물은 음(陰)을 등에 지고서 양(陽)을 안고 있으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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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수준과 조직 생산성의 관계. 적정 수준의 갈등이 존재할 때 최고의 생산성이 나타난다. 갈등 수준이 적절하면, 갈등이 순기능을 하여 적극적 협력하고, 의견 공유하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분위기. 갈등이 너무 없으면, 지나친 순종, 맹목적 수용, 자신감 결여의 분위기가 된다. 과잉 갈등 상태에서는 동료를 무시하고, 공격적 비판적이며, 규정을 어기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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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왼쪽 영역은 갈등이나 긴장이 너무 적을 때의 상황이다.
리더는 팀원들이 어려운 토론을 회피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의 의견과 견해를 완전히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도피" 반응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억지로 조성된 조화의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갈등을 회피하며, 다름에 대해서는 다루려 하지 않는다.
리더가 갈등에 대해 불편을 느끼면, 그 팀은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없다. 다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루어지지 않을 뿐이다.

그 결과, 팀은 미해결 갈등의 늪에 빠지게 된다.
팀원들은, 의견 표명의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태도가 수동 공격적으로 변하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그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도 그 이슈는 사라지지 않는다. 결정에 불만인 사람들이 그 문제를 거듭 제기할 것이다. 이것이 동일한 주제의 회의를 반복하게 되는 이유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갈등은 피했지만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프 오른쪽은 긴장이 너무 강할 때의 상황을 나타낸다. 여기서 리더는 토론이 파괴적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실패 상황으로서, 팀원들이 갈등을 싫어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리더들은 회의를 장악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팀에 강요한다.
다름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말하지 못하니, 갈등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가운데 영역이 "참여"로 표시된 최적의 긴장 수준. 건설적 갈등의 범위이다.
혁신을 촉진하고 실적 성장을 이끄는 리더들은 이 최적 긴장의 영역을 잘 활용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팀원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여야 하고, 공감-주도성(Resonance and Assertiveness)에 뛰어나야 한다.
- 리더는 자신의 의견 개진과 함께 반대 의견을 청취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 리더는 비언어적 것들을 부단히 읽어내어 회의실 내의 온도를 감지해야 한다.
- 토론을 통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문화를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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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ructive Confrontation - Intel.pdf - Google Do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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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위치에너지라면 변화는 운동에너지이다. 에너지 격차가 바로 갈등이다. 그래서 다름과 변화가 존재하는 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다름의 크기와 변화의 속도가 클수록 갈등은 그만큼 더 많이 더 크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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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

(** Nate Regier의 글 '갈등에 관한 근거 없는 비생산적인 믿음 4가지'를 요약하였다.) 갈등이란 말을 좋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달아나라,' '누군가가 상처를 입었군,' '

www.dotomari.com

 

Don’t confuse peace with tranquility. Don’t confuse lack of shouting with the absence of conflict. Peace is an active, dynamic, and generative process that demands healthy conflict. _ BY NATE REGIER

평화를 고요함과 혼동하지 말라. 고함소리가 없으면 갈등이 없는 것인가?
평화는 건강한 갈등을 필요로 하는 적극적이고 동적이며 생산적인 과정이다.

 

갈등의 목적은 창조다. 조직에 건강한 긴장, 창의적 결과 도출, 민주적 의사결정, 관점 전환.
갈등은 올바른 인식의 출발이다. 갈등은 그 자체로서 결과가 아니라, 일련의 이벤트들로 연결되어 새로운 관계 설정을 가져오게 되는 동적인 과정이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감당해 내는 역량이다. _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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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apple of discord ; Jakob Jordaens , 1633

Eris throws the golden apple under the wedding guests of Peleus and Thetis. by Schmidt, Martin Johann (1718 - 1801)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ndash;1851), The Goddess of Discord Choosing the Apple of Contention in the Garden of the Hesperides (1806)
Poussin's later tondo; Time Defending Truth against the Attacks of Envy and Discord &nbsp;(1641) puts Father Time at its centre, with a firm grip around Truth's waist, while Envy and Discord (Eris) sit below them, the latter with snakes in her hair resembling Medusa. 불화의 신 에리스의 머리카락은 메두사처럼 뱀으로 되어 있다.
Eris on an Attic plate, ca. 575~525 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