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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15 <아테나이13> 그대 자유로운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6. 15.

<아테나이13> 그대 자유로운가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의 섬을 지나게 될 터인데, 그들은 모든 인간들을 유혹해요. 그녀들의 낭랑한 노랫소리를 들은 사람은 더 이상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의 곁에 가지 못하게 될 거예요. 그녀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어요. 그대는 얼른 거길 지나가되,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를 막아주세요. 그들이 아무것도 듣지 못하도록 말이에요.”

마녀 키르케가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해준 조언이다. 그녀의 섬에서 한동안 지내던 오디세우스가 떠난다고 할 때, 키르케는 그를 말려도 소용없자, 그의 귀향길에 닥칠 여러 위험들을 알려주었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 새의 몸통을 하고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유혹하여, 선원들이 물에 뛰어들게 하거나 배를 난파시키기에 그 대책을 일러준 것이다.

세이렌의 섬에 다가가자 오디세우스는 키르케가 일러준 대로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막게 하고는 명령했다. “그대들은 내가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 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고통스런 밧줄로 나를 묶으시오. 내가 그대들에게 풀어달라고 애원하거나 명령하거든 그때는 더 많은 밧줄로 나를 꽁꽁 묶으시오." 그렇게 하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선원들이 모두 무사히 세이렌의 섬을 통과한다.

그런데 <라이프 인사이드>라는 책에서는 재미있는 가정을 하나 보탰다. 선원 한명이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젖어있는 오디세우스의 표정을 보고는 강한 호기심이 일어 귀에서 밀랍을 뺐다. 그는 결국 세이렌의 노래에 취해 바다에 뛰어들고 말았다. 이 책은 앤디 웨스트라는 철학자가 감옥의 재소자들을 상대로 가르친 철학 이야기이다. 소크라테스식의 대화로 푸는 철학 수업에서 자유, 용서, 희망 등의 개념에 관하여 죄수들의 놀라운 통찰력을 볼 수 있다.

앤디 웨스트가 재소자들에게 묻는다. “세 가지 사람이 있다. 오디세우스, 밀랍으로 귀를 막은 사람, 귀에서 밀랍을 뺀 사람. 이들 중 누가 가장 자유로운가?”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시라. 뭐라 쉬이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죄수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 a : 밀랍으로 귀를 막은 사람들이 가장 자유롭죠. 그냥 하던 일을 하잖아요. 우리도 공과금을 내거나 애들을 등하교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돼요. 바깥사람들한테 없는 자유가 있어요. - b : 어떤 자유요? - a : 선택으로부터의 자유요. - c : 하지만 선택권이 없으면 자유로운 게 아니에요. 오디세우스가 가장 자유로워요. 다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귀를 막은 선원들이 오디세우스처럼 고통에 빠지지 않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예요. 주어진 일만 하면서 지루하게 사는 거죠. - a : 집에 가는 데 꼭 필요한 일만 하도록 자중한 거지. - c : 그렇게 산다면 집에 간들 무슨 의미가 있죠? - d : 나는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이요. 그는 세이렌의 유혹에 굴복할 용기를 냈잖아. 그야말로 자유를 쟁취할 만큼 용감한 사람일지도 몰라. - c : 탈출하고 싶다면서 실제론 감방을 나와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간 거나 마찬가지예요. 거기서 어딜 가겠어요? - d : 그 상황에서 가장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뛰어내린 거야. - c : 그가 뛰어내린 건 자유를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죄수들의 철학적 인식이 대단하지 않은가. 다들 나름의 자유를 누리지만 한편으로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 오디세우스는 명령하지만 몸이 돛대에 묶여있다. 그는 리더이기에 모두가 회피하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속박하는 자유를 선택하였다. 돛대의 속박은 바로 리더로서의 책임이다. 귀를 막은 선원들은 리더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노랫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포기하는 대신 맡겨진 일에 매진하고 안전을 보장받음으로써, 구속과 자유를 거래하였다. 귀에서 밀랍을 빼낸 선원은 명령 이행과 안전을 포기하고 호기심의 욕망을 선택하였다. 욕망의 실현은 그의 자유인 동시에 파멸로 이끈 강력한 구속이었다.

'자유'라는 말만큼 정의하기 어렵고 모호한 개념도 없다. 그저 어떤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라고만 사전적으로 정의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자체만으로 절대적이거나 완벽한 가치가 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 이면에는 거의 반드시 그에 상대되는 대가나 조건 혹은 이유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자유 상태인 불교의 해탈도 마음의 탐·진·치(貪瞋癡, 욕망,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만 닿을 수 있고, 생사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면 육체의 구속마저 벗어던져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평범한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유는 무엇이든 나름의 구속을 담보하여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대 지금 자유로운가? 그럼 어떤 구속을 담보로 맡겼는가.

 

Odysseus and the Sirens. An 1891 painting by John William Waterhouse. 이 그림에 세 가지 사람이 모두 묘사되어 있다. 가운데 돛대에 묶인 오디세우스, 밀랍으로 귀를 막고 노를 젓는 데 전력하는 선원들, 귀에서 밀랍을 빼내고 귀를 막고 있는 좌측 모서리의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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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필요의 반댓말이다. _ 임마누엘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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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병희 역 <오디세이아> 중에서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에게 가게 될 것인데 그들은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인간들은 누구든 다 유혹해요. 누구든 영문도 모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은 더 이상 집에 돌아온 그의 옆에 서지 못할 것이며, 그의 귀향을 반기지 못할 거예요. 세이렌 자매가 풀밭에 앉아 낭랑한 노랫소리로 홀릴 것인즉 그들 주위에는 온통 썩어가는 남자들의 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뼈 둘레에서는 살들이 오그라들고 있어요. 그대는 얼른 그 옆을 지나가되, 꿀처럼 달콤한 밀랍을 이겨서 전우들의 귀에다 발라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말예요.” _ 천병희 역 오디세이아 12장 39~49행

“그대들은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똑바로 선태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나를 고통스런 밧줄로 묶되 돛대에다 밧줄의 끄트머리를 매시오. 그리고 내가 그대들에게 풀어달라고 애원하거나 명령하거든 그때는 그대들이 더 많은 밧줄로 나를 꽁꽁 묶으시오." _ 동 12장 160~164행

“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우리는 재빨리 내달았소. 그러나 세이렌 자매도 자기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날랜 배를 못 볼 리 없는지라 낭랑한 노랫소리를 울리기 시작했소.
‘자! 이리로 오세요. 칭찬이 자자한 오디세우스여. 아카이오이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곳에 배를 세우고 우리 두 자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세요. 우리 입에서 나오는 감미롭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기 전에 검은 배를 타고 이 옆을 지나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 사람은 즐긴 다음 더 유식해져서 돌아가지요. 우리는 넓은 트로이아에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아인들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었던 모든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며 풍요한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들이 고운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하자 내 마음은 듣고 싶어했소. 그래서 나는 전우들에게 눈짓으로 풀어달라고 명령했으나 그들은 몸을 앞으로 구부리며 힘껏 노를 저었소. 그리고 페리세우스와 에우릴로코스가 당장 일어서더니 더 많은 밧줄로 나를 더욱 꽁꽁 묶었소. 우리가 배를 몰아 세이렌 자매 옆을 지나가고 그들의 목소리와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내 사랑하는 전우들은 지체 없이 내가 그들의 귀에다 발라준 밀랍을 뗐고 나도 밧줄에서 풀어주었소.” _ 동 12장 181~200

** 앤디 웨스트의 <라이프 인사이드> 중에서

"누군가는 노랫소리가 언제 멈추는지 들어야 했죠. 그러지 않으면 선원들이 귀에서 밀랍을 너무 일찍 빼낼 수도 있으니까요.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게 합니다. 노래를 들을 수는 있어도 바다로 뛰어들지는 못하게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이 풀어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무시하라고 지시하죠."

"그들은 항해에 나섭니다. 오디세우스의 귀에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음악이 다가와 그를 사로잡죠. 그는 욕망에 휩싸여 자신을 풀어달라고 애원하지만 선원들은 그저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합니다. 그런데 바다에 너무 오래 있은 탓에 향수병에 감각이 무너진 선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갈망으로 가득한 오디세우스의 표정을 봅니다. 그는 일을 멈추고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궁금해하죠. 결국 귀에서 밀랍을 뺍니다. 그리고 노래에 취해 바다에 뛰어들어 죽고 말아요."

"귀를 밀랍으로 막은 사람들, 오디세우스, 귀에서 밀랍을 빼낸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가장 자유로울까요?"

"윌리스 : 밀랍으로 귀를 막은 사람들, 그들이 가장 자유롭죠. 그냥 하던 일을 하잖아요. 여기 있는 우리도 그래요. 우린 공과금을 내거나 애들을 등하교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돼요. 나에게는 바깥 사람들한테 없는 자유가 있어요.
앤디: 어떤 자유요?
윌리스 : 선택으로부터의 자유요. 귀에 밀랍을 꽂은 사람들처럼요.
주니어 : 하지만 선택권이 없으면 자유로운 게 아니에요.
앤디 : 어떤 사람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세요?
주니어 : 오디세우스요. 그가 왕이죠. 다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잖아요. 귀를 막은 선원들이 오디세우스처럼 고통에 빠지지 않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어서예요. 주어진 일만 하면서 지루하게 사는 거죠.
윌리스 : 집에 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중한 거지.
주니어 : 그렇게 산다면 집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자크 :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이요. 그는 세이렌의 유혹에 굴복할 용기를 냈잖아. 어쩌면 그야말로 자유를 쟁취할 만큼 용감한 사람일지도 몰라. 
주니어: 탈출하고 싶다면서 실제론 감방을 나와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간 거나 마찬가지예요. 거기서 어딜 가겠어요? 감방에 있을 때보다 더 망한 거죠.
자크 : 그 상황에서 가장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뛰어내린 거야.
주니어 : 그가 뛰어내린 건 자유를 포기했기 때문이예요."

** 탐진치(貪瞋癡)
탐욕() · 진에() · 우치()를 의미한다. 줄여서 탐 · 진 · 치라고도 하며, 이 세 가지 번뇌가 중생을 해롭게 하는 것이 마치 독약과 같다고 하여 삼독이라고 한다.
탐욕은 탐애()라고도 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에 욕심을 내어 집착하는 것, 자기의 뜻에 맞는 일에 집착하는 것, 정도를 넘어서서 욕심을 부리는 것, 명성과 이익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진에(瞋恚)는 분노하는 것으로서, 산목숨에 대하여 미워하고 성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진에 속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시기와 질투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진에는 수행을 하는 데 가장 큰 허물이 되는 것이며, 다스리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치는 현상이나 사물의 도리를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마음으로서, 이로 인하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치 때문에 모든 번뇌가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삼독은 모두 ‘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 스스로에 미혹한 것이 우치이고, 그 우치 때문에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맞으면 탐욕을 일으키고, ‘나’에게 맞지 않으면 진에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_ [네이버 지식백과] 삼독 [三毒]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