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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16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그 혐오의 확산

by 변리사 허성원 2023. 6. 20.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그 혐오의 확산

 

계곡에 물놀이 가면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곡물로 취사까지 하던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웬만히 올라가도 더 위쪽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위에 자리 잡은 사람 누군가가 계곡물에다 오줌을 싸는 걸 목격했다고 하자. 아마 험한 소리가 오가고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취사용 물은 더 멀리 올라가서 떠와야 한다.

계곡물에 비하면 오줌의 양이야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방귀 한번 뀐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위생적으로도 그리 대단한 문제는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기분이 나쁘다. 그건 아무래도 배설물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 때문일 거다. 배설물은 냄새도 그렇지만 건강이나 환경에 해로운 것이기에, 진화과정에서 두려움, 놀람 등과 같이, 그 혐오가 유전인자에 심어져 조건반사적으로 가동되는 게 아닐까 싶다.

혐오 감정을 연구한 폴 로진(Paul Rozin)이라는 심리학자가 있다. 그의 실험은 좀 고약하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주스를 한 잔씩 주고는, 거기다 바퀴벌레를 담갔다가 건져낸 후 그걸 마시라고 한다. 바퀴벌레는 잘 멸균 처리되어 위생적인 것이라고 설명해주지만, 그걸 선뜻 마시려는 사람은 없다. 그는 개똥 형상 초콜릿, 요강에 따른 사과주스, 파리채로 저은 수프 등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괴팍한 성향의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거부하였다.

그의 실험 결과가 말하는 것은, 사물이란 그저 그 본질적 존재로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인간이 경험하거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형성된 상징적인 의미나 관념이 결부되어 있다. 이를 라틴어로 이마고(Imago)라 부른다. 이마고와 사물의 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초콜릿의 진실은 달콤한 간식이지만, 개똥 형상의 이마고가 결부되면 곧 유쾌하지 못한 물체가 된다. 바퀴벌레, 요강, 파리채 등도 아무리 청결하게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에 이미 각인된 '불결함' 혹은 '역겨움'이라는 이마고는 남아있다.

일본이 핵폐수 혹은 핵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한다. 옆 나라의 이 핫이슈가 엉뚱하게 불통이 튀어 우리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한다.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대변해야할 자들이 정작 일본에게는 침묵하면서, 방류를 반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비난해댄다. 직접 피해자인 어민단체가 방류의 위험을 말하는 학자를 고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천일염 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절대 안전하다, 그 물을 마시겠다 등의 소리를 내는 자들도 있다. 계곡에서 오줌을 눈 자는 제쳐두고, 오줌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끼리 서로 불결하네 아니네 괜찮네 하며 소란스레 다투는 꼴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작금의 희한한 상황이다.

오염수 방류의 위험을 경고하는 주장들이 전적으로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아무래도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려다 보면 다소 과장되거나 극단의 상황에 집중할 가능성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문제없다고 떠드는 자들의 말은 더욱 믿기 어렵다. 전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10년도 넘는 긴 기간 동안 엄청난 저장시설을 지어 오염수를 가두었다. 그 저장이 더 이상 힘들어지자 고심 끝에 온갖 논란을 무릅쓰고 방류를 결정하였다. 그것만으로도 그 위험을 직접 웅변으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물도 자원이다. 그 자원을 해저터널까지 뚫어 먼 바다에 내다버리려는 고육책을 쓰는 것도 다 그럴 이유가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고, 일본 정부 등은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보상을 약속하였다. 반대는 왜 하며 거기다 보상은 또 왜 하겠는가.

그런데도 가관인 것은 '안전하니 그저 믿어라'고만 떠드는 우리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반대 주장을 괴담이라고 하면서, 얄미운 시누이처럼 되려 우리 국민을 윽박지르거나 다독이려한다. 그들을 포함한 일부의 주장대로 오염수가 정말 과학적으로 안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방류되고 나면 그건 재앙이다. 우리 정서는 결코 탄력적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방류가 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천일염은 멸종 식품이 되며 회와 해물탕은 다시는 먹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건 방사능의 끔찍한 공포 이마고 때문이다. 그 이마고는 설득이나 윽박지르기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일본의 오염수 오줌 누기가 이 한두 번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이번 방류는 2051년까지 30년간 계획되어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양은 줄어가겠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몇 대에 걸쳐 멀거니 당해야 할 그 끝을 알 수 없는 재앙일 수도 있다. 오염수의 방류는 바로 바다를 통한 혐오의 확산이다. 그로 인해 우리 생명의 근원인 삼면의 바다가 죽음과 혐오의 이마고로 규정되어 버릴지 모른다. 그게 정말 두렵지 않은가.

 

** (첨언)

이 글은 오염수의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염수의 위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방사능의 혐오를, 그리고 그 혐오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뿐이다.

길가에 무단투기된 쓰레기 봉지들을 가끔 본다. 그걸 보는 기분이 어떤가. 필경 언짢을 것이다.
그 쓰레기가 
우리 건강에 해를 끼치는가? 그다지 해롭지 않다. 그러면 괜찮은가?
그 쓰레기는 당장 내 기분을 망치고, 우리 동네의 환경이나 경관은 해치고, 우리 동네의 평판도 나빠지게 한다
그런 동네에 사는 게 불편해진다. 내 삶이 내 이웃이 조금씩 피폐해지며 삶의 질도 그에 따라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혐오의 확산이다.

솔직히 나는 방사능을 잘 모른다. 하지만 방사능은 그저 두렵다. 방사능으로 인해 뒤틀어진 생명과 죽음의 땅이 된 곳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오염수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매우 적은 양이고, 충분히 희석되어 방류되니 그것을 마셔도 되는 것일 수 있다. 믿을 수 없지만, 정말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싫다.
안전하다는 그 말을
어찌 그리 쉽게 확신하는가. 얼마나 충분히 실험하고 확인하였는가. 몇 십년을 두고 지속적으로 방류를 했을 때 바다와 바다살이들과 우리 인류가 입을 영향을 어찌 그리 쉽게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한번 방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을 계속해서 흘려보내야 하는 일이다.
일본에서 혹은 다른 나라에서 또 사고가 나지 말란 법이 없고, 그런 다른 사고가 생겼을 때 이번 방류는 좋은 선레가 될 것이다. 다른 사고에서도 공공의 영역에 선례에 따라 방류하려 들 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걸 싫어하고 두려워하기에 천일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웅변으로 말하더라도, 그 안전을 내 눈으로 확인하거나 몸으로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불안과 불신은 지우지 못한다.
그래서 문제는, 그 불안과 불신으로 인해 우리 정서가 망가지는 것이고, 일단 방류되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이전처럼 편온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

**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혐오는 바로 외부불경제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는 악성 외부불경제이다.

길을 가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돈을 쓰지 않고도 기분이 좋아졌다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이를 외부경제라 한다.
길을 가다 죽은 쥐나 개똥을 보거나 무단 투기한 쓰레기 봉지를 보면 어떤가? 기분이 몹시 상한다. 그에대해 어떤 경제적 보상도 없는 순전한 손해다.
이를 외부불경제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무단 투기 쓰레기나 차에 깔려 죽은 고양이를 보는 것보다 더 불편한 일이다.
쓰레기나 죽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오염수 방류는 우리의 정서를 심히 해치는 짓이니, 매우 강력한 외부불경제에 해당한다.
그로 인해 입은 우리 온 국민 나아가서는 세계인들의 외부불경제 손해는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사람만 안전하면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도 되는가?
바다에는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하게 많은 바다 생물이 있다.
바다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바다 생물이 더 오랜 주인이다.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졸지에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될 그들 생물의 살이는 어찌할 것인가.
바다 생물 그들에게도 오염수 방류는 매우 악성인 외부불경제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방출설비 공사상황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자 마라!'고 시위하는 일본 후쿠시마 주민들.

** 
냉각수와 핵 오염수를 혼동하여 이렇게 무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각국이 냉각수를 해양방류 하기에 삼중수소 등이 다량 방류되어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고리와 월성 원전의 경우도 후쿠시마 방류 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해양으로 방류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의 원전에서도 서해에 방류되고 있는 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오염수만 걸고 넘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원자로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말이다.
오염수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메커니즘을 좀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 원자로에는 1차 냉각재, 2차 냉각재, 외부 냉각수가 사용된다.
1차 냉각재는 원자로를 식히면서 그 열을 2차 냉각재에 전달하는 물이나 헬륨 등의 유체이다.
2차 냉각재는 1차 냉각재에 의해 가열되어 증기 상태와 물 상태 사이를 상변화하며 터빈을 가동하는 물이다.
외부 냉각수는 터번을 가동시킨 2차 냉각재를 액화시켜 다시 1차 냉각재의 열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 1차 냉각재와 2차 냉각재는 폐회로를 순환하며 부족분이 있을 때만 보충된다.
1차 냉각재는 원자로와 접촉하므로 미량의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으나, 2차 냉각재는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

- 냉각수는 터빈을 가동시킨 2차 냉각재 증기를 냉각시키는 데 쓰인 물이다.
냉각수는 원자로와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 그래서 냉각수는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냉각수는 바다나 강으로부터 끌어올려 냉각에 사용된 다음 바다가 강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 핵 오염수는 냉각수와 전혀 다르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쓰나미로 인해 1차냉각재를 돌리는 펌프가 멈췄다. 그로 인해 원자로가 과열되어 파괴되었고, 터빈을 돌리던 2차 냉각재와 2차 냉각재를 식히던 냉각수가 모두 원자로 내부의 노심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원자로의 연료봉은 반응을 지속하기 때문에, 적절히 냉각시켜 주지 않으면 급격한 반응으로 과도한 방사능과 열을 방출하게 된다. 그 반응 속도를 늦추기 위해 매일 10톤 이상의 바닷물을 투입하여 왔다. 
후쿠시마 원자로에서는 지하수와 빗물을 포함하여 하루 180톤의 오염수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핵 오염수는 다양한 방사능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지극히 위험한 오염 물질이다.

- 핵 오염수 내의 방사능 물질을 걸러내면 되지 않는가?
그를 위해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것을 개발하였다.
고장이 잦다, 걸러내는 성능에 의문이 있다 등의 의혹 기사가 많이 있지만,
현재 60여종의 방사능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며, 이를 거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전히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 다핵종제거설비(ALPS) [네이버 지식백과]

진화된 용수 처리 시스템(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약자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가동하는 장치이다.

20113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냉각수와 인근 지하수까지 오염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TEPCO)은 오염수에 녹아 있는 각종 방사성 물질(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도시바와 히타치를 통해 ALPS를 만들었다. 이는 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함유 오염수를 정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규제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정화 처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ALPS를 거치면 오염수 내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처리한 물을 처리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처리수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오염수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와 오염수에 대한 인접국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있다.

** 삼중수소 논란 

"삼중수소의 경우 ALPS로는 제거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를 희석해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중수소는 몸속에 들어갈 경우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이는 삼중수소가 몸속 유기화합물들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으로, 이렇게 축적된 삼중수소는 유전자 변형·세포 사멸·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 일부에서는 방출된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이외에도 스트론튬(Sr)90·세슘(Cs)137·요오드(I)129 등의 핵종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삼중수소수의 형태로 바닷물을 따라 흐르다가 증발되어 대기 중에 확산될 수 있다. 그러면 태풍이나 편서풍을 따라 전 세계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비나 눈의 형태로 내려 토지와 농작물을 오염시키게 된다는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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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고(imago)

"라틴어로 이미지라는 뜻으로, 정신분석에서는 타인을 지각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인간 보편의 정신적 원형을 가리키거나 인간의 정신적 발달 과정에 방해가 되는 관계망에 대한 시각적 은유에 해당한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처음 도입한 라틴어 용어로, 기본적으로 '이미지'(image)라는 뜻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미지를 어떻게 주체적으로 규정하는지와 감정, 시각적 재현 등이 중요시된다. 이때 이미지는 융이 거론했던 아버지의 이마고, 어머니의 이마고, 형제의 이마고처럼 타인의 이미지를 의미하며, 이것들은 개인적으로 순수하게 경험된 산물이라기보다 누구나의 정신 속에 실현된 보편적 원형(prototype)이다. 이마고는 타인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그들을 지각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정형(stereotype)의 기능을 가진다." _ [네이버 지식백과] 이마고 [imago]

=> 이마고는, 특정의 타인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경험 등에 의해 뇌리에 각인된 편향, 선입견, 고정관념 혹은 렌즈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