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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12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을 바꾸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3. 5. 20.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을 바꾸다

 

'싸우지 않고 이겨라.' 손자병법 최고의 가르침이다. 창칼로 맞싸우거나 성을 두고 공방하는 전쟁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아서 이기든 지든 적잖은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상대의 책모를 공략(벌모伐謀)하여 싸울 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이고,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벌교伐交)이 그 다음이라고 하며, 출혈 없는 전쟁을 하라고 권한다.

최상의 전략인 '벌모(伐謀)'는 압도적인 군사력만 가졌다면, 누구도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니, 굳이 애써 도모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동될 것이다. 하지만 강한 군사력이란 것은 풍부한 전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막대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소요하니 국력의 소모가 크다. 그리고 힘이란 것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변하는 것이며 또 상대적이다. 나도 변하고 상대도 변하니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절대적인 우위를 지킬 수는 없다. 그래서 늘 강한 나라도 없고 늘 약한 나라도 없다’(國無常强 無常弱 _ 한비자).

무력에 의존한 벌모(伐謀) 전략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부드러운 지략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략은 주로 외교적 노력으로 수행된다. 각 나라의 내부 정치 상황, 나라 간의 이해관계, 군주들의 욕구 등을 넓고 깊게 통찰하고, 잘 짜인 전략을 기초로 설득과 협상을 통해 군사적 위협이나 대립을 조절하여 정리한다. 무력에 비해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모범 사례가 '자공일출(子貢一出, 자공이 한 번 나서다)'의 고사이다.

자공(子貢)은 공자의 뛰어난 제자 공문십철(孔門十哲) 중 한 사람으로서, 언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재에도 밝아 대단한 재력을 이뤘다. 당시 제나라에서는 권력가인 전상(田常)이 모반을 도모하였다가, 다른 권세가들의 반발이 두려워 군대의 침공 방향을 노나라로 틀었다. 공자가 자신의 모국이 처한 위기를 걱정하니 자공이 나섰다. 자공은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제, , , 진 네 나라를 도는 유세 길에 올랐다.

자공은 먼저 제나라로 갔다. 전상(田常)을 만나, '노나라는 약하니 정복하기 어렵고, 오나라는 강하니 정복하기 쉽다'고 했다. 그 엉뚱한 궤변에 전상이 언짢아하자, '약한 노나라를 쳐서 이기면 군주와 다른 신하들의 입지가 강화되어 귀하의 큰일(모반)을 이루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강한 오나라를 쳐서 패배하면, 군주는 외로워지고 반대 세력이 줄며 그들이 백성들의 원망을 살 것이니, 귀하의 큰일을 이루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상이 공감하였다. 다만 정벌 대상을 바꾸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하여, 자공은 오나라로 간다.

오나라 왕을 만난 자공은, 강한 제나라가 노나라를 탐내어 오나라와 패권을 겨루려 하니, 이 기회에 오나라가 제나라를 치면 좋은 명성과 함께 패업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왕은 그 말에 기뻐하지만, 그 틈에 인근의 월나라가 옛 원한을 보복해 올 것을 우려하였다. 이에 자공은 월나라로 갔다.

자공은 월왕을 만나, '보복할 마음도 없는데 의심을 사는 건 어리석고, 보복할 마음을 가졌는데 그것을 알게 하면 위태롭고, 보복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앞서 새어나가면 위험하다'고 하며, 오나라의 의심을 풀기 위해, 오나라의 제나라 정벌에 군대를 보내어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조언한다. 오나라가 제나라에 지면 그것은 월나라의 복이 되며, 오나라가 이기면 진나라와 계속해서 전쟁을 치러 나라가 피폐해질 것이니, 그때 손쉽게 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월왕은 몹시 기뻐하며 자공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자공은 끝으로 진나라에 갔다. 오나라가 제나라와 싸워 이기면 진나라로 쳐들어 올 것이니 대비하며 기다리라고 일러준다. 자공이 노나라로 돌아오자, 오나라는 제나라에 크게 이겼고, 그 기세를 몰아 군대를 이끌고 진나라를 침공하였다. 그러나 단단히 대비하고 있던 진나라에 대패하고 만다. 월나라는 그 소식을 듣고 오나라를 공격하여 오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런 자공의 행적을 사기(史記)는 이렇게 간단히 평가했다. "자공이 한 번 나서자, 노나라는 보전되고, 제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오나라는 깨지고, 진나라는 강해지고, 월나라는 패자가 되었다." 자공은 세치 혀로 한 차례 돌아다녀서 다섯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 중 운 나쁜 나라도 있었지만 노나라에게는 더없이 효과적인 벌모 전략이 되었다.

자공의 이 고사는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다!’라고 외치며, 그가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웅변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다음 명언들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적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그를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_ 에이브러햄 링컨. "친구는 가까이 두라. 적은 더 가까이 두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_ 영화 대부의 돈 꼴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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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가까이 두라. 적은 더 가까이 두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
내가 적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그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  상병벌모(上兵伐謀)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백전백승은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최상의 전략은 상대의 책모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이 상대의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고, 그 아래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제3편 모공(謨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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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유도편有度篇’
國無常强無常弱(국무상강무상약)
奉法者强則國强(봉법자강즉국강)
奉法者弱則國弱(봉법자약즉국약)
“늘 강한 나라 없고, 늘 약한 나라 없다. 
법을 받드는 자가 강하면 나라는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나라를 약해진다.”

** 사기(史記) 중니제자열전[ .  ] 자공(子貢) 편   

"자공이 한 번 나서자, 노나라는 보전되고, 제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오나라는 깨지고, 진나라는 강해지고, 월나라는 패자가 되었다. 자공이 한번 사신으로 나가서, 형세가 서로 깨어지게 만들어, 10년 내에 다섯 나라 모두에 변화를 일으켰다."
子貢一出, 存魯, 亂斉, 破呉, 彊晉而霸越. 子貢一使, 使勢相破, 十年之中, 五國各有変

"자공은 사고팔기를 잘 하여 시세의 변동에 따라 재화를 회전시켰다. 남의 좋은 점을 칭찬하길 좋아했지만 남의 잘못을 감출 줄도 몰랐다. 일찍 노와 위에서 재상을 지냈고, 가산이 천금에 이르렀다. 제에서 일생을 마쳤다."
子貢好廃挙, 與時転貨貲. 喜揚人之美, 不能匿人之過. 常相魯衛, 家累千金, 卒終於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