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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11 엄두를 꺾을 것인가, 엄두가 꺾일 것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5. 19.

엄두를 꺾을 것인가, 엄두가 꺾일 것인가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직원 달랑 5명의 스타트업 '프리페어(Prepear)'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프리페어의 회사 로고가 애플의 상표를 침해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한 상표 침해소송이었다. 이 사건은 적잖은 관심과 논란 거리가 되었다. 권리 침해가 있었다면 누구에게든 소송을 벌일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양측의 로고를 누가 보아도 닮아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의 로고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한 입 베먹은 사과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프리페어의 로고는 서양 배를 기본으로 한 형상으로서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길쭉한 표주박 모양에 가깝고 베먹은 자국도 없다. 그래서 애플의 무리한 권리 남용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았고, 결국 프리페어가 디자인을 약간 수정하는 것으로 체면을 살려주어 합의 종결되었다. 그 외에도 애플은 독일,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중국 등 온 세계에서 수백 건의 분쟁을 벌였지만 승소율은 형편없었다.

스타벅스도 애플 못지않다. 스타벅스의 로고는 원형 테두리의 가운데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커피나 카페 분야에서 원형 디자인의 로고가 상표로 등록되기만 하면, 자기들 로고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 무효심판을 제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여러 건이 있었다. 시비가 걸린 상표들을 보면 그 로고들 가운데에는 세이렌과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 모습이나 사물 혹은 기호의 디자인이 들어있어, 대충 보아도 닮지 않았다. 그러니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일으킨 분쟁들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사나운 개 콧잔등 성할 날 없다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애플과 스타벅스 외에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대체로 도발적이다. 저렇듯 사납게 대드니 그 주위에선 누구든 조심스러워진다. 가령 당신이 과일을 모티브로 기업 로고나 둥근 원형 모양의 카페 로고 디자인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자. 그러면 이내 애플이나 스타벅스의 집요한 공격 사례를 떠올리거나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디자인 방향을 전환하려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게 크고 강한 그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의 콧잔등을 상하면서까지 그토록 좌충우돌 사납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게 바로 그들이 노리는 바다. 그들의 목적은 당장의 승소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더 복잡한 일들을 사전에 경고하여 예방하는 데 있다. 가래를 써야 할지도 모를 미래의 분쟁을 미리 호미로 막으려는 것이다. 요란하게 권리행사를 과시함으로써, 조금이라도 그들의 기업 이미지에 근접해오거나 자신들의 유명세에 곁불을 쬐려는 잠재적인 편승자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의도이다. 길에서 '개조심'이라는 팻말을 보면 행동과 발걸음을 조심하게 된다. 그들의 소란스런 도발은 '개조심'을 웅변으로 외치는 행위다.

이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不戰而屈人之兵)'는 손자병법의 가르침과도 상통한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부연하여 설명한다. '최상의 전략은 상대의 책모를 무력화시키는 것(상병벌모上兵伐謀)이고, 그 다음이 상대의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벌교伐交)이며, 그 다음이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벌병伐兵)이고, 그 아래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공성攻城).' 군사로 공격하는 벌병(伐兵)은 피차 출혈이 불가피하고, 공성(攻城)은 그보다 훨씬 큰 피해를 감수하여야 하니, 이들은 좋은 전략일 수 없다. 벌병이나 공성보다는 상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외롭게 만드는 벌교(伐交) 전략이 좋다. 이보다 더 최상의 전략은 벌모(伐謀) 즉 상대의 책모를 공략하는 전술이다. 즉 상대로 하여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전쟁 억지력을 가리킨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나라의 강력한 군사력에서 나온다.

기업들에게 있어서도, 상병벌모(上兵伐謀)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당연히 최상의 전략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허, 상표 등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특허 등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경영은 공허하다. 경쟁 환경에서의 주도권은 언감생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기껏 타사의 뒤를 추종하며 연명하거나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권이 잘 구축되어 있다면, 사전에 그 존재만을 가볍게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경쟁사들의 책모를 꺾어 분쟁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설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비즈니스를 주도하려면 선택하여야 한다. 남의 엄두를 꺾을 것인가 혹은 내 엄두가 꺾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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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and Prepear reach an agreement on pear-shaped logo trade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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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decided to take legal action against a company called Prepear in August 2020 because the company has a pear-shaped...

9to5m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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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monopoly: next they will come for the farmers

 

Chris Kulbacki

 

chriskulbac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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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s and Oranges: Behind Apple’s ‘Bullying’ on Trademarks (Published 2022)

The company has opposed singer-songwriters, school districts and food blogs for trying to trademark names or logos featuring an apple — or a pear or pineapple.

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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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만 봐도 파르르…사과 로고에 민감한 애플

 

잎사귀만 봐도 파르르…사과 로고에 민감한 애플

[BY jobsN] 스타트업 로고에도 소송 불사 '너무하다'는 의견이 대부분 디자인 업계는 "애플 입장도 이해"...

m.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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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백전백패(百戰百敗)-스타벅스의 상표 분쟁사례

 

**  상병벌모(上兵伐謀)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백전백승은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최상의 전략은 상대의 책모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이 상대의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고, 그 아래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제3편 모공(謨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