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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10 <아테나이11> 아프로디테의 헬레네 설득전술

by 변리사 허성원 2023. 5. 5.

<아테나이11> 아프로디테의 헬레네 설득 전술

 

트로이전쟁은 헬레네로 인해 벌어졌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그녀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그를 따라 트로이로 도주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찌하여 잠시 스쳐 만난 먼 타국의 왕자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급기야 남편과 나라마저 버리고 떠나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치밀한 공작이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기로 약속했었다. 자신을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아준 보답이었다. 아킬레우스의 부모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을 새긴 황금사과를 잔치판에 던졌다. 그러자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황금사과를 서로 차지하려 다투었고, 이를 난감하게 여긴 제우스는 이데 산의 목동으로 버려져 있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그 판단을 떠넘겼다. 여신들은 파리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앞 다투어 선물을 공약했다. 헤라는 부와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와 승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파리스는 최고 미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였다.

당시 세상에서 최고의 미녀는 단연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였다. 그 스파르타에 파리스가 우연히 운명적으로 방문하게 되었고,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 왕의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마침 메넬라오스는 그의 외할아버지인 크레타의 왕 카트레우스의 부고를 받고, 부득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크레타로 떠났다. 아프로디테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파리스에게 빚을 갚기 위해, 미리 준비한 작전대로 헬레네를 설득하기로 한다. 아프로디테의 작전에 따른 설득 장면은 나폴리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릴리프 조각 작품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왼쪽에는 아프로디테가 헬레네에게 바싹 붙어 앉아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뭔가 말하고 있고, 오른쪽 떨어진 곳에는 파리스와 날개달린 어린애 모습의 에로스가 서있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는, 로마 신화에서 큐피드라 불리는 사랑의 신으로서, 그가 쏜 사랑의 화살을 맞은 사람을 사랑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에로스는 마치 파리스를 향해 '내가 헬레네에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사랑의 화살을 쏘았어요'라고 하며 자신의 공을 자랑하며 서있는 듯하다. 아프로디테의 뒤쪽 위에 있는 작은 여인은 설득의 여신 페이토이다. 페이토는 설득 논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여 연설이나 수사학의 신으로 비유되기도 하며, 통상 아프로디테와 항상 함께 다닌다.

이처럼 아프로디테의 헬레네 설득 전술에는 무려 세 명의 신이 동원되었다. 이들이 각자 다른 설득 수단을 구사한다. 그것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수사학에도 언급되어 있다. 바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로서,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메시지 각각에 작용하는 설득력이다. 에토스는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 혹은 신뢰를 가리키며,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심리적 욕구, 감정 혹은 정서를 의미한다. 로고스는 설득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논리나 논증이다. 이들 중 어느 것이 가장 영향력이 클까? 그건 에토스이다. 광고에서 유명 인사를 모델로 내세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다음이 듣는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는 파토스의 설득력이고, 로고스를 통한 논리적인 설득은 그 설득력이 가장 약하다.

아프로디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3가지 설득의 무기를 모두 동원하였다. 헬레네를 직접 설득하는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 12주신 중 하나로서 권위 있는 미의 여신이기에, 그녀는 에토스에 해당한다. 설득 대상인 헬레네는 이미 에로스의 사랑의 화살을 맞아 그 마음은 파리스에게 기울여져 있었다. 에로스는 헬레네의 파토스를 장악한 것이다. 거기다 페이토는 그녀가 파리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논거를 제시하여 로고스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세 가지 설득 수단, 아토스, 파토스, 로고스로 구성된 강력한 설득의 삼각편대가 동시에 서로 힘을 합쳐 조화롭게 가동되어, 헬레네를 집중 공격하는 모습이다. 그 빈틈없는 설득의 합동 전술을 어느 누가 피하거나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걸 보면 아프로디테는 그저 미모만으로 올림포스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 상대가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완벽한 설득의 덫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 가동시킨 그녀는 진정 지혜로운 설득의 여신이라 할 것이다. 한편 헬레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런 철저히 준비된 설득 전술이라면, 아마도 머리, 가슴, 영혼이 모두 함께 동조하는 매우 행복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꼭 배워야 하는 것은, 상대를 행복하게 설득할 수 있는 아프로디테의 그 완벽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설득 삼각편대 전술이다.

 

 

오른쪽으로부터 파리스, 에로스, 아프로디테, 헬레나, 페이토. Aphrodite persuading Helen to go with Paris ' where Peitho is present. Marble relief in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Napoli.
Helen on Aphrodite's lap and Eros and Paris standing.

 

** 카트레우스(Catreus)
크레타 왕. 미노스 파시파에의 아들. 메넬라오스의 어머니 아에로페의 아버지.
자식에게 살해당할 거라는 신탁으로 인해 아들 알타이메네스를 로도스로 추방하였다. 훗날 노령으로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주기 위해 로도스에 갔으나, 해적으로 오해한 아들 알타이메네스가 던진 창에 살해당했다.
사실을 알게 된 알타이메네스는 자신의 기도대로 대지의 틈에 삼켜져 죽었다.
아에로페는 아트레우스와 결혼하여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를 낳지만, 남편의 동생 티에스테스와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이 숨긴 황금빛 새끼양을 티에스테스에게 내주었다가, 아트레우스에게 살해당한다.

** 페이토(Peitho)
설득의 여신. 연설, 수사학의 신이기도 함. 
"고대 그리스인들이 인간의 추상적인 행위나 사고, 감정 등을 인격화시켜 만들어낸 신 가운데 하나로 설득과 유혹, 언변술을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어로 페이토(Πειθώ)는 ‘납득시키다’라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에서 연설을 통한 대중 설득과 선동이 중요해지면서 함께 신격화되었다. 사람과 지역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아프로디테의 속성과 결부되어 아프로디테의 별칭으로도 사용되었다." _ [네이버 지식백과] 페이토 [Peitho] 

 

Peitho: Goddess of Persuasion

  The New Arts of Persuasion: Contemporary Media, Communications, and Rhetoric PEITHO: Persuasion as Seduction Peitho: Goddess of Persuasion     One of the more shadowy and elusive of the Greek mythological characters is the goddess Peitho, patron deit

condor.depaul.edu

Persuasion is strongest when in the company of desire. 
PEITHO was the goddess or personified spirit (daimona) of persuasion, seduction and charming speech. She was a handmaiden and herald of the goddess Aphrodite.
Peitho was usually depicted as a woman with her hand raised in the act of persuasion or fleeing from the scene of a rape. Her attributes were a ball of twine and a d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