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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284

[허성원 변리사 칼럼] #47 도산서원의 '쥐구멍의 지혜' 도산서원의 '쥐구멍의 지혜'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陶山書院)에는 본관인 전교당의 한편에 관리자들이 거처하는 고직사(庫直舍)가 있고, 그곳에는 곡식 등을 보관하는 곳간이 여러 개 있다. 그 곳간들의 문짝에는 특이한 것이 있다. 문이 닫히면 아래쪽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구멍이 생긴다. 그것은 쥐구멍인 동시에 고양이 구멍이라고 해설가가 설명한다. 쥐가 들락거리며 곡식을 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시에, 쥐를 잡는 고양이도 들락거리며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말이다. 잠시 갸우뚱 혼란이 오는 듯 했지만, 금세 그 대단한 지혜에 무릎을 치게 된다. 쥐는 천성적으로 먹을거리만 있는 곳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반드시 쥐구멍을 만들어 침투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나무와 흙으로 지은 곳간이라면.. 2021. 10. 23.
[허성원 변리사 칼럼] #46 이끄는가 보좌하는가 지키는가 받드는가 이끄는가 보좌하는가 지키는가 받드는가 논공행상(論功行賞)은 공(功)을 논하여 상(賞)을 시행하는 일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정변 등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 상을 베풀어 공신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권력의 유지와 강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논공행상이 공정과 적정에 실패하면 신뢰가 무너지고 분란이 일으켜 오히려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실적이 오르고 투자가 넉넉히 유치되면 경영자는 그동안 고생해온 팀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베풀어야 한다. 다들 나름 기대한 바가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능력, 역할, 기여가 모두 달라 차등이 불가피하니 경영자들의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고민하는 그들에게 진문공(晉文公, 재위 BC636~628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진문공은 제환공(齊桓.. 2021. 10. 16.
[경남시론] 삐치지 말자 삐치지 말자 아내가 삐쳤다. 갈 길은 먼데 뾰로통하니 입과 눈을 닫고 인상만 쓴 채 옆 자리에 있다. 삐친 이유야 내가 제공하긴 했지만 대화가 막히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갑갑함에 슬슬 화가 치밀어 이제는 내가 입을 닫고 더 삐친다. 내 삐침은 좀 오래 간다. 냉랭함이 길어지면 그제야 아내가 슬그머니 달래려 들지만 나는 더욱 뻗댄다. 그렇게 소모적으로 삐치고 화내고 질질 끌다 마지못해 풀리고 그러는 게 우리 부부의 삐침 공식이다.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 삐친 아내보다 삐친 나 스스로를 다루기가 훨씬 더 힘들다. 한 작은 모임에서 친구가 회장을 맡게 되었다. 그는 취임 인사에서 회원들에게 딱 한 가지만 부탁한다며 한 말이 '삐치지 말자'였다. 듣는 순간에는 다들 크게 웃고 넘어갔지만, 그 말은 오랫동안.. 2021. 10. 10.
[허성원 변리사 칼럼] #45 백래시, 시대 변화의 행진곡 백래시, 시대 변화의 행진곡 걸음이 불편한 노인이 앞서 걷고 있다. 길 폭이 어중간하여 지나치지 않고 뒤따라 천천히 걷는데, 한 젊은이가 나를 툭 치며 빠르게 지나쳐 가서는 노인도 스치며 지나간다. 그때 노인이 적잖이 휘청이다 겨우 바로 선다. 젊음에 추월당하며 위태롭게 흔들리는 기성세대의 모습, 이 사회의 백래시 현상을 연상케 한다. '백래시(backlash)'는 기계 전문가들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다. 기어와 같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기계요소는 운동을 전달하기 위해 구동측과 피동측이 서로 접촉하는 곳이 있다. 그 접촉점의 반대편에는 약간의 여유 틈새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틈새가 없으면 양측이 서로 꽉 끼여 움직일 수 없다. 양측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그 틈새가 바로 '백래시'다. 구동.. 2021.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