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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도그 휘슬, 개에게만 들리는 호루라기

by 변리사 허성원 2026. 5. 16.

도그 휘슬, 개에게만 들리는 호루라기 

도그 휘슬은 사람 귀에는 안 들리고 개에게만 들리는 호루라기에서 따온 말로,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발화에 특정 집단만 알아챌 코드를 심는 정치 화법을 가리킨다. 1876년 골턴이 만든 무성 호루라기에서 비유가 나왔고, 1990년대 호주 하워드 총리 비판에서 정치 용어로 정착해 영미권으로 역류했다. 결정적 사례는 1981년 리 애트워터 인터뷰다. 그는 노골적 인종 비하가 '주의 권리', '세금 감면'으로 추상화되는 사다리를 직접 시인했다. 1980년 레이건의 네쇼바 카운티 연설, '복지의 여왕' 서사가 그 작동의 표본이다. 도그 휘슬은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의 선별과 코드화로 작동하므로, 분석이 음모론이 되지 않으려면 외부 증거가 필요하고 진영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I. 개념: 두 청중에게 동시에 말하는 기술

도그 휘슬(dog whistle)은 원래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고 개에게만 들리는 고주파 호루라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19세기 영국의 박물학자이자 통계학자였던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발명한 도구로, '골턴의 호루라기(Galton's whistle)'라고도 불린다. 이 물리적 도구가 정치 분석의 핵심 은유로 도약했다.

정치 영역의 도그 휘슬은, 표면적으로 평범하고 무해해 보이는 메시지에 특정 집단만 알아챌 수 있는 암호화된 의미를 심어두는 화법을 가리킨다. 개에게만 들리는 호루라기처럼, 일반 청중은 무심코 흘려듣지만 의도된 수신자에게는 분명한 신호가 송신된다.

작동 구조

화자는 외견상 중립적이거나 일반적인 단어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 단어가 특정 하위문화나 정치 집단 내에서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화자는 공식적으로는 "그저 일반적인 말을 했을 뿐"이라고 부인할 수 있는 알리바이를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표적 청중에게는 분명한 신호를 송신한다. 부인가능성(plausible deniability)과 표적 호명을 동시에 달성하는 수사 기법이다.

이 기법의 정치적 효용은 청중을 둘로 분할하는 데 있다. 같은 문장을 듣고도 누군가는 평범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동지 신호로 받아들인다. 발화자는 두 청중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비판이 들어올 때마다 "왜 그렇게 과민하게 해석하느냐"고 책임을 청자에게 돌릴 수 있다. 이 비대칭이 도그 휘슬의 정치적 효용이자, 동시에 그것이 비판받는 핵심 이유다.

II. 계보: 호주에서 시작되어 영미권으로 역류한 용어

도그 휘슬이라는 표현의 근원은 세 층위로 나누어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리적 도구의 발명

19세기 골턴의 무성 호루라기가 출발점이다. 흥미로운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호루라기를 발명한 골턴 자신이 우생학이라는 의사과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은 도그 휘슬 비평가들이 종종 지적하는 대목이다.

초기 비유적 사용

정치적 발화를 도그 휘슬에 빗댄 가장 이른 기록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American Economic History라는 책에서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연설을 두고 "현대 도그 휘슬과 같이, 음이 너무 높아 예민한 농촌의 귀는 완벽히 포착하지만 비우호적인 동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묘사한 대목이 있다. 다만 이때의 용법은 직유(simile)에 머물러 있었다. "도그 휘슬과 같다"고 비유한 것이지, "이것은 도그 휘슬이다"라고 단언한 것은 아니었다.

또 하나의 학술적 계보는 여론조사 분야에서 비롯된다. 언어학자 윌리엄 사파이어(William Safire)에 따르면, 정치 용어로서의 도그 휘슬은 여론조사 분야의 용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1988년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책임자 리처드 모린은 "질문 표현의 미묘한 변화가 때로 놀랍도록 다른 결과를 낳는다. 연구자들은 이를 '도그 휘슬 효과'라 부른다. 응답자가 연구자는 듣지 못하는 무언가를 질문 안에서 듣기 때문"이라고 썼다.

정치 용어로의 정착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정치적 은유로서의 도그 휘슬은 1990년대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의 정치 캠페인에 자주 적용되면서 호주 정치 어휘로 자리잡았다. 하워드는 11년의 총리 재임 기간 동안, 특히 4기 임기에서 "un-Australian", "mainstream", "illegals" 같은 코드 단어를 사용해 불안한 호주 유권자에게 호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호주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경로도 명확하다. 하워드의 호주 선거 캠페인 네 번을 관리했던 정치 컨설턴트 린턴 크로스비(Lynton Crosby)가 2005년 영국 총선 당시 보수당 자문역으로 일하면서 이 용어를 영국 정치 담론에 도입했다. 2005년 5월 23일자 영국 The Economist는 "지난 몇 주 동안 새로운 표현이 웨스트민스터 어휘에 진입했다. 도그 휘슬 정치라는 표현이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학술 담론에 이 용어가 표준으로 정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UC 버클리 법학 교수 이언 헤이니 로페즈(Ian Haney López)가 2014년 저서 Dog Whistle Politics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학술 어휘가 되었고,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정치적 은유로 도그 휘슬을 등재한 것은 2017년 4월이었다.

비유의 계보가 호주에서 시작되어 영미권으로 역류한 점은 특히 흥미롭다. 정치적 코드화 자체는 어디서나 있었지만, 그것을 '도그 휘슬'이라 이름 붙여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호주 정치학과 언론이 먼저였다.

III. 사례: 미국 정치사의 두 교과서적 장면

미국 정치사에서 도그 휘슬 연구가 가장 발달한 이유는 분석의 일차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중 두 장면이 도그 휘슬의 작동 원리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다.

리 애트워터의 자기 증언

도그 휘슬 연구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료는 1981년 리 애트워터(Lee Atwater)의 인터뷰다. 도그 휘슬의 작동 원리를 그 기법을 설계한 당사자 자신이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희귀한 자료다.

레이건 백악관에서 일하던 애트워터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정치학자 알렉산더 라미스(Alexander Lamis)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을 인용하지 마시오. 1954년에는 'N---, N---, N---'라고 말하면서 시작합니다. 1968년이 되면 'N---'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당신에게 해가 됩니다. 역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강제 버스 통학(forced busing), 주의 권리(states' rights)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점점 추상적으로 변해서, 세금 감면을 이야기하게 되고, 이런 것들은 전적으로 경제적인 사안이지만 그 부산물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삭감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버스 통학 이슈보다, 또 'N---, N---'보다 훨씬 더 추상적입니다."

이 인터뷰가 결정적 사료인 이유는, 발화자가 자신의 행위를 '추상화(abstract)' 과정으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노골적 인종 비하에서 정책 코드("강제 버스 통학", "주의 권리")로, 다시 더 추상적인 경제 코드("세금 감면", "정부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분석자의 추정이 아니라 설계자 본인의 진술로 확인된다.

라미스는 1984년 저서 The Two-Party South에서 애트워터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인터뷰를 출간했고, 15년 후 그가 사망한 뒤 이름을 밝히며 재출간했다. 2012년 The Nation 매거진이 42분 분량의 인터뷰 녹음을 공개하면서 이 사료의 진위 논란까지 종결되었다.

1980년 네쇼바 카운티 페어와 '주의 권리'

애트워터가 말한 추상화 사다리의 첫 단인 '주의 권리'가 실제 캠페인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1980년 8월에 있었다.

1980년 8월 3일, 레이건은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첫 주요 선거 유세지로 미시시피주 필라델피아 인근의 네쇼바 카운티 페어를 선택했다. 1964년 그곳에서 세 명의 시민권 운동가 채니, 굿맨, 슈워너(Chaney, Goodman, Schwerner)가 KKK 단원들에게 살해당한 장소였다. 다음날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은 "레이건, 미시시피 페어에서 유세; 만 명의 청중 앞에서 주의 권리 지지 천명"이었다.

'주의 권리(states' rights)'는 수십 년 동안 인종 분리주의자들의 결집 슬로건이었다. 1948년 대선의 스트롬 서먼드(Strom Thurmond), 1968년 대선의 조지 월리스(George Wallace)가 이 슬로건을 내걸었던 인물들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밥 허버트(Bob Herbert)는 "1980년 캠페인을 지켜본 모든 사람이 레이건이 그 페어에서 무엇을 신호했는지 알고 있었다"고 썼다.

도그 휘슬의 부인가능성 구조가 여기서 깔끔하게 드러난다. '주의 권리'는 헌법학적으로 완벽히 정당한 연방주의 어휘다.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인종주의도 함의하지 않는다. 레이건은 비판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헌법의 연방주의 원리를 말했을 뿐"이라고 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단어를 그 장소에서 발화하는 순간, 표적 청중에게는 다른 신호가 전달된다. 1948년 서먼드부터 이어진 분리주의 슬로건의 계보가 살아난다.

'복지의 여왕'과 일반화의 도약

또 하나의 결정적 사례가 '복지의 여왕(welfare queen)'이다. 이것은 단어 자체로는 인종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인종 코드를 송신하는 도그 휘슬의 교과서적 사례다.

사실 관계는 다음과 같다. 복지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1974년 가을 시카고 트리뷴 기사가 보도한 실존 인물 린다 테일러(Linda Taylor)에게 처음 붙여졌다. 그녀는 실제로 광범위한 복지 사기를 저질렀고, 1977년 3월 유죄 판결을 받아 2~6년 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정치적 사용 방식이다. 레이건은 1976년 1월 뉴햄프셔 예비선거 유세에서 그녀의 소득을 15만 달러로 주장했고, 공화당 후보 지명을 잃은 후 10월 라디오 방송에서는 "그녀가 챙긴 돈이 백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74년 대배심이 그녀를 기소했을 때 금액은 총 7,608달러였고, 나중에 8,866달러로 늘어난 수준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사실의 확대다. 8천 달러가 15만 달러로, 다시 백만 달러로 부풀려진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일탈적 개인이 하나의 유형(type)으로 일반화된다는 점이다. 전기 작가 조시 레빈(Josh Levin)은 "레이건은 그녀를 하나의 유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형이었지만, 레이건과 미디어는 그 묘사에 부합하는 다른 몇몇을 찾아 보여주려 열심히 노력했다"고 분석한다.

도그 휘슬로서의 핵심은 다음 구조다. 레이건은 결코 테일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고, 그녀를 직접적으로 인종화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시카고, 복지, 캐딜락, 모피 코트, 푸드 스탬프로 산 티본 스테이크. 이 신호들의 조합이 1976년 미국 청중에게 무엇을 지시하는지는 명시적 호명 없이도 전달되었다.

여기서 분석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린다 테일러는 실존했고, 실제로 사기를 저질렀다. 그러므로 그 이야기 자체는 거짓이 아니다. 도그 휘슬은 거짓말과 다르다. 그것은 사실의 진위가 아니라, 사실의 선별적 일반화와 코드화된 송신을 통해 작동한다. 한 명의 실존 범죄자가 한 집단 전체의 표상으로 확대되는 그 도약 지점에서, 도그 휘슬은 자기의 일을 한다.

IV. 유의점: 분석이 음모론이 되지 않으려면

도그 휘슬은 강력한 비평 도구이지만, 동시에 남용 위험이 큰 도구다. 분석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제가 필요하다.

외부 증거의 요건

도그 휘슬의 존재를 입증하려면, 그 표현이 특정 하위집단 내에서 실제로 코드로 통용되고 있다는 외부적 증거가 필요하다. 화자의 의도를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적 반대자의 모든 중립적 발언을 "그건 도그 휘슬이다"라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분석은 음모론과 구분되지 않게 된다.

레이건 사례에서 도그 휘슬 분석이 학술적으로 안정된 이유는, 이 기법이 의도적으로 설계되었음을 입증할 외부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애트워터 인터뷰가 바로 그 증거다. '주의 권리'와 '세금 감면'의 추상화 사다리를 설계자 본인이 인정하고 있으므로, 비판자가 "당신이 과민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반박을 받지 않는다. 이런 결정적 자기 증언이 없는 경우, 분석은 훨씬 신중해야 한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분석

도그 휘슬 분석이 한쪽 진영의 무기로만 쓰일 때, 그것은 분석이 아니라 진영 비방이 된다. 도그 휘슬 연구의 권위자 이언 헤이니 로페즈도 정치 스펙트럼의 어느 부분에서든 도그 휘슬이 사용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가 직접 사례로 든 인물 중에는 빌 클린턴이 있다. 로페즈는 클린턴이 1992년 대선 캠페인 당시 제시 잭슨 같은 저명한 흑인 미국인들에게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기획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법은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그람시가 헤게모니를 분석한 이유가 우파 헤게모니를 비판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좌파 운동이 자신의 코드화 관행을 자각해야 한다는 자기성찰의 도구이기도 했던 것처럼, 도그 휘슬도 그렇게 다뤄야 분석으로서 살아남는다.

거짓말과 다른 것

도그 휘슬은 사실의 진위가 아니라 사실의 선별과 코드화를 통해 작동한다. 린다 테일러는 실존했다. '주의 권리'는 헌법 어휘다. 발화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그 휘슬 분석은 "당신은 거짓말을 했다"가 아니라 "당신은 그 단어를 그 맥락에서 그 청중을 향해 말했다"를 입증해야 한다. 이 정밀함을 놓치면 분석은 단순한 비난으로 떨어진다.

민주주의에 대한 함의

호주 정치학자 로버트 구딘(Robert E. Goodin)과 마이클 소워드(Michael Saward)는 2005년 논문 "Dog Whistles and Democratic Mandates"에서 도그 휘슬의 진정한 문제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이 캠페인 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지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같은 것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은 '민주적으로 무의미하다'. 도그 휘슬 발화자에게 정책적 위임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그 휘슬을 단순한 수사 기교로 다룰 수 없는 이유다. 그것은 선거 결과의 해석 자체를 무너뜨린다. 같은 표를 받은 두 청중이 서로 다른 정책을 지지했다고 믿고 있을 때, 당선자의 위임은 무엇에 대한 위임인가. 도그 휘슬 분석이 정치 평론의 한 기법을 넘어 민주주의 이론의 한 영역으로 진입하는 지점이 여기다.

V. 결어: 어휘의 정치학

어떤 현상을 명명하는 일이 그 현상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정치적 코드화는 어디서나 있었지만, 그것이 '도그 휘슬'이라는 이름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분석 대상이 되었다. 1990년대 호주에서 시작되어 영미권으로 역류한 이 명명의 역사 자체가, 정치 담론사의 한 장면이다.

도그 휘슬을 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하나는 자신을 향한 도그 휘슬을 식별하는 능력이다. "왜 하필 그 단어를, 그 장소에서, 그 청중에게 말하는가"를 묻는 능력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진영이 사용하는 도그 휘슬을 자각하는 능력이다.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어렵다. 도그 휘슬은 본디 동지에게는 정확히 들리도록 설계된 호루라기이기 때문이다.

개에게만 들린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동지에게만 들린다'. 어쩌면 도그 휘슬 분석이 진정으로 가르치는 것은, 우리가 어느 진영의 개인지를 묻게 만든다는 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