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서 칼리클레스와 소크라테스가 벌이는 논쟁을 현대의 사업가 두 사람의 대화라고 상정해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아래에서는 각자의 주장과 그것이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요약합니다.
칼리클레스 : 본능과 욕망을 따르는 공격적 경영자
- 규범과 법을 약자의 도구로 본다 –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가 “대중적이고 저속한 권리관념”(convention)을 들이댄다고 비난하며, 이런 관념은 자연(본성)에 기반하지 않고 단지 사회적 관습일 뿐이라고 말한다people.uncw.edu. 그는 법과 도덕은 “약자들이 강자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people.uncw.edu, 자연의 정의란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보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고 지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people.uncw.edu.
- 욕망과 쾌락을 성공의 척도로 본다 – 칼리클레스에게 자연적인 선은 쾌락이다. 그는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욕망을 최대한 키우고 그것을 충족시켜야 하며, 이것이 자연적 정의이고 고귀함이라고 말한다people.uncw.edu. 절제와 정의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그런 덕목을 내세우며, “감각적 쾌락과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덕과 행복이라고 주장한다people.uncw.edu.
- 철학·윤리보다는 정치와 실리를 중시 – 그는 철학을 너무 오래 하면 “정치를 모르게 되며 인간적 쾌락과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people.uncw.edu. 규제와 윤리적 제약을 가볍게 여기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강자들이 규정을 뛰어넘어 경쟁자를 누르고 시장에서 최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 자연의 도리라고 보는 경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 절제와 정의를 강조하는 윤리적 리더
- 쾌락과 선을 구분해야 한다 – 소크라테스는 칼리클레스가 쾌락과 선을 동일시하는 것에 반박한다. 그는 “지혜와 용기는 쾌락과 다르며”people.uncw.edu, 어리석은 자나 겁쟁이도 전쟁에서 적이 후퇴하면 기뻐하고 위험이 오면 두려워하듯이people.uncw.edu 단순한 기쁨은 누구나 느낄 수 있으므로 쾌락 자체가 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쾌락이 아닌 지혜와 용기를 통해 질적으로 좋은 쾌락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구멍 난 항아리’ 비유 – 그는 욕망을 억제하지 않는 삶은 “밑 빠진 항아리”와 같다고 비유한다.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벌이는 사람은 밤낮 없이 물을 채워야 하는데, 잠시라도 멈추면 고통을 겪는다people.uncw.edu. 반면 절제된 사람은 항아리가 단단하게 채워져 있어 더 이상 욕망을 채울 필요가 없다. 현대 기업에 비유하면, 끝없는 확장과 소비에 몰두하는 기업은 항상 불안정하며, 절제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오히려 안정과 만족을 얻는다는 메시지다.
- 절제와 지식이 진정한 힘 – 소크라테스는 행복은 “절제”(소프로쉬네)에서 오며, 우수한 정치가는 대중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가장 좋은 것”을 조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supersummary.com. 이는 지도자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선을 위해 법과 윤리를 지키고, 회사와 사회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관점과 통한다.
현대 경영 환경에의 적용
- 단기 이익 vs. 지속 가능성 – 칼리클레스는 규제와 윤리를 “약자가 강자를 묶기 위한 족쇄”로 보며, 최대한의 수익과 성장을 위해 법망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는 고위험 투자, 독과점 형성, 환경·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채 주주가치만을 추구하는 CEO의 모습과 닮아 있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윤리와 절제 없는 성장은 “구멍 난 항아리”처럼 끝없는 욕망을 낳아 기업과 사회를 파괴한다고 본다. 그는 장기적인 명성, 신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지속 가능 경영을 강조한다.
- 규제와 공정성에 대한 시각 차이 – 칼리클레스는 규제를 억압적인 제도라고 보지만, 소크라테스는 규제와 법이 선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며 공정한 경쟁과 기업 문화의 건강을 지키는 장치라고 본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경영자는 조직을 다스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칼리클레스의 철학이 ‘주주 자본주의’의 극단이라면, 소크라테스는 직원·고객·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고려하는 윤리적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선한 영혼”과 “정의”가 사후 심판에서 보상받는다고 말하며supersummary.com, 윤리적 성공이 장기적으로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옴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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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철학적 대화체로, 칼리클레스적 CEO와 소크라테스적 자문가, 그리고 중재자가 참여하는 격렬한 좌담극을 바로 올리겠네. 아래 본문은 경영철학을 다루되, 은유와 비유, 반문법을 적극 사용하여 논박과 재반박이 촘촘히 얽히도록 구성했네.
경영의 목적은 무엇인가: 권능과 영혼에 대하여
(소규모 비공개 좌담. 좁은 회의실. 창문 밖으로 공장이 내려다보인다. 탁자 위에는 매연을 닦아낸 듯한 잔금과 커피 얼룩. 세 사람—칼리클레스적 CEO 강우현, 소크라테스적 자문가 서도연, 그리고 중재자 윤정민—이 마주 앉아 있다.)
윤정민(중재자): 자, 오늘 논의의 주제는 간명하네. “윤리란 경영을 약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강하게 하는가.” 우현 대표가 먼저 말을 열고, 도연 선생이 이어 반론을 하게. 나는 균형을 잡고 논지를 맺는 역할을 맡겠네.
강우현(CEO): (짧게 웃는다) 논쟁을 길게 끌 생각은 없네. 경영은 전쟁이야. 전쟁에서 살아남는 쪽이 정의를 쓴다네. 공장 라인의 속도, 구매 단가, 납기, 불량률—모두 칼끝 같은 숫자들이지. 이 숫자에서 뒤처지는 순간 우리는 고객의 기억에서 지워진다네. 나는 조직에 두려움을 요구하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느슨함에 대한 부끄러움, 외부 경쟁자에게 무릎 꿇을지도 모른다는 근원적 공포. 그 공포가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손을 재빠르게 하며, 머리를 차갑게 만든다네.
서도연(자문가): 대표, 두려움이 손을 재빠르게 하는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손이 재빠른 만큼, 영혼은 느려지지 않던가. 두려움은 일을 밀어붙이되, 생각을 움츠리게 하지. 내가 묻겠네. 그대가 원하는 것은 복종인가, 아니면 탁월인가? 복종은 명령이 있을 때만 움직이고, 탁월은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를 밀어 올린다네.
강우현: (의자를 당기며) 탁월? 아름다운 말이지. 그러나 탁월은 배고픔 위에서 태어난다네. 배부른 조직은 늘 합리화하지. “품질을 위해 속도를 낮춥시다.” “안전을 위해 생산계획을 재조정합시다.” 그 말들이 모여 이윤을 먹어 치운다네. 나는 두렵게 만들겠네. 왜냐면 공포는 욕망보다 빠르게 달리거든.
서도연: 공포가 빠르게 달리는 것은 맞네. 다만 어디로 달리는지를 모를 뿐. 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늘, 정확하게 달려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북풍이 옷을 벗기려 분노할수록, 나그네는 더 꽁꽁 싸매지 않던가. 반대로 햇살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옷을 벗긴다네. 나는 경영의 햇살을 말하네. 명령으로 움직이는 손보다, 의미로 움직이는 손이 오래 버틴다네.
강우현: (비웃음) 햇살이 공장을 돌려주진 않지. 햇살은 아름답지만, 터빈은 바람이 돌린다네. 그리고 시장의 바람은 냉혹하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함이 아니라 압력이지. 파이프를 통과하는 유량은 압력차가 만든다네. 사랑이 아니라.
서도연: 그렇다면 반대로 묻겠네. 그 압력은 파이프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게 하던가? 압력이 크면 균열은 미세하게 생기고, 균열은 피로를 부르네. 사람도 그렇지. 압력의 설계 없는 압력은, 성과의 형상을 한 파괴일 뿐이네. 경영자의 첫 미덕은 압력의 설계일세. 어느 지점에서 밀고, 어느 지점에서 받치고, 어느 지점에서 풀어줄지. 공포는 설계가 아니네. 공포는 폭포일 뿐.
윤정민: (메모를 넘기며) 두 분 모두 압력의 필요는 인정하는 듯하네. 다만 성격이 다르군. 우현 대표는 위기와 속도를, 도연 선생은 구조와 지속을 말하지.
강우현: 지속? 지속은 승자에게만 허락되는 사치일세. 먼저 살아남고 나서 지속을 말하자고. 금주부터 납기 압박이 온다네. 우리는 내 주먹으로 시간을 비틀어야 해. 사람은 몰아붙이면 생각보다 강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난 사냥꾼처럼, 순간의 한계를 넘어서지.
서도연: 대표, 호랑이 앞에 선 사냥꾼은 살아남기 위해 달리지. 그러나 그 달리기가 지혜를 낳던가? 위기 속의 힘은 발에서 나오지만, 평화 속의 힘은 머리에서 나오네. 기업이 영속하려면, 발이 빠른 조직보다 머리가 깊은 조직이 되어야 하네. 위기엔 달리되, 일상엔 사유해야 하네. 나는 그 균형을 경영이라 부른다네.
강우현: (탁자를 톡톡 친다) 사유는 오후 즈음 커피와 함께 하면 되네. 오전에는 숫자를 채우고. 자네는 사유가 성과를 만든다고 하지만, 나는 성과가 사유를 보호한다고 보네. 이익이 있어야 철학도 숨 쉬지.
서도연: (미소) 숨쉴 공기를 벌기 위해 폐를 버린다면, 숨은 어디로 쉬나? 이익으로 철학을 보호하려면, 철학이 이익을 길로 만들어야 하네. 수단이 목적의 기초를 부수면, 결국 목적도 잃게 되지. 예를 들어 보세. 강철을 빠르게 식히면 경도가 오르나, 동시에 취성이 오르네. 빠름의 경도는 깊음의 유연성을 잃는다네. 사람과 조직도 동일하지.
강우현: (눈을 가늘게 뜨며) 그대의 비유는 아름답다만, 나는 아름다움 대신 승리를 원하네. 나는 “약간의 불의”를 감수할 수 있다고도 보네. 법은 지키되, 편법 정도는 전략이라네. 상대가 그렇게 하니까. 내가 청정해도 시장은 더럽지. 깨끗한 손으로 진흙탕 씨름에 나가면, 지는 법일세.
서도연: 진흙탕에서 이기는 법은 두 가지네. 하나는 더 깊이 빠지는 것, 다른 하나는 판을 바꾸는 것. 전자는 이겨도 썩고, 후자는 질 수도 있으나 맑아지네. 대표, 나는 그대가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네. 단기적 이익을 위해 편법의 문을 열면, 직원들은 그 문턱의 낮음을 기억하지. 오늘의 편법은 내일의 범법을 부르네. 조직은 말로 배우지 않고 관찰로 배운다네. 리더의 행동은 회사의 교과서일세.
강우현: (숨을 고르고) 선생, 나는 착한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강한 회사를 만들려는 것이네. 선은 귀하지만, 강함이 먼저일세. 강하지 않으면, 선은 전시용 장식이 되지.
서도연: 강함은 무엇의 강함인가? 근육의 강함인가, 뼈의 강함인가, 심장의 강함인가. 근육은 빠르게 커지나 쉽게 찢어지고, 뼈는 느리게 강해지나 오래 버티며, 심장은 리듬으로 전체를 지탱하네. 회사의 강함이란 리듬의 강함, 곧 문화의 강함이네. 문화는 리더의 윤리에서 시작되고, 구성원의 습관에 뿌리내리지. 사내 어디서든 “우리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라는 공적 양심이 작동할 때, 그 회사는 폭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을 얻는다네.
강우현: (잠시 창밖을 본다) 문화… 좋은 말이지. 하지만 문화는 배를 띄우는 바람이 아니라, 돛을 색칠하는 페인트에 가깝네. 바람이 없으면 돛은 아름다워도 움직이지 않아.
서도연: 문화는 바람이 아니라 별이네. 바람은 우리를 움직이고, 별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바람만 따라 항해하면, 먼 안개 속 암초에 부딪힌다네. 별이 없으면, 바람은 우리를 속도 있게 길 잃게 만들 뿐.
윤정민: (손을 들어 대화를 잠시 멈춘다) 두 분의 은유가 풍성하네. 요점만 다시 묶겠네. 우현 대표는 “속도와 압력, 그리고 현실의 진흙탕에서 이기는 법”을 말하고, 도연 선생은 “지속과 설계, 문화라는 별의 항법”을 말하네. 자, 이제 서로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게나. 상대의 심장부를 겨냥해도 좋으나, 인신공격은 금지일세.
강우현: (즉시) 좋네. 도연, 자네 말대로 문화가 강함의 리듬이라면, 어떻게 내일 아침 생산라인의 납기를 맞출 수 있나? 낭만이 라인을 돌려주지 않는다네. 구체적 지시에 답하라네.
서도연: 납기를 맞추는 법은 세 가지라네. 첫째, 오늘의 현장 판단을 왜곡하지 않는 투명성. 두려움이 크면 현장은 불량을 숨기고, 숨겨진 불량은 납기를 두 번 망치네. 둘째, 권한의 분산. 라인의 소대장에게 수리·재배치·우선순위를 즉시 조정할 권한을 주게. 상층의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납기는 도망가지. 셋째, 예방적 약속. 고객과 사전에 ‘진실한 일정’으로 약속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통지하는 용기. 신뢰를 쌓는 기본은, 늦음의 실체를 숨기지 않는 정직일세. 이 세 가지는 따뜻한 말이 아니라 작동하는 제도네. 문화는 제도를 움직이고, 제도는 납기를 지키네.
강우현: (코웃음) 듣기엔 근사하나, 결국 사람에 달렸지 않나. 사람은 본능적으로 책임을 회피해. 그래서 나는 두려움의 그물을 친다네. 어디서든 잡히게.
서도연: 그물이 촘촘할수록 물고기는 깊은 곳으로 숨어들지. 부정과 은폐가 나타나는 이유는 처벌의 확실성보다 용서의 불확실성 때문이네. 사람은 실수에 대한 공정한 절차와 명확한 회복 경로가 있을 때 정직해지네. 정직은 칭찬으로만 오지 않고, 예측 가능한 정의로 오네. 이것이 두려움 없는 책임이지.
강우현: (탁자를 두드린다) 그대의 정의는 느리다네. 현장은 느린 정의를 기다릴 수 없네. 나는 빠른 복종을 원하지.
서도연: 빠른 복종은 느린 파괴로 돌아오네. 빠르게 복종한 라인은 느리게 무너지고, 늦게 질문한 조직은 빨리 길을 잃지. 대표, 나는 그대의 속도를 부정하지 않네. 다만 질문을 앞세운 속도를 원하네. 질문은 속도를 죽이지 않고, 방향을 살린다네.
윤정민: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엔 내가 두 사람에게 각자 불편한 질문을 하겠네.
— 우현 대표, 편법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법은 지키되 편법은 전략”이라 했지. 어디서 멈추나?
— 도연 선생, 윤리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윤리를 지키다 시장을 잃는다면, 직원과 주주에게 그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강우현: (잠시 생각) 편법의 경계라… 나는 상대가 나를 고소할 수 없는 곳까지라 보네. 서류상 합법, 실무상 공격적—그 선이면 충분하지. 사업은 승부야. 도덕은 경기장 바깥에서 하는 이야기일세.
서도연: (고개를 저으며) 대표, 그 경계는 “남이 안 본다면”이라는 유혹 앞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문이네. 경계는 소송의 가능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면이 되어야 하네. 내가 직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사회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 그게 경계일세. 그 교집합을 벗어나는 순간, 나는 직원에게 이중 언어를 가르치게 되지—겉으로는 원칙, 안으로는 묵인. 그 이중 언어가 조직을 썩게 하네.
강우현: (비웃음) 이상주의자일세. 세상은 그대의 교집합을 기다려주지 않아.
서도연: (윤정민을 보며) 이제 내 차례의 곤란한 질문에 답하겠네. 윤리 때문에 시장을 잃을 수 있는가? 있다네. 다만 그 윤리가 장기적 신뢰라는 큰 시장을 열어준다면, 단기 시장의 손실은 투자가 되네. 윤리를 이유로 도망치지 않겠네. 대신 윤리를 설계하겠네. 비용을 담대히 보고, 속도를 다시 나오게끔 공정을 재조합하고, 브랜드의 약속을 명확히 하겠네. 윤리는 정지 신호가 아니라 우회로 안내판일세.
강우현: (손을 펼친다) 좋아. 설계, 우회로, 별, 햇살… 듣기엔 매혹적이네. 그런데 왜 현실은 자주 포효하는 자의 편을 드나? 왜 노동자는 엄한 감독 아래 더 오래 서 있고, 왜 시장은 싸고 빠른 것을 사랑하나?
서도연: 포효는 숲을 침묵시키지만, 숲을 건강하게 하진 않네. 오래 버틴 숲은 소리보다 토양이 지키지. 싸고 빠른 것의 사랑은 초기 선택일 뿐, 재구매의 사랑은 다르다네. 싸고 빠름으로 온 고객은 더 싸고 더 빠른 곳으로 떠나고, 신뢰로 온 고객은 작은 늦음에도 남는다네. 우리는 어떤 사랑을 설계할 것인가?
강우현: (짧게 웃는다) 결국 모두 설계로 귀결되는군. 좋네. 그러면 선생, 두려움의 설계를 인정하겠나? 나는 두려움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정조절하자는 쪽일세. 이를테면, 마감 전 48시간의 ‘레드 존’에선 권위주의 모드를 허용하고, 일상 운영에서는 자율을 준다. 이 이중 모드는 어떠한가?
서도연: (한 박자 멈춘 뒤) 나는 상황적 강도를 인정하네. 다만 이중 모드는 곧 이중 인격이 되기 쉽지. 그래서 기준이 필요하네. “사람을 짓누르지 않고, 문제를 짓누른다.” 레드 존에서는 문제를 강압적으로 다루고, 사람에게는 구조와 보호막을 제공하네. 이를테면 밤샘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보상 설계로, 전사적 지원은 질책이 아니라 병참으로. 레드 존의 언어는 비난이 아니라 명료함이어야 하네.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어디서 막혔는가.” 이 원칙만 지킨다면, 나는 레드 존의 강도를 받아들이겠네.
강우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흥미롭군. 즉, 두려움의 표정을 바꾸라는 말이군. 비난의 칼 대신 명료함의 칼을 들라… (미소) 받아들이기 어렵진 않네.
윤정민: 좋네. 이제 나는 두 분께 마지막 정의의 질문을 던지겠네.
— 우현 대표, 그대가 말하는 강함의 정의는 무엇인가? 지배의 강함인가, 견딤의 강함인가?
— 도연 선생, 그대가 말하는 윤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청결의 윤리인가, 책임의 윤리인가?
강우현: (잠시 생각) 나는 지배의 강함을 부정하진 않네. 다만 오늘 대화를 통해 견딤의 강함을 더 생각하게 되었네. 비, 바람, 시장의 변덕을 견디는 강함. 그 견딤을 위해 가끔은 표면의 거칠기를 키워야 한다 보지만, 뼈대는 유연해야 하겠지. 나는 강함을 결정으로 봤네. 그러나 이제 구조로 보려 하네.
서도연: (고개를 숙인다) 나는 청결의 윤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네. 흰 장갑이 때를 두려워하면, 우리는 어디에도 손을 대지 못하네. 나는 책임의 윤리를 말하네. 손을 더럽히되, 더럽힌 손을 스스로 씻는 윤리. 실수를 감추지 않고 공표하는 윤리. 피해를 계산하고 보상하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는 윤리. 이 윤리는 약함이 아니라 용기의 형식일세.
강우현: (조용히) 책임의 윤리… 그건 나도 배워야겠군.
윤정민: (자리에서 일어나며) 훌륭하네. 이제 결론을 묶겠네.
- 속도와 압력은 필요하되, 압력의 설계가 먼저다.
- 문화는 별이다. 속도를 잃지 않되, 방향을 잃지 말라.
- 두려움의 언어는 비난이 아니라 명료함이어야 한다.
- 윤리는 정지신호가 아니라 우회로 안내판이다. 단기 손실을 장기 신뢰로 환전하라.
- 강함은 결정이 아니라 구조이며, 윤리는 청결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제 실무를 제안하겠네. 세 가지 실험을 하자고.
- 실험 A | 레드 존 프로토콜: 마감 48시간 전, 문제 중심 언어와 병참 지원을 표준화한다. 비난 금지, 원인 명료화, 즉시 권한 위임.
- 실험 B | 정직 회계: 불량·납기·안전 지표를 숨김 없이 공개하고, 보고 지연 시에는 보상·불이익을 명확히 설계한다(은폐의 유인이 0에 가깝도록).
- 실험 C | 약속의 설계: 고객과의 약속을 ‘진실한 일정’으로 재설계하고, 지연 발생 시 즉시 통지·대안 제공·보상 범위를 선제 규정한다.
우현 대표, 이 세 가지를 90일 운영해보고, 지표로 논쟁을 계속하세. 속도, 품질, 이직률, 재구매율, 고객 클레임, 현장 제안 수, 모든 것을 수치로 보자고.
강우현: (웃음) 결국 숫자로 승부 보자는 말이지. 좋네. 그대들의 별이 길을 알려줄지, 내 바람이 더 빨리 데려다줄지 지표가 말해주겠지.
서도연: (손을 내민다) 별은 밤에 빛나고, 바람은 낮에 불지. 우리에겐 밤과 낮이 모두 필요하네.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멀리 가느냐를 지표가 말해주기를.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다. 창 밖으로 컨베이어의 규칙적 리듬이 들린다. 오늘의 논쟁은 결론이 아니라 작동하는 가설로 귀결되었다.)
에필로그: 경영자의 내적 독백
강우현(혼잣말): “나는 빠름의 경도를 사랑한다. 하지만 오늘, 깊음의 유연성을 배웠다. 공포가 칼이라면, 명료함은 메스다. 칼은 위협하고, 메스는 치료한다. 나는 어느 때 칼을 거두고 메스를 들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서도연(혼잣말): “나는 별을 가리켰으나, 바람의 필요를 무시하지 않겠다. 철학은 항법이고, 숫자는 속도다. 속도 없는 항법은 앙상하고, 항법 없는 속도는 위험하다. 오늘, 우리는 항법 있는 속도를 발명하는 첫 회의를 마쳤다.”
윤정민(혼잣말): “논쟁은 끝이 아니다. 논쟁이 끝나면 측정이 시작된다. 측정이 끝나면 학습이 시작된다. 학습이 끝나면 문화가 시작된다. 문화가 시작되면, 이 회사는 비로소 ‘강하고 선한’ 회사가 된다.”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지고,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화이트보드 위 레드 존 프로토콜, 정직 회계, 약속의 설계 세 줄. 다음 회의의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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