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등에' _ 소크라테스
제1부. 서론: 소크라테스의 등에 선언과 『변론』의 문맥
1.1. 소크라테스 재판의 시대적 배경과 의의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 섰던 시기는 고대 아테네 민주정이 쇠퇴기에 접어들고 격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던 때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패배 이후, 아테네는 단기간의 과두파 쿠데타(30인 참주)를 경험하는 등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으며, 이후 민주정이 복원되었음에도 사회적 공분과 불안정성이 만연해 있었다.1 이러한 배경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단순한 법률적 시비를 넘어, 당시 민주파의 이데올로기를 단속하고 사회적 희생양을 찾는 정치적 재판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1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민주정의 파탄을 이끈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알키비아데스의 스승이었고, 또한 과두파 쿠데타의 주역들 일부도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인물이었다.1 게다가 소크라테스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끊임없이 비판해 온 대표적인 '반 정부 사상가'로 여겨지고 있었다.1 재판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불리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사회의 정치적 부패와 도덕적 불의를 끝까지 비판하는 태도를 유지했다.2 그는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하거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비굴하게 행동하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철학적 소명을 법적 결과보다 상위에 두었음을 보여준다.2
1.2. 비유의 원전적 정의와 보고서의 목표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아테네의 '등에' (Gadfly, 그리스어: oistros 또는 myops)에 비유한 발언은 플라톤의 『변론』(Apology) 30e-31a 절에 등장하는 핵심 구절이다. 사형 선고의 위협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이 비유를 통해 자신의 비판 활동의 본질과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한다.3
원전에서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내가 다소 우스꽝스러운 비유를 쓴다면, 나는 신이 국가에 준 일종의 등에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국가는 크고 고귀한 말과 같지만, 그 크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하여 깨어나도록 자극받아야 합니다.3"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바로 그 등에이며, "하루 종일, 그리고 모든 곳에서 여러분에게 끊임없이 붙어다니며, 여러분을 일깨우고(arousing), 설득하고(persuading), 비난(reproaching)하고 있다"고 선언한다.4 이 비유는 아테네인들이 재산과 명예에만 몰두하고 영혼의 선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나태함에 빠져 있음을 고발하며, 자신의 활동이 바로 이 나태함을 치유하기 위한 것임을 역설한다.
1.3. 신적 소명과 정치적 도전의 심층 분석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God)이 국가에 준 선물, 즉 '신이 보낸 등에'로 규정함으로써, 그의 모든 철학적 활동에 종교적, 형이상학적 정당성을 부여했다.3 이러한 신적 소명(Divine Mandate)으로서의 규정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활동을 단순한 개인의 사적인 비판이나 정치적 괴롭힘이 아닌, 아테네 국가의 도덕적 생존을 위한 신성한 의무로 격상시켰다.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에게 "만약 여러분이 나를 죽인다면,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해치는 것보다 나를 더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3 그의 변론은 자신의 안위보다 아테네 시민들이 "신에 대한 죄를 짓거나, 신의 선물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명확히 한다.3 이는 그가 유죄 판결 이후에도 자신의 방식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며, 설령 "수없이 죽어야 할지라도" 그러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근본적인 토대가 된다.3
소크라테스가 택한 철학적 활동은 공적인 영역(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그 공적 영역의 도덕적 기반을 개혁하려는 목표를 가졌다. 신이 보낸 등에라는 선언은 이 사적인 철학 행위가 사실상 아테네 사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공적 행위임을 역설하며, 기존의 정치 체제와 그 가치관에 대한 법적, 종교적 정면도전을 의미했다. 이러한 신적 소명에 기초한 비판은 아테네인들에게 극심한 불편함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등에가 찌르는 행위가 단순한 괴롭힘이 아닌, 그들의 안일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윤리적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제2부. '등에' 은유의 해부: 주체, 객체, 그리고 메타포적 관계
본 섹션은 등에 비유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즉 등에(소크라테스), 둔감한 말(아테네), 그리고 찌르기(엘렝코스)의 상징적 의미와 상호작용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2.1. 신의 소명으로서의 등에 (Socrates, the Gadfly)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등에에 비유한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아테네 시민들을 깨우치고 교정하는 데 있음을 명확히 하는 행위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재산이나 명예에 관심을 갖지 말고, 가장 중요하게는 "영혼의 가장 큰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밝힌다.7
그의 이러한 활동은 철학자의 역할이 정치가(Politician)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에 대한 불의와 부정을 목격하면서도 공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는데, 그는 대중이나 권력 집단과 정직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은 "오래 전에 죽어 아무 쓸모도 없게 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다.3 그는 진정으로 올바른 것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사람은 잠시라도 안전하려면 공인이 아닌 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2 따라서 등에의 역할은 정치를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나태함에 빠진 국가의 도덕적 토대를 근본적으로 다잡으려는 비판적 철학자(Philosopher)의 영역에 속했다.
2.2. '고귀하지만 둔감한 말' 아테네 (Athens, the Tardy Steed)
아테네를 "크고 고귀한 말"로 묘사한 것은 이 도시 국가에 대한 양가적인 시선을 반영한다.3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창시하고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며 에게해 패권을 장악했던 역사적으로 위대한 국가였다.1 '고귀함'은 이러한 문명적, 정치적 성취를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말이 "그 크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감해졌다"는 묘사는 그 위대함이 도리어 구조적인 나태함과 자만심을 낳았음을 시사한다.3 아테네의 '둔감함'은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수혜 속에서 절제를 잃고 방자해진 결과였다.1 시민들의 자유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아닌 개인적 야심과 '방종'으로 변질되었으며,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집단 전체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소크라테스는 이처럼 외적으로는 위대하지만 내적으로는 병든 공동체의 상태를 '잠든 말'이라는 은유로 표현하며, 자기 성찰 능력의 부족이 이 둔감함의 핵심 병리임을 진단한 것이다.
2.3. 찌르기 행위의 본질: 각성, 설득, 비난 (Arousing, Persuading, Reproaching)
등에의 활동, 즉 찌르기 행위는 세 가지 핵심 단계로 구성되어 소크라테스 철학 실천의 본질을 보여준다.
- 일깨우기 (Arousing): 아테네 시민들을 잠든 상태, 즉 무지와 도덕적 망각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첫 단계이다.5
- 설득 (Persuading): 단순히 깨우는 것을 넘어, 영혼의 개선과 덕(arete)을 추구하도록 논리적으로 유도하는 행위이다.6
- 비난 (Reproaching): 성찰 없는 삶과 나태함에 대해 도덕적인 지적을 가하여, 그들의 현 상태가 부끄러운 일임을 인식하게 만든다.5
이 찌르기는 정치의 영역, 즉 도그마와 의견(dogma and opinion)의 영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철학적 행위이다.9 등에의 찌르기는 관습에 대한 맹목적인 열정을 해체하고, 시민들이 그들이 믿고 행하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의심하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충격이었다. 이러한 찌르기 행위는 소크라테스의 독특한 대화 방식인 엘렝코스(논박술)와 직결된다.
2.4. 등에 역할의 교육학적 해석
등에의 찌르기는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고통을 수반하는 교육적 교정(Educational Rectification) 행위로 해석되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엘렝코스라는 방법을 통해 대화 상대자의 윤리적 신념과 가치관을 검토하도록 강제했으며 10, 이는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도덕적 무지를 자각하게 만드는 정치적 치료 과정이었다.11
이 고통스러운 자각 과정은 엘렝코스를 통해 난처함(Aporia)에 이르게 되며 12,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영혼의 돌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소크라테스는 이 과정을 통해 아테네 시민들이 진정한 '자비'(charis)와 '정의'의 의미를 깨닫고 13, 약자나 핍박받는 이방인(크세노스, xenos)을 보호하는 행위야말로 신을 두려워하는 진정한 아테네의 이상을 회복하는 길임을 깨닫기를 기대했다.13 즉, 등에의 역할은 국가의 도덕적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신성한 교육자의 역할이었다.
'등에' 은유의 구성 요소 및 기능 분석은 다음과 같다.
Table 1. '등에' 은유의 구성 요소 및 기능 분석
| 은유적 요소 (Metaphorical Element) | 상징 대상 (Referent) | 플라톤의 묘사 (Description in Apology) | 핵심 기능 (Core Function) |
| 등에 (Gadfly, Oistros) | 소크라테스 | 신이 국가에 보낸 존재; 끊임없이 '붙어 다님' 4 | 아테네의 나태함을 깨우치고 행동을 촉구 |
| 둔한 말 (Tardy Steed) | 아테네 국가 및 시민 집단 | 크고 고귀하지만, 크기로 인해 움직임이 둔함 3 | 방종, 독선, 정치적 나태함에 빠진 공동체 |
| 찌르기/붙어다님 | 엘렝코스 및 비판적 대화 | '일깨우고, 설득하고, 비난하는' 행위 5 | 무지를 자각시키고 영혼의 선을 추구하도록 유도 |
제3부. '둔감한 말'의 병리: 소크라테스가 진단한 아테네 민주정의 퇴행
등에의 비판적 활동이 필요했던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은, 아테네 민주정이 겪고 있던 심각한 도덕적 퇴행 상태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진단에서 기인한다.
3.1. 제국주의와 물질적 풍요가 낳은 도덕적 나태함
아테네가 '둔감한 말'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페르시아 전쟁 승리 후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되면서 얻은 제국주의적 수혜와 물질적 풍요였다.1 이러한 제국주의적 기반은 아테네 시민들을 노동에서 해방된 특권 계급으로 만들었고, 노예제와 약소국 수탈의 경제학에 기초하여 '여유(schole)'를 누리는 삶을 가능하게 했다.1
이로 인해 아테네 사회에는 노동을 천시하는 사상이 팽배하게 되었고, 시민들은 타인의 노동 위에서 인생을 누리는 기생적이고 불로소득적인 삶에 안주하게 되었다.1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물질적 성공과 그에 따른 정신적 공백을 아테네를 '둔감한 말'로 만든 결정적인 병리로 진단했다.3 시민들은 공동체 전체의 도덕적 토대나 영혼의 선에는 무관심한 채, 오직 재산과 명예라는 개인적인 가치에만 몰두했다.7
3.2. 중우정치(Ochlocracy)와 대중 선동의 폐해
아테네 민주정의 도덕적 나태함은 정치 영역에서 중우정치(포퓰리즘)로 발현되었다. 정치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아닌,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전리품'처럼 변질되었으며, 민주주의는 '관람객들의 비위를 맞추는 공연'과 같은 형태로 퇴행했다.1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에 대해 우려했던 핵심은 선동가의 등장과 이들에게 쉽게 휩쓸리는 우매한 대중 때문이었다.2 그는 국민들에게 장기적인 국가 비전이나 발전 방향보다는, 서로를 공격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디스(dis)나 선동이 더 잘 먹히는 시대를 비판했다.2 이러한 분위기는 알키비아데스 같은 '막무가내'의 인물이 대중심리를 파악하여 호전성을 부추기며 지도자로 부상하는 사례로 확인되었다.1 또한 아테네는 약한 국가들에 대해 강자의 논리(실력설)를 내면화하고 미틸레네나 멜로스 섬에 대한 잔혹한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등, 민주정의 외피를 쓴 과두정의 '힘의 정치'를 닮아갔다.1
3.3. 둔감함의 구조적 원인과 등에의 한계에 대한 심층 분석
아테네의 '둔감함'은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 수준을 넘어, 제국주의적 부와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1 이 구조적 모순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이 타인의 수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계층적 특권 의식과 집단적 독선을 형성했다. 이 '둔감함'은 사실상 아테네 시민들이 편안하고 부유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잠'의 상태였다.
소크라테스가 홀로 이 시스템적인 나태함에 맞서 '등에'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그의 비판은 이 구조적 근원을 해체할 힘을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철학적 찌르기는 시민들의 안락함을 위협하는 불편한 진실로 인식되었으며, 그 체제 유지를 원하는 대중에게 소크라테스가 '국가 전복'을 꾀하는 위험한 인물로 오해받는 결과를 초래했다.1 결국 등에의 비판은 구조적 병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안락함에 중독된 대중에 의해 제거될 운명이었다.
제4부. 등에의 철학적 무기: 엘렝코스와 영혼의 돌봄
소크라테스가 '등에'로서 아테네를 찌르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그의 독특한 철학적 실천인 엘렝코스(논박술)와 '영혼의 돌봄'이라는 윤리적 목표를 통해 완성되었다.
4.1. 등에의 '찌르기' 방식: 논박술(Elenchus)의 구조와 윤리적 목표
엘렝코스는 소크라테스가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대화 상대자의 주장에서 모순을 이끌어내 반박하고, 그들이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은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게 만드는 논박술이다.11 소크라테스는 이 방법을 통해 대화자의 윤리적 신념과 가치관을 검토하여 그들의 무지를 자각시켰다.10
엘렝코스의 목표는 단순히 지적 유희나 지식 전달이 아니었다. 이 방법론은 대화자의 윤리적 태도와 삶을 검토하고 교정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다.10 특히 엘렝코스의 성공 조건으로 제시된 '솔직함의 규칙'은 이 탐구가 개인의 도덕적 개선에 달려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10 엘렝코스는 고대 아테네의 지적 상황에서 이성적 사고와 비판 정신의 탄생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지만 11, 대중에게는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폭로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4.2. 무지의 지(知)와 '덕은 앎이다' 원칙
소크라테스 철학의 출발점은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격언인 '너 자신을 알라'였다.15 이는 단순히 자기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無知)를 정확히 인식하고 '무지의 지'에 이르러야만 진정한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엄격한 자기반성을 요구한다.15
이러한 '앎'의 추구는 '덕은 앎이다(Virtue is Knowledge)'라는 그의 핵심 교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8 소크라테스는 선을 아는 것이 곧 선을 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엘렝코스를 통한 윤리적 개념에 대한 지적 탐구는 도덕적 발달에 필수적인 과정이었다.8 궁극적인 목표는 영혼의 도덕적 개선이었으며 8, 그는 시민들에게 재산이나 명예 대신 영혼의 선을 돌보는 데 매일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7
4.3. 철학적 검토 행위의 정치적 전복성에 대한 심층 분석
등에가 끊임없이 찌르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아테네의 정치적 질서(Nomos)와 경제적 기반에 대한 근본적인 전복을 함축한다. 소크라테스가 시민들에게 재산보다 영혼의 돌봄을 요구했을 때, 이는 아테네의 핵심 가치관(물질적 탐욕, 제국주의적 팽창)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만약 아테네 시민들이 자신의 무지와 도덕적 나태함을 깨닫고 '영혼의 돌봄'을 최우선으로 삼게 된다면, 그들이 추구했던 제국주의적 삶, 노예제에 기초한 특권, 그리고 선동가에 의한 통치는 더 이상 정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1 따라서 '영혼의 돌봄'이라는 윤리적 행위는 아테네 체제에게는 가장 위험하고 근본적인 '반역죄'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1 소크라테스는 이처럼 윤리적 개혁을 추구했지만, 기존 정치 세력은 이를 체제 붕괴를 초래하는 '청년 타락 선동'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 했다.
아테네 민주정의 도덕적 결함과 등에의 역할 분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Table 2. 아테네 민주정의 도덕적 결함과 등에의 역할
| 아테네 민주정의 결함 (Tardy Steed's Ailment) | 등에 비유와의 연관성 (Link to Gadfly Metaphor) | 주요 현상 (Key Phenomena) | 소크라테스의 대응 (Socratic Response) |
| 도덕적/정치적 나태 | 둔한 말의 "느린 움직임" (Tardy in motions) 3 | 제국주의 수혜, 노동천시 사상, 공동체 의식 상실 1 |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경고 12 |
| 중우정치 및 독단 | 잠든 상태에서 감정에 휩쓸림 2 | 선동가의 등장, 진영 논리, 감정에 치우친 공격 2 | 이성과 논리를 통한 끊임없는 검토(엘렝코스) 9 |
| 영혼의 방치 | 재산이나 명예에 치우친 삶의 목표 7 | 강자의 논리 내면화, 탐욕과 차별의 삶 1 |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의 돌봄' 강조 8 |
제5부. 비극적 결론: 잠든 아테네의 '등에' 제거와 법철학적 논쟁
등에의 비판적 활동이 사형 선고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은 철학과 정치의 근본적인 불화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사례이다.
5.1. 철학과 정치의 근본적 불화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며, 이는 "도그마와 의견의 영역"인 정치적 현실과 항상 상충하게 된다.9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고 밝혔지만 17, 그 찌르기가 자신들의 기득권과 안락함을 위협하자 아테네 대중은 결국 등에를 제거하려 했다. 『변론』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제거되면 "잠든 이들이 깨어날 때처럼 성내며" 그를 쳤던 배심원들은 남은 평생을 잠들어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제시된다.7 이는 아테네 시민들이 진실보다는 안락한 잠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5.2. 사형 판결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해석
소크라테스의 사형 선고는 당시 아테네의 정치적 상황, 특히 과두파 쿠데타 이후 민주파가 정치적 공분을 달래고 국가 이데올로기를 단속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표적을 찾던 시기에 발생했다.1 소크라테스는 민주정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사상가였으며, '국가의 신을 믿지 않고, 청년들을 타락 선동하였다'는 죄목으로 엮여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1 그의 재판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오점으로 남았으며, 이는 플라톤이 민주주의에 환멸을 느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1
소크라테스에 대한 사형 선고가 법 자체의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배심원단(대중)의 잘못된 해석과 적용 때문이었는지에 대한 법철학적 논쟁도 존재한다.18 일부 학자들은 배심원단의 잘못으로 보았으나, 다른 해석은 당시 아테네 현행법의 확대 해석에 따른 유죄였으며, 소크라테스가 악법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한다.18 이 논쟁의 본질은 결국 민주적 절차라 할지라도 대중의 감정이나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때 그 결과가 정의롭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5.3. 소크라테스의 경고: 등에 제거의 역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만약 자신과 같은 존재를 죽인다면 "여러분 자신을 더 해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3 이 경고의 함의는 심오하다. 소크라테스의 제거는 곧 국가가 스스로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비판적 성찰 정신을 거부한 행위와 같기 때문이다.19
소크라테스가 제거되면, 아테네는 다시 깊은 잠(도덕적 나태)에 빠질 것이며, 신이 다시 등에를 보내주지 않는 한, 남은 평생을 잠들어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7 이는 '검토된 삶'(The Examined Life)을 포기하고 둔한 말처럼 사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국가가 필연적인 도덕적 파국을 예약하게 된다는 예언이었다.19
5.4. 사형 선고의 정당성 문제와 민주정의 오점에 대한 심층 분석
소크라테스 재판은 '등에'의 비판이 진실에 기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불편함과 감정적 분노를 이용한 선동에 굴복하여 민주적 절차를 통해 비판자를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사례로 남았다.2 이는 '최선'이라고 여겨졌던 아테네 민주주의가 실상은 내재된 도덕적 결함과 대중적 감정에 취약하며, 선동가에 의해 쉽게 퇴행할 수 있는 '중우정치'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1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비판 정신이 없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 시스템조차도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독선적인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민주주의가 인간이 고안해 낸 가장 최선의 체제일지라도, 선동가에게 휩쓸리지 않는 현명하고 성찰적인 대중이 없다면 소크라테스가 우려했던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2
제6부. 결론: '등에' 비유의 현대적 함의와 지속되는 질문
6.1. 검토된 삶(The Examined Life)의 절대적 가치
소크라테스가 '등에' 비유를 통해 아테네 시민들에게 남긴 궁극적인 교훈은 '검토된 삶'(성찰하는 삶)의 절대적 가치였다.12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며 영혼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선이라고 보았다.8 이러한 노력은 현실 정치나 사회의 관습과 충돌하여 심지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19, 도덕적 탁월함(아레테)을 함양하는 유일한 길이다.8 등에의 비유는 결국 '둔한 말처럼 살지 않을' 윤리적 책임을 시민 개개인에게 부여한 것이다.19
6.2. 현대 사회의 '둔감한 말'과 '등에'의 필요성
소크라테스의 '등에' 비유는 21세기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도 강력한 적실성을 가진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역시 고대 아테네와 유사한 병리 현상, 즉 양극단의 진영 논리, 선동, 포퓰리즘, 그리고 장기적인 국가 비전보다는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이익에 치우치는 정치적 나태함을 보인다.2
현대 사회의 '둔감한 말'은 거대한 규모와 물질적 풍요에 도취되어 성찰을 멈춘 국가나 시민 집단을 상징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나태함과 도덕적 독선에 찌르는 '등에' 역할을 하는 비판적 지성, 언론, 학자, 그리고 시민 운동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들의 활동은 단순한 정치적 비난이 아닌, 사회 전체의 도덕적 건강과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설득'과 '비난'의 결합이어야 한다.20 이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영혼을 올바로 관리하고, 인격이 답겨간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돕는 건전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20
6.3. 최종 제언: 시민적 각성과 비판 정신의 복원
소크라테스의 비유가 주는 궁극적인 교훈은, 민주주의 체제의 건강성이 제도적 완벽함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끊임없는 도덕적 및 지적 각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테네인들이 등에를 제거하고 잠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파국을 맞이했듯이, 비판과 성찰을 거부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퇴행하게 된다. 따라서 현대 사회가 '둔감한 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비판적 지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제기하는 불편한 진실을 수용하며, '검토된 삶'을 추구하려는 시민적 의지의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Works cited
-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고대 아테네 헌정사 - 수업 여담(餘談) 1 - 정태욱 ...,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m.cafe.daum.net/epistle/IfQN/96?
- '대중은 우매하고 선동에 약하다'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혐오한 이유 - YouTube,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www.youtube.com/watch?v=CFdbL1dZltc
- Plato, The Apology of Socrates - The Center for Hellenic Studies,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chs.harvard.edu/primary-source/plato-the-apology-of-socrates-sb/
- Apology by Plato - The Internet Classics Archive,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classics.mit.edu/Plato/apology.html
- Plato, Apology 30 - Lexundria,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lexundria.com/plat_apol/30/j
- Gadfly explanation - What Would Socrates Do? - Cambridge University Press & Assessment, accessed October 18, 2025, https://www.cambridge.org/core/books/what-would-socrates-do/gadfly-explanation/DF776F56F80C59334EBB3DD4506776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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