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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읽은책]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韓非子) _ 김영수> 서평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 18.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韓非子) _ 김영수>  서평

 

사마천학회의 김영수 이사장께서 이번에는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韓非子)>를 출간하였다. <한비자>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가히 제왕학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진시황이 그 저자인 한비자를 만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정도였으니, 책의 내용이 갖는 무게는 당시에도 대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한비자>의 핵심 사상은 법(法), 술(術), 세(勢)의 세 범주에 있다고 한다. 법(法)은 통치를 위한 기본 도구이며, 개인에게는 죽을 때까지 지켜고자 하는 삶의 원칙과 같은 것이다. 술(術)은 그 법(法)을 시행하는 방법으로서 백성들을 설득하고 따르게 하는 인간관계의 융통성이라 할 수 있다. 세(勢)는 권력자의 '힘'으로서, 이 힘을 놓치면 법과 술은 소용이 없게 되며, 이 세(勢)가 사회적으로 인정과 존경을 받는 권위에 이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통치자라면 법(法), 술(術), 세(勢) 모두를 갖추되, 특히 그 중에서도 '세'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 '술', '세'는 삼륜차의 세 바퀴와 같고, '세'가 앞바퀴라면 '법'과 '술'은 뒷바퀴에 해당한다고 비유한다. 리더의 관점에서 볼 때, 앞바퀴인 '세'는 리더십에 해당하고, 뒷바퀴인 '법'과 '술'은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법이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들 세 바퀴로 굴러가는 삼륜차 즉 조직의 운전석에 리더가 앉게 된다.

이처럼 리더가 가진 법(法), 술(術), 세(勢)는 조직을 움직이는 구동 에너지이다. 그것은 바로 리더가 조직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조직원들을 설득하는 역량이,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할 때 조직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혼란을 겪으며 비틀거리게 된다. 결국 '법', '술', '세'는 리더가 조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설득' 수단이다.

'설득'이라고 하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말한 설득의 3요소 즉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가 떠오른다. 이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는 '법', '술', '세와 그럴듯하게 대응한다. 로고스는 논리와 합리 혹은 규칙을 의미하니, 한비자가 말하는 '법'과 가깝다. 파토스는 듣는 사람의 정서를 움직여 설득하는 방법이니, 설득의 융통성을 의미하는 '술'에 대응한다. 에토스는 화자의 권위와 신뢰성에 의존하기에 리더의 힘을 뜻하는 '세'와 같다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과 마찬가지로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다. 실제로 책 내용을 죽 둘러보면 군주가 신하를 혹은 신하가 군주를 절묘하게 설득하는 다양한 에피스드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에피스드들을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하나하나는 온갖 절묘한 비유나 은유를 활용하여 설득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비자>는 진정한 '메타포(metaphor)의 보물창고'라 할 것이다.

<한비자>에 실린 메타포 사례는 정말 화려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고사성어들 중 상당 수가 <한비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논리의 어긋남을 빗대는 '모순(矛盾)', 권력자의 속성을 가르치는 '역린(逆鱗)', 진짜 상품의 가치를 몰라보는 어리석음을 비꼬는 '매독환주(買椟還珠)', 요행을 바라는 미련함을 꾸짖는 '수주대토(守株待兎)', 한 손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고장남명(孤掌難鳴)', 소매가 길어야 춤이 아름답다는 장수선무(長袖善舞) 등이다. 그 외에도  비밀 유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바닥 없는 백옥 술잔', 군주가 가진 두 자루의 칼자루 '이병(二柄)', 융통성 없음을 지적하는 '정인매리(鄭人買履)', 늘 강한 나라 없고 늘 약한 나라 없다는 국무상강무상약(國無常强無常弱) 등도 여기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도 극히 일부의 예에 불과할 정도로 은유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책소개 등에서 이 <한비자>를 '제왕학'의 교과서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설득학'이나 '은유학'의 교과서라 부르고 싶다. 굳이 제왕이 아니더라도, 유연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 더욱 부드러운 인간관계와 풍요로운 사회 관계망을 구축하면서 삶을 유쾌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엇보다 <한비자>는 어떤 고전들보다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메타포를 통한 번쩍이는 설득의 기술들을 연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김영수 이사장의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는, 그의 깊고도 넓은 <사기> 등 고전 지식을 잘 반영하여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한문에 자신이 없거나 고전에 익숙치 않은 젊은 사람들이 읽어도 전체 내용이 부담없이 술술 넘어갈 것이다. 이렇게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한비자>를 정리해주신 김영수 이사장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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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敎科書)’이자
‘천하제일금서(天下第一禁書)’인 《한비자(韓非子)》!

- 지금 당신이《한비자》를 읽는다는 것은 성공의 문을 두들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비자》는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매우 유용한 리더십을 장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또 특수한 상황, 비상한 시기에 필요한 특수하고 비상한 리더십 발휘에 통찰력을 주는 책!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비자란 인물과 그가 남긴 《한비자》에 대한 글이다. 도입부로 보면 되겠다. 2부는 《한비자》에 보이는 약 20대목을 골라 가볍게 그 의미를 짚어 보았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2부가 수박의 모양을 살피는 겉핥기 단계라면, 3부는 수박을 쪼개 붉은색을 확인하고 맛까지 보는 단계에 비유할 수 있다. 하나씩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대입시켜 보라고 제안한다. 내 생각과 같으면 무릎을 치며 ‘그렇지’를, 다르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지’를 뇌이면서 다시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

- 〈편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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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최고들만 보는 책 《한비자》,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이는 《한비자》를 읽어라!

“오래전부터 한비자와 《한비자》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한비자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필자가 평생 사모하며 공부하고 있는 사마천이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당연히 그의 전기를 남겼다. 특히 그의 짧은 행적 중에 진시황이 한비자의 글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탄식한 대목은 ‘대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라는 의문과 관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도 진시황의 이 탄식에서 빌렸다.

《한비자》에 대한 역대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敎科書)’라는 가장 유명한 논평부터 ‘천하제일금서(天下第禁書)’라는 평가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그러나 어떤 논평이나 평가가 되었건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유용한 리더십을 장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움’은 미묘한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일반적인 리더십은 물론 특수한 상황, 비상한 시기에 필요한 특수하고 비상한 리더십 발휘에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리더십 행사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지적해둔다.”

-〈편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은 대체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 관계의 속성과 그 이면에 담긴 본질, 나아가 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찾아내고자 애를 썼다.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편저자는 《한비자》를 읽고 분석해 보니 대체로 다음 여섯 가지의 입장 중 한둘을 골라 읽기에 나서면 유익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첫째, 법가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기존의 일반적 평가와 명성에 맞추어 철학서나 사상서로 읽을 것인가?
둘째, 정치학, 특히 권력과 관련한 정치학의 교과서라는 평가에 맞추어 읽을 것인가?
셋째, 제왕학이라는 별칭에 주목하여 리더와 리더십이란 관점으로 볼 것인가?
넷째, 수많은 우화(寓話, fable)에 초점을 두어 우화가 비유하고 암시하는 함의(含意)를 찾아보는 지적 탐구를 진행할 것인가?
다섯째, 좀 더 심각하게, 권력자의 권력 행사 방식과 그 대상과의 관계, 즉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오늘날 인간관계의 속성과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이해의 틀로 분석해 볼 것인가?
여섯째, 편하게 우화와 고사에 담긴 인생의 철리와 지혜를 탐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한비자》 읽기에 나설 독자들을 위해 나는 어떤 식으로 도움을 드릴 것인가? 이런 생각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대체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 관계의 속성과 그 이면에 담긴 본질, 나아가 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찾아내고자 애를 썼다. 다음으로 개인과 조직 구성원과의 관계, 개인과 조직의 관계 설정 및 그 안에서 드러나고 반영될 수밖에 없는 리더와 리더십 문제 등을 짚어 보았다.

권력자는 신하들을 어떤 방법과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가?
신하들은 권력자의 심기를 어떻게 헤아려 자기 한 몸 지키는 것은 물론 출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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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3요소의 영향력에 관한 브런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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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thenae.tistory.com/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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