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하루하루 한걸음씩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가오고
우리의 모든 과거는
바보들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칙칙한 길을 비춰 주는
꺼져가고 꺼져가는 짧은 촛불!
인생은 그저 걸어다니는 그림자,
무대에 올라 제 역할을 뽐내며 걷다 안달하며 사라지는 서툰 배우,
의미 없는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바보의 이야기.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_ 멕베스, 셰익스피어
**
이 구절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5막 5장)에서,
맥베스가 그의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 후 말하는 유명한 독백이다.
인생은 죽음으로 향하는 행진이다.
허망하게 조금씩 꺼져가는 촛불이다.
그나마 그 불빛은 다른 바보들이 가는 죽음의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 인생이란 것도 남의 불빛에 의해 생겨난 '걸어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생은 단역 배우와 같다.
잠시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기도 하지만, 그 역할이 보잘 것 없고 짧다는 것에 안달하다, 누구에게도 별다른 기억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게대가 자신은 격정에 차서 소리 질러 떠들어대지만
아무도 관심있게 들어주지 않는
그저 어느 한 바보의 이야기가
바로 인생이라는 말이다.
**
그렇다고 해서 맥놓고 무기력하게 살아야 하는가.
단역 배우라도 좋다.
일단 무대에 올랐다면 그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여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다.
내가 무대에 올라선 그 순간은, 누구도 내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며 나만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도 내 글과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는 마음껏 떠들어야 한다.
이 짧은 인생을, 내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전달하는 일에 탕진할 수는 없다.
내가 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소리내어 떠드는 그 순간이야말로
나는 진정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무대에 올라 자신의 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얹어 마음껏 몸부림치며 소리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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