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상금(操刀傷錦)
"칼을 쓰다 비단을 상하게 하다"
"능력이 부족한 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마라"
_ 정나라 재상 자산, 춘추 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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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피(子皮)가 윤하(尹何)를 자기 봉읍(封邑)의 관리로 삼으려 했다.
자산(子産)이 말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니 잘 해낼지 모르지 않습니까?”
자피가 말했다. “그는 사람됨이 신실하고 내가 그를 아끼니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오.
그를 보내 일을 배우게 하면 그 역시 다스리는 법을 더욱 잘 알게 될 것오.”
자산이 말했다.
“옳지 않습니다.
사람이 남을 아낀다는 것은 그를 이롭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금 그대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사를 맡기려 하는 것은,
이는 칼 다루기에 미숙한 사람에게 칼질을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이 다칠 일이 실로 많을 것이니, 이는 그대가 아끼는 사람을 상하게 할 뿐입니다.
그러면 그 누가 감히 그대의 총애를 받으려 하겠습니까?
그대는 정나라의 기둥(棟)이시니, 기둥이 꺾여 서까래가 무너지면
거기 머무는 나도 압사하게 될 것이니, 감히 할 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아름다운 비단이 있는데, 그것을 남에게 주어 재단하는 법을 배우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관(大官)과 대읍(大邑)은 그대가 의탁하는 곳인데, 배우는 자에게 맡겨 재단하게 하려 하십니다.
그게 아름다운 비단만큼이나 흔한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배운 뒤에 정사에 들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정사를 배움 거리로 삼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필시 해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사냥하는데, 수레를 몰며 활을 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짐승을 잡을 수 있겠지만,
일찍이 수레에 올라 그것을 몰며 활을 쏘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레가 뒤짚혀 치여 죽을 것만 두려워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짐승 잡을 생각을 하겠습니까?”
자피(子皮)가 말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내가 심히 어리석었습니다.
내가 듣건대 ‘군자는 크고 먼 일을 알고자 힘쓰고, 소인은 작고 가까운 일을 알고자 힘쓴다.’고 했는데,
나는 소인입니다.
의복은 내 몸에 입는 것이라 이를 잘 알고 마음을 쓰지만,
대관과 대읍은 내 몸을 의탁하는 곳인데도 나는 소홀히 하고 가벼이 여겼습니다.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대가 정나라를 다스리시오, 나는 우리 집안을 다스려 거기에 의탁하는 것이 좋겠소.’
라고 이전에 내가 말 한 적이 있는데,
지금에서야 뒤늦게 나의 부족함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비록 우리 집안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대의 말을 듣고 행하겠습니다.”
자산이 말했다.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은 것은, 마치 얼굴이 서로 다른 것과 같습니다.
어찌 감히 그대의 얼굴이 내 얼굴과 같다고 하겠습니까?
어쩌다 내 마음에 위태로움이 느껴질 때에는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자피(子皮)는 자산(子産)이 충성스런 사람으로 여겨 자산에게 정사를 맡겼다.
자산은 그 덕분에 정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었다.
皮欲使尹何為邑。子產曰:「少,未知可否?」
子皮曰:「愿,吾愛之,不吾叛也。使夫往而學焉,夫亦愈知治矣。」
子產曰:「不可,人之愛人,求利之也。今吾子愛人則以政,猶未能操刀而使割也。其傷實多。
子之愛人,傷之而已。其誰敢求愛於子?子於鄭國,棟也。棟折榱崩,僑將厭焉,敢不盡言。
子有美錦,不使人學製焉。大官大邑,身之所庇也,而使學者製焉。其為美錦,不亦多乎?僑聞學而後入政,未聞以政學者也。若果行此,必有所害。譬如獵田,射御貫則能獲禽。若未嘗登車,射御,則敗績厭覆是懼,何暇思獲?」
子皮曰:「善哉!虎不敏。吾聞君子務知大者遠者,小人務知小者近者。我,小人也。衣服附在吾身,我知而慎之。
大官大邑,所以庇身也,我遠而慢之,微子之言,吾不知也。
他日我曰:『子為鄭國,我為吾家,以庇焉,其可也。』今而後知不足。自今請,雖吾家,聽子而行。」
子產曰:「人心之不同,如其面焉。吾豈敢謂子面如吾面乎?抑心所謂危,亦以告也。」
子皮以為忠,故委政焉。子產是以能為鄭國。
_ 襄公三十一年 / 左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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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CEO 김성곤 강의 중에서>
공자가 활동하던 춘추시대, 열국의 지도자 중에서 공자가 제일 높이 평가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나라의 재상 자산(子産)입니다. 자산은 귀족의 각종 특권을 제한하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고,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능숙한 외교술로 진나라, 초나라와 같은 강대국의 간섭과 압박에서도 정나라의 국익을 잘 지켜냈죠.
공자는 이런 자산에 대해 “공(恭), 검(儉), 혜(惠), 의(義)”라는 네 가지 덕목을 갖춘 군자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공(恭)’은 스스로의 몸가짐이 항상 겸손하다는 말이며,
‘검(儉)’은 원칙을 정성껏 섬긴다는 것입니다.
‘혜(惠)’는 백성들에게 자애로운 정치를 펼친다는 것이고,
‘의(義)’는 정의로운 원칙으로 사람을 부린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춘추좌씨전》에 기록된 자산의 일화를 통해 공자가 그를 높이 평가했던 자산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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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씨전의 에피소드에 따르면,
정나라의 권력자 자피는 준비가 되지 않은 윤하를 큰 읍의 책임자로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자신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런 정치 경험도 없는 윤하의 어리석은 시행착오 때문에 고통을 겪고 혼란에 빠지게 될 많은 백성의 삶을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 백성들의 삶은 윤하가 누군가로부터 편안한 정치가로 변하는 데 필요한 연습용일 뿐입니다.
어쨌든 칼날에 백성들이 죽어나가건 말건 권력자에게는 오직 자신의 뒤를 지킬 충성스러운 부하를 키우는 일이 필요할 뿐이었죠.
정나라는 자피와 자산이 있어서 결국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자산의 시대부터 천 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권력자들의 이런 어리석은 모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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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公冶長(5-16)>
子謂子産: "有君子之道四焉: 其行己也恭, 其事上也敬, 其養民也惠, 其使民也義."
공자께서 자산(子産)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군자의 도를 네 가지 지니고 있었으니 자신의 행동이 공손하였고, 윗사람을 섬기는 것이 경건했고, 백성을 양육하는 것이 은혜로웠고, 백성을 부리는 것이 의로웠다."
'子産'은 鄭나라 대부 '公孫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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