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을 내고자 창(窓)을 내고자
창(窓)을 내고자 창(窓)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窓)을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窓) 내고자
이따금 하 답답할 제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 지은이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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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옛 시조를 발견했다.
"창을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자~"
세상살이가 얼마나 답답하면 가슴에 창을 내고 여닫아 보고 싶을까.
그런데 작가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지 모르지만, 시조를 읽는 우리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지금 이 시절 우리 국민들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이따금 하 답답할 제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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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장지는 고무래처럼 생긴 받침대로 창을 열어 떠받치는 구조의 장지문이고,
세살장지는 가는 문살로 만들어진 장지문,
들장지는 경첩이 가로로 배치되어 창문을 들어올려 여닫게 되어 있는 장지문,
열장지는 좌우로 열어젖히는 미닫이 장지문이다.
암돌져기 수돌져기는 서로 끼워맞춰 결합되어 돌쩌기 즉 경첩을 이룬다.
배목걸쇠는 배목과 걸쇠를 합친 말로서, 창을 잠그기 위한 'ㄱ'자 형상의 걸쇠가 고리 형상의 배목에 걸린다.
장도리는 한쪽에는 못박는 부분이 있고 반대쪽에 못을 빼는 갈래가 있는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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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투데이의 해설>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수록된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辭說時調)이다. 사설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중에서 중장의 길이가 무제한 길어지는 장시조(長時調)로 조선 중기 이후 평민들의 각성에 의해 높아진 평민의식(平民意識)과 산문정신(散文情神)이 만들어 낸 산물로서 서민들의 애환(哀歡)을 익살과 풍자(諷刺)로 재미있게 표현한다.
이 사설시조는 세상살이의 고달픔에서 오는 서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창(窓)'을 매개로 하여 하소연하고 있는 작품이다.
'창을 내고 싶다. 창을 내고 싶다.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등 여러 장지문에 암수돌쩌귀를 배목걸새라는 문고리에 꿰는 쇠를 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서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이따금 가슴이 답답할 때면 문을 여닫아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한다.
이 작품에서의 절창(絶唱)은 '가슴에 창(窓)을 내고자'란 대목이다. 참으로 멋진 은유이면서 활달한 표현이랄까, 어찌보면 현대 수사 기법보다 한발 앞선 그런 느낌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고달플 때 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우울하기 마련이다. 이런 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슬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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