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76 장수 기업의 비결과 그리즐리 자이언트

by 변리사 허성원 2024. 8. 21.

장수 기업의 비결과 그리즐리 자이언트

 

미국의 주가지수를 대표하는 S&P 500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채 20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초창기 멤버들 중 S&P 500 리스트에 약 70년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50개 미만이다. 이들 장수 기업들에게 어떤 비결이 있는지 짐 콜린스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하였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장수 기업의 조건은, 첫째가 혁신과 진화이고, 둘째가 회복탄력성이었다.

장수 기업들은 그 각각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혁신과 진화 없이, 그저 한 분야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며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는 예는 찾기 힘들다. 같은 필름 회사이면서도 필름과 카메라에만 고집했던 코닥은 디지털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고, 후지필름은 헬스케어 등 생화학 분야로 변신에 성공하여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IBM은 전산기록회사에서 출발하여, 세계 컴퓨터의 70%를 생산하는 컴퓨터 메인프레임 회사 및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 회사가 되었다가, 이제는 AI 및 클라우딩 등의 시장에 집중하며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동영상 OTT 제국인 넷플릭스도 한 때는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던 회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장수 기업들의 진정한 핵심역량은, 그들의 제품이나 비즈니스모델에 있다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부단히 혁신과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는 능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장수 기업들은 그 역사만큼이나 예외 없이 수시로 위기를 경험한다. 위기는 항상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기에, 기업에게 있어 감기와 같은 것이다. 그런 위기를 조기에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고질병이 된다. 대부분의 장수 기업들은 위기를 만날 때마다 일시적으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고 흔들리지만, 슬기로운 위기관리 능력으로 탄력적으로 회복하고, 그를 넘어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반전시킨다. 모범적인 위기관리 사례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과 액손모빌의 기름 유출 사고 등이 그러하다.

이번 여름에 가족들과 휴가를 겸하여 미국 여행을 하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잠시 들렀다. 그 방대한 면적의 공원 내에는 그림같은 호수, 거대한 암벽, 환상적인 계곡 등 온갖 경이로운 절경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마리포사 숲(Mariposa Grove)이었다. 마리포사 숲은 거의 인류의 역사시대를 살아온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수백 년 정도의 수령은 나이든 축에도 끼지 못한다. 1천년 이상 길게는 3천년에 가까운 수령을 가진 초고령 수목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유명한 나무가 '불멸의 거인(Enduring Giant)'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리즐리 자이언트(Grizzly Giant)'이다. 그리즐리 자이언트는 그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체구는 두 번째로 크다. 자유의 여신상과 맞먹는 63.7m의 높이에다, 직경 8.5m 및 둘레 29m의 거대한 위용은 상상만으로도 대강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나무의 수령은 과학적 수명 평가에 따르면 현재 2,995세로 평가된다고 하니, 거의 신석기시대 때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그리즐리 자이언트의 삶도 많은 위기를 겪었다. 밑동 부분에는 검게 탄 커다란 화상 자국이 있는데, 마리포사 숲에서는 5년 내지 20년마다 화재가 발생하곤 하여 그럴 때마다 입은 상처가 누적된 것이라 한다. 그리고 키는 오랫동안 그 높이에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꼭대기가 웃자라 높이 오르면 번개에 쉽게 노출되어 타버리고, 그로 인해 그 끝에까지 물이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꼭대기가 제 기능을 못하니, 그를 대신하여 옆 가지가 기형적으로 커져, 통상의 미끈한 메타세쿼이아에서는 볼 수 없는 굵은 가지들이 어지러이 뻗쳐 있다. 그 중 가장 큰 가지는 직경이 2m를 넘는다고 하니 그 가지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거목에 못지않다.

이러한 그리즐리 자이언트의 생존 전략은 장수 기업들의 것과 많이 닮았다. 원래 메타세쿼이아의 본성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곧게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햇빛을 받는 데 필요한 상단의 최소한의 창날 같은 상단 꼭대기 인근의 가는 가지들만 남겨두고,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 아래의 가지들을 도태시킨다.

그런데 그리즐리 자이언트는 그 유전적 본성을 과감히 버리는 혁신을 감행하였다. 상단 꼭대기까지 물을 공급할 수 없으니, 곁가지 몇 개를 굵고 강하게 키워 그들에게 햇빛을 받아들이고 물을 끌어올리는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메타세쿼이아처럼 곧고 단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선택된 가지들은 휘고 뒤틀어진 소나무와 같은 기괴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화상 자국 영역은 그 경계 영역을 따라 두터운 덧살이 부풀어 올라, 마치 화상으로 인해 취약해진 부위를 보강하는 동시에 상처의 노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애쓴 것처럼 보인다. 덧살은 마치 헤라클레스의 근육처럼 나무 몸통의 기초 부분을 현저히 더 강화시켜 주고 있어, 화재라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전환된 셈이다. 비록 메타세쿼이아 특유의 그 올곧은 외관은 희생되었지만, 변신을 통해 3천년의 장수에 성공하였고 이후 언제까지나 그 번영을 지속할 것이다.

기업이든 나무든 혹은 개인이든 모든 유기체는 본능적으로 영원한 삶과 무한한 성장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며 언젠가는 모두에게 죽음이라는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럼에도 그 숙명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체다움을 보여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그 아름다움은 바로 혁신과 진화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그려내는 예술이다.

그리즐리 자이언트. 높이 209피트(63.7미터), 지름 28피트(8.5미터), 기초 둘레가 96피트(29미터)에 달한다. 마리포사에서 2번째로 크다. 수령은 2,995년.
5 내지 20년에 한번은 화재를 당한다. 밑둥치의 검은 부분이 화재의 흔적이며, 화상 부위 둘레에는 덧살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상부의 가지들이 직경이 2m 정도인 것도 있다. 메타세콰이어의 가지는 대체로 굵게 자라지 않지만, 그리즐리 자이언트는 가지를 키워 햇빛을 확보한다.

 

쓰러진 거대한 메타세콰이어의 뿌리.  설명에는 '몰락한 군주(Fallen Monarch)'라고 써놨다.

https://en.wikipedia.org/wiki/Mariposa_Grove

 

Mariposa Grove - Wikipedia

Giant sequoia grove in Yosemite National Park, California, United States Mariposa Grove is a sequoia grove located near Wawona, California, United States, in the southernmost part of Yosemite National Park. It is the largest grove of giant sequoias in the

en.wikipedia.org

 

https://www.innosight.com/insight/creative-destruction/

 

2021 Corporate Longevity Forecast

Our latest analysis of the S&P 500 shows that corporate longevity continues to decline, while fast-shaping “hybrid industries” create new opportunities.

www.innosight.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