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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73 키루스의 교육, 절실함이 최고의 스승이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4. 8. 1.

키루스의 교육, 절실함이 최고의 스승이다

 

오래 전 한 참다래(키위) 농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그 농장은 한 때 농림수산부 장관을 했던 분이 경영하던 곳이었는데, 수많은 참다래 나무들이 열과 오를 맞추어 질서정연하게 심겨 있었다. 그리고 나무의 열마다 거기에 물을 공급하는 물고랑이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그 물고랑의 위치가 나무의 열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고랑이 가능한 한 뿌리에 가까워야 효과적인 급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물고랑이 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죠?'라고 물어보았다. "물이 멀어야만 뿌리가 길고 튼튼하게 뻗게 됩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물이 멀리 있으면 나무뿌리는 물을 찾아 필사적으로 더 길게 더 넓게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면 뿌리는 필시 강해진다. 물을 갈망하는 절실함으로 인해 굳건해진 나무뿌리는 강한 바람에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켜줄 것이다. 그걸 알고 보니 감이나 사과 등의 과수원에서도 물고랑이 이미 다들 그렇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 전에는 별 생각 없이 보았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것인데, 알고 나서 보니 물고랑의 배치에 큰 지혜가 있음을 깨달았다.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런 절박함이 심신을 더 강하고 질긴 존재로 단련시킨다는 점은 다들 잘 알고 있는 바다.

절박함 혹은 절실함은 특히 전쟁에서 병사들의 감투정신이나 사기를 일으키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갈 곳 없는 곳에 던져두면, 죽을지언정 달아나지 않고 죽기로 싸우니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며, 장수와 병사는 전력을 다하게 된다. 적지에 깊이 빠지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갈 곳이 없으면 굳세어지며, 적진에 깊이 들어갈수록 뭉치고, 부득이하니 싸우게 된다." '절실함'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뜻에서 손자병법에서는 '부득이(不得已)'라 하였다. '부득이(不得已)'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고(登高去梯)', '배를 태우고 솥을 깨뜨리라(焚舟破釜)'라고 하였다.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의 교육'에서도, 페르시아 제국을 일으킨 키루스 대왕은 결핍이 행복의 필수 요소이고 절실함이 성취의 에너지임을 여기저기에서 강조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 하더라도 계속 굶주리고 목마르고 피땀을 흘려 노력해야 한다." 절실함을 항상 유지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좋은 것을 얻는 기쁨도 더 커진다. 결핍과 고생은 좋은 것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며, 결핍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얻어도 거기에서 기쁨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 우리는 굶주릴 때 음식이 가장 맛있고, 목마를 때 물이 가장 고마우며, 힘들 때 휴식이 가장 달콤하며, 그럴 때 기쁨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키루스의 '절실함' 철학은 페르시아 귀족들뿐만 아니라 하급병사들에게까지 잘 공유되어 있었다. 키루스는 페르시아 군의 부족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층민 출신의 일반 병사들에게도 귀족들과 똑같이 무장하게 하고, 공을 세우면 그들에게도 차별 없는 포상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기 전에 귀족과 일반 병사들에게 가상 전투 형태의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귀족들과 경쟁해야 하는 동료들을 독려하기 위해 하층민 출신인 페라울라스가 다음과 같이 웅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총사령관님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페르시아인이여, 우리 모두는 지금 전공을 다투는 경연 대회를 위해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신체적인 훈련을 받았고, 우리 모두에게는 똑같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주어졌으며, 모든 상이 우리 모두 앞에 똑같이 놓여있습니다. .. 싸움이라는 것은 기술보다는 의욕과 사기가 더 많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이런 전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전공을 세우면 우리에게도 귀족들과 똑같은 상이 주어진다는데, 어떻게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귀족들과 경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이런 멋진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귀족들과 우리는 똑같은 것을 걸고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아닙니다. 귀족들은 그 자체로서 이미 행복하고 즐겁고 명예로운 삶을 버릴 각오로 싸우는 반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스럽고 비참한 삶을 걸고 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귀족이든 하층민이든 대회에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말이다. 귀족에게는 자신들이 누리던 '명예'의 상실이 있을 수 있지만, 하층민 병사들에게는 '고통과 비참한 삶'의 상실이다. 귀족은 패배했을 때 겨우 그들의 명예를 잃는 데 그치지만, 하층민은 승리하여야만 그들의 비참한 삶을 버릴 수 있다는 취지다. 명예를 잃을 것인가, 비참한 삶을 버릴 것인가. 어느 쪽의 성취동기가 더 절실하겠는가. 정말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멋진 수사학적 명연설이 아닐 수 없다.

페라울라스의 연설은 더 이어진다. "귀족들은 훌륭한 선생들에게서 굶주림, 목마름 추위를 견디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귀족들을 가르쳤던 선생보다 더 훌륭한 선생으로부터 그런 것을 이미 충분히 훈련받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절실함입니다. 그보다 더 훌륭한 선생은 없습니다. 이 절실함이 우리에게 모든 것들을 아주 철저하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페르시아 병사들의 군기가 있었기에, 페르시아가 그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음에 어떤 의문을 가질 수가 없다.

페라울라스의 연설대로, 절실함은 인간에게 진정 최고의 스승임에 틀림이 없다. 절실함은 우리가 행동하고 싸워야할 분명한 동기를 부여하고, 더 강해져져야 할 이유와 강해지는 방법뿐만 아니라, 나아가야할 바른 방향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절실한 사람만이 절실한 일을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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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멀어야만 나무뿌리가 강해지며
부득이(不得已)할 때 전력을 다한다
명예의 상실인가, 비참한 삶의 버림인가
절실함이 동기, 이유 및 방법을 알려주며,
절실한 사람만이 절실한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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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을 이끌 때에는
높은 곳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것과 같이 하고,
병사들을 이끌고 적지 깊숙이 데리고 들어갔을 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배를 태우고 솥을 깨뜨리라."

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 帥與之深入諸侯之地 而發其機 焚舟破釜
_ 손자병법(
孫子兵法) 구지(九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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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곳에 던져두면 죽을지언정 달아나지 않으며,
죽기로 싸우니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며, 장수와 병사는 전력을 다하게 된다.
병사들은 적지에 깊이 빠지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갈 곳이 없으면 굳세어지며
적진에 깊이 들어갈수록 뭉치고, 부득이하니 싸우게 된다.

投之無所往 死且不北 死焉不得 士人盡力 兵士 甚陷則不懼, 無所往則固, 深入則拘, 不得已則鬪.
_ 손자병법(孫子兵法) 구지(九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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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는 김홍신 작가의 <겪어보면 안다>라는 말과 상통한다.

<겪어보면 안다>

                                                         _ 김홍신

굶어 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 마름에 지쳐 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 하면 안다
그 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것이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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