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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72 키루스의 행복관, 고통 없이는 행복도 없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4. 7. 29.

키루스의 행복관, 고통 없이는 행복도 없다

 

"우리는 불행을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행복의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치통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그 치통이 없어지기만 하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의 아침에 일어났는데 치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행복을 느끼지는 못한다. 이처럼 우리는 불안이나 고통 혹은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였을 때에만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행복한 상태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순 없다. 행복은 언제나 순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고통 없이는 행복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행복이란 좋은 순간이 지속되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현재의 고통이나 불행의 상태를 벗어나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동적인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라는 말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순간변화율' 혹은 미분값으로 설명해야 적절할 것 같다. 행복이 동적 개념이라는 데에는 수긍이 간다. 매일 그렇고 그런 좋은 날만 계속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맑은 날만 지속되면 세상이 사막으로 변해버리고 말듯이, 우리는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절망하거나 스스로 파멸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복에는 반드시 고통이나 불행이 전제되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 2600년 전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대왕도,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의 교육'에서 지그문트 바우만과 동일한 행복관을 말한 바 있다. 그가 메디아와 리디아에 이어 바빌론까지 정복하고 나서 정식으로 왕에 취임하며 사실상 페르시아 제국의 출범을 선포할 때였다. 그는 대업을 이루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페르시아 귀족 등을 모아놓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다. 그 연설에서 그는, 제국을 얻기보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훨씬 위대한 일이며, 그러기 위해 승리의 쾌락에 빠지지 말고 부단히 절제하며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친구들과 동맹 여러분, 우리가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우리에게 얻게 해주신 신들께 먼저 큰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넓고 좋은 땅과 그 땅을 경작해 우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사악한 인간들처럼 안일하고 나태한 가운데 향락에 빠져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가면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을 기피하고 편히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몰락하여 우리가 지금 지닌 모든 좋은 것들을 잃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용맹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용맹함을 유지하려 끝까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계속 용감할 수 없고, 기술을 가진 자도 항상 갈고 닦지 않으면 퇴보하며, 튼튼한 신체로 나태하게 살면 허약해지기 마련이듯이, 사리 분별과 절제력과 체력도 계속 단련하지 않으면 다시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방심해서도 안 되고,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제국을 얻는 일은 위대하지만, 그 제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국을 얻는 데는 흔히 용기와 힘을 갖추기만 하면 되지만, 제국을 유지하는 데는 사리 분별과 절제력과 부단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안다면 지금 우리는 제국을 얻기 전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미덕들을 단련하는 데 한층 더 힘써야 합니다. 게다가 좋은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그들을 시기하고 적대시하며 해치려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특히 우리처럼 전쟁에서 타인들의 재산을 차지하고 그들을 종으로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키루스의 이 같은 인식은 주역(周易)의 맨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 괘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중천건 괘에서는 리더의 성장 과정을 용에 비유하고 있다. 물밑에서 때를 기다리는 잠룡(潛龍),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는 현룡(見龍), 도약하여 오르는 약룡(躍龍) 및 드디어 하늘을 나는 비룡(飛龍)으로 순차 진화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더 높이 오른 항룡(亢龍)은 후회를 한다(항룡유회亢龍有悔). 만사가 극에 달하면 그 역으로 되돌아가는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물극필반物極必反). 그래서 중천건 괘를 설명하는 상전(象傳)에서는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自强不息)."고 언급하고 있다.

이 주역 중천건 괘의 가르침은 키루스의 연설 요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키루스는 성공에 안주하거나 그 쾌락에 빠지면 항룡유회(亢龍有悔)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지적하면서, 부단히 스스로를 단련하고 절제하여 자강불식(自强不息)하여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키루스의 연설은 더 이어진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 그럼에도 계속 굶주리고 목마르고 피땀을 흘려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것은 그것을 얻기 위해 힘든 만큼 기쁨도 더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생이란 좋은 것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이기 때문입니다. 고통이나 부족함이 없으면 어떤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얻는 기쁨은 없습니다. 우리는 굶주릴 때 음식이 가장 맛있고, 목마를 때 물이 가장 고마우며, 힘들 때 휴식이 가장 달콤합니다. 이처럼 부족함이 클수록 기쁨도 더 큰 법입니다."

그러고는 절제와 수련의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 두 가지를 이렇게 기가 막힌 논리로 정리하며, 키루스의 연설은 마무리된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절제와 수련의 고통이 우리가 누리는 행복을 가장 큰 기쁨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겪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좋은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보다 좋은 것을 누리다가 잃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상과 같은 키루스 대왕의 행복관은 이렇게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성공은 그것을 이루기보다 지키기가 더 위대한 일이다. 절제와 수련만이 성취를 지킬 수 있으며, 고통과 부족함이 있기에 행복 역시 존재한다. 고통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양념이며, 더 큰 고통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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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이루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들다
절제와 수련만이 성취를 지킬 수 있다
고통과 부족함이 있기에 행복이 있다
고통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양념이며
더 큰 고통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의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4_5JOGQdmCY&t=143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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