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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62 어리석음은 악보다 위험하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4. 5. 18.

어리석음은 악보다 위험하다

 

"어리석음은 악보다 더 위험한 선의 적이다. 악은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라 저항할 수 있고 필요할 땐 힘으로 미리 막을 수도 있다. 악은 항상 그 자체 내에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기에, 적어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그러나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저항도 강제력도 아무 소용이 없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 2. 4 ~ 1945. 4. 9)가 쓴 '어리석음의 법칙'의 서두에 언급된 말이다. 그는 독일의 루터교회 목사이며 반 나치운동가로서 히틀러 암살 음모 가담 혐의로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 치하에서 멀쩡한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감옥 생활 중에 어리석음의 속성을 정리하였다.

그에 따르면, 어리석음은 본질적으로 지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결함이라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지적인 사람이면서도 어리석은 사람도 있고, 지적으로 둔하면서도 전혀 어리석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리석음은 개인의 선천적인 결함이라기보다 주어진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에, 어리석음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권력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어리석음을 필요로 하므로, 인간들에게 폭압적인 영향을 가하여 그들 자신의 내적 독립성을 박탈함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만났을 때 자율적으로 행동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포기하게 만든다. 그렇게 대중이 진실에 눈 멀어 어리석음을 받아들게 될 때 그들을 남용하거나 악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설득해서 그 어리석음은 바로잡아줄 수는 없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필요로 하는 폭압적 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켜주지 않고는 어리석음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내적 자유는 외적 자유가 선행되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기에, 외적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설득해보겠는 시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제사 교수인 카를로 M. 치폴라 교수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논한 바 있다. 그는 1976년에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다섯 가지 일반 법칙'이라는 에세이에서, 먼저 인간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는 똑똑한 사람, 둘째 타인의 손해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약탈자, 셋째 자신의 손해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피해자, 마지막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손해를 입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디나 널려 있고, 비이성적이며, 자신에게 그럴듯한 이로움이 없는 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켜 사회 전체의 행복감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어리석은 치폴라도 그 대비책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들이 저지른 짐 덩어리로 인해 이 사회가 짓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해서 그들이 저지른 손해를 벌충하는 수밖에 없다.

그가 정리한 어리석음의 다섯 가지 법칙을 살펴보자. 법칙 1: 사람들은 항상 예외 없이 어리석은 사람들의 수를 과소평가한다. 직업, 교육 수준과 같은 피상적인 요소로 인해 절대 어리석을 것 같지 않은 사람 중에도 어리석은 바보는 많다. 법칙 2: 어떤 사람이 어리석을 가능성은 그 사람의 다른 특성들과는 독립적이다. 어리석은 이들은 성별, 인종, 국적, 교육 수준, 소득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특성에 관계없이 존재한다. 대학 교수, 다보스 포럼, 유엔 총회에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있다.

법칙 3: 어리석은 사람이란 타인 혹은 집단에 손해를 입히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를 어리석음의 황금률이라 부른다. 자신에게 분명한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도 실수는 한다. 그러나 그런 실수에 일관성이 없다. 어떤 땐 영리하게 행동하다가, 어느 땐 이기적인 약탈자로, 어느 땐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는 데 있어 매우 모범적인 일관성을 지킨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위험하고 해로운 것은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상상하거나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탈자의 행동은 그것이 부당한 합리이긴 하지만 이익 추구라는 합리성의 패턴을 따르고 있으며, 그러기에 예측가능하고 그에 대한 방비책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아무 이유나 이득도 없이, 어떠한 계획이나 음모도 없이, 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들이 언제, 어떻게, 왜 공격하는지 그것을 합리적으로 알아낼 방법이 없다.

법칙 4: 보통 사람들은 항상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인 힘을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어리석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그것이 큰 비용을 요구하는 실수라는 점을 항상 과소평가하거나 잊어버리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법칙 5는 어리석은 사람은 가장 위험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어리석음은 악보다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발전해가는 사회는 지혜롭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이들이 생성해낸 이득이 어리석은 사람들이 저지른 손실을 충분히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대중에게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저지르는 데에는, 어리석지 않은 이들의 순진함, 연민, 자비심 혹은 게으름의 탓이 크다. 그 역시 다른 형태의 작은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히틀러나 스탈린이 등장할 때도 그러했다. 치폴라도 그의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어리석지 않은 인구의 비율이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력이 강화되고, 사회의 확실성이 쇠퇴하게 되며, 결국 그 나라는 지옥으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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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주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그런데 나는 우주의 무한함을 확신하지는 못한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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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thenae.tistory.com/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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