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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57 특허통수권⑦ 특허 정책, 패도인가 왕도인가 혹은 그 조화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4. 4. 13.

특허통수권특허 정책, 패도인가 왕도인가 혹은 그 조화인가

 

최근 한 기업의 특허 소송과 관련한 뉴스들이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에게 유럽에서 특허 소송을 걸었고, 국내 스타트업을 상대로도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라 한다. 이 회사는 LED 분야 세계 3위이며 UV LED 세계 점유율 1위인 서울반도체로서, 특허 소송 백전백승, 보유 특허 1.8만 건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회사와 그 상대 기업들을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기사들을 보면 매우 공격적인 특허 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통업체를 공격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제소한 상대도 아마존이고, 그에 앞서 국내 스타트업 포톤웨이브의 제품을 파는 유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수년 전에도 미국 대형 유통사인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를 제소하여 필립스 제품의 판매 금지를 이끌어냈고, 국내 기업 에스엘바이오의 유통사를 미국에서 제소하여 판매 포기와 사업 포기를 결정하게 만들었다.

유통업체를 공격하는 것은 영리한 소송 전략이다. 특허소송의 피고는 통상 제조업체가 침해 당사자이지만, 특허 침해는 해당 제품과 관련된 모든 밸류체인에서 발생할 수 있다. 침해 제품에만 사용되는 부품의 제조 업체, 전시판매 등 유통업체, 그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 등이 모두 침해자가 될 수 있다. 특허권자는 그 모두나 일부를 선택적으로 제소할 수 있는 것이다.

특허 공격을 받은 유통업체에겐 그 소송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침해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제품의 취급 자체를 아예 기피할 수도 있기에, 침해품 제조기업에 대한 압박 효과는 대단히 크다. 하지만 유통업체는 특허권자에게도 언젠가 거래선이 될 수도 있기에 그들에 대한 공격은 대체로 신중하고 소극적인데, 이 회사는 그 공격에 거리낌이 없다.

유통업체를 상대로 싸우면 전략적 이점이 있다. 소송 진행과 승소가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문제 제품은 여러 취급품 중 하나에 불과하기에 그들에게 절박하지도 않고, 더욱이 그 기술을 잘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유통사는 특허 소송에서 적절히, 절실히, 충분히 방어하기 어렵다. 포톤웨이브 건에서도 그 유통사의 소송을 돕기 위해 포톤웨이브가 소송에 참여하고자 요청하였지만, 서울반도체는 그것을 거부하였다. 자신의 제품에 대한 방어에서 손발이 묶인 포톤웨이브는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얄밉고도 영악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해외에서 소송을 벌였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간의 특허 분쟁은 국내에서 다투는 것이 상식일 텐데, 포톤웨이브와 그 유통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제소 당했다. 미국 시장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다고 한다. 이건 필시 상대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실제로 포톤웨이브는 100억 원 전후의 엄청난 소송 수행 비용을 예상한다. 한 해 매출 44억 원에 불과한 기업이 과연 이 소송을 버틸 수 있을까. 그에 비해 서울반도체의 지난 해 매출은 1조 원이 넘었다.

유통업체 공격과 해외 소송은 모두 한 가지 목적일 것이다. 상대의 저항을 무력화시켜 단시간에 효과적인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는 나무랄 게 없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물량 공세로 그들의 손발을 묶어 소송 대응뿐만 아니라 시장진입 의지마저 원천적으로 꺾으려는 기세다. 이라크 전에서 미국의 '사막의 폭풍' 작전을 연상케 한다. 비즈니스 세계가 비정하긴 하지만 스타트업를 너무 가혹하게 다루었다는 지적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단히 패도적(覇道的)인 정책이다. 패도는 힘에 의한 시장 질서를 추구하며, 강자존,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정글 룰이 지배한다. 패도를 따르면 부단히 싸우고, 이기고, 살아남아야만 하니, 항상 힘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강자존 등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매번 이긴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사나운 개 콧잔등 성할 날 없는' 꼴이 된다. 그리고 많은 싸움과 그 힘을 지키기 위해 큰 인적, 물적 자원을 써야 하므로 경영의 내실을 건실하게 지키기 어렵다. 거기다 시대의 온갖 변화는 영원한 절대 강자의 군림을 허용하지 않으니, 패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서 왕도(王道)의 특허경영을 엿보아야 한다. 왕도는, 힘에 의존하는 패도와 달리, ()과 인의(仁義)에 따른 상생과 화합의 질서를 추구한다. 고상한 왕도가 무력의 패도보다 더 옳은 것일까? 그건 단언할 수는 없다. 이미 지금의 시장주의 경제는 강자존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지극히 패도적인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다만 패도는 홀로 우뚝 서야 하니, 언제나 외롭고, 주위에는 차가워야 하며, 소속원들은 부단히 고달프다. 그 반면에 상생과 화합의 왕도는 외로움, 비정함, 고달픔 등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패도적 세상에서 순진하게 맹자의 이상적인 통치원리를 들어 왕도를 따라야 한다고 우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패도(覇道)와 왕도(王道)는 모두 중요한 경영이념이며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위태롭다. 둘을 함께 조화롭게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의 영역과 권리행사의 영역을 나누어, 기술 경쟁력의 부분에서는 패도적으로, 권리행사에서는 왕도를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 기술의 패도는 누구나 우러러 부러워할 일이니 마음껏 패도적 경영을 누려도 된다. 그런 기술에 대해 특허를 확보한 다음에는 왕도에 따라 권리 행사를 함으로써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을 가져볼 수 있다.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의 빠른 확산을 위해 그의 특허와 설계기술을 공개하였고, 다이킨도 지구를 위해 온난화 영향이 적은 냉매에 대한 특허를 공개하였다. 이들의 왕도는 따르기엔 너무 크고 높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해당 업역에서 패도와 왕도를 적절히 조화롭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고도 넓다. 뜻만 있다면 기업의 핵심역량과 비전 혹은 가치관이 나름의 조화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것이다. 귀사의 특허경영, 패도인가 왕도인가 혹은 그 조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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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도적 특허 경영은 그것을 지속하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패도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담벼락을 쌓는 것과 같다.
기업이 팽창하고 그 비즈니스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 담벼락은 더욱 길어지고 높아져야 한다.
담벼락의 확장 속도는 대충 기업과 그 비즈니스의 팽창 속도에 제곱 배가 된다고 여기면 된다. 그러면 그 담벼락을 위한 자원과 에너지가 과도히 소모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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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059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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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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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4/04/03/Q6SDFW5RHJFFXFELM3TDVW7B6Q

 

차세대 LED 기술 놓고 美서 韓 기업들 소송전… 포톤웨이브 “회사 존폐 위협”vs 서울반도체 “

차세대 LED 기술 놓고 美서 韓 기업들 소송전 포톤웨이브 회사 존폐 위협vs 서울반도체 기술 특허 보호 조치 오는 2032년 11조 시장 UV-C LED 칩 생산기업 2곳, 해외서 법적 분쟁 국내 LED 1위 서울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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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20295951

 

서울반도체·日 니치아, LED특허 공유키로

서울반도체·日 니치아, LED특허 공유키로, 경제

ww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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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eek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7083845

 

월스트리트저널이 서울반도체의 특허소송에 주목한 이유 - 주간한국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2010년대 삼성과 애플은 ‘세기의 특허전쟁’이라고 불리는 지적재산권 분쟁을 치렀다. 2011년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 10

weekl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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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있어서도, 상병벌모(上兵伐謀)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당연히 최상의 전략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허, 상표 등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특허 등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경영은 공허하다. 경쟁 환경에서의 주도권은 언감생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기껏 타사의 뒤를 추종하며 연명하거나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권이 잘 구축되어 있다면, 사전에 그 존재만을 가볍게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경쟁사들의 책모를 꺾어 분쟁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설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비즈니스를 주도하려면 선택하여야 한다. 남의 엄두를 꺾을 것인가 혹은 내 엄두가 꺾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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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가 며칠 전(2023. 11. 22.) X(전 트위터)에 이런 말을 올렸다. "오리지널 로드스터의 모든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정보를 오픈 소스로 완전히 공개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 이제 여러분들의 것입니다(Whatever we have, you now have)." 테슬라의 가장 상징적인 제품인 로드스터의 모든 기술 정보를 공개한다는 말이다. 그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결정과 행동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대단한 뉴스다. 그런데 업계나 언론의 반응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아마도 그들의 놀라운 공유와 개방 정책을 일찍이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