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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56 스트라이샌드 효과

by 변리사 허성원 2024. 4. 9.

스트라이샌드 효과

 

나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가끔 영화나 골프 경기는 보기는 하지만 드라마나 오락프로 등은 거의 기피하는 편이다. 유일하게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은 MBC'복면가왕'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경쟁이라는 좋은 흥미 거리가 있고, 가면을 이용한 익명성과 함께 실체에 대한 호기심 등과 같은 재미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패널들의 평가도 품위와 위트가 있고 그들의 통찰력 등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 복면가왕이 지난 일요일 결방되었다. 9주년 특집이라 하여 은근히 나름 기대까지 했었는데, 그 결방 소식과 이유를 듣고는 실망과 함께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9주년 특집이 곧 있을 총선에서 9번을 쓰는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부나 선거방송위원회가 손을 썼을 것이라고 여겨 흥분을 했었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을 보니 외부의 작용이 아니라 방송사 내부의 자체적인 결정임을 알게 되었다그런 결정을 내린 방송사의 입장도 수긍이 간다. 그 방송사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번 강한 징계를 받았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또 제재를 더 보태고 싶지 않아 스스로 그런 소심한 자체 검열을 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그 결방 결정으로 인해 희한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던 9번 정당을 더 강하게 홍보하는 효과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 방송사를 압박한 기관이나 정당, 정부에 대한 비난도 엄청 커졌다는 사실이다. 방송사가 그마저 일부러 의도하여 결방을 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선방위 등이 억제하고자 했던 상황에 반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너무도 강하게 나타나버렸던 것이다.

이를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부른다. 소문 등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 그 확산이 더 강하게 일어나는 반동적 현상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열정적으로 활동한 가수였고, 배우로서도 영화에도 여러 번 출연하여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등을 수상한 유명 스타였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그녀는 60세를 넘긴 2000년대 초에 '스트라이샌드 효과'로 인해 다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동기는 이렇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은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의 절벽에 있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는 해안 침식을 조사하기 위해 픽토피아닷컴이라는 회사를 통하여 캘리포니아 해안의 사진을 12천 컷이나 촬영하였다. 그 사진이 공개되자 자신의 사생활이 일반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진사와 픽토피아닷컴에 사진의 삭제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그들을 상대로 5천만 불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 소송은 그녀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도리어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크기와 구조의 저택이기에 소송까지 불사하며 공개를 막으려 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전에는 해당 사진이 겨우 6번 다운로드되었을 뿐인데, 소문이 나고 나서 한 달 사이에 무려 42만 명이 사이트를 방문하여 열람을 하였다.

그리하여 SNS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의 공개를 막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소송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결국 패소하여 큰 금액의 소송비용마저 물어주는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딴 사회학적 용어를 영원히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칼리굴라 효과'가 있다. 칼리굴라 황제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그 내용에 잔혹한 장면이 많고 성적 묘사가 과도하였다. 그래서 1979년 보스턴에서는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시켰다. 그런데 이 금지조치가 오히려 시민들에게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영화의 내용이 너무도 궁금했던 것이다. 이는 일종의 청개구리 심리와 같다.

'칼리굴라 효과'는 그 금지의 이유를 잘 아는 사람들의 관심을 강하게 끄는 것인 반면,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금지 대상에 대한 정보를 모르지만 그래서 궁금증으로 인해 더 확산되는 경향이라는 점에서, 두 효과는 차이가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약 20년 전에 초판으로 나온 조지 레이코프의 저서 제목이다. 인간의 인지 작용 메커니즘은 우리 내면에서 무의식적으로 가동된다. 그래서 누군가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오히려 코끼리를 더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19대 대통령 선거 때 안철수씨가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 후 온 국민은 지금까지도 그를 생각할 때마다 'MB 아바타'를 함께 연상하게 되어버렸다. 바로 'MB 아바타'가 코끼리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인 사람의 거동은 예민하고도 복잡하다. 그래서 노련한 정치가들도 스트라이샌드 효과’, '칼리굴라 효과' 등과 같은 덫에 어쭙잖게 빠져 애를 먹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가정의 자녀 교육과 부부 사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이나 모임에서도 어설프게 금지나 억제를 시도하려다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그런 스트라이샌드 효과로 인한 덫에 빠질 위험을 줄이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억압'이다. 억압은 소송, 금지, 탄압, 징계 등과 같이 힘에 기반하여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이런 시도는 항상 위험하니 그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억압이 거대한 반작용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많은 사례에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지금 야당들의 약진이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종교가 가장 깊이 뿌리내린 곳은 탄압이 극심했던 곳임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의 절벽 위에 있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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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84289?sid=102

 

[단독] “조국혁신당 기호라서”…MBC ‘복면가왕 9주년’ 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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