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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38 유망한 직종은 없어도 유망한 사람은 있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2. 3.

유망한 직종은 없어도 유망한 사람은 있다

 

"제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불쑥 이렇게 묻는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삼겹살에다 소주를 한잔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올해 초에 전역을 하고 복학하여 곧 4학년이 될 것이니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걸 보면, 굳이 내게서 무슨 답을 구하기보다는 이미 가닥을 잡아둔 자기 생각을 알려주려고 안주 삼아 던져본 것 같다. 하지만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묵직한 주제다. 나는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눌 때가 정말 즐겁다. 금세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생각을 잠시 뜸을 들이며 정리하여 말했다.

아들아~ 먼저 내가 최근에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나는구나.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더라. "15세 소년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이것이다.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 대부분은 나름 선의를 갖고 하는 말이겠지만, 사실은 어른들 자신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어른 말을 따르는 편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세상을 아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세계는 천천히 변했다. 하지만 21세기는 다를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른들의 말이 시간을 초월한 지혜인지 뒤떨어진 편견에 불과한지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이 맞는 것 같지? 이 아빠는 기계를 전공하고 40년 전에 산업화의 기수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전공도 다르고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할 아들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감히 뭐라 조언할 자신이 없다. 네 할아버지도 그러셨지.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할아버지는 내가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직장을 잡을 때에도 아무 말씀 없이 그저 내가 하는 것만 지켜보셨다. 다만 대기업에 취직되어 첫 출근을 할 때 해주신 한 마디는 "심부해라!"였다. 그 말은 '참고 견디라(辛抱)'라는 뜻의 잔존 일본어다. 당시 직장인의 최고의 미덕은 과로, 모욕 혹은 폭력마저도 참고 견디며 버텨야 했으니 그런 말씀 할 만했다.

네 전공과 미래에 관한 나의 식견은 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나에 대한 할아버지의 입장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다. 다만 할아버지가 '참고 견디라'고 말씀하셨듯이, 나도 그런 류의 말은 해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니까 '무엇을 하라'라는 말보다는 '어떻게 살라'는 말 정도가 되겠군. 옛날에 유효했던 삶의 태도나 미덕이 네 세대에까지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니, 미래 너의 세대에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나는 이렇게 몇 가지를 말해주고 싶다.

첫째는 변화의 주도권이다. 네가 어떤 일을 선택하든 그건 얼마 가지 않아 거의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로 바뀔 거야. 아마 어느 기술 혹은 직종이든 그 지속 기간은 길어봐야 10년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돌아봐도 그 현란한 변화가 정말 놀라울 정도인데, 네가 현업에 일할 때는 얼마나 더 급격히 변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변화의 물결에는 언제나 이끄는 사람, 끌려가는 사람, 낙오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시대의 압박을 받아 변화를 강요당할 것인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변화가 불가피함을 알아야 하고, 그 불가피한 변화를 강요당하지 않고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거야. 그러려면 항상 시대의 큰 움직임을 주시하고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둘째는 자신을 잘 지켜야 할 것 같아. 유발 하라리도 '기술이 인간을 해킹하는 시대'라고 했지. 우리가 접속하는 온갖 알고리즘은, 우리가 가는 곳, 사는 물건, 만나는 사람 등을 24시간 지켜보고 있고, 머잖아 걸음, 숨쉬기, 심장 박동, 혈압의 변화까지 훤히 꿰뚫고서, 빅데이터와 기계 학습을 통해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들 거야. 사실 이미 상당 부분 그러고 있지. 그런 알고리즘에 맞서 자신 개인의 존재와 삶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지켜야하지 않겠니? 그러려면 부단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거야. 그렇게 해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혹은 정부와 같은 알고리즘들보다 먼저 그리고 더 잘 나 자신을 알아두어야 자신의 통제권을 지킬 수 있지.

셋째는 인간과 인간성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비즈니스와 연관될 거야. 비즈니스는 반드시 돈을 벌고 기술 경쟁에서 이길 것을 요구하겠지. 돈벌이와 경쟁이라는 것은 종종 통제되지 않고 과도한 폭주를 유발하도록 하지. 그건 여러 기술의 역사가 웅변으로 보여주었잖아. 그래서 네가 어떤 위치에 있든 기술의 진보가 인간과 인간성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길 바래. 거기엔 네가 좋아하는 인문학적 지식과 관심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끝으로 항상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회가 복잡하고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이기적이 되고 마음의 여유는 줄어들고 있어. 이럴 때 남보다 더 큰 시야로 대범하고 올곧게 처신하며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정말 좋겠지? 그렇게 멋짐, 옳음, 포용력, 강함 등을 고루 갖춘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을 거야. 나는 젊을 때 찌질하게 살아서 그런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 '좋은 사람'은 시대를 불문하고 영원한 블루오션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제대로 깨달았어. 너는 충분히 그런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아들아~ 꼭 기억해둬라. 항상 유망한 직종은 없어도 언제나 유망한 사람은 있다는 것을.

 

ChatGPT가 그려준 그림임.

** (보충)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재능보다 품성이 중요하다…품성 기량 시대" 애덤 그랜트>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최근작 ‘히든 포텐셜’에서 바로 그 ‘인성의 신비’를 탐구했다. 그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통해 ‘품성이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결론내린다. 실제로 세계적인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그들의 재능은 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에서 좀 더 나은 정도였다.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품성이었다.
다만 애덤 그랜트는 ‘히든 포텐셜’에서 성격과 품성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성격이 ‘평상시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면, 품성은 ‘어려울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성격이 아니라 품성이다.성격은 우리의 경향이지만, 품성은 우리가 그 경향을 초월해 원칙에 충실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성격은 평상시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면 품성은 힘든 시기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품성은 낮은 본능을 극복하는 학습된 기량의 묶음입니다.”

https://m.news.nate.com/view/20240309n01082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재능보다 품성이 중요하다…품성 기량 시대" 애덤 그랜트 : 네이트 뉴스

한눈에 보는 오늘 : 홈 - 뉴스 : ▲글로벌 베스트셀러 ‘히든 포텐셜’로 인성의 신비와 잠재력을 파헤친 와튼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체스는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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