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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36 <아테나이20> 그대의 대지를 아는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1. 18.

<아테나이20> 그대의 대지를 아는가

 

헤라클레스가 리비아를 지날 때 안타이오스를 만났다. 헤라클레스는 그의 11번째 과업인 황금 사과를 구하기 위해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안타이오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으로서 불패의 씨름 장사였다. 그는 여행자들에게 닥치는 대로 씨름 경기를 하자고 시비를 걸고는 패배한 상대를 죽여 그 해골로 아버지를 위한 신전을 건축하였다고 한다. 침대 길이에 맞춰 여행객의 키를 늘리거나 줄여서 죽였던 고약한 악당 프루크루스테스가 그의 형제 중 하나이다.

안타이오스는 헤라클레스에게도 시비를 걸어 씨름을 벌였다. 그런데 천하의 영웅 헤라클레스도 안타이오스를 이길 수 없었다. 안타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서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한 대지로부터 무한의 힘을 공급받았기에, 죽거나 패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가 아무리 던지고 메다꽂아도 그는 금세 다시 생생하게 일어나 덤벼들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넘어뜨리며 지루하게 싸우던 헤라클레스는 그의 약점을 알게 되었다. 안타이오스는 그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공중에 들어 올리고는, 그 상태에서 목을 졸라 죽여 버렸다.

안타이오스에게 부단히 힘을 공급하는 대지와 같은 존재는 누구에게나 있다. 군주 등 리더에게는 그를 따르는 백성이나 조직원들이 대지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이 말은 정관정요(貞觀政要)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공히 등장한다. 리더는 그를 따르는 백성이나 구성원이라는 물에 떠있거나 그에 의해 침몰할 수 있는 배와 같은 신세다. 배에게 있어 물은 곧 안타이오스의 대지가 된다. 어제 뉴스를 보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업인 오픈AI사에서 전 직원의 90%가 이사회 멤버의 전원 사퇴와 함께 해고된 이전 CEO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그 거대 조직에서도 이사회라는 배는 침몰의 위기에 놓여있다.

개인들에게도 그 생명의 근원이요 생존의 조건인 대지가 있다. 발을 디디고 사는 땅이 그러하고, 숨 쉬는 공기와 먹고 마셔야 하는 음식과 물도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삶에 있어서는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은 관계, 사회적 평판, 추구하는 이상 등도 삶의 의미를 지켜주는 나름의 대지가 될 수 있다. 그 대지를 벗어나서는 누구도 제대로 된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안타이오스의 대지는 비즈니스에서도 당연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은 고객의 신뢰다. 그것을 잃은 비즈니스는 존속할 수 없으니, 고객은 비즈니스에 생명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빼앗기도 하는 비즈니스의 결정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조직을 지탱하는 조직원들과 그들을 건강하게 엮어주는 조직문화도 대지와 같은 위력을 가지는 귀중한 가치다. 그런데 이 시대는 그 불변의 가치에 그저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비즈니스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동조하며 변화하여야 한다. 변화가 곧 조직의 생존역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들은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과 변화하여야 할 것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 자칫 변화 않음에 안주하려 들거나, 당장의 요구를 위해 가벼이 변화에 휘둘려서는 크게 위태로울 수 있다. 변화하지 않음과 변화하여야 함을 두고 갈등하는 리더라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겠다. 그는 2012년의 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매우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화할까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거의 받아보지 못한 질문이 있다. 그것은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화하지 않을까요?'이다. 감히 단언한다면 두 번째 것이 사실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들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소매업에서는 고객들이 값싼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사실은 지금부터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실일 것임을 알고 있다. 고객들은 빠른 배송을 원하고, 폭넓은 선택이 가능할 것을 원한다.”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부터 10년이 지나서 어떤 고객이 찾아와, ‘제프, 나는 아마존을 좋아해요. 그래서 가격이 좀 더 비싸졌으면 좋겠어요.’ 혹은 나는 아마존을 사랑해요. 배송이 좀 더 느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상상할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 점들을 더 좋아지도록 우리의 노력을 투입하고 우리의 에너지를 지금 쏟아 붓는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고객들에게 이익을 보상하는 존재로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진실로서 존재할 그런 것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당신은 그 진실에 에너지를 대량으로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변할 것'을 묻지 말고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을 것'을 물어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변하지 않을 것'이 바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불변의 가치인 안타이오스의 대지일 것이다. 그는 아마존의 대지는 '고객의 욕구'임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는 값싼 제품, 빠른 배송, 폭넓은 선택이 3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자신이 반드시 디디고 서 있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경영의 방향을 그에 맞추어 설정한 기업이라면,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어떤 위기가 닥치거나 환경이 바뀌어도 결코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대지를 아는가.

 

Hercules and Antaeus Stefano Maderno (c.1576~1636)
The Earth, or the Fight of Heracles and Antaeus , 1819 by Auguste Cou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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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oughtco.com/antaeus-112058

 

About the Giant and Invincible Antaeus in Mythology

Antaeus was a giant with whom Hercules wrestled. Antaeus is known for drawing his strength from his mother earth, Gaia.

www.thought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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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very frequently get the question: ‘What’s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And that is a very interesting question; it’s a very common one. I almost never get the question: ‘What’s not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And I submit to you that that second question is actually the more important of the two — because you can build a business strategy around the things that are stable in time. … in our retail business, we know that customers want low prices, and I know that’s going to be true 10 years from now. They want fast delivery; they want vast selection. It’s impossible to imagine a future 10 years from now where a customer comes up and says, ‘Jeff I love Amazon; I just wish the prices were a little higher,’ [or] ‘I love Amazon; I just wish you’d deliver a little more slowly.’ Impossible. And so the effort we put into those things, spinning those things up, we know the energy we put into it today will still be paying off dividends for our customers 10 years from now. When you have something that you know is true, even over the long term, you can afford to put a lot of energy into it.” 

https://www.youtube.com/shorts/yCEX_Q5O0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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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君舟人水 水能載舟 亦能覆舟
_ 정관정요(貞觀政要) 논정체(論政體) 편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夫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_ 공자가어(孔子家語) 오의해(五儀解)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