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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무료하게 산다 _ 즉문즉설 법륜스님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0. 14.

“저는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못 찾은 채, 방황하면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흥미를 갖고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그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을 하니까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질문자가 잘하는 것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밥 잘 먹잖아요. 자기 발로 잘 걷잖아요. 그런데 왜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까?
제가 국가대표 선수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제가 국가대표 선수와 수영 시합을 한다면 역시 이길 수 없습니다. 제가 가수와 노래 대결을 하면 아무리 연습을 해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인가요?”

“아닙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는 지금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해서 생기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운동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고, 노래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고, 공부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는 항상 못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열등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런 열등의식을 치유하는 방법은 장애인 보호 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는 겁니다.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3개월 정도 봉사를 해보면 열등의식이 깨끗하게 없어져요. 자신이 얼마나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눈이 보이잖아요. 시각 장애인에 비하면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질문자는 귀도 들리잖아요. 청각 장애인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입니다. 질문자는 두 발로 걸을 수도 있잖아요.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에 비해서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질문자는 한국말도 유창하게 할 줄 알잖아요. 외국인이 한국말을 배우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질문자는 한국말을 이미 잘하니 그것도 유리한 조건입니다. 이렇게 질문자는 가진 것이 이미 많아요. 어떤 특정한 부분을 남과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지 실제로는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잘하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이지 실제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대부분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못 해서 괴로운 것이거든요.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괴로울 일도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오히려 아무거나 해도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이거 하자’ 하면 저거 하고 싶고, ‘저거 하자’ 하면 이거 하고 싶고, 그래서 늘 번뇌가 생깁니다. 그러나 질문자처럼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이거 하자’ 하면 이거 하면 되고, ‘저거 하자’ 하면 저거 하면 되니, 아무런 번뇌가 생기지 않습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겁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질문자는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아무 문제도 없는데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 문제다’, ‘나는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것이 문제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이 꼭 좋은 걸까요? 소가 열정적으로 풀을 뜯습니까? 소는 그냥 풀을 뜯습니다. 소가 풀을 안 뜯을 때 심심해합니까? 배부르면 풀밭에 앉아 있다가 배고프면 풀을 뜯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생명의 현상이에요. 열정적인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너무 열정적으로 일한 결과 지구에 온갖 위기가 발생한 겁니다. 인간이 너무 열정적으로 일을 해서 오히려 지구를 망치고, 전쟁을 일으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이지, 열정적이지 않아서 세상에 해를 끼치는 일은 없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입니다. 앞으로는 ‘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이대로 완전합니다’ 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뒤로 돌아서서 관중을 보세요. 어떤가요? 멀쩡하죠?” (박수)

모두가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학교 교육에 있어 경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몇 가지 특정 과목의 성적으로 등수를 매겨서 학생들의 심리에 열등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현재 학교 교육이 갖는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괴로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열등의식은 대부분 학교 교육을 통해 형성됩니다. 옛날에는 종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신분으로 열등의식을 심어주기도 했고, 여자라는 성별로 열등의식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열등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들 모두 재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를 잘해서 공 던지는 재능이 있다고 합시다. 공을 잘 던지는 재능이 과연 조선시대에도 재능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조선시대에 공을 잘 던져서 뭐 하겠어요? 그 시대에는 글씨를 잘 쓰거나 시를 잘 쓰는 것이 재능에 해당했습니다. 각 시대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등수를 매기느냐에 따라 재능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도 재능이 있거나 없다고 말할만한 절대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학교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 남과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습관으로 인해 마음이 위축되는 것입니다. 거기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4479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어떡하죠?” - 스님의하루

2023.10.11 논산 훈련소 군장병 즉문즉설, 동국제강 리더십특강, 수행법회

www.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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