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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22 <아테나이14> 있는 힘을 다해 그곳을 통과하세요

by 변리사 허성원 2023. 7. 30.

<아테나이14>   있는 힘을 다해 그곳을 통과하세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between Scylla and Charybdis)'라는 영어 관용어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재난들 사이에 낀 진퇴양난의 상황을 가리킨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세이렌 자매의 섬을 통과한 후 거쳐야 하는 난관이다.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 인근에 실재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 위험과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에게 미리 친절히 일러주었다.

"두 개의 바위가 있어요. 한 쪽 바위의 깎아지른 절벽에 어두컴컴한 동굴이 하나 나 있는데, 그 동굴 안에 무시무시하게 짖어대는 스킬라가 살고 있어요. 그녀는 열두 개의 다리에 여섯 개의 기다란 목을 가지고, 목마다 하나씩 달린 무시무시한 머리 안에는 세 줄로 된 이빨들이 단단히 그리고 촘촘히 나 있지요. 그 머리 하나마다 배에서 한 명씩 낚아채 갈 거예요. 다른 쪽 바위에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고, 그 무화과나무 밑에서 카리브디스가 검은 물을 빨아들이지요. 그녀는 하루 세 번씩 내뱉고 세 번씩 무시무시하게 빨아들여요. 그녀가 물을 빨아들일 때는 그곳에 가지 마세요. 대지를 흔드는 신도 그대를 구해주지 못할 테니까요."

스킬라는 원래 아름다운 님페였다. 그녀를 짝사랑한 바다 신 글라우코스가 마녀 키르케에게 사랑의 묘약을 부탁하였다. 그런데 스킬라를 질투한 키르케는 묘약 대신 독약을 써서 그녀를 머리 여섯 달린 괴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카리브디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식탐이 강해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넥타를 너무 많이 먹어치웠다. 분노한 제우스가 바다로 추방하자, 그녀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어 바닷물과 함께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 허기를 채웠다.

한 쪽의 스킬라와 반대쪽의 카리브디스, 그 무시무시한 두 괴물 사이를 오디세우스 일행은 통과하여야 한다. 이 둘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반드시 어느 하나에게는 당하게 된다. 그래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우리 속담 '귀신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다'와 같이, 한 가지 화를 피하려다 더 큰 화를 만나는 불운을 뜻한다. 다른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재앙들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야 하는데, 그 선택은 그나마 그 중 덜 나쁜 쪽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두 악마 중 덜 나쁜 쪽을 택하라(choose the lesser of two evils)'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선택의 기로에 선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조언을 떠올린다. 키르케는 "그러니 그대는 스킬라의 동굴 쪽으로 다가가서 얼른 배를 몰아 그 옆을 통과하도록 하세요. 배 안에서 여섯 명의 전우를 잃는 편이 한꺼번에 모든 전우를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요"라고 했었다. 그나마 스킬라 쪽을 택하여 희생을 최소화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희생도 리더에게는 고통스런 선택이다. 선택은 리더의 숙명이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에게 묻는다. "혹시 그 끔찍한 카리브디스에서 무사히 벗어나면서 스킬라가 전우를 빼앗아가는 것을 물리칠 방도는 없는 건가요?"

키르케가 말한다. "대담한 자여! 그대는 또다시 힘들여 싸울 생각을 하고 있구려. 그대는 불사신들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작정인가요? 스킬라는 죽지 않으며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고 사나워서 더불어 싸울 수 없는 불사의 재앙이에요. 그녀를 막을 방도는 없어요. 그녀 앞에서는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에요. 그대가 싸우려고 지체하다가는 그녀가 다시 그 많은 머리로 덤벼들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또 잡아가지 않을까 두렵네요. 그러니 그대는 있는 힘을 다해 통과하세요."

키르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대에 무모하게 대항하는 것은 헛된 희생만 늘리는 어리석은 짓임을 따끔하게 인식시킨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그나마 덜 나쁜 악을 택하여, 여섯 명의 부하를 잃고서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벗어났다.

이 시대의 리더들 특히 기업 경영인들은 오디세우스와 그 운명이 같다. 경제위기, 팬데믹, 시장 경쟁, 전쟁, 정치상황 등 수시로 급변하는 온갖 경영환경의 변화는 부단히 리더들을 시험하고 선택을 강요하며 번민에 빠트린다. 어떤 것은 조직을 통째로 빨아들여 파멸시키려는 카리브디스가 되고, 어떤 것은 구조조정 등의 이름으로 뼈아픈 조직의 희생을 요구하는 스킬라가 된다. 어떤 괴물을 만나든,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든, 리더는 조직을 살아 있는 채로 목적지를 향해 이끌고 가야 한다.

리더들에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와 같은 진퇴양난의 위기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는 키르케의 조언 두 가지를 꼭 기억하시라. “여섯 명의 전우를 잃는 편이 한꺼번에 모든 전우를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그리고 “그대는 있는 힘을 다해 그곳을 통과하세요.”

 

Scylla and Charyb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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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thenae.tistory.com/2025

 

[허성원 변리사 칼럼]#115 <아테나이13> 그대 자유로운가

그대 자유로운가 “그대는 먼저 세이렌 자매의 섬을 지나게 될 터인데, 그들은 모든 인간들을 유혹해요. 그녀들의 낭랑한 노랫소리를 들은 사람은 더 이상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의 곁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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