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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19 연암 박지원의 세 도적 이야기

by 변리사 허성원 2023. 7. 15.

연암 박지원의 세 도적 이야기

 

옛날 세 도적이 있었다. 이들은 함께 무덤을 도굴하고 서로 말하기를 ‘오늘 피로하고 많은 황금이 생겼으니 술을 마시자’고 하였다. 한 놈이 기꺼이 술을 사러 갔다. 그는 길을 가며 스스로 기뻐하면서, '하늘이 내려준 기회로다. 셋이 나누는 것보다 홀로 독차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하며, 음식에 독을 넣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오자 두 놈이 다짜고짜 일어나 그를 죽여 버렸다. 두 놈은 술을 나눠 먹었다. 그러고 나서 황금을 나누려고 했었지만, 이내 무덤 곁에서 함께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황도기략(黃圖紀略)편 황금대기(黃金臺記) 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예화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 연경과 열하를 여행하며 기록한 여행기이다. 황금대는 연경으로 가는 길에 관광차 방문한 여러 장소 중 하나로서, 옛날 전국시대 때 연나라 소왕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기 위해 축대를 쌓고 황금을 올려놓았던 곳이라 하여 그리 불린다. 연암은 황금대를 보면서, 당시 그곳에 올려져있었을 황금의 허무함을 생각하고, 어리석은 세 도둑의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세 도적들이 황금 욕심 때문에 서로 죽고죽인 결말에 이른 것을 두고 연암은 이렇게 탄식한다. “슬픈 일이다. 그 금은 길가를 굴러다니다가, 필시 누군가가 주워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습득한 사람도 말없이 하늘에 감사하겠지만, 그 금이 무덤 속에서 나온 것으로서, 독약을 먹은 자가 남긴 것이며, 앞뒤 사람들을 거치면서 몇 천, 몇 백 명을 독으로 죽일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황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서로 죽이고 죽은 도둑들의 의리를 비꼬며 이렇게 말한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필시 도적들에게서 나온 말인 듯하다. 자른다는 것은 나누는 것이다. 그 나누는 것이 금(金)이라면, '한 마음'이란 것은 이로움(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암의 위트가 잘 드러난 말이다.

주역의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은 원래, '두 사람이 한 마음이면 그 예리함(利)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니,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서로 합치기만 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연암은 ‘利(리)’를 예리함이 아닌 이익 즉 이로움으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한 마음이 되고(二人同心), 그 한 마음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 이익을 위해 황금을 나누는 것(其利斷金)이 도적들의 의리이며 본성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만난 운명은 세 도적들과 같은 결말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연암의 말처럼 우리가 이미 가졌거나 갖고자 애쓰는 황금 즉 부(富)는 모두 과거에 무덤에 들어간 어느 죽은 사람의 소유였다. 그것은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는 이유가 되기도 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연암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금을 가졌다고 해서 기뻐하지 말고, 없다고 하여 슬퍼하지 말라.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눈앞에 재물이 나타나면, 천둥을 맞은 것처럼 두려워하고, 귀신을 만난 것처럼 조심하고, 풀숲에서 나온 뱀을 만난 것처럼 하여 머리털이 곤두선 듯 뒤로 물러설 일이다.”

아~ 그런데, 연암이 말하는 저 도적의 무리는 바로 이 시대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가 비즈니스라는 명목으로 의기를 투합하는 대부분의 관계는 서로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二人同心). 그 이익을 위해 만나 업을 함께 도모하고 사람을 모으고 조직을 갖추고 시장을 확장시킨다. 그렇게 이익이 커진 다음에는, 연암이 말하는 도적의 의리에 충실하여, 이익을 여하히 나눌 것인가를 두고 번민하고 따지고 치열하게 싸운다(其利斷金). 그러다 가끔은 저 세 도적처럼 파경이나 파멸을 맞이하기도 한다.

연암의 가르침은 이런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군자는 옳음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_ 논어 이인편). '군자의 사귐은 맹물처럼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백하기에 가까워지고, 소인은 달콤하기에 끊어진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絕. _ 장자 산목편).' 이익이란 것은 단술처럼 달콤하지만 그것으로 맺어진 관계는 지극히 위태롭다. 그러나 옮음은 맹물처럼 담백하지만 지속가능한 공존과 번영을 보장한다. 그러니 옳음으로 만나고 옳음이 그 만남을 이끌게 하라는 것이 연암의 깊은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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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thenae.tistory.com/1382

 

연암 박지원의 세 도적 이야기 _ 열하일기 황금대기(黃金臺記)

연암 박지원의 세 도적 이야기 _ 열하일기(熱河日記) 黃圖紀略(황도기략) 편 황금대기(黃金臺記) 중 옛날 세 도적이 있었다. 이들은 함께 무덤을 도굴하고 서로 말하기를, 오늘 피로하고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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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有三盜 共發一塚 相謂曰 今日憊矣 得金多 盍沽酒食來 一人欣然而去 沿道自賀曰 天假之便也 與其三分 寧專之 鴆其食而還 二盜突起格殺之 先飽酒食 將兩分之 旣而俱死塚旁
嗟乎 是金也必將宛轉于道左 而必將有人拾而得之也 其拾而得之者 亦必將默謝于天 而殊不識是金者 乃塚中之發而鴆毒之餘 而由前由後 又未知毒殺幾千百人 然而天下之人 無有不愛金者 何也
易曰 二人同心 其利斷金 此必盜賊之繇也 何以知其然也 斷者 分也 所分者金則其同心之利 可知矣 不言義而曰利 則其不義之財 可知矣 此非盜賊而何
我願天下之人 有之不必喜 無之不必悲 無故而忽然至前 驚若雷霆 嚴若鬼神 行遇草蛇 未有不髮竦而卻立者也
_ 열하일기(熱河日記) 제24권 黃圖紀略(황도기략) 편 황금대기(黃金臺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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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사귐은 맹물처럼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백하기에 가까워지고,
소인은 달콤하기에 끊어진다. 

君子之交淡若水(군자지교담약수)
小人之交甘若醴(소인지교감약례)
君子淡以親(군자담이친)
小人甘以絕(소인감이절)
_  莊子 '山木'(장자 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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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옳음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 _ 論語  里仁(논어 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