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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왜 동물 학대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는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4. 27.

왜 동물 학대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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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유정우 판사, 동물학대범에 벌금 아닌 이례적 징역형 선고
“학대 방지는 소수자 보호와 연결”…장문의 ‘양형이유’ 적시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동물에 대한 생명침해 행위나 학대 행위가 있을 경우 동물 역시 그러한 고통을 느끼면서 소리나 몸짓으로 이를 표현하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 학대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하거나 결여돼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동물학대 행위를 단순히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손괴 행위로 인식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학적, 충동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함이 타당하다.”

가장 미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

유 판사는 먼저 동물권을 둘러싼 그간 논의를 짚었다. ‘인간의 식량과 의류를 위한 자원’이라는 동물에 대한 인식은 1970년대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호하고 권리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운동이 펼쳐졌다. 1978년엔 모든 동물이 생태계에서 존재할 평등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이 나왔다. 선언에는 모든 동물의 삶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부당하게 취급되거나 잔인하게 학대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민법을 개정했다.

한국에서는 1991년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졌다. 동물보호법 1조는 이 법의 목적을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 방지 등을 통해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규정한다. 2007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아졌다. 유 판사는 “전 세계 및 우리 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이를 반영한 입법 내용 및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체계 등을 살펴볼 때 이제는 동물의 생명 및 신체의 온전성도 보호법익으로서 소중히 다뤄져야 할 가치에 해당한다”며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거나 학대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더 이상 간과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유 판사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인간을 대상으로는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주목했다. 강호순,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은 개를 죽이는 것에서 범행이 시작됐다.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없는 사람은 동물 학대를 함으로써 그러한 인식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인식은 언제든 사람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 판사는 “동물학대 행위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장 미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판사는 “최소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에 포함시킨다고 가정하면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위치에 있는 존재일 것”이라며 “동물학대 행위는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존재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동물학대의 위법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은 사회가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나 차별적·폭력적 행동을 간과하거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유 판사는 지적했다. 유 판사는 “동물 학대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생명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라는 관점과 연결되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단순히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print.html?art_id=202006031400001 

 

기사 인쇄 | “동물도 고통 느끼는 존재” 어떤 판사의 양형이유

“동물도 고통 느끼는 존재” 어떤 판사의 양형이유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2020.06.03 14:00 입력 2020.06.04 00:19 수정 울산지법 유정우 판사, 동물학대범에 벌금 아닌 이례적 징역형 선고 “학대

www.khan.co.kr

** 스브스뉴스

"울산지방법원에서 특별한 판결 하나가 나왔습니다. 견주에게 불만을 품고 6개월간 지속해서 동물을 학대한 사건의 판결입니다. 피고인 A씨에게 검사는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구형보다 강한 징역 4월을 선고했습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죽인 게 아닌, '단순 동물 학대'에 대해 징역형이 내려지는 건 드문 일입니다. 이런 이례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울산지방법원 유정우 판사는 무려 3,000자가 넘는 '양형 이유'를 판결문에 남겼습니다. 그가 쓴 판결문에는 왜 동물 학대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는지, 동물 학대를 막는 일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있었죠. 이 특별한 판결문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판결문

995A47395EF2277C1C.pdf
0.1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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