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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동굴의 비유 _ 플라톤의 국가 중에서

by 변리사 허성원 2023. 4. 17.

제7권 선의 이데아와 이상국가

 

소크라테스 : 이제 우리 본성이 교육에 의해 얼마나 계발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세. 만일 인간이 다음과 같은 지하동굴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세. 동굴 안쪽에 죄수들이 앉아 있는데 그들의 사지와 목은 어렸을 때부터 묶여 있네. 그러므로 꼼짝 못하고 안쪽의 벽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지. 그들 뒤쪽의 동굴 입구에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 횃불과 죄수들 사이에는 담장 비슷한 것이 세워져 있네. 담장 비슷하다는 것은, 담장이긴 하지만 그 생김새가 인형극을 할 수 있는 공연무대의 휘장과도 같다는 뜻이지. 공연하는 사람이 관객들에게 이 휘장 위로 인형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은 구조를 지녔다고 상상하면 되네.

글라우콘 : 그렇게 상상해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리고 담장과 횃불 사이의 길을 따라 사람들이 온갖 물품들을 담장 위로 치켜든 채 지나가고 있다고 상상해보게.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지껄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만히 있기도 하지.

글라우콘 : 선생님께선 참으로 묘한 곳의 죄수들을 그려 보이시는군요.

소크라테스 : 따지고 보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지. 이 죄수들은 벽면에 비친 그림자들밖에 볼 수 없네. 자네는 이들이 그림자 외에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글라우콘 : 그들이 고개를 돌릴 수 없는 한 다른 것은 볼 수 없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들은 그러니까, 벽면에 비치는 그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겠나?

글라우콘 :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이때 벽면에서 어떤 소리가 울려나온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즉 통행인들이 오가면서 나누는 말소리가 동굴 벽면에 부딪혀 메아리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면 말일세. 그들은 이 소리의 임자가 누구라고 생각하겠나? 눈앞의 그림자가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글라우콘 :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소크라테스 : 이런 상황에서라면 죄수들은 그림자를 실물이라고 판단할 것이 틀림없네.

글라우콘 :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럼 이제 그들의 족쇄를 풀어준다고 가정해보세. 즉 그들 가운데 아무나 한 사람을 풀어주고 걷게 한 다음 주위를 둘러보게 하는 걸세. 죄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겠나? 그는 눈이 부셔 한동안 실물을 잘 분간할 수도 없을 테고, 시간이 흘러 분간할 수 있다 해도 그림자가 아닌 그 실물이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릴 걸세. 그래 누군가 그에게 지금 보이는 것이 실제의 사물이며 그동안 보아왔던 벽면의 움직임들은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해줬다고 치세. 그는 당황하여 전에 보았던 것이 오히려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글라우콘 : 그럴 겁니다.

소크라테스 : 그 다음 횃불을 직접 보게하면 어떨까? 죄수는 눈이 부셔 이전의 자리 쪽으로 뒷걸음치지 않을까? 그리하여 벽면에 비친 그림자가 더 명확한 것이라고 믿지 않겠나?

글라우콘 :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또 만일 어떤 죄수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 햇빛을 보게 한다면 어떨까? 눈이 부셔 외부의 사물들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지 않겠나?

글라우콘 : 당장은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렇네. 그의 눈이 외부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걸세. 그렇다 해도 처음에는그림자가 눈에 제일 편할 것이고 그 다음엔 물에 비친 영상이, 그 다음엔 실물의 순서대로 편해지겠지. 그리고 다음으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네. 그때에도 낮 동안의 태양광선보다는 밤 동안에 볼 수 있는 별이나 달이 훨씬 보기 쉬울 걸세. 

글라우콘 : 그럴 겁니다.

소크라테스 : 결국엔 태양까지 볼 수 있겠지. 물 같은 데 비친 그림자로서의 태양이 아니라 진짜 태양을 말이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거고.

글라우콘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는 이제 태양에 대해 한층 많은 지식을 갖게 될 걸세. 태양 때문에 낮과 밤이 있다는 것과 사계절이 있다는 것, 태양이 보이는 영역의 모든 것을 다스리며, 그동안 동굴에서 봤던 모든 일의 원인도 태양이 제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글라우콘 : 그렇게 될 겁니다.

소크라테스 : 이후엔 어떻게 되겠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알고 있었던 그 동안의 지식이 허망한 것이었다고 여기지 않겠나?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선 대견하게 생각하는 한편, 동굴의 동료들에 대해선 가엾게 생각하겠지?

글라우콘 : 그럴 겁니다.

소크라테스 : 그런데 이 사람이 다시 동굴로 내려가 전과 같은 처지가 됐다고 생각해보세. 그의 눈은 다시 어둠에 젖겠지만 전과 같지가 않을 걸세. 전처럼 그림자를 잘 식별할 수가 없어 동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가 하면, 지상에 갔다 온 죄로 눈을 버렸다고 비난받겠지. 아울러 사람들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일을 극도로 꺼리리게 되어 누군가 자신을 지상으로 데려가려는 자가 있다면 눈을 부릅뜨고 죽이려 할 걸세.

글라우콘 : 그렇게 될 겁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글라우콘, 이 모든 것들을 우리가 했던 얘기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세.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을 동굴의 감옥으로, 감옥의 불빛을 태양에 비유할 수 있지. 또 지상에 올라가 바라본 것은 우리의 영혼이 지성적 영역으로 옮아갔다고 볼 수 있네. 이쯤되면 자넨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걸세. 그것은 이러하네. 인식되는 영역에서 보게 되는 선의 이데아는 고심해야 겨우 볼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모든 아름다움의 원인이네. 또한 눈에 보이는 영역에서 빛과 이 빛의 주인을 낳는가 하면, 지적 영역에서도 그 자신이 주인이 되어 진리와 지성을 공급하는 것이지. 무릇 이성적으로 행동하려는 자라면 이 이데아를 보아야 할 것이네.

글라우콘 : 옳은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사람이 시각적으로 혼란을 느끼는 것은 명암이 교차할 때네. 즉 빛의 세계에서 어둠의 세계로 옮겨갔을 때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지. 영혼도 이와 같다네. 그래서 이러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앞을 잘 보지 못하고 더듬거린다 해도 결코 얕보거나 비웃지 않네. 비웃기보다는 그가 밝은 곳에 살다 와 이곳이 상대적으로 어둡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둠 속에서 살다 와 눈이 부셔 그런 건지 생각해볼 걸세.

글라우콘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내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면 교육에 관한 이러한 생각도 음미해봐야 할 걸세. 즉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란, 장님의 눈에 빛을 넣어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우리가 탐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이미 학습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관이 갖춰져 있네. 그래서 밝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몸 전체의 기능을 전향시켜야 하듯 영혼으로 하여금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관조하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네. 그것이 최고의 선을 찾아 터득하는 첩경이라고 우리는 말해 왔네.

글라우콘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므로 인간에게 내재돼 있는 학습능력을 빨리, 효과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은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시력을 부여하는 기술은 없네. 시력은 본래 있는 것으로 다만 그것이 그릇된 방향을 향해 있었거나 진리를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지.

글라우콘 : 맞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래서 그 성품이 악함에도 머리는 뛰어난 사람을 자네는 본 적이 있을 걸세. 이런 사람의 영혼은 시력이 좋아 분별력이 출중하지만, 악을 섬기도록 되어 있어 그 시력이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더 악을 행하게 되네.

글라우콘 : 사실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영혼이 순결하여 세속적 욕망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더욱 예리하게 시력을 가다듬어 정진한다면 그는 진리를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글라우콘 :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네. 이제 우리가 건설하려는 국가의 수호자에 대해 얘기해보세. 우리는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사람을 선별해 우리가 최대의 것이라고 증명한 지혜를 터득하도록 강제해야 하네. 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되 결코 중도에 포기하도록 해선 안 되지. 그러나 그들이 다 올라가고 충분히 보았을 때는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해서는 안 되네.

글라우콘 : 무슨 말씀이신지요?

소크라테스 : 위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단 말이네. 동굴로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명예와 노고를 나누도록 해야 하네.

글라우콘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훌륭한 삶을 버리고 열악한 환경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시니.

소크라테스 : 자네는 잊었나보군. 국가의 법률은 어느 한 계층만을 위해 입법된 것이 아니네.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국가 전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지. 즉 모든 국민을 결속시켜 공공의 선에 이바지하도록 함으로써 각자가 잘 살도록 하자는 것이었네. 이 목적을 위해 수호자를 기른 것이지 그들 자신을 위해 기른 것이 아니었네.

글라우콘 : 깜박했습니다.

소크라테스 : 이보게 글라우콘, 수호자들에게 그런 의무를 지운다고 해서 서운해할 것은 없네. 그것은 정당한 요구이기 때문이네.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자들이라면 모르지만 우리가 세운 국가에서는 다르네. 우리는 그들에게 뛰어난 교육을 실시했거 철학과 실무의 경험을 쌓게 했네. 그러므로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 국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어둠 속의 사물을 잘 분별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할 걸세. 이미 진리를 목격한 그들의 혜안으로 국가를 다스린다면 그 어떤 국가가 우리를 따라오겠는가? 틈만 나면 권력욕에 눈멀어 당파싸움이나 일삼는 그런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걸세.

글라우콘 : 옳은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런데 우리가 길러낸그 수호자들이 우리 말을 순순히 들으려고 할까? 천상의빛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지상의 국가로 돌아와 노고를 함께하려 할까?

글라우콘 : 함께할 겁니다. 그들이 올바르다면 우리의 정당한 명령을 어기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나라의 지배자들과는 다를 테니까요.

소크라테스 : 그렇지. 그게 핵심이네. 보통의 다른 지배자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어야 하네. 그래야만 부유한 자가 국가를 지배할 수 있고 기강을 바로세울 수 있네. 부유한 자란 재물이 많은 자가 아니라 덕과 지혜가 풍부한 자를 의미하지.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국가를 지배하게 되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혈안이 돼 있어 국가의 기강은 무너지고 정치는 실종될 걸세. 그렇게 되면 그들 자신은 물론 나라도 망하겠지.

글라우콘 : 사실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런데 정치적 야심에 초연한 자가 철학자 말고 또 있을까?

글라우콘 : 없을 겁니다.

소크라테스 : 정치적 야심가는 많겠지. 하지만 그들이 권자에 오르면 내분이 끊이지 않을 걸세. 그렇다면 누구를 통치자로 임명해야 하지? 지혜와 식견을 갖추었으면서도, 정치적 야심가의 그것과는 다른 명예심을 지닌 인물을 찾아야 하니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