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택지사(涸澤之蛇)
<큰 뱀이 작은 뱀을 등에 업고 가다>
치이자피(鴟夷子皮)가 전성자(田成子)를 섬겼는데, 전성자가 제(齊)나라를 떠나 걸어서 연(燕)나라로 달아날 때, 치이자피는 짐(傳, 통행패)을 지고 따랐다. 망읍(望邑)에 이르자 자피가 말했다.
“나리께서는 물이 마른 연못의 뱀(涸澤之蛇)에 관한 이야기를 어찌 들어보지 못하셨는지요? 연못에 물이 말라 뱀들이 이사를 하려 할 때, 작은 뱀이 큰 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앞서고 내가 뒤따르면 사람들은 그저 뱀이 지나갈 뿐이라고 여겨 필시 그대를 죽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그대가 나를 등에 업고 가면, 사람들이 나를 신령님(神君)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하여 뱀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큰 뱀은 등에 작은 뱀을 업은 채 큰 길을 지나가자, 사람들이 그들을 피하며 '신령님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나리께서는 모습이 준수하지만 저는 볼품이 없습니다. 나리를 제가 윗사람으로 모시면 천승(千乘) 정도의 작은 나라의 임금으로 보일 것입니다. 나리께서 저의 시종이 되면 저는 만승(萬乘)의 큰 나라 재상으로 보일 것이니, 나리께서 저의 시종 역할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하여 전성자가 짐을 지고 그를 따랐다. 여관에 이르자 여관 주인은 그들을 매우 정중하게 대하며 술과 고기를 바쳤다.
鴟夷子皮事田成子,田成子去齊,走而之燕,鴟夷子皮負傳而從,至望邑,子皮曰:「子獨不聞涸澤之蛇乎? 澤涸,蛇將徙,有小蛇謂大蛇曰:子行而我隨之,人以為蛇之行者耳,必有殺子,不如相銜負我以行,人以我為神君也。 乃相銜負以越公道,人皆避之,曰:神君也。 今子美而我惡,以子為我上客,千乘之君也;以子為我使者,萬乘之卿也。子不如為我舍人。」 田成子因負傳而隨之,至逆旅,逆旅之君待之甚敬,因獻酒肉。_韓非子 說林上
* 치이자피(鴟夷子皮피) : 월(越)나라 구천의 모신(謀臣) 범려(范蠡)가 제(齊)나라에 가서 지낼 때 사용한 이름.
* 전성자(田成子) : 제(齊)나라 대부(大夫), 이름은 전상(田常). 제간공(齊簡公)을 살해하고 실권 장악에 실패하여 연(燕)나라로 도망가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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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다>
초나라의 선왕(荊宣王)이 신하들에게 물어 말하였다.
"북쪽의 나라들이 소혜휼(昭奚恤, 초나라 재상)을 두려워한다고 들었다. 과연 그러한가?"
강을(江乙)이 답하였다.
"뭇 동물을 쫒아 잡아 먹으려는 중 여우를 잡았다. 여우가 말했다. "그대는 나를 감히 잡아먹을 수 없다. 천제가 나를 뭇 동물들의 우두머리로 삼았기 때문에, 나를 잡아 멋으면 이는 천제의 명을 거스리게 된다. 그대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그대 앞에 걸어갈테니 그대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뭇 동물들이 나를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지 보시겠는가?' 호랑이는 그럴듯하다 여겨 함께 걸어가는데, 동물들이 그들을 보고 모두 달아났습니다. 호랑이는 동물들이 자기를 두려워하여 달아났다는 것을 모르고, 여우를 두려워하여 그런 것으로 여겼습니다.
지금 왕의 땅은 사방 오천리에 달하고, 무장한 군대가 백만인데, 이를 모두 소혜율에게 맡겼습니다. 그래서 북쪽 나라들이 소혜율을 두려워하는 것은, 실제로는 왕의 무장한 군대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뭇 동물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荊宣王問群臣 曰:"吾聞 北方之畏昭奚恤也, 果誠何如?" 群臣莫對. 江乙對曰:"虎求百獸而食之, 得狐。狐曰:"子無敢食我也。天帝使我長百獸, 今子食我, 是逆天帝命也. 子以我為不信, 吾為子先行, 子隨我後, 觀百獸之見我而敢不走乎?" 虎以為然, 故遂與之行. 獸見之皆走. 虎不知獸畏己而走也, 以為畏狐也. 今王之地方五千里, 帶甲百萬, 而專屬之昭奚恤;故北方之畏奚恤也, 其實畏王之甲兵也, 猶百獸之畏虎也.
_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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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택지사(涸澤之蛇)'와 '호가호위(狐假虎威)'는 거짓 위세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학택지사(涸澤之蛇)'는 긍정적인 의미가 강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다소 부정적이다.
'학택지사(涸澤之蛇)'는 큰 뱀이 작은 뱀을 모심으로써 큰 가치를 만들어보이는 것으로서,
'섬김의 리더십' 혹은 '서번트 리더십'을 설명하는 예화로 자주 인용되며,
선종외시(先從隗始, '곽외를 섬기는 것부터 시작하다')라는고사와 가깝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남의 위세를 빌려 마치 자기 것인양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서,
안자지어(晏子之御, 안영의 마부) 혹은 안어양양(晏御揚揚, 안영의 마부가 의기양양하다)과 유사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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