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술'(기마술, On Horsemanship)에 관하여
_ 크세노폰 소작품집
<** 크세노폰(c. 430–354 BC)의 '승마술에 관하여'는 2017년 그리스 여행 때 김상근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그 때 들은 인상이 워낙 강렬하여, 기회가 나면 책을 구해 찬찬히 읽어보고 내 나름대로 제대로 정리해봐야지 하고 숙제로 남겨두었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거나 잊고 지내다가 이제야 책장을 정리하면서 당시 자료를 발견하고 그 때 기억을 되살려 본다.>
'승마술에 관하여'는 말을 다루는 법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속지 않고 말을 사는 법, 좋은 말을 고르는 법, 훈련시키는 법, 관리하는 법, 말을 타는 법 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BC350년경에 쓰여진 책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면서도 통찰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저자인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제자로서, 키루스 대왕의 페르시아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하여 지휘관으로 귀환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때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승마술에서는 말과 사람(기수) 간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말을 채찍의 위협만으로는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호흡을 맞추어야만 전투에서 기수는 자신의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여 생명과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다루는 통찰적 가르침은 인간 관계 특히 군주와 백성의 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야 하는 리더에게 이 승마술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제1장. 망아지 고르는 법
"지금 보기 좋은 말보다 장래 좋아질 말을 고르라"
이 책의 초반에는 상마법이 기술되어 있다.
말 혹은 망아지의 신체구조를 보고 좋은 말인지 혹은 좋은 말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발, 말발굽, 발굽소리, 발목, 무릅관절, 정강이뼈, 어깨뼈, 넙적다리, 목, 턱, 콧구멍, 이마, 옆구리, 궁둥이, 꽁무니, 심지어는 고환 크기까지 그 평가방법을 제시한다.
이 원리에 따라 말을 고르면, 당장은 못생겨보일 수 있지만, 다 자라고 나면 멋진 외관과 강한 힘을 가진 양마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唐나라李石의 상마도(相馬圖) _ '司牧安驥集'>
제2장. 조련
2-1. "말이 익혀야 할 것을 기록하라"
말의 조련을 조련사에게 맡길 때, 말이 습득하고 와야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조련사는 가르칠 사항을 유념하여 집중할 수 있다.
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추어 학습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여 조련을 하라는 말이다.
2-2. "온순하고 순종하며 사람을 좋아하게 하라"
배고픔, 갈증, 파리 쫒기 등을 사람이 적절히 해소해주면, 사람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
2-3. "약점을 보호해주라"
말이 스스로 아끼거나 불안을 느끼는 곳을 수시로 만져주어 안심하게 하라.
2-4. "군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
일부러 군중 속으로 지나가 사람들의 시선이나 다양한 소음에 익숙하게 하여야 하고, 말이 겁을 먹으면 단호한 행동으로 두려움을 해소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제3장. 성숙한 말 고르는 법
체크 사항 들은, 나이(이의 색상), 재갈 무는 습관, 귀 굴레끈 맨 상태, 사람에 대한 호감도, 탑승 거부, 게으름, 통제 불능, 운동 특성, 복종성, 장애물 넘기 능력 등이다.
3-1. "복종하지 않는 말은 반역자가 될 수 있다"
채찍을 맞아 흥분하더라도 복종심을 유지하여야 한다. 복종하지 않는 하인이나 명령을 듣지 않는 군대는 쓸모가 없다. 복종하지 않는 말은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반역자처럼 행동할 위험이 있다.
3-2. "능력이나 경험 부족은 용납하되, 태도 불량은 용납하지 말라"
난폭하거나 게으르거나 겁이 많거나 사람에게 적의를 가지거나 간지름을 타는 말은 선택해서는 안된다. 나쁜 태도는 교육을 통해 고쳐지지 않는다.
다리가 온전하고 성질이 온순하며, 사람을 좋아하고 일에 대해 인내심이 있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복종적이라면, 다른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된다.
달리기, 방향바꾸기, 장애물 넘기 등을 못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가르치고, 훈련하고 길들이면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다.
제4장. 마구간
4-1. "주인이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마구간을 지어주라"
말을 데려오면 가장 먼저 주인이 자주 들를 수 있는 곳에 마구간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안전한 보금자리와 주인과의 잦은 접촉은 조속한 정서적 안정을 돕고 주인과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4-2. "말구유를 안전하게 설치하라"
말은 자기 먹이를 다른 누군가가 훔쳐가면 극도로 예민해질 수 있으므로, 말구유를 안전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안전한 말구유는 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행위이다.
이는 말이 사료를 함부로 흩트리는 것을 방지한다.
4-3. "말의 발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라"
축축하고 미끄러운 바닥은 발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제5장. 마부
마부의 교육은 말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하여야 한다.
말 고삐 매기, 말똥 및 쓰레기 처리, 입마개 씌우기, 털 빗기기, 말 씻기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제6장. 말 다루기
말을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언급하고 있다. 말 다리 빗질, 접근 방법, 재갈물리기, 고삐 다루기 등..
6-1. "화난 상태로 말에 접근하지 말라"
'화는 무분별한 것이며, 후회할 짓을 저지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주나 리더도 화난 상태에서 아랫 사람들을 만나서는 안 된다. 필경 후회할 짓을 저지르게 만들 수 있다.
화가 난 상태에서 말을 타서도 안 된다.
말은 기수가 화난 것과 전투 중 긴장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6-2. "말이 무서워하는 물건은 기수가 직접 만져서 두려움을 해소시켜라"
말이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지 않으려는 물건이 있으면, 용기 있는 다름 말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기수나 마부 등 사람이 직접 만져서 말이 가진 두려움을 없애주어야 한다.
6-3. "완력으로 통제하려하지 마라"
말을 때려서 억지로 이끌고 가면 말에게 공포심만 키워줄 뿐이다.
말에게 그런 고통이 다시 가해지면, 두려운 상황이 다시 생겼다고 여겨 공포심으로 인해 돌발행동을 할 수한다.
<정유라의 말 다루는 법>
"강하게 세우기. 해도해도 안되는 망할새끼에게 쓰는 수법"
제7장. 기수
말을 타는 기수가 해야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올라타는 법, 고삐를 잡고 조절하는 법, 말을 타고 달리는 법, 고삐를 잡고 창을 다루는 법, 주행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
"의자에 앉듯 걸터앉지 말라"
두 다리로 서있는 것처럼 소위 기마자세로 타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넙적다리로 말을 꽉 조을 수 있고, 전투 상황에서 창 던지기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수가 의자에 앉는 것처럼 말 등에 걸터앉으면 말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기수를 짐짝처럼 간주하게 된다. 이는 군주와 백성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백성을 무시하고 그들의 등 위에 올라타서 군림하는 군주는 백성의 존경을 절대로 받지 못한다. 군주는 백성들 등에 올라타고 권력의 의자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허벅지에 힘을 주고, 늘 긴장하는 기립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_ 김상근
제8장. 말과 기수
말과 기수는 다양한 지형을 달릴 때 서로 능숙하게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8-1. "할수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라"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이 경우에는 기수가 먼저 말에서 내려 직접 뛰어 넘은 다음, 말이 뛰어넘도록 고삐를 당겨야 한다.
솔선수범하라는 말이다.
8-2. "체벌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하라"
말이 말 듣기를 거부하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채찍 등으로 가능한한 쎄게 때려야 한다.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면, 다음에는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기만 해도 말을 들을 것이다.
8-3.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을 극복하게 하라"
개울 건너기는 좁은 개울에서 시작해서 넓은 개울로 뛰어넘는 시도를 점차 옮겨가야 한다.
8-4. "다양한 훈련 상황을 제공하라"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 훈련하면 말이 짜증을 낼 수 있다.
종종 장소를 바꾸고 훈련 시간도 길거나 짧게 변경해가며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5. "실전 훈련을 하라"
사냥을 통해 기마술을 연습하고 사냥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다.
8-6. "신상필벌하라"
원하는 대로 행동했을 때 보상하고, 복종하지 않을 때 어김없이 체벌하면, 말은 자기가 해야 할 임무를 가장 빠르게 배운다.
예를들어, 재갈을 물자마자 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면 말은 기꺼이 재갈을 물려 할 것이다. 또한 명령을 실행하고 나자마자 휴식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 말은 달리기, 뛰어넘기 등 모든 행동을 주저없이 실행할 것이다.
제9장. 교정
성질 급한 말이나 너무 느린 말을 교정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9-1. "말이 싫어하는 것을 삼가라"
말의 기질은 인간의 분노감정과 같다. 누군가가 싫어하는 것을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그를 화나게 하지 않듯이, 성깔있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를 괴롭히는 것을 삼가하면 말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9-2. "말에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마라"
사람들의 함성이나 나팔소리에 기수가 동요하는 모습을 말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기수가 동요하면 말도 동요한다. 그로 인해 말은 예측불가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제10장. 말의 자부심
말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하는 법에 대해 기술한다.
10-1. "암말 앞에서 뽐내려 할 때, 최대한 멋지게 보이도록 배려해주라"
말은 다른 말 특히 암말 앞에서 뽐내려고 할 때는 목을 높이 치켜들고 머리를 둥글게 하며, 발은 자연스럽게 들어 올리고 꼬리를 위로 쳐올려, 강하게 보이려 한다.
그럴 때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자세를 유도할 수 있도록, 즐겁게 달리고 고상하고 강렬한 외모를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0-2. "통제는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느끼도록 하라"
재갈은 적어도 두 개 마련한다. 부드럽고 적당한 크기의 디스크를 가진 것과 무겁고 톱니가 달린 것으로 준비하여,. 먼저 무겁고 톱니 달린 것을 물린다. 물기가 불편하니 그것을 뱉어낸다. 그 대신에 부드럽고 매끄러운 디스크의 것을 물리면 환영하며 물게 된다.
제11장. 퍼레이드
11-1. "스스로의 의지로 하게 하라"
강제로 일을 시키면 말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한다.
그것은 무용수가 회초리를 맞으면서 춤을 추는 것처럼 추한 것이다.
말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의 의지로 할 때 가장 아름답고 똑똑해 보인다.
11-2. "말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주인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다"
좋은 말을 구하고 잘 훈련시켜 행사장이나 전장에서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면, 그보다 더 말을 가치있게 만드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한 말의 주인이 된다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또한 신의 방해만 없다면 훌륭한 기마술을 익혀 말과 함께 유명해지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제12장. 무장
사람과 말의 보호를 위한 무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기수의 흉갑, 투구, 장갑, 무기, 전투방법 등과 함께 말의 보를 위한 호구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 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은 다음 말이다.
"말의 넙적다리는 기수의 넙적다리로 보호하라"
기수는 자신의 몸을 말의 방패로 제공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부상을 입으면 기수 역시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군주와 백성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백성이 없으면 군주도 존재할 수 없다.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군주는 자신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승마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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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술'에 관한 김상근 교수의 글
<Bucephalus and Alex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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