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가 머뭇거리면, 벌침으로 쏘는 것만 못하다
猛虎之猶予 不若蜂蠆之致螫(맹호지유예 불약봉채지치오)
_ 史記 淮陰侯列傳
맹호가 머뭇거리면
벌침으로 쏘는 것만 못하고,
천리마가 망설이고 있으면
노마(駑馬)가 더디 걷는 것만 못하다.
맹분(孟賁)같은 용사도 여우처럼 의심이 많으면
일개 필부가 결행하는 것만 못하고
순, 우임금의 지혜를 가지고도 입을 닫고 말을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의 손발짓만 못하다.
猛虎之猶予 不若蜂蠆之致螫 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歩 孟賁之狐疑
不如庸夫之必至也 雖有舜禹之智 吟而不言 不如瘖聾之指麾也
_ _ 史記 淮陰侯列傳
"지금 한왕과 항왕의 운명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당신께서 한을 위하면 한이 이길 것이요, 초와 함께하면 초가 이길 것입니다. 신은 속마음을 터놓고 간과 쓸개를 드러내고 어리석은 계책을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당신께서 써주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진실로 당신께서 저의 계책을 써주신다면, 한과 초를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존속시켜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솥의 발처럼 서 있게 할 것입니다. 그 형세는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처럼 현명한 분이 수많은 무장 병사를 거느리고 강대한 제에 의지해 연과 조를 복종시키고, 주인이 없는 땅으로 나아가 한과 초의 후방을 제압하고, 백성들이 바라는 대로 서쪽으로 진격해서 두 나라의 전쟁을 끝내게 하고 백성들의 생명을 구해준다면, 천하가 바람처럼 달려오고 메아리처럼 호응할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감히 당신의 명령을 듣지 않겠습니까? 큰 나라를 나누고 강한 나라를 약화시켜 되어 제후를 세우십시오. 제후가 서게 되면 천하가 복종하며 그 은덕을 제에 돌릴 것입니다. 제의 옛 땅인 것을 생각해 교(膠)와 사(泗)의 땅을 보유하고 덕으로써 제후들을 회유하십시오. 궁중 깊은 곳에서 두 손 모아 읍하면서 겸양하면, 천하의 군주들이 서로 와서 제에 입조할 것입니다.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고, 때가 왔을 때에 단행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고 합니다(天與弗取, 反受其咎;時至不行, 反受其殃). 당신께서는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한신이 말하기를 “한왕은 나를 후하게 대해줍니다. 자기의 수레로 나를 태워주며, 자기의 옷으로 나를 입혀주며, 자기의 먹을 것으로 나를 먹여주었습니다. 내가 들으니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남의 근심을 제 몸에 싣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남의 걱정을 제 마음에 품으며, 남의 밥을 먹는 자는 남의 일을 위해서 죽는다.’고 합니다. 내 어찌 이익을 바라고 의리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괴통이 “당신께서는 스스로 한왕과 친한 사이라고 생각해 만세토록 변치 않는 업적을 세우려고 하시지만, 저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상산왕(常山王) 장이(張耳)와 성안군(成安君) 진여(陳餘)가 평민이었을 때, 서로 목을 베어줄 만큼 가깝게 사귀었습니다. 그러나 뒤에 장염(張黶)과 진택(陳澤)의 일 때문에 다투고 두 사람은 서로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상산왕은 항왕을 배반하고 항영(項嬰)의 머리를 들고 달아나 한왕에게 귀순했습니다. 한왕이 장이에게 군대를 주어 동쪽으로 내려가서 성안군을 지수(泜水) 남쪽에서 죽이니, 그의 머리와 다리가 따로 떨어져나가, 마침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천하에서 서로 아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서로 잡으려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충성과 신의를 다해 한왕과 친하게 사귀려고 하시지만, 그 사귐이 아무래도 상산왕과 성안군의 사귐보다 든든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틀어진 일은 장염과 진석의 일보다 많고 큽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께서 한왕이 결코 자신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 역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大夫) 종(種)과 범려(范蠡)는 망해가는 월(越)을 존속시키고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패자(覇者)로 만들어 공을 세우고 이름을 날렸지만, 자기 몸은 죽게 되었습니다.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도 삶아지게 됩니다(野獣已盡而猟狗亨). 교분으로 말한다면 당신과 한왕은 장이와 성안군보다 더 친하지 못하며, 충성과 신의로 말한다면 대부 종과 범려가 구천에게 대한 것만 못합니다. 이 두 가지의 일은 거울로 삼을 만하니, 당신께서 깊이 생각해보십시오.
또 저는 ‘용기와 지략으로 군주를 떨게 하는 자는 몸이 위태롭고, 공로가 천하를 덮는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勇略震主者身危, 而功蓋天下者不賞)고 들었습니다.
제가 대왕의 공과 지략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서하(西河)를 건너가서 위왕을 사로잡고 하열을 사로잡으셨으며, 군대를 이끌고 정형으로 내려와서 성안군을 베어 죽이고 조를 항복시키셨습니다. 연을 위협하고 제를 평정하셨으며, 남쪽으로 내려와 초의 군사 20만을 꺾으셨습니다. 동쪽으로 진격해 용저를 죽이고, 서쪽으로 향해 이 사실을 아뢰었으니, 이것이 이른바 ‘공로는 천하에 둘도 없고, 지략은 불세출이다.’라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군주를 떨게 하는 위력을 지니셨고, 상을 받을 수 없는 공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초로 돌아가면 초나라 사람이 믿지 않고, 한으로 돌아가더라도 한나라 사람이 떨며 두려워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이러한 위력과 공로를 가지고 어디로 가려고 하십니까? 무릇 형세는 남의 신하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군주를 떨게 하는 위력이 있으시고, 이름은 천하에 드높아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한신이 사례하며 “선생께서는 잠시 쉬십시오. 나도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며칠 뒤에 괴통이 다시 한신을 설득하며 “듣는 것은 일의 조짐이고, 계획하는 것은 일의 기틀입니다. 듣기를 잘못하고 계책에 실패하고도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는 자는 드뭅니다. 듣고서 한두 가지 실수하지 않으면 말로써 어지럽게 할 수 없습니다. 계략이 본말을 잃지 않으면, 교묘한 말로써는 분란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대체로 말을 기르는 자는 천자(天子)가 될 만한 권위를 잃고, 한두 섬의 봉록을 지키기에 급급한 자는 경상(卿相)의 지위를 지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혜는 일을 결단하는 힘이 되며, 의심은 일의 해가 것입니다. 터럭같이 작은 계획을 자세히 하면, 천하의 큰 술수를 잃어버립니다. 지혜로는 그것을 알면서도 결단해서 과감하게 행하지 않는 것이 모든 일의 화근입니다(智誠知之, 決弗敢行者, 百事之禍也).
그래서 ‘맹호가 머뭇거림은 벌이나 전갈이 쏘는 것만 못하며, 준마의 주춤거림은 노둔한 말이 천천히 가는 것만 못하며, 맹분(孟賁)의 여우같은 의심은 필부가 결행하는 것만 못하다. 비록 순(舜)임금이나 우(禹)임금과 같은 지혜가 있더라도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가 손짓발짓을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猛虎之猶予, 不若蜂蠆之致螫;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歩;孟賁之狐疑, 不如庸夫之必至也;雖有舜禹之智, 吟而不言, 不如瘖聾之指麾也』.
이것은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귀중하다는 말입니다. 대체로 공은 이루기 힘들고 실패하기는 쉬우며, 때는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此言貴能行之. 夫功者難成而易敗, 時者難得而易失也. 時乎時, 不再來.). 당신께서 자세히 살피십시오.”라고 했다. 한신은 망설이면서 차마 한을 배반하지 못했다. 또한 스스로 공이 많으니 한이 끝내 제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괴통의 말을 거절했다. 괴통은 말을 들어주지 않자 미친 척하고 무당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권92. 회음후열전 [卷九十二. 淮陰侯列傳] - 한글 번역문 (사기 : 열전(번역문), 2013. 5. 1., 사마천, 김영수)
當今両主之命県於足下. 足下為漢則漢勝, 與楚則楚勝. 臣願披腹心, 輸肝膽, 效愚計, 恐足下不能用也. 誠能聴臣之計, 莫若両利而倶存之, 參分天下, 鼎足而居, 其勢莫敢先動. 夫以足下之賢聖, 有甲兵之衆, 拠彊斉, 従燕、趙, 出空虛之地而制其後, 因民之欲, 西郷為百姓請命,則天下風走而響應矣, 孰敢不聴! 割大弱彊, 以立諸侯, 諸侯已立, 天下服聴而帰徳於斉. 案斉之故, 有膠、泗之地, 懐諸侯以徳, 深拱揖譲, 則天下之君王相率而朝於斉矣. 蓋聞天與弗取, 反受其咎;時至不行, 反受其殃. 願足下孰慮之.」
韓信曰:「漢王遇我甚厚, 載我以其車, 衣我以其衣, 食我以其食. 吾聞之, 乗人之車者載人之患, 衣人之衣者懐人之憂, 食人之食者死人之事, 吾豈可以郷利倍義乎!」蒯生曰:「足下自以為善漢王, 欲建萬世之業, 臣竊以為誤矣. 始常山王、成安君為布衣時, 相與為刎頚之交, 後爭張黶、陳沢之事, 二人相怨. 常山王背項王, 奉項嬰頭而竄, 逃帰於漢王. 漢王借兵而東下, 殺成安君泜水之南, 頭足異処, 卒為天下笑. 此二人相與, 天下至驩也. 然而卒相禽者, 何也? 患生於多欲而人心難測也. 今足下欲行忠信以交於漢王, 必不能固於二君之相與也, 而事多大於張黶、陳沢. 故臣以為足下必漢王之不危己, 亦誤矣.
大夫種、範蠡存亡越, 霸句踐, 立功成名而身死亡. 野獣已盡而猟狗亨. 夫以交友言之, 則不如張耳之與成安君者也;以忠信言之, 則不過大夫種、範蠡之於句踐也. 此二人者, 足以観矣. 願足下深慮之. 且臣聞勇略震主者身危, 而功蓋天下者不賞. 臣請言大王功略:足下渉西河, 虜魏王, 禽夏説, 引兵下井陘, 誅成安君, 徇趙, 脅燕, 定斉, 南摧楚人之兵二十萬, 東殺竜且, 西郷以報, 此所謂功無二於天下, 而略不世出者也. 今足下戴震主之威, 挾不賞之功, 帰楚, 楚人不信;帰漢, 漢人震恐:足下欲持是安帰乎? 夫勢在人臣之位而有震主之威, 名高天下, 竊為足下危之.」韓信謝曰:「先生且休矣, 吾將念之.」
後數日, 蒯通複説曰:「夫聴者事之候也, 計者事之機也, 聴過計失而能久安者, 鮮矣. 聴不失一二者, 不可亂以言;計不失本末者, 不可紛以辭. 夫隨廝養之役者, 失萬乗之権;守儋石之祿者, 闕卿相之位. 故知者決之斷也, 疑者事之害也, 審豪氂之小計, 遺天下之大數, 智誠知之, 決弗敢行者, 百事之禍也. 故曰『猛虎之猶予, 不若蜂蠆之致螫;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歩;孟賁之狐疑, 不如庸夫之必至也;雖有舜禹之智, 吟而不言, 不如瘖聾之指麾也』. 此言貴能行之. 夫功者難成而易敗, 時者難得而易失也. 時乎時, 不再來. 願足下詳察之.」韓信猶予不忍倍漢, 又自以為功多, 漢終不奪我斉, 遂謝蒯通. 蒯通説不聴, 已詳狂為巫.
[네이버 지식백과] 권92. 회음후열전 [卷九十二. 淮陰侯列傳] - 한자 원문 (사기 : 열전, 2013. 5. 1., 사마천,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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