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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미지근한 영혼'은 지옥에조차 들지 못한다

by 변리사 허성원 2018. 8. 31.

'미지근한 영혼'
지옥에조차 들지 못한다

 

[지옥문을 들어서자마자 캄캄한 어둠이 그들을 감싸면서 영문 모를 한숨과 울부짖음 그리고 뼛속을 갈라놓는 통곡 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단테는 그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저마다 고함 소리, 말 못할 고통을 호소하는 저 신음소리와 성내면서 울부짖는 비명 소리, 저 소리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단테는 엄습하는 공포로 머리를 움켜쥔 채 울부짖었다.
"스승이시여, 저 귀청을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이며, 끝없는 고뇌 속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저 무리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저 미지근한 영혼들은
오명도 명예도 없이 일생을 한심하게 살아왔다네. 
저들 가운데에는
신에게 충성하지도 않고 반역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방관자로 서있었던 천사들도 섞여 있다네.
천국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더럽혀질까봐 그들을 쫓아내었는데
깊은 지옥에서조차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네.
악인들조차도 그들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지.

"This miserable way
is taken by the sorry souls of those
who lived without disgrace and without praise.
They now commingle with the coward angels,
the company of those who were not rebels
nor faithful to their God, but stood apart.
The heavens, that their beauty not be lessened,
have cast them out, nor will deep Hell receive them-
even the wicked cannot glory in them."

_ 신곡 지옥편 3곡(Inferno, Canto III)

 

** 
그 다음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이하여 저토록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저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요?"

"저들은 이처럼 어둡고 별빛 하나 없는 곳에서 언제까지나 미로를 헤매야 하네. 그래서 차라리 지옥의 구멍에라도 틀어박혀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 그들에게는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옥에 가는 사람들마저 부러워해야 하는 처지를 통탄하고 있는 것일세. 자, 이제 가보세."

**
<"미지근한 영혼들">

"미지근한 영혼들"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변화도 추구하지 않고, 아무 일도 시도하지 않았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나쁜 일을 도모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이 왜 존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래서 알 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는 폐품과 같이, 세상이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흔적을 남지기 못한 자들이다.

"미지근한 영혼"은 지옥에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그들은 지옥문 앞의 깜깜한 미로를 영원히 헤메야하는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죽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 세상에서도 '인간으로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방관자, 중립을 지킨 자>

"신에게 충성하지도 않고 반역하지도 않으면서 방관자로 서있었던 천사들은 천국에서 쫓겨나 깊은 지옥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악인들조차도 그들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비겁(卑怯)한 자'이다.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소리내어야 할 때 침묵하고, 행동하여야 할 때 숨고, 어느 쪽이든 한 편에 서야 할 때 결단내리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중간에서 머뭇거리는 자를 가리킨다.

 

 

<지옥의 문 _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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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론의 중립금지법>

"솔론의 개혁입법 중 가장 특이한 것은 ‘중립 금지법’이었다. “도시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은 시민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위기를 외면하고 개인의 안일만을 꾀하거나, 어느 편이 이기는가를 주시하며 위험을 피하는 사람은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솔론은 “가장 잘 다스려지고 있는 폴리스는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합심해 가해자를 벌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https://athenae.tistory.com/44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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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原德之賊也(향원덕지적야) _ 논어 양화>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사람(鄕原)은 덕의 도둑이다

공자께서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사람으로 평가된다는 것은 덕을 훔쳐가는 도둑과 같다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선악 판단이 분명치 못하여, 
항상 남의 기준이나 가치 평가에 맞춰 위선적으로 살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두루뭉술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세상 사람들에게도 결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존재다움을 나타내는 덕(德)이 있다. 자신의 존재다움을 선명히 하지 못하면 그 덕을 해치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선악을 판단하고 또 그에 따라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것을 가르치고 있다.

단테의 '미지근한 영혼'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누구에게도 좋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향원(鄕原,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보다 더 나쁘다. 그래서 지옥에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향원(鄕原)에 대해 더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이 있다.

 

향원(鄕原)

향원(鄕原) 한 인간 유형을 생각해본다. 萬子曰:一鄉皆稱原人焉,無所往而不為原人,孔子以為德之賊,何哉...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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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鄕原)에 관한 맹자의 해석>

만자(萬子)가 물었다.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어진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어진 사람이 될 터인데
공자께서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비난하려고 들면 들어서 말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들면 풍자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시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부합하며,
위인은 충직한 듯하고 행동은 청렴결백한 듯하여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다."

"萬子曰 : '一鄕皆稱原人焉, 無所往而不爲原人, 孔子以爲德之賊, 何哉?'
曰: '非之無擧也, 刺之無刺也, 同乎流俗, 合乎汚世, 居之似忠信, 行之似廉潔, 衆皆悅之,
自以爲是, 而不可與入堯舜之道, 故曰: "德之賊也.'" 
_ 『孟子(맹자)·盡心(진심) 下(하)]』

[네이버 지식백과] 자왈: "향원덕지적야." [子曰: "鄕原德之賊也."] (논어의 문법적 이해, 2000. 1. 1., 류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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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狂者)와 견자(狷者)>

"중용의 도를 지키는 사람을 찾아내어 사귀지 못한다면
나는 반드시 열광적인 사람과 고지식한 사람을 택할 것이다.
열광적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 무언가를 취득하고
고지식한 사람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 있다."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 狂者進取, 狷者有所不爲也."
_ 논어 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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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의 인생은
지극히 단조롭고 지극히 평범했다.
그래서 지극히 끔찍했다.

_ 톨스토이

단조롭고 평범한 인생.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인생이다.
남의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여, 남의 의견에 항상 동조하여 자신의 소신이 없는 인생이다.
바로 신곡의 '미지근한 영혼', 논어의 ;향원'과 같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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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를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친구를 만들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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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리뷰가 구매를 촉진시킨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너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 대부분의 구매자는 상품을 검색할 때, 긍정적 리뷰보다 부정적 리뷰를 눈 여겨 살펴본다. 통상적으로 5배 이상이 부정적 리뷰를 더 체크한다고 한다.

- 소비자들은 상품의 취약점과 부정적인 측면을 체크하고 싶어한다.
- 만약 판매자가 부정적인 상품평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검열해서 걸려내면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소비자는 얻고자 하는 정보도 구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상품평에 감명을 받지도 못하고, 이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르고 왜 사야 되는 건지 설득되지도 못한다.
- 구매자들은 모든 리뷰가 호평 일색일 때, 이를 가짜(fake)로 여긴다. Reevoo에 따르면, 부정적 리뷰가 잘 안 보이면 95%의 고객들이 기업이 상품평을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리뷰 자체도 가짜거나 홍보로 받아들인다.

 

** 관련 글

소비자의 '혐오'를 광고하는 회사

**

군자와 소인의 중간 쯤에 있는 인간은,
그 행실이 올바른 듯하지만 편향되고,
그 말이 도에 가까운 듯하지만 잡스럽고,
배움이 넓고 큰 듯하지만 속된 것에 가깝고,
예스런 소박함은 진부하고,
너그러움은 우유부단하고,
엄함은 맹금과 같다.
이런 사람은
군자의 마음을 가지면서
소인의 잘못을 가졌기에
항상 해로운 도에 이르게 되니,
배우는 사람은 이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有君子小人之間 行亦近正而偏 語亦近道而雜 學圓通便近於俗 尚古朴則入於腐 寬便姑息 嚴便猛鶯 是人也 有君子之心 有小人之過者也 每至害道 學者戒之 _ 신음어(呻吟語)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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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낭비한 죄">

영화 '빠삐용'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봤었는데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빠삐용 역의 스티브 매킨과 드가 역의 더스틴 호프먼.

주인공 '빠삐용'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독방에서 갇혀 지내는 중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배심원과 재판관을 만난다.
자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그래서 무죄라고 반박한다.

그에 대해 재판관이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저지른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다.
인생을 낭비한 죄다. 너를 기소한다.
그 죄에 대한 벌은 사형이다.

**

"여러분 가까이 와서 내 말을 들으세요.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요.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요.
심지어 그들이 당신을 존중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당신이 거울을 보았을 때, 당신이 보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좋아요.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세요."

셰릴 리 랄프 수상소감 "거울 속에 보이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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