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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혐오'를 광고하는 회사

by 변리사 허성원 2018. 11. 4.

소비자의 '혐오'를 광고하는 회사
유니레버(Unilever)의 마마이트(Marmite)

 

소비우리 제품을 끔찍히 싫어한다?
통상의 경우라면 기업은 그런 혐오의 존재를 가리기에 급급할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소비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혐오나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광고를 하는 회사가 있다. 심지어는 마치 싫어할테면 싫어해보라는 식으로 슬로건에서까지 당당히 표현한다.

'마마이트(Marmite)'를 생산하는 유니레버(Unilever)사의 마케팅 전략이 그렇다.
마마이트는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에서 주로 생산 및 소비되는 식품으로서, 짙은 갈색이나 검은 색의 잼과 유사하고 주로 빵에 발라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이스트 추출물을 분해 및 농축하여 만들기 때문에 그 향기가 매우 독특하다. 나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지만, 경험해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 냄새는 까나리액젓+된장+청국장+똥을 섞었을 때 나는 냄새와 유사하다고 하니, 얼마나 끔찍한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홍어와 유사한 기호/혐오 식품일 거라는 짐작이 간다. 본 고장인 영국에서도 마마이트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히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마마이트의 광고에는 "You either love it or hate it."이라는 슬로건 문구가 항상 따라 다닌다. 이 말을 대충 번역해보면, "당신은 마마이트를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협오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혹은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마마이트를 좋아하는 사람과 혐오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당당히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혐오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광고까지 한다.
그 광고의 버전도 매우 다양하다. 밤중에 남모르게 연못에 갖다버리는 내용, 젓먹이 아기가 냄새를 견디지 못해 젓을 분수처럼 토하는 내용, 첫 데이트를 완전히 망치는 내용, 집안에서 무시당하여 처박혀 있는 마마이트를 구출하는 내용 등..

 

<마마이트를 훔쳐 몰래 연못에 갖다버리는 광고>

 

 

<젓먹이가 마마이트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젓을 토하는 모습>

 

<가정에서 천대받고 있는 마마이트를 구출하는 스토리>


이들은 왜 이런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까?
타겟 마케팅임은 잘 알겠는데, 좋아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혐오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여하튼 마마이트의 타켓팅 전략은 매우 성공적인 듯하다. 이를 통해 마마이트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혐오하는 사람들은 명확히 구분된다. 그래서 타겟 고객의 카테고리를 명확히 하고 나름대로 선호하는 고객만의 자부심 내지는 선민의식을 자극하는 한편, 비선호인들의 호기심과 구심적 욕구를 자극한다. 끝없이 세계에서 많은 도전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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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서는 이와 같이 시장을 세그멘테이션하고 특정 영역의 소비자만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것을 타겟팅 전략이라 부른다.
많은 기업들이 모든 잠재적 수요자를 빠짐없이 만족시키려 노력하다 누구에게서도 충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유니레버는 적어도 마마이트의 시장에서는 확고하게 한 마리의 토끼만을 쫒는 정책을 취하고, 혐오하는 다른 토끼에 대해서는 매우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제한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생각과 일치한다.

"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싶으면,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라!
그런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_ 스티브 잡스


이런 말도 있다.

"바닷물을 통째로 끓이려 들지 말라!
비즈니스란
지금 당장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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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에서 "향원(鄕原,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사람)은 덕(德)의 도둑이다"라고 했다.

原德之賊也
(향원덕지적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존재다움을 나타내는 덕(德)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하면 결국 그 존재다움이 선명하지 못하고 두루물숭한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 존재다움의 덕은 지켜질 수가 없는 법이다.
마마이트와 홍어의 덕(德)은 그 특유의 냄새로 표현되기에, 그 냄새를 희석시켜서는 자신의 덕을 잃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충성스런 고객마저도 놓치게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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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6/05/368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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