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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by 변리사 허성원 2018. 6. 4.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이규보(1168-1241)

모란꽃이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신부가 꺾어 창가를 지나다
빙긋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신랑이 일부러 장난치느라

꽃이 더 예쁘군

꽃이 더 예쁘단 말에 삐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짓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다면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牡丹含露眞珠顆 美人折得窓前過
含笑問檀郞 花强妾貌强
檀郞故相戱 强道花枝好
美人妬花勝 踏破花枝道
花若勝於妾 今宵花同宿


** 이 닭살 돋는 신혼부부들의 사랑놀이 시의 지은이는 고려시대 최충헌 집권 당시의 대재상이며 대 문장가였던 규보(李奎報, 1168~1241)이다.
그 시대의 풍류가 정말 놀랍지 않은가.

**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

이규보 선생에게는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나는 있지만, 개구리를 갖지 못해 인생의 한이로다)이라는 고사가 따라 다닌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재미도 있고 당시의 상황에서 있음직한 이야기이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이 글귀는 이규보가 과거에 낙방하고 집에 있을 때 대문에 붙였다고 한다. 당시 왕인 명종이 암행을 나갔다가 이 글을 보고 그 뜻이 궁금하여 이리저리 물어보고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꾀꼬리와 까마귀가
서로 다투다가 사흘 후에 노래 대결을 하기로 하고,
심판은 백로에게 맡기기로 합의하였다.

가뜩이나 목소리가 좋았던 꾀꼬리는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사흘 내내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였다.

그러나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전혀 하지 않고 들판을 다니며 개구리를 잡았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남몰래 갖다 바쳤다.

사흘이 지나 노래대결이 벌어졌다.
백로는 노래 대결의 승자로 꾀꼬리가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규보가 번번이 과거에서 낙방한 자신의 신세를 자탄하며 그 글귀를 써붙였던 것이다.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과거의 시제에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이라 을 내걸어 이규보가 장원을 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물을 의미하는 와이로(蛙利鷺, 백로를 이롭게 하다)라는 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고 하는 설이 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도 적든 많든 사용된 기록이 있었어야 할 것인데, 그런 기록이 없는 걸 보면, 뇌물의 와이로(賂, わいろ)는 일본말에서 온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