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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상벌의 기준_ 형명(刑名) (한비자 이병 二柄)

by 변리사 허성원 2018. 6. 1.


상벌의 기준_ 형명(刑名)(한비자 이병 二柄)




군주를 속이는 신하를 없애고자 하면

형명(名)이 부합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형명(名)이란 말(言)과 일(事)이다.

신하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고

군주는 그 말에 의거해서 그에게 일을 맡기며,

오로지 그 일을 가지고 공(功)의 책임을 묻는다. 

(功)이 일(事)에 부합하고, 일이 그 말(言)에 부합하면

상을 주어야 하며,

(功)이 그 일(事)에 부합하지 않고, 일이 말(言)에 부합하지 않으면

벌을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신하들은 그 말이 크고 공이 작기에 벌을 받는 것이며

공이 작다 하여 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벌은 공(功)과 명(名)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다.

신하들이 말은 작게 하였는데 그 공이 큰 경우에 역시 벌이 주어지는데,

큰 공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의 불일치가 큰 공을 가지는 것에 비해

심대한 해악이기 때문에 벌하는 것이다.


옛날에 한소후(韓昭侯)가 취하여 잠이 들었는데

전관(典冠)이 군주가 추워하는 것을 보고 군주에게 옷을 덮어 주었다.

한소후가 잠에서 깨어나 기뻐하며 좌우에 물어 말했다.

"누가 옷을 덮어 주었느냐?"

좌우에서 대답했다.

"전관입니다."

그러자 한소후는 전관(典冠)과 전의(典衣) 모두를 벌하였.

전의의 죄는 자신의 일을 놓친 것이고

전관의 죄는 그 직분을 월권한 것이다. 

추운 것을 싫어하지 않음이 아니라

직분을 침범한 폐해가 추위보다 심대하기 때문이다.


고로 밝은 군주는 신하를 키움에 있어

신하가 그 직무를 넘어 공을 세우지 않게 하고

자신이 말한 것과 불일치한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월권이면 죽음을 내리고 불일치이면 처벌함으로써,

맡은 직무의 확실히 지키고 그 말한 바에 충실하게 된다.

그러면 신하들은 붕당(朋黨)을 하여 서로 위하지 못하게 된다.  



人主將欲禁姦,則審合刑名者,言與事也。人臣者陳而言,君以其言授之事,專以其事責其功. 功當其事,事當其言,則賞;功不當其事,事不當其言,則罰。故群臣其言大而功小者則罰,非罰小功也,罰功不當名也。群臣其言小而功大者亦罰,非不說於大功也,以不當名也害甚於有大功,故罰。

昔者韓昭侯醉而寢,典冠者見君之寒也,故加衣於君之上,覺寢而說,問左右曰:「誰加衣者?」左右對曰:「典冠。」君因兼罪典衣與典冠。其罪典衣、以失其事也,其罪典冠、以越其職也。

非不惡寒也,以侵官之害甚於寒。故明主之畜臣,臣不得越官而有功,不得陳言而不當。越官則死,不當則罪,守業其官所言者貞也,則群臣不得朋黨相矣。




** 형명(名)과 (功)

'형(刑)'은 통상 형벌을 가리키는 말이만, 법률, 모범, 본보기, 표준 등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형명(名)'에서의 '형(刑)'은 신하가 스스로가 달성하겠다고 말한 목표를 가리키며, '명(名)'은 신하가 말한 '형(刑)'에 기초하여 군주가 부여한 직무이다.

(功)은 신하가 직무를 수행하여 달성한 성과이다.


** 한비자의 가르침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신하가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스스로 자신의 말(刑)로 하게 하라.

둘째, 그 말(刑)에 걸맞는 일(名)을 부여하라.

셋째, 그 일에 부합하는 (功)으로 책임을 물어라.

넷째, 형명(名)과 (功)이 모두 부합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라.

형명(名)과 (功)이 부합되지 않아 벌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직무를 놓친 실(失責),

  - 자신의 직무를 넘어선 월권(越權)

  - 목표 예측의 실패(너무 과도하거나 과소).


** 왜 한비자는 형명(名)의 일치를 그토록 강조할까?

형명(名)의 불일치가 가져오는 폐해를 생각해보자. 

먼저 월권을 생각해보자. 만약 월권이 허용된다면 신하들은 군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른 신하의 직무를 넘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업무분장의 엄격함이 유지되지 못하니 신하들간의 불신과 갈등이 높아질 것이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챙기거나 수행하지 못한 실책에 대해서도 벌하기 어려워진다.

공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당초 큰 공을 공언하였으나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한 신하를 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당초 작은 목표를 설정하여 직무를 부여받은 다음,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이룬 경우, 한비자는 이마저도 처벌대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군주가 목표에 비해 큰 성과를 이룬 신하를 선호하면, 모든 신하는 역량에 부합하는 최적의 목표 혹은 도전적인 목표를 회피하고, 안전하고 소극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폐단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한비자는 형명 불일치의 폐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 붕당(朋黨)의 위험

특히 한비자는 실책(失責)과 월권(越權)이 묵인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붕당(朋黨)의 위험을 언급하고 있다.

신하들끼리 자신의 책무를 서로 주고 받아 타인의 직무를 대신해주는 등 서로를 도와주게 되면, 친소관계가 이루어지고 그 친소관계는 무리를 형상하여 붕당화될 위험을 예상할 수 있다. 

역시 한비자의 대단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