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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장경오훼(長頸烏喙)형 인간

by 변리사 허성원 2017. 12. 25.

장경오훼(長頸烏喙)형 인간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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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좋은 때가 있듯이 어려운 때도 피할 수 없다. 인생 자체가 고락(樂)이 아닌가.
고락
(樂)은 밀물과 썰물처럼 우리 인생에 교번하여 오간다. 즐거움은 좋은 추억이 되지만, 어려움은 좋은 가르침이 되어 우리를 더욱 성장시킨다. 이러한 인생의 고락은 누구와 함께 나누는가에 따라 증폭되기도 하고 경감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인간 관계는 고락의 오르내림을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 나누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관계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사람에게 동고동락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내가 부귀하여 좋은 상황일 때 사람들이 몰려오고 내가 빈천하여 어려워지면 떠나간다. 부귀다사(士) 빈천과우(友)가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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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반대로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소위 장경오훼(喙)형 인간이다. 목이 길고 까마귀 부리같은 입을 가진 인간을 가리킨다. 사기(史記)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 나오는 말이다.

범려(蠡)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춘추전국시대의 패자가 되게 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공로에 대한 큰 보상을 버리고 월나라를 벗어나 제나라로 떠났다. 제나라에 도착한 범려는 그와 절친한 문종에게 다음 내용의 편지를 쓴다.

“날아다니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감추어지고, 날랜 토끼가 죽으면 사냥 개는 삶기게 된다오. 월왕의 사람됨이 목이 길고 입이 까마귀처럼 생겼으니, 환란은 같이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할 수가  없는 사람이오. 그대는 어찌하여 떠나지 않소?” ( 蔵  烹.   去?)

이 고사에서 조진궁장(蔵) 토사구팽(烹)이라는 성어도 유래하였다. 토사구팽(烹)은 약 250년 후 한고조 유방을 도와 진시황이 통일한 진나라를 멸망시킨 한신이 유방에 의해 그의 세력을 제거당하면서 한 말이기도 하다. 

과연 장경오훼 즉 목이 길고 입이 나온 사람이 환란은 함께 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일까? 관상학에서는 목이 짧으면 복록이 있고 길면 빈천하며, 입이 나온 사람은 야성적이고 자아가 강하다고 나와 있기는 하지만, 고락을 동반하기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범려는 관상학적인 관점과는 관계없이 구천의 인간적 특성을 그의 모습을 빗대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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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이다. 오왕 부차에게 패하여 회계산에서 항복한 후, 스스로 부차의  신하가 되어 말을 끌고 청소를 하는 등 치욕을 참으며 심지어는 부차의 똥을 맛보기까지 하여 거짓 충성을 다하다가 3년 후 극적으로 풀려난다. 돌아온 구천은 장작 위에서 자고 수시로 쓸개를 핱으며 "회계산의 치욕(회계지치) 잊어서는 안된다"고 외치면서 복수의 다짐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범려와 문종의 치밀한 전략으로 오나라를 결국 멸망시키고, 중원의 패자가 된다. 

이같이 구천은 복수에 대한 집념이 너무도 강하다. 목적 달성을 위해 온갖 치욕을 견디는 참을성 역시 통상의 인간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히 강하다. 이런 류는 대체로 잔인하고 욕심이 많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자신이 어려울 때는 바싹 엎드려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얻어내지만, 형편이 좋아지면 어려울 때 도와주었던 사람을 까맣게 잊거나 그 도움을 가벼이 여기고 쉽게 배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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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내게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만난 사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자주 찾아왔다. 나이가 겨우 한 살 차이인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받들어모시듯 하더니 어느날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했지만 내 노력과 인맥으로 어떻게 해볼만한 일이기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더니 다행히 큰 손해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연락도 없고 그럭저럭 잊고 지냈는데 며칠 전 찾아왔다. 형편이 좋아보였다. 그토록 혀가 감키도록 입에 담던 '형님'이라는 말도 쓰지 않고 심지어는 그냥 '허변리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이 교만해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나를 실망시킨 것은 점심 식당에서 한 짓이다. 서빙을 하는 40 중반 정도의 여종업원에게 거침없이 반말을 하며 지시를 한다. 기가 찼다. 내 입장이 그 여종업원과 같아진 것 같은 모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범려가 말한 장경오훼(喙)형 인간이란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이 사람은 목이 길지도 않고 까마귀 부리같은 입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는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짓도 할 있고, 좋아졌을 땐 남들을 업신 여기며 교만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다. 

 

** '웨이터의 법칙'(Swansons Unwritten Rules of Management)

식당 등에서 웨이터 즉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친절하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종업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무례한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장경오훼형 인간을 쉽게 식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사람과는 비즈니스를 도모해서는 안되며, 당연히 직원으로 채용하여서도 안되고, 그런 자가 상관이라면 범려처럼 가차없이 떠나야 한다. 내가 힘을 가졌을 때에는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내가 자신보다 약해졌을 때에는 종업원을 대하듯 무례하게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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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오훼(長喙) 가여공환란(可難) 불가여공락(樂)

장경오훼(喙)형 인간은 '환란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모도 감수하고 인내하지만,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교만에 빠져 고난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마는 타입의 인간이다.

그런데 그 반대 형의 인간은 어떨까? 즐거운 좋은 시절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어려움이 닥쳐 정작 도움이 필요하면 곁을 떠나버리는 타입의 인간이 있다. 이런 형은 그래도 매우 인간적이다. 앞에서 말한 부귀다사(士) 빈천과우(友)의 고사에서와 말한 바와 같이, 형편이 좋을 때는 사람이 모이고 어려워지면 멀어지는 어려워지면 적잖이 야속하기는 하겠지만 비난하기는 어렵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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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寒然後知松柏之不彫(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

아무리 그래도 진정한 친구인지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려진다.

공자는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不彫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라 하였다.
추사 김정희는 그의 세한도(
歲寒圖)에서 이 말을 인용하여 발문을 썼다. 세한도(歲寒圖)는 제주도에 유배 신세인 자신의 쇠락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자 이상덕이 우의를 잃지 않음을 가상히 여겨 그 뜻을 그림과 글에 담아 선물한 것이다.

 

 

**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사람은 한 명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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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라!
첫째, 나의 태도를 보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둘째, 나의 태도로 인해 상대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Leave the crown in the garage”

 

펩시콜라의 전 CEO 인드라 누이의 말이다.

나는 2001년 펩시콜라의 CEO로 지명된 날의 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마침 엄마가 집에 와 있었다. 그 엄청난 소식을 말하려 하자, 엄마가 말했다. "그건 천천히 말해도 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너가 나가서 우유를 사오는 일이야." 나는 나가서 우유를 사오고 나서야 그 엄청난 뉴스를 말할 수 있었다. "난 오늘 펩시콜라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어. 그런 나에게 엄마는 겨우 우유 심부름을 시켰던 거야."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너는 펩시콜라와 같은 대단한 회사의 대표이사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집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아내이자 엄마인 거야. 아무도 너를 대신할 수 없어. 그러니 왕관은 차고에 두고 오렴."

 

 

** (참고1)
와신상담(臥薪嘗膽)은 모두 구천이?

와신(臥薪)은 오왕 부차가 구천에게 패하여 죽은 아버지 합려의 원한을 잊지 않기 위해 장작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를 다짐했던 것이고, 상담(嘗膽)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월왕 구천이 부차에게 패한 치욕을 복수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주체가 다르다는 기록(십팔사략)도 있다. 사기에는 구천의 상담(嘗膽)만 언급하고 있고, 오월춘추에는 와신(臥薪)과 상담(嘗膽)의 주인공은 모두 구천이라고 기록 되어 있다.

 

** (참고2)

범려의 인생 2모작

월나라를 떠난 범려는 상인으로 변신하여 대단히 성공적인 2모작 인생을 살았다. 범려에 관한 김영수 선생의 다음 글들을 일독할 만하다.

[고전의 향기] 삼취삼산三聚三散
[‘중국 역대 상인(商人) 열전’] (12) 범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1 정치·군사·경영 두루 통달한 중국의 商神

[‘중국 역대 상인(商人) 열전’] 범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2) 너그럽고 후덕한 생활로 巨富 반열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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