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두 당선자님,
김해시장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소식을 듣던 그 순간, 솔직히 내 일처럼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정영두 당선자의 행보를 애정으로 지켜본 선배로서, 또 김해에 뿌리를 둔 출향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당선을 무한히 기뻐하면서도 그것이 갖는 무게를 함께 새겨 봅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자리바꿈이 아니라는 것 잘 아실 겁니다. 김해는 2천년 가야 왕국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곳이지만, 최근 들어 보수가 다시 세를 넓혀가던 흐름 한복판에 있었지요. 낙동강 벨트의 향방을 가늠하던 이 까다로운 땅에서 우리 김해 시민이 후배님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건, 그 역류를 거스르고 다시 한번 진보적 변화를 택했다는 뜻이지요. 안주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혁신하라는 명령이라 여겨집니다.
표는 보상이 아니라 청구서라고도 합니다. 시민은 상을 준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의 명령 목록을 건넨 거라고 여겨야 할 겁니다. 후배님이 진단한 대로 김해는 무한한 잠재력을 품었으되 시민의 삶과 인프라가 정체된 도시였어요. 그 정체를 깨라는 요구에 시민이 공감했기에 오늘의 당선이 있는 거겠지요.
특히 15년째 이어진 부산-김해경전철의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던 제1공약은, 말로 그쳐서는 안 될 약속입니다. 말의 무게가 곧 책임의 무게니까요. 구호로 얻은 표를 정책으로 갚는 것, 그것이 혁신을 자처한 사람의 첫 의무라고 봅니다. 특히 어느 역대 시장들보다 경제를 아는 사람이니, 그 역량을 김해의 미래 성장동력을 빚는 데 온전히 쏟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김해의 뿌리에 관한 당부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해는 2천년 전 철과 바다로 동아시아를 잇던 가야의 본향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찬란한 유산이 도시의 얼굴로는 너무 약하게 새겨져 있었지요. 경주가 신라로, 부여가 백제로 또렷이 기억되는 것에 견주면, 가야의 김해는 늘 한발 물러서 있었습니다. 경제와 인프라를 일으키는 일 못지않게, 가야문화를 김해의 정체성으로 우뚝 세우는 일에도 마음을 써 주세요. 역사는 관광 자원이기 이전에 시민의 자긍심이고, 도시의 격을 결정하는 품격입니다. 철의 왕국이 품었던 그 기개를, 후배님 손으로 오늘의 김해에 되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지금은 북극항로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얼음이 물러난 바닷길이 부산과 동남권을 유럽과 직접 잇는 새로운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지요. 2천년 전 가야가 철과 바다로 동아시아의 교역을 호령했듯, 김해는 다시 한번 바닷길의 시대 한복판에 설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부산항과 진해신항의 배후, 공항과 철도가 교차하는 이 입지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옛 가야의 해양 DNA가 북극항로라는 미래의 항로와 만나는 지점에 김해의 새로운 도약이 있을 것입니다. 그 큰 그림을 후배님이 먼저 그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후배님을 믿고 표를 모아준 다수 시민의 뜻을 무겁게 받들어 주세요. 그 한 표 한 표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자기 삶을 바꿔 달라는 절박한 위임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자기 일을 제쳐두고 후배님을 위해 온몸으로 함께 뛰어준 열성 지지자들이 있었지요. 초여름 열기 속에서 땀을 흘리며 율동을 하고 목이 쉬도록 이름을 외쳐준 그 사람들이야말로 후배님이 가진 진정한 재산입니다. 권력은 임기와 함께 끝나지만, 그렇게 마음으로 맺어진 사람은 평생을 갑니다.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당부하고 싶어요. 표를 준 60% 이상의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를 선택했던 사람들을 포함한 김해 전체를 품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후배님을 찍지 않은 시민의 목소리까지 시정 안에 들일 때, 비로소 진보적 변화는 한 진영의 승리를 넘어 도시의 자산이 됩니다. 가장 낮은 자리의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 그것이 4년 뒤 후배님을 증명할 유일한 잣대일 겁니다.
다만 시정 권력의 정점은 늘 외로운 자리예요. 환호가 가라앉은 뒤에야 행정의 진면목이 드러나지요. 변화를 바란 시민의 열망이 식지 않도록, 처음의 속도를 끝까지 잃지 마세요. 혁신은 취임식의 선언이 아니라 임기 내내 이어지는 가혹하고 고독한 노동일 겁니다. 그 길이 외롭고 고될 때, 곁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새로운 김해의 출발선에 선 후배님에게, 선배로서 다시 한번 깊이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돌이켜보면 후배님이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음을 잘 압니다. 그 묵묵한 걸음을 알기에 오늘의 기쁨이 더 크고, 또 그래서 더 든든합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면서,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4년이 김해의 도약으로, 그리고 진보적 변화의 증명으로 길이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언제든 이 선배의 손이 필요할 때 부르세요. 김해의 새 길에 늘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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