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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코난 오브라이언, 하버드 졸업식 연설 _ 260528

by 변리사 허성원 2026. 5. 30.

코난 오브라이언, 하버드 졸업식 연설 _ 2026년 5월 28일

 

여는 말

"이사진, 학장, 교수진, 동문, 졸업생, 가족, 동료 명예학위 수여자, 법무부 스파이 여러분, 그리고 미모사를 배달 중인 우버이츠 기사님, 환영합니다." 그는 졸업 가운을 두고 "이보다 덜 어울리는 옷차림은 없다, 무대 위 우리 모두 호그와트 마법약 교수처럼 보인다, 드루이드들의 금주 모임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는 그레이버 총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원래대로면 A+를 드려야 하지만 곧 시행될 하버드 정책에 맞춰 C-로 조정하겠다, 학교를 위한 일"이라고 농을 던졌다. 올해 하버드를 달군 학점 인플레이션 규제 표결을 겨눈 농담이었다. "MIT 졸업식도 오늘이라 취업 경쟁에서 15분 앞서 출발하도록 짧게 끝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버드라는 곳

"이 아름다운 삼백주년 극장(Tercentenary Theatre)에 모이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 잔디밭을 '삼백주년 극장'이라 부르는 건 하버드 사람뿐일 거다. 하버드여, 5달러짜리 단어면 될 걸 왜 50달러짜리 단어를 쓰는가." 동문으로서 모교를 실컷 놀린 뒤, 다른 아이비리그도 "프린스턴만 빼면 다 훌륭한 기관"이라고 농을 쳤다. 자신이 살던 매더 하우스는 "한 시간만 있어봐도 세일럼 마녀들이 마지막에 웃었다는 걸 안다, 너무 흉한 건물이니 허물고 다시 짓자"고 했다.

그는 1642년 첫 졸업생이 아홉 명뿐이었는데 "그런데도 전원이 동문 자녀(legacy)였다, 그거 참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고, "이 나라 어느 대학도 하버드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화이트칼라 범죄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니 선을 택하든 악을 택하든 여러분은 최고 중 최고"라고 했다.

지금 여러분이 마주한 문제들

AI를 두고는 "하버드에선 문제가 아니다, 교수들이 논문 채점에 쓰는 정교한 AI 소프트웨어 덕분에 학생들의 AI 사용을 금세 잡아낸다, 다 잘 굴러간다"며 양쪽을 동시에 비틀었다. "AI가 여러분을 대체할 순 없다, 프린스턴 그 인간들을 대체하느라 바쁠 테니까"라고도 했다.

"나도 하버드를 고소하겠다"

여기서부터 자네가 받은 글의 핵심 대목일세. "이 기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합중국 연방정부가 우리 대학을 고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내가 하버드를 변호하러 온 줄 안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나는 그 소송에 반대하지 않을뿐더러, 여기 합류하겠다고 선언하러 왔다. 나도 하버드를 고소한다."

고소 사유로 그는 신입생 시절 기숙사(Holworthy 16)의 무쇠 2층 침대, 사이언스 센터 오전 9시 수업과 솔저스 필드 오전 10시 수업을 동시에 신청하게 둔 일정, 보잘것없던 학부 시절 성생활("나에게 쓰리섬이란 기숙사 방에 거울을 하나 더 다는 것이었다"), 아카펠라 그룹의 8분짜리 노래, 그리고 2학년 봄 애덤스 하우스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캡틴 벤스 피시 스파게티"를 줄줄이 들었다. 그러고는 "내 주장이 미합중국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보다 더 타당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맺었다.

외국인 유학생과 미국 문화

"현 행정부는 하버드가 외국인 학생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여긴다. 어쩌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외국인이 미국 문화에 보탠 게 뭐가 있겠나. 음악, 문학, 미술, 요리, 패션, 건축, 무용, 과학적 돌파구, 그리고 우리 도덕률과 윤리적 신념의 핵심만 빼면 말이다." 객석이 크게 환호하자 그는 "외국인들이 일을 망쳐놓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칼뱅파 레게를 듣고, 성공회 지티를 먹고, 금지된 루터파 람바다를 추고 있을 것"이라고 농을 이었다.

내가 이 학교를 진짜 사랑하는 이유

농담만 하러 온 게 아니라며 진심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전환했다. "대학에 갈 기회조차 없었던, 자리보전하던 할머니께 하버드 합격 소식을 전하고 그분이 우는 모습을 본 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였다." (이어 "알고 보니 내가 할머니 다리를 깔고 앉아 있었던 것"이라는 자기조롱을 붙였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 1985년의 나처럼 큰 자부심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하버드가 지금 나에게 갖는 의미

연설의 무게중심이 되는 메시지. "졸업하던 날엔 하버드 학위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는 첫 번째 사실이어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하버드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는 마지막 사실이어도 괜찮더라."

그는 간판이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심야 토크쇼 데뷔 시절, 언론이 자신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하버드 출신"뿐이었고, "철학자나 물리학자라면 괜찮았겠지만 코미디언에겐 그게 사형선고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자신은 "아이비리그 교육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1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만들었다며 출연했던 망가진 방송들을 열거했다.

내가 배운 것들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첫째, 나는 아무것도 혼자 이루지 않았음을 늘 되새긴다. 휘트먼의 "나는 군중을 품는다(I contain multitudes)"를 인용하며, 자신의 성취는 친구·가족·작가·프로듀서·심지어 안티팬까지 "광대차에 빼곡히 들어찬 군중"의 도움 덕분이라고 했다. 둘째, 방향을 틀 줄 안다(pivot). 세상을 의미했던 일자리를 잃고, 심야 방송이라는 포맷 자체가 증발하는 걸 지켜본 뒤 팟캐스트로 전환해 그 이상의 것을 만들었다고 했다. 셋째, 내 삶에서 운(luck)이 한 거대한 역할을 늘 인정한다. "운 좋게 쥔 포커 패를 자기 재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 본능과 싸우는 것이 나를 온전하게 지켜줬다"고 했다.

"성취를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소화(metabolize)하라는 것이다. 승리를 가볍게 지니면 친절, 독창성, 용기, 유머, 인간다움 같은 다른 자질이 자라날 자리가 생긴다."

여행에서 배운 것: 서툴러도 괜찮다

24편의 여행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말이 안 통하는 땅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신경 쓰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스로 서툴도록 내버려둬라. 나는 가는 나라마다 형편없이 춤췄지만 사람들이 웃었다, 알고 보니 세상 어디든 다들 못 추는 친척이 하나씩 있더라."

나르시시즘의 시대에 겸손을

"내가 유행에 맞지 않는 겸손과 연결을 설교하고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극단적 나르시시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워싱턴의 현 지도부는 공감을 약함으로 여기고, 우리 나라가 홀로 최고라 믿는다. 게다가 오늘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은 오직 당신만을 떠받들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된 휴대폰을, 당신을 '자기만의 특별한 여정의 단백질 채운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그 기계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

해법은 단순하다고 했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여러분의 경우엔 명문 학위를 덜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진짜로 발견할 수 있다. 미덕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더 큰 웃음과 사랑과 진짜 성장으로 가는 길로서."

겸손을 설교하는 자의 역설

그는 자기 모순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영광을 초월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12세기 교황처럼 차려입고 제대로 받을 자격도 없는 박사학위를 받으며 이 무대에 서 있다. 놀랍지도 않게, 나는 거대한 자아를 가졌다." 자기 방송 제목들이 죄다 자기 이름이었다는 점을 늘어놓고는, 그렇다면 이 박사학위를 거절할 생각을 단 한 순간이라도 했느냐며 "천만에, 단 1초도 안 했다"고 받아쳤다.

7학년을 중퇴하고 교통경찰로 일한 할아버지(별명 후퍼)의 좌우명을 인용했다. "받을 수 있는 건 받고, 더 달라고 해라." 그러고는 "그분을 기리며 이 박사학위를 챙기고, 그레이버 총장에게 현금도 따라오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여러분의 진짜 교육은 지금부터다

맺음말. "어쩌면 여러분을 향한 내 바람은, 하버드가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알게 되는 마지막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중요한 사실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의 진짜 교육은 지금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귄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친구들과 함께, 눈부신 성공과 비참한 패배와 함께, 그리고 당신의 위대함이 주변의 혼란 덕분이지 그것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는 겸허한 인정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 2026년 졸업생들이여. 오늘 받는 종이 한 장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의 노력과 결단과 인간다움, 그리고 여러분이 만들어왔고 또 만들어갈 무한한 공동체 때문에."

고소 농담, 외국인 유학생 반어, 공감은 약함이 아니다, 가장 덜 중요한 사실 등이 연설의 척추를 이루고 있다. 다만 실제 연설에서 정치 풍자는 전체의 3할 남짓이고, 나머지 7할은 자기조롱과 겸손·운·공동체라는 철학적 메시지가 차지한다. "나르시시즘의 시대"라는 진단과 알고리즘 비판이 공감 대목의 핵심 문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3fCktnk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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