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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광고인가, 계약인가, 농담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6. 5. 6.

광고인가, 계약인가, 농담인가

1995년 펩시는 TV 광고에서 해리어 전투기를 700만 펩시포인트에 준다고 했다. 한 청년이 70만 달러를 모아 청구하자 펩시는 농담이라며 거절했고, 법원도 펩시 손을 들어주었다.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농담임이 명백한 광고는 청약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2001년 후터스는 한 달 매출 1위 종업원에게 토요타를 주겠다는 사내 콘테스트를 열었다. 우승자에게 시상한 것은 자동차가 아닌 요다 인형이었다. "Toy Yoda" 만우절 농담이라는 항변에도 회사는 자동차값을 지급하는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같은 농담, 다른 결말. 한국 민법 제107조 비진의표시 법리로 옮기면 분석은 더 정밀해진다. 농담의 효력은 표의자가 아니라 합리적인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에 달린다. 펩시 광고는 합리적 시청자가 농담임을 알 수 있었기에 무효, 후터스 약속은 합리적 종업원이 농담임을 알 수 없었기에 유효. 위트와 약속의 균형, 광고의 오래된 윤리이자 법이다.

I.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

광고는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부터 약속인가. 1995년 펩시가 TV 광고에 띄운 해리어 전투기와 2001년 후터스가 종업원에게 내건 토요타 자동차는 같은 질문을 두 가지 다른 각도에서 던졌다. 한쪽에서는 회사가 농담이라며 책임을 면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회사가 진담의 책임을 졌다. 결과가 갈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약법이 가지고 있는 정밀한 좌표축이 두 사건을 정확히 반대편에 놓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사건 분석에 앞서 그 좌표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잠시 짚어둘 필요가 있다.

II. 계약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청약과 승낙: 계약의 두 기둥

계약은 두 사람의 의사가 만나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한쪽이 "이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하면 다른 쪽이 "좋다"고 응답하는 순간, 계약이 성립한다. 이 두 의사표시를 각각 청약(請約, offer)과 승낙(承諾, acceptance)이라 부른다.

청약은 그 자체로 계약을 완성시킬 만큼 구체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 "내 차를 천만 원에 살 사람"이라는 말에는 무엇을(자동차), 얼마에(천만 원), 누구에게(불특정 다수)라는 핵심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 상대방이 "사겠다"고 한 마디 하면 그것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더 협상할 여지가 없는 완결적 제안이라야 청약이다.

승낙은 청약의 내용에 그대로 동의하는 의사표시다. 청약과 어긋나는 부분을 덧붙이거나 일부만 받아들이면 그것은 승낙이 아니라 새로운 청약(반대청약)이 된다. "천만 원에 사겠는데 보험 1년치도 같이 들어달라"는 응답은 승낙이 아니다. 청약과 승낙의 내용이 정확히 일치할 때(이를 합의의 일치라 한다), 계약이 비로소 성립한다.

청약의 유인: 청약 직전의 단계

문제는 세상의 많은 거래 권유가 청약과 청약 아닌 것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 진열대의 가격표, 신문에 실린 모집공고, TV에 나오는 상품 광고. 이런 것들도 청약일까.

전통적으로 법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런 메시지들은 "나에게 청약을 해 주세요"라는 부추김에 불과하다. 이를 청약의 유인(誘引, invitation to negotiate)이라 한다. 그러니 광고를 본 소비자가 매장에 가서 "이거 주세요"라고 말하는 행위가 오히려 청약이 되고, 점원이 "네"라고 응답하는 행위가 승낙이 된다. 광고는 그 거래의 도화선일 뿐 거래 자체는 아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광고가 청약이라면 광고주는 광고 내용대로 무한정 책임을 져야 한다. 재고가 떨어졌다는 항변도, 광고 문구를 잘못 표시했다는 항변도 통하지 않는다. 광고를 본 모든 소비자가 "사겠다"고 하면 그 모두에게 광고대로 물건을 인도해야 한다. 광고가 청약의 유인이라면 광고주는 한 단계 뒤로 물러설 수 있다. 실제 거래의 청약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고, 광고주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보유한다.

대법원도 이 구분을 명확히 한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75447 판결. "광고는 일반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이 명확하고 확정적이며 광고주가 광고의 내용대로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청약으로 볼 수 있다."

진의와 표시: 농담의 효력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광고가 청약이든 청약의 유인이든, 그것이 농담이라면 어떻게 될까. 표의자가 자기 진심과 다른 말을 의도적으로 했다면, 그 의사표시는 효력을 가지는가.

한국 민법은 이를 제107조 비진의표시 조항에서 정면으로 다룬다.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이 조항의 구조가 절묘하다. 본문은 표시주의 원칙을 천명한다. 농담이라도 일단 표시된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지 않으면 거래 안전이 무너진다. 누구든 사후에 "그건 농담이었다"고 빠져나갈 수 있다면 어떤 약속도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상대방이 농담임을 알았거나(악의), 알 수 있었던 경우(과실)에는 무효다. 농담임을 알아챈 사람이 그것을 약속이라 우기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 단서의 핵심은 "알 수 있었을 경우"라는 표현이다. 상대방이 실제로 알았을 필요는 없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을 사정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즉 농담의 효력은 표의자의 의도가 아니라 합리적인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에 달려 있다.

좌표축의 정리

이상의 법리를 좌표 위에 놓으면 광고와 약속의 관계가 명료해진다.

첫째 축. 광고는 청약인가 청약의 유인인가. 광고 내용이 명확하고 확정적이며 광고주의 구속 의사가 명백하면 청약, 그렇지 않으면 청약의 유인.

둘째 축. 광고가 농담이라면 합리적인 사람이 농담임을 알 수 있었는가. 알 수 있었으면 비진의표시로 무효, 알 수 없었으면 표시된 대로 유효.

이 두 축을 따라 펩시 사건과 후터스 사건을 들여다보자.

III. 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 광고는 청약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

1995년부터 1996년에 걸쳐 펩시는 자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모션이라 자평한 "Pepsi Stuff" 캠페인을 진행했다. 펩시 제품 라벨로 포인트를 모으면 티셔츠, 가죽 재킷, 자전거 같은 펩시 로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충성고객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모션을 알리는 TV 광고 한 편이 사건의 출발점이다.

광고는 한 십대 소년이 펩시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등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75 Pepsi Points", 입고 있는 재킷에는 "1450 Pepsi Points", 끼고 있는 선글라스에는 "175 Pepsi Points" 같은 자막이 차례로 뜬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학교 운동장에 해리어 II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착륙시키며 등교하고, 화면에는 "Harrier Fighter 7,000,000 Pepsi Points"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시애틀에 거주하던 21세 경영학도 John Leonard가 이 광고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카탈로그 약관 뒷면에는 충분한 라벨이 없을 경우 1포인트당 10센트로 추가 포인트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Leonard는 투자자 다섯 명을 모아 70만 달러를 조달하고, 700,008.50달러 수표(배송비 10달러 포함)와 라벨 15장을 동봉하여 펩시에 보냈다. 광고에 명시된 7백만 포인트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펩시는 즉시 거절하며 광고를 "장난(joke)"이라고 답했다. Leonard의 변호사가 강하게 항의하자, 펩시는 분쟁을 정리하기 위해 1996년 7월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자신은 해리어를 인도할 의무가 없다는 확인판결(declaratory judgment)을 구하는 소를 선제적으로 제기했다. Leonard도 플로리다 주법원에 특정이행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두 사건은 결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병합되었다. 사건은 Kimba M. Wood 판사에게 배당되었다.

Wood 판사의 판단

1999년 8월 5일, Wood 판사는 펩시의 약식판결 신청을 인용했다. 판결의 논거는 세 갈래다.

첫째, 광고는 원칙적으로 청약이 아니라 청약의 유인이다. 청약이 되려면 명확하고 확정적이며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의사표시여야 한다. 본건 광고는 그 자체로 인수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고, 카탈로그를 참조하라고 지시했으며, 카탈로그에는 해리어가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광고만으로는 청약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둘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근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광고가 실제로 해리어 전투기를 청약했다고 볼 수 없다. 광고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도, 시청자의 주관적 해석도 아니라, 합리적인 시청자가 광고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가 기준이다. Wood 판사는 다음 논거를 동원했다. 해리어가 등교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묘사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7백만 포인트를 정상 적립하려면 펩시를 하루 190캔씩 100년간 마셔야 한다. 해리어의 실제 가격이 약 2,300만 달러(또는 3,740만 달러로 추산)인데 70만 달러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기엔 너무 좋은 거래(too good to be true)다. 미국 해병대의 실전용 전투기를 음료 회사가 판촉용으로 양도한다는 발상 자체가 합리적인 사람에게는 명백한 농담이다.

셋째, 가사 청약과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뉴욕주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을 충족하지 못한다. 500달러 이상의 동산 매매계약은 양 당사자가 서명한 서면이 있어야 강제집행이 가능한데, 광고 영상은 서면이 아니고 Leonard가 보낸 주문서에는 펩시의 서명이 없다.

제2순회 항소법원은 1999년 11월 항소를 심리하고 2000년 1월 간략한 per curiam 의견으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광고의 후일담

펩시는 광고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방영했지만 두 가지 수정을 가했다. 해리어의 가격을 7백만 포인트에서 7억 포인트로 인상하고, 화면 하단에 "Just Kidding"이라는 자막을 추가했다. 미 국방부는 해리어가 군사용 기능을 제거하는 demilitarization 절차 없이는 민간에 양도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사건은 결국 영미 계약법 교과서에 광고와 청약의 구분, 객관적·합리인 기준, 그리고 puffery 법리의 핵심 사례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에는 Netflix가 "Pepsi, Where's My Jet?"이라는 4부작 다큐멘터리로 이 사건을 재구성했다.

IV. 후터스 토요타 사건: 약속은 약속이다

사건의 발단

2001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Panama City Beach의 후터스 매장에서 지점장 Jared Blair가 사내 콘테스트를 공지했다. 한 달간 가장 많은 맥주를 판매한 종업원이 각 참여 매장에서 추첨에 참여하고, 추첨 당첨자가 새 토요타 자동차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콘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Blair는 종업원들에게 토요타 차량이 승용차일지, 트럭일지, 밴일지는 모르겠지만 등록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부수 설명까지 더했다. 차종을 구체화하는 발언이었다.

당시 27세 웨이트리스 Jodee Berry가 우승했다. 5월 초, Blair는 Berry에게 우승 사실을 알리며 안대를 씌워 매장 주차장으로 인도했다. 안대를 벗자, 그곳에는 자동차가 아니라 Star Wars의 캐릭터 요다(Yoda) 인형이 놓여 있었다. Toyota가 아니라 Toy Yoda였다는 만우절 농담이었다.

Berry는 즉시 사직했다. 그리고 후터스 매장의 운영법인 Gulf Coast Wings, Inc.를 상대로 계약 위반과 기망적 부실표시(fraudulent misrepresentation)를 청구원인으로 하여 제소했다.

합의로 끝난 결말

사건은 본안 판결까지 가지 않았다. 2002년경 양 당사자는 합의에 이르렀고, 합의 내용은 비공개에 부쳐졌다. 다만 Berry의 변호인 David Noll은 합의 후 언론에 Berry가 이제 지역 토요타 딜러십에 가서 원하는 차종을 골라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새 토요타 한 대 값이 지급된 것이다.

판례적 가치는 없지만 법리적으로 이 합의의 의미는 분명하다. 본안에 갔다면 Gulf Coast Wings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합의에 응한 것이다. 미국 계약법학자 Keith A. Rowley는 이 사건을 분석한 논문 'You Asked for It, You Got It... Toy Yoda'에서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한 약속이 단독행위 계약(unilateral contract)의 전형적 구조에 부합함을 지적했다. 약속자가 어떤 행위를 요구하고 행위자가 그 행위를 완수하면 계약이 성립하는 구조다. Berry는 한 달간 매출 1위라는 약정된 행위를 완수했다.

V. 결과가 갈린 세 가지 축

축 펩시 (원고 패소) 후터스 (원고 사실상 승소)

메시지의 매체 전국 TV 광고,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향 송출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직접 구두로 한 사내 공지
객관적 진지성 농담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된 과장 광고 진지한 인센티브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
상대방의 이행행위 음료 구매 또는 포인트 매수라는 수동적 소비 한 달간의 적극적 노무 제공과 매출 1위 달성

세 축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킨다.

매체와 청중

펩시 광고는 일대다(one to many) 마케팅 메시지였다. 광고 자체에 농담의 신호가 가득 박혀 있었다. 군악 음향, 비현실적 등교 장면, 학교에 착륙하는 전투기, 만화적 연출. Wood 판사가 판결문에서 광고 장면 하나하나를 묘사하며 비현실성을 짚어낸 이유다. 이런 일방향 매체에서는 합리적인 시청자가 농담의 신호를 식별하기 쉽다.

반면 후터스 사건은 사용자가 종업원이라는 특정 집단에게 직접, 구두로, 한 달 동안 진지하게 진행한 인센티브 제도였다. 차종을 구체화하는 추가 설명, 등록비 부담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일대다 광고가 아니라 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의 노사 관계 안에서의 약속이었다.

객관적 합리성 기준

영미법은 청약 성립 여부를 판정할 때 합리적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메시지라도 맥락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진다. 음료 회사가 군용 전투기를 7천만 분의 1 가격에 양도한다는 문구는 합리적인 시청자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용자가 한 달간 매출 1위에게 자동차를 준다는 약속은 합리적인 종업원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대가관계의 비대칭

영미법의 단독행위 계약 법리에서 결정적인 것은 약속자의 행위 요구에 응하여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적극적 행위를 했는가다. 펩시 사건에서 Leonard가 한 일은 70만 달러로 포인트를 매수한 것이다. 이는 광고에 응답한 적극적 행위라기보다 통상의 소비 행위에 가깝다. Berry는 달랐다. 한 달 동안 다른 동료들과 경쟁하며 매장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판매한 노동의 결과물이었다.

VI. 영미법의 고전적 거울: Carlill v. Carbolic Smoke Ball Co.

후터스 사건의 130년 전 선조 격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다. 1891년 영국의 Carbolic Smoke Ball Company는 자사 제품인 'carbolic smoke ball'을 광고하면서 'Pall Mall Gazette'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본 회사 제품을 인쇄된 지시대로 하루 세 번씩 2주간 사용한 사람이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100파운드를 지급하겠다. 회사는 진정성을 보이려 광고에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명시했다. 이 사안에 대한 본사의 진지함을 보이기 위해 Alliance Bank에 1,000파운드를 예치했다.

Louisa Carlill 부인이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여 지시대로 사용했지만 인플루엔자에 걸렸고, 회사에 100파운드 지급을 청구했다. 회사는 광고가 단순한 sales puff(과장 선전)에 불과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만장일치로 Carlill 부인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청약의 유인이지만 본건 광고처럼 명확하고 확정적인 조건과 보상이 명시된 경우에는 그 조건을 이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향한 일방적 청약이 된다. Bank에 1,000파운드를 예치했다는 명시는 회사가 법적으로 구속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다. 단순한 sales puff가 아니다. 단독행위 계약에서는 광고에 응한 행위 자체가 승낙이며, 별도의 승낙 통지는 필요하지 않다.

세 사건을 한 좌표 위에 놓으면 광고와 청약의 관계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Carlill (1892, 원고 승소). 광고에 구체적 조건과 보증금이 명시되어 객관적 진지성이 입증되었다. 광고 자체가 일방적 청약으로 인정되었다.

Berry (2002, 원고 사실상 승소).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한 진지한 약속이 있었고 종업원이 한 달간의 노무 제공으로 조건을 이행했다. 본안에 갔다면 회사 패소 가능성이 높았기에 합의로 종결되었다.

Leonard (1999, 원고 패소). 객관적으로 농담임이 명백한 광고였다. 청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VII. 한국 민법으로 옮기면

Leonard 사건의 한국법 분석

펩시 사건이 한국 법원에 왔다면 어떻게 분석되었을까. 앞서 정리한 두 축을 차례로 적용해 보자.

첫째 축, 광고는 청약인가 청약의 유인인가. 펩시 광고는 청약의 유인에 그친다. 광고 내용이 객관적으로 농담임이 명백하므로 광고주가 광고 내용대로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없었음이 명백하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75447 판결의 기준에 비추어 청약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둘째 축, 비진의표시 단서가 적용되는가. 가사 광고가 청약이라 보더라도, 그것은 표의자(펩시)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비진의표시다.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광고가 농담임을 알 수 있었다. Wood 판사가 짚어낸 모든 비현실적 신호들(군용 전투기의 등교 사용, 70만 달러로 2,300만 달러 항공기 구입, 음료 회사의 군용기 양도)은 한국법 관점에서 그대로 "상대방이 알 수 있었을 경우"의 증거가 된다. 따라서 민법 제107조 단서에 의해 무효다.

어느 축으로 가든 펩시는 책임을 면한다. 미국 법원과 같은 결론에 두 갈래 길로 도달한다.

Berry 사건의 한국법 분석

후터스 사건은 다르다. 사용자가 한 달간 매출 1위에게 토요타를 주겠다고 한 약속은 청약인가. 그렇다. 행위(매출 1위)에 대한 보상(토요타)이 명시되어 있고, 사용자가 그 약속에 구속되려는 의사도 충분히 표시되었다. 차종을 구체화하는 추가 설명, 등록비 부담 조항까지 더해졌다. 사용자의 의사표시는 명확하고 확정적이다.

이 청약은 한국 민법 제675조 이하의 현상광고에도 부합한다. 현상광고는 광고자가 어떤 행위를 한 자에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표시하고, 응한 자가 그 광고에 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통설에 따르면 한국 민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요물계약이다. 후터스 콘테스트는 현상광고의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

비진의표시 단서가 적용되는가. 사용자(Blair)는 처음부터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리적인 종업원이라면 그 약속이 농담임을 알 수 없었다. Blair는 한 달 동안 진지하게 콘테스트를 운영했고, 차종 미정과 등록비 부담 같은 부수 조건까지 구체화했으며, 우승자에게 안대를 씌워 주차장으로 인도하는 시상 의식까지 진행했다. 모든 외관이 진지한 약속을 가리켰다.

따라서 비진의표시의 단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본문 원칙으로 돌아가 표시된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사용자는 토요타를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미국 법원이 단독행위 계약 법리를 통해 도달한 결론과 한국 비진의표시·현상광고 법리가 도달한 결론이 일치한다. 두 법체계가 서로 다른 도구로 같은 정의에 이른다.

판례의 진의 개념에 관한 부연

대법원은 비진의표시의 진의 개념을 좁게 해석한다.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사직서 사안에서 형성된 법리에 따르면, 진의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이 아니라 특정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한다.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의사표시를 했다면 비진의표시가 아니다.

이 판례를 광고 사안에 적용하면 펩시는 그 광고가 당시 마케팅 전략으로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한 것이므로 오히려 비진의표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같다. 비진의표시가 아니라면 광고는 그대로 효력이 있는데, 광고가 청약의 유인에 그치는 한 펩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어느 경로로 가든 결론은 동일하다.

VIII. 한국의 유사 사례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분양광고의 계약 편입

분양광고와 분양계약의 관계를 다룬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분양자들은 모델하우스와 분양광고를 통해 아파트의 외형, 재질, 부대시설 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면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분양계약서에는 동, 호수, 평형, 입주예정일, 대금 지급방법 정도만 기재되어 있고, 광고에서 약속한 외형과 부대시설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누락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분양계약서가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광고 내용이나 모델하우스의 조건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한, 분양계약 시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적 균형감각이 잘 드러나는 판단이다. 분양자는 광고만 화려하게 하고 책임은 지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판결: 상가 분양광고의 한계

반대 방향의 판례도 있다. 상가 분양에서 "첨단 오락타운 조성, 월 100만원 이상 수익 보장" 같은 광고 문구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본 사례다. 분양계약서에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고, 후속 운영 경위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광고는 분양 마케팅을 위한 일반적 홍보일 뿐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고 내용이 구체적이라도 계약서에 편입되지 않으면 청약의 유인에 머문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다275447 판결: 쿠팡 숙박권 사건

A씨는 2014년 쿠팡에서 B관광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의 숙박권을 구매했다. 광고에는 무료 승마체험이 포함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A씨는 숙박 중 승마체험을 하다가 부상을 입었고, B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조합은 승마체험은 숙박계약과 무관한 별도의 호의 제공이었다고 항변했다.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이 명확하고 확정적이며 광고주가 광고의 내용대로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청약으로 볼 수 있고, 청약의 유인에 그치더라도 거래 과정에서 광고 내용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는 광고에 명시된 무료 승마체험이 숙박권 구매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했다.

대형마트 1+1 광고 사건: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두60109 판결, 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7두59215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두36001 판결

펩시·후터스 사건과 가장 흡사한 결의 한국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1월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가 1+1 행사를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두 개를 산 것과 다름없는 가격을 매겼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6,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 회사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7월 대법원은 롯데쇼핑(2017두60109)과 이마트(2017두59215) 사건에서 1+1 행사 광고가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종전 거래가격으로 두 개를 사는 것과 거의 같은 가격을 매기면서 1+1이라고 광고한 것은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광고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 점에서 펩시 사건의 객관적 합리인 기준과 동일한 결을 보인다.

이후 2022년 4월 대법원 2019두36001 판결은 동일한 1+1 광고 쟁점을 다시 다루며 종전거래가격 산정 기준을 더 정밀하게 정리했다. 과거 20일간의 최저가격 기준이 표시광고법 위반 판단의 주요 기준이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다57119 판결: 우수현상광고 사례

현상광고 법리가 실제 분쟁에서 작동한 사례다. 우수현상광고의 광고자가 당선자에게 일정한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본래 청구권에 적용되는 시효를 따른다고 판시했다. 광고가 단순한 청약의 유인을 넘어 계약 체결 의무까지 발생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다.

IX. 위트와 약속 사이

세 영미법 사건과 한국법의 청약·비진의표시 법리를 관통하는 원칙은 단순하다. 농담은 청중이 농담으로 알아들을 수 있을 때만 농담이 된다.

펩시는 농담을 농담답게 보여주었기에 농담으로 인정받았다. 합리적인 시청자가 농담임을 알 수 있었기에, 한국법으로 옮기면 비진의표시 단서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거나 청약의 유인에 그쳐 책임을 지지 않는다. 후터스는 농담을 진담처럼 진행했기에 진담으로 책임지게 되었다. 합리적인 종업원이 농담임을 알 수 없었기에, 한국법으로 옮기면 비진의표시 본문에 해당하여 표시된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Carbolic Smoke Ball은 1,000파운드를 은행에 예치한 순간 농담의 영역을 떠났다.

이 원칙은 마케팅 실무에 그대로 적용된다. 위트 있는 광고는 위트를 살리되, 합리적인 소비자가 그 위트를 식별할 수 있는 신호를 충분히 남겨야 한다. 펩시가 후속 광고에 "Just Kidding"을 추가한 것은 그 신호를 명시화한 것이다. 진지한 인센티브 제도는 진지한 약속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사내 콘테스트에서 만우절 농담을 시도하는 것은 노사관계에서도 계약법에서도 위험한 게임이다.

광고의 자유와 소비자의 신뢰 사이에서 법은 결국 객관적 합리성이라는 좌표축을 들고 있다. 합리적인 사람의 시각에서 진지한 약속이라면 약속이고, 농담이라면 농담이다. 영미법은 이를 청약과 청약의 유인의 경계 문제로, 한국법은 이를 비진의표시의 진의와 표시의 불일치 문제로 다룬다. 도구는 다르지만 좌표는 같다.

광고를 만드는 자는 자신의 위트가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부터 약속인지를 늘 의식해야 한다. 위트와 약속의 균형, 이것이 광고의 오래된 윤리이자 새로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