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學而/토피카

트롤리 딜레마 _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6. 2. 11.

트롤리 딜레마 _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가장 핵심적인 출발점이자 독자들을 철학적 고뇌의 심연으로 몰아넣는 장치는 바로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이다. 샌델은 이 가상의 사고 실험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도덕적 원칙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붕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에 샌델이 제시한 트롤리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해석하는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의 시각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며, 현대의 자율주행 자동차 윤리 알고리즘과 같은 실천적 영역으로 확장을 도모한다. 또한, 샌델의 방법론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현대 정의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서론: 정의의 갈망과 마이클 샌델의 학문적 지평

현대 사회에서 정의(Justice)라는 화두는 단순한 윤리학적 논의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치열한 화두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가 거둔 이례적인 성공은 공정성과 도덕적 기준에 대한 대중의 깊은 갈증을 반영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된다.1 샌델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천 명의 학생과 함께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리는 도덕적 판단의 기저에 흐르는 거대한 철학적 체계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3

이 저작의 가장 핵심적인 출발점이자 독자들을 철학적 고뇌의 심연으로 몰아넣는 장치는 바로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이다.5 샌델은 이 가상의 사고 실험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도덕적 원칙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붕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5 본 보고서는 샌델이 제시한 트롤리 딜레마의 구조적 분석을 시작으로, 이를 해석하는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의 시각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며, 현대의 자율주행 자동차 윤리 알고리즘과 같은 실천적 영역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또한, 샌델의 방법론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현대 정의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트롤리 딜레마의 구조와 도덕적 직관의 해부

기본 사례: 선로 전환기의 딜레마 (The Switch Case)

트롤리 딜레마의 고전적 형태는 영국의 윤리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으며, 샌델의 논의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한다.6 통제 불능 상태가 된 전차(트롤리)가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인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3 관찰자 혹은 전차 기관사는 선로 전환기를 조작하여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7 그러나 그 비상 철로 위에는 또 다른 인부 한 명이 일하고 있다.8

이 시나리오에서 대다수의 피실험자(약 89%)는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선로를 바꾸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답한다.9 이러한 판단은 "한 명의 죽음보다 다섯 명의 죽음이 더 비극적이다"라는 양적 계산에 기반한다.7 샌델은 여기서 우리가 결과론적 도덕 추론, 특히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음을 지적한다.11

변형 사례: 육교 위의 뚱뚱한 남자 (The Fat Man Case)

딜레마의 두 번째 버전은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아간다. 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으며, 전차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육교 위에서 전차의 진행 방향을 지켜보고 있는 매우 덩치가 큰 사람을 선로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뿐이다.9 그의 거대한 몸무게는 전차를 멈추기에 충분하며, 이를 통해 선로 위의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다.7 결과론적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1명을 희생하여 5명을 구한다'는 동일한 수치적 결과에 도달한다.7

그러나 이 사례에 대해 동일한 피실험자들에게 질문했을 때, 단 11%만이 그를 미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허용된다고 응답했다.9 89%에서 11%로 급락한 수치는 우리가 결과 이상의 무언가를 도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9 샌델은 이러한 직관의 격차가 발생하는 지점을 파고들며, 우리가 가진 도덕적 원칙들의 우선순위와 모순을 드러낸다.6

도덕적 직관 차이의 원인 분석

샌델의 분석과 인지 심리학적 연구들을 종합할 때, 두 사례 사이에서 직관적 차이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이 구조화될 수 있다.7

분석 차원 선로 전환기 사례 (간접 개입) 육교 위 남자 사례 (직접 개입)
행위의 직접성 레버 조작이라는 도구적, 간접적 행위 타인의 신체를 직접 밀어내는 신체적 행위
인간의 수단화 방향 전환의 부수적 결과로서의 희생 전차를 멈추기 위한 직접적 수단으로서의 희생
피해의 야기와 방치 피해의 방향을 돌리는 것 (Redirecting) 피해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것 (Creating)
위험의 고립계 희생자가 이미 선로라는 위험 지대에 있음 희생자가 위험과 무관한 육교 위에 존재함
도덕적 직관의 결과 89% 찬성 (공리주의적 용인) 11% 찬성 (의무론적 거부)

이러한 데이터는 인간의 도덕적 사고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산술적 행위가 아니라, 행위의 방식과 의도,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감수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증명한다.9

정의를 바라보는 세 가지 접근 방식과 트롤리 딜레마

샌델은 정의론의 역사를 세 가지 관점으로 요약하며, 트롤리 딜레마를 각 관점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도구로 활용한다.16

행복의 극대화: 공리주의 (Utilitarianism)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창시한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과 입법의 최고 원칙으로 삼는다.16 공리주의자에게 도덕이란 쾌락에서 고통을 뺀 '공리'(Utility)를 극대화하는 것이다.12

  1.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 벤담은 모든 쾌락이 질적으로 동일하며, 오직 양적인 측정만이 중요하다고 보았다.18 트롤리 사례 1에서 5명을 구하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벤담에게 있어 명확한 산술적 정답이다.11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사례 2에서 뚱뚱한 남자를 밀거나, 더 나아가 5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건강한 사람 1명의 장기를 적출하는 행위조차 정당화할 위험에 처한다.6
  2. 존 스튜어트 밀의 질적 공리주의: 밀은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쾌락의 질적 차이를 도입했다.18 그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주장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을 더 크게 증진한다고 보았다.18 하지만 밀의 이러한 보완책 역시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결국 '공리'의 하위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20
  3. 공리주의의 한계: 샌델은 공리주의가 개인의 권리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숫자로 취급하며, 모든 가치를 단일 통화(돈이나 공리)로 계량화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한다.18

자유의 존중: 자유지상주의와 칸트의 의무론

정의의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인간의 자유와 개인이 가지는 침해할 수 없는 권리에 초점을 맞춘다.16

  1. 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ism):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등은 "자기 소유권의 원칙"을 강조한다.16 내가 나의 주인이라면, 국가나 타인이 나의 동의 없이 나의 생명이나 재산을 다수의 이익을 위해 처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16 이들은 부유층에 대한 과세조차 "강제 노동"과 같다고 보며, 트롤리 사례 2에서 뚱뚱한 남자를 미는 행위는 명백한 자기 소유권의 침해로 간주한다.16
  2.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의무론: 칸트는 도덕적 가치가 행위의 결과가 아닌 '동기'와 '의지'에 있다고 주장했다.20 그는 인간을 단순히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할 것을 명령하는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을 제시한다.21 뚱뚱한 남자를 미는 행위는 그를 전차를 멈추기 위한 무게추(수단)로만 이용하는 것이기에 칸트의 관점에서는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11 칸트는 심지어 선의의 거짓말조차 도덕적 원칙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할 만큼 엄격한 도덕적 성실성을 요구했다.21
  3. 존 롤스(John Rawls)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롤스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 뒤에서 우리가 어떤 원칙에 합의할지를 묻는다.19 그는 재능이나 환경의 불평등이 도덕적 관점에서는 자의적이기에,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이 돌아가는 '차등의 원칙'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19 롤스에게 정의는 공정한 절차와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며, 트롤리 딜레마적 상황에서도 개인의 기본권은 사회 전체의 편익을 위해 거래될 수 없는 가치로 남는다.19

미덕과 공동선: 아리스토텔레스와 샌델의 공동체주의

샌델이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정의의 세 번째 단계는 정의가 '좋은 삶'에 대한 비전 및 공동체의 '미덕'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16

  1.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Teleology):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것이다.21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실천이나 제도의 '텔로스'(Telos, 목적)를 파악해야 한다.21 예를 들어, 최고의 플루트는 최고의 플루트 연주자에게 주어져야 하는데, 이는 플루트의 존재 목적이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21
  2. 중립적 국가의 불가능성: 샌델은 국가나 법이 도덕적·종교적 논쟁에 대해 완전히 중립적일 수 있다는 자유주의의 전제를 비판한다.12 낙태, 성 소수자 권리, 징병제 등 우리 사회의 핵심적 정의 문제는 결국 "무엇이 바람직한 삶인가"라는 가치 판단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3
  3. 공동체적 자아: 샌델은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무연고적 자아'(Unencumbered Self)가 아니라, 가족, 공동체, 역사에 뿌리박힌 '서사적 존재'라고 본다.16 따라서 정의는 개인의 권리 보호를 넘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와 시민적 미덕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16

트롤리 딜레마의 철학적 심화: 이중 결과의 원칙과 인과관계

트롤리 딜레마를 더 깊이 분석하기 위해서는 윤리학의 고전적 원칙인 '이중 결과의 원칙'(Principle of Double Effect)을 이해해야 한다.9 이 원칙은 하나의 행위가 선한 결과와 악한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때, 특정한 조건 하에서 그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한다.

  1. 의도와 예견의 구분: 선로 전환 사례에서 행위자의 일차적 의도는 "다섯 명을 구하는 것"이지 "한 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7 한 명의 죽음은 다섯 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을 예견한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7 반면 육교 사례에서 남자를 미는 행위는 그의 죽음 자체가 전차를 멈추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의도되었기에 도덕적 결함이 크다고 본다.7
  2. 작위(Doing)와 부작위(Allowing)의 비대칭성: 우리는 단순히 상황을 내버려 두어(부작위) 결과가 나쁘게 되는 것보다, 적극적인 행위(작위)를 통해 해악을 끼치는 것에 더 큰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9 뚱뚱한 남자를 미는 것은 적극적인 살인 행위인 반면, 선로를 바꾸는 것은 이미 발생한 위험의 경로를 수정하는 개입으로 인식된다.9
  3. 희생자의 지위와 위험 분담: 선로 위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직업적 특성상 어느 정도 전차의 위험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고립계' 안에 있다.11 그러나 육교 위에서 경치를 구경하던 사람은 그 위험 체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인이다.9 외부인을 강제로 위험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는 공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도덕적 직관의 핵심 중 하나다.9

현대적 변용: 자율주행 자동차의 윤리 알고리즘

트롤리 딜레마는 이제 더 이상 상아탑 속의 지적 유희에 머물지 않는다.14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 철학적 난제를 자율주행 자동차의 코드로 변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4

알고리즘 설계의 난제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행 중 브레이크 고장으로 보행자 집단을 칠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핸들을 꺾어 탑승자를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보행자를 칠 것인가의 문제는 현실판 트롤리 딜레마이다.8

 

이해관계자 선호하는 윤리적 모델 논리적 근거 및 비판
사회적 합의 (여론) 공리주의적 모델 (피해 최소화) 78%의 응답자가 다수를 살리는 알고리즘에 찬성함.13
잠재적 소비자 탑승자 우선 보호 모델 정작 자신이 탈 차가 자신을 희생시킬 경우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함.13
제조사 (메르세데스 벤츠 등) 탑승자 안전 최우선 보행자 보호 의무 소홀에 대한 윤리적·법적 비난 직면.14
독일 윤리위원회 차별 금지 및 인간 존엄성 모델 나이, 성별, 신체 조건에 따른 우선순위 배제 및 인간의 결정 존중 지침 발표.14

도덕 과학으로의 접근과 그 한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보행자의 가치(예: 어린이 vs 노인, 의사 vs 범죄자)를 수치화하여 누구를 살리는 것이 사회적 이익인지를 계산하는 '도덕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게 만든다.14 그러나 샌델의 관점에서 이는 모든 가치를 평면적인 숫자로 환원하는 공리주의적 오류의 정점이다.14 독일의 윤리 지침이 강조하듯, 인간의 생명은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기계가 철학적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은 인류에게 재항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14

샌델의 정의론과 트롤리 딜레마의 실제적 적용 사례

샌델은 이론적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과 현대의 논쟁적인 사례들을 병치시킨다.12

미뇨네트호 사건 (Queen v. Dudley and Stephens)

1884년, 조난된 구명보트에서 선원 세 명이 병든 어린 선실 요원 파커를 살해하여 그 고기로 연명한 사건이다.21 샌델은 이 사건을 통해 공리주의의 허점을 파헤친다.

  • 공리주의적 변호: 파커는 가족이 없는 약자였고 그를 희생시켜 세 가장의 목숨을 구했다는 논리.21
  • 도덕적 반론: 희생자의 동의가 없었으며, 아무리 다수를 위해서라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는 주장.21
  • 샌델의 질문: 만약 제비뽑기를 통해 합의했다면 도덕적으로 괜찮은가?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이 존재하는가?.20

아프가니스탄의 염소치기 사례

2005년 미군 특수부대가 작전 중 비무장 염소치기들을 마주쳤을 때 발생한 실화이다. 그들을 살려주면 작전 위치가 노출되어 대원들이 죽을 수 있고, 죽이면 무고한 민간인 학살이 된다. 실제 대원들은 그들을 살려주었고, 결국 발각되어 19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샌델은 이 사례를 통해 결과론적 판단의 무거움과, 도덕적 선택이 가져오는 비극적 책임을 성찰하게 한다.

장기 이식 의사의 사례

의사가 5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건강한 1명을 살해하여 장기를 이식하는 가상의 상황은 트롤리 사례 2(뚱뚱한 남자)의 의학적 버전이다.6 공리주의가 산술적으로 이 행위를 옹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강력한 혐오는, 인간의 권리가 사회적 편익과 교환될 수 없다는 의무론적 직관의 승리를 보여준다.13

비판적 분석: 샌델의 방법론과 공동체주의의 함정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대중적 호응과 달리 학술적으로는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한 변호사 등 국내의 자유주의적 비판자들은 샌델의 논리에 숨겨진 위험성을 경고한다.26

직관에의 호소와 논리적 '봉합'

이한은 샌델이 트롤리 딜레마를 통해 독자들의 직관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왜 그런가?"에 대한 명확한 논증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26 샌델은 도덕적 딜레마를 제기한 후 이를 심층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공동체의 '미덕'이나 '전통'이라는 개념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버리는 소위 '봉합'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26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공동체적 강요

샌델의 공동체주의는 공동체가 규정한 '좋은 삶'의 비전을 개인에게 강요할 위험이 있다.26 만약 공동체가 타인을 위한 희생을 '미덕'으로 규정한다면, 육교 위의 남자는 자발적으로 뛰어내려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악덕'을 저지른 것으로 비난받게 된다.26 비판자들은 샌델이 강조하는 '미덕'이 결국 다수의 편견이나 전통의 횡포로 변질될 수 있으며, 이는 현대 민주주의가 수호해온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26

순환 논증의 오류

샌델은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여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는 샌델 자신의 주관적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26 이는 "본질에 부합하면 정의롭고, 정의로운 것은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다"라는 노골적인 순환 논증에 빠질 수 있다.26 예를 들어, 골프의 본질이 '걷기'인가 '공을 구멍에 넣기'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샌델은 장애인 선수의 카트 이용을 옹호하기 위해 골프의 본질을 전자로 해석하지만, 이는 논리적 필연성보다는 정치적 올바름에 기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21

결론: 트롤리 딜레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 질문

마이클 샌델은 트롤리 딜레마를 통해 우리가 가진 도덕적 확신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증명했다.15 그러나 그가 이 사례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목적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자체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 추론의 변증법"에 참여하게 하는 데 있다.12

  1. 자아의 성찰: 우리는 딜레마 앞에서 자신의 판단과 그 근거인 원칙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5
  2. 공적 토론의 활성화: 정의는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선'에 대해 논쟁할 때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3 샌델은 "논쟁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상징"임을 역설하며, 정치가 도덕적 가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3
  3. 시대적 과제의 해결: 트롤리 딜레마는 이제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같은 구체적인 기술 윤리의 문제로 진화했다.14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합의 없이는, 인공지능이 내리는 생사여탈권의 결정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14

결론적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과 트롤리 딜레마 분석은 우리에게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3 우리는 공리주의의 효율성, 자유주의의 권리 보호, 공동체주의의 미덕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정의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야 할 치열한 도덕적 투쟁의 이름이다.1

참고 자료

  1.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요약: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관점,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cdde.or.kr/board_NImY23/293
  2. 정의란 무엇인가 - 나무위키,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namu.wiki/w/%EC%A0%95%EC%9D%98%EB%9E%80%20%EB%AC%B4%EC%97%87%EC%9D%B8%EA%B0%80
  3. [전자책]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알라딘,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9297462
  4. Transcript - Harvard Professor Michael Sandel - UW School of Law,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law.washington.edu/multimedia/2009/sandel/transcript.aspx
  5.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알라딘,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8988418
  6. The problem with the trolley | Love of All Wisdom,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loveofallwisdom.com/blog/2011/02/the-problem-with-the-trolley/
  7. Suppose you are the driver of a trolley car hurtling down the track at sixty miles an hour. Up ahead you see five workers stand - edX,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courses.edx.org/c4x/HarvardX/ER22x/asset/Chapter_1_-_Doing_the_Right_Thing__21-30_.pdf
  8. 트롤리 딜레마와 비교한 자율주행차량의 윤리적 딜레마 - 네이버 블로그 - NAVER,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blog.naver.com/suresofttech/221408835593
  9. 트롤리 딜레마 - 나무위키,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namu.wiki/w/%ED%8A%B8%EB%A1%A4%EB%A6%AC%20%EB%94%9C%EB%A0%88%EB%A7%88
  10. [철학] 트롤리 딜레마 (전차 딜레마) [feat.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blog.naver.com/missa00/222665556220
  11. The Trolley Problem - Degree of Freedom,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degreeoffreedom.org/trolley-problem/
  12. 정의란 무엇인가 by 마이클 샌델. 인지, 판단, 차별적인 감정, 정신 활동 ...,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edium.com/@khjin1002/%EC%A0%95%EC%9D%98%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by-%EB%A7%88%EC%9D%B4%ED%81%B4-%EC%83%8C%EB%8D%B8-6604ac03a62c
  13. 자율주행차의 대표 윤리적 고민, 트롤리 딜레마! - 네이버 블로그,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blog.naver.com/soyose1/221306422507
  14. 주행 중 고장 난 자율차, 보행자·운전자 누굴 보호할까? | 중앙일보,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9463
  15.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철로를 이탈한전차.트롤리딜레마(줄거리요약.기출문제),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blog.naver.com/pem0411/222607300659
  16.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체주의적 접근과 현대사회에서의 의미 - 재능넷,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jaenung.net/tree/28207
  17. Book Notes: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by Michael J. Sandel - Osgoode Digital Commons,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digitalcommons.osgoode.yorku.ca/cgi/viewcontent.cgi?referer=&httpsredir=1&article=1113&context=ohlj
  18.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 Inspiring Matters,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koreameme.wordpress.com/2013/05/14/%EC%A0%95%EC%9D%98%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justice%EC%9D%98-%EC%A0%95%EC%9D%98%EB%8A%94-%EC%9D%B4%EB%A0%87%EC%8A%B5%EB%8B%88%EB%8B%A4/
  19. 마이클 샌델은 좌파? [정의란 무엇인가] 핵심 요약과 마이클 샌델의 사상! - YouTube,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80TIm2c1Pnw
  20.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 네이버 블로그,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blog.naver.com/kijsoh/221758897097
  21. Justice | Michael J. Sandel - Harvard University,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sandel.scholars.harvard.edu/justice
  22. '정의란 무엇인가'(5강-중요한 것은 동기다) - 미주 한국일보,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61112/1023277
  23. [#책읽어드립니다] 도덕적 딜레마를 말하는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띵강으로 10분 요약해드림 | The Page-Turners - YouTube,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fn-uYC8aiMs
  24. 정의란 무엇인가 - 상상독서,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book.hansung.ac.kr/%EC%A0%95%EC%9D%98%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3/
  25.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 국내도서 - 교보문고,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5441
  26.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신간 소개 - 미지북스 - 티스토리,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mizibooks.tistory.com/19
  27.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592#:~:text=%EB%AF%B8%EA%B5%AD%EC%9D%98%20%EC%A0%95%EC%B9%98%EC%B2%A0%ED%95%99%EC%9E%90%EC%9D%B8,%EC%9D%B4%ED%95%B4%ED%95%98%EB%8A%94%20%EC%88%98%EB%8B%A8%EC%9D%B4%EB%9D%BC%EA%B3%A0%20%EB%A7%90%ED%95%9C%EB%8B%A4.
  28. (박경민 기자의 인문학 떠먹기)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 - 전기신문, 2월 11, 2026에 액세스,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