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三十六計)
_ 그 전략적 체계와 현대적 응용
1. 서론: 전략적 사고의 정수, 삼십육계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중국 고대 병법의 정수를 집대성한 전략서로, 단순한 전술의 나열을 넘어 인간 심리의 이면과 상황 변화의 역학을 꿰뚫는 고도의 통찰을 담고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전쟁의 거시적 원칙과 조직론을 다룬다면, 삼십육계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미시적이고 실천적인 계책(Stratagems)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본 보고서는 삼십육계의 역사적 기원과 철학적 기반을 고찰하고, 36가지 계책 각각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역사적 사례, 그리고 현대 비즈니스 및 사회정치적 맥락에서의 응용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특히 기존의 단순한 해석을 넘어, 게임이론, 경영학, 심리학적 관점을 융합하여 각 계책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작동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1.1 역사적 기원과 문헌의 성립
삼십육계의 저자는 명확하지 않으나, 그 기원은 남북조 시대 송(宋)나라의 명장 단도제(檀道濟)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남제서(南齊書)》 <왕경칙전(王敬則傳)>에는 "단공(단도제)의 삼십육계 중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檀公三十六策 走爲上計)"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문헌상 확인되는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해지는 체계적인 36가지 계책의 목록과 해설은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에 걸쳐 수집되고 정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오랫동안 비전(秘傳)되거나 구전으로만 떠돌다가, 1941년 중국 산시성(陝西省) 빈현(邠縣)의 한 노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필사본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삼십육계가 지배층의 공식적인 병학 교육 교재라기보다는, 민간과 야전에서 실질적인 생존과 승리를 위해 구전되어 온 '실전 지침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
1.2 철학적 기반: 주역과 음양의 원리
삼십육계의 구성은 동양 철학의 근간인 《주역(周易)》의 원리와 깊이 맞닿아 있다. 숫자 6(六)은 주역에서 음(陰)을 상징하는 수(數)이며, 이를 제곱한 36이라는 숫자는 무한한 변화와 전략의 다양성을 은유한다. 이는 전략이란 고정된 공식이 아니라, 상황(陽)과 조건(陰)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삼십육계는 총 6개의 대분류(Set)로 나뉘며, 각 분류마다 6개의 계책이 포함되어 총 36개의 전략을 구성한다. 이 6개의 범주는 아군과 적군의 세력 균형 상태(우세, 대치, 공격, 혼란, 병합, 열세)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다.
| 제1벌 | 승전계(勝戰計) | 아군이 전력상 우위에 있거나 주도권을 장악했을 때, 승리를 굳히기 위한 전략 | 제1계 ~ 제6계 |
| 제2벌 | 적전계(敵戰計) | 적과 아군의 세력이 비등하거나 대치 중일 때, 기만과 심리전으로 균형을 깨는 전략 | 제7계 ~ 제12계 |
| 제3벌 | 공전계(攻戰計) | 적을 공격하여 결정적인 승기를 잡으려 할 때, 적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 | 제13계 ~ 제18계 |
| 제4벌 | 혼전계(混戰計) | 전세가 혼란스럽거나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익을 취하는 전략 | 제19계 ~ 제24계 |
| 제5벌 | 병전계(竝戰計) | 아군 내부의 상황을 정비하거나, 동맹 및 우군과의 관계를 이용하는 정치적 전략 | 제25계 ~ 제30계 |
| 제6벌 | 패전계(敗戰計) | 아군이 절대적 열세이거나 패배가 확실시될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역전을 도모하는 전략 | 제31계 ~ 제36계 |
2. 제1벌 승전계(勝戰計): 우위를 점했을 때의 전략
승전계는 아군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을 때, 자만하지 않고 확실하게 승리를 매듭짓기 위한 전략들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만과 우회 전술을 병행하여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다
- 원문 해석: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가장 대담하고 공개적인 위장을 통해 적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다. "음(陰)은 양(陽) 속에 있는 것이지, 양의 대립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원리는, 비밀이 가장 어두운 곳이 아니라 가장 밝은 곳, 즉 누구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행위 속에 숨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 역사적 유래: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 고구려 원정길에 올랐을 때, 거친 바다를 두려워하여 승선을 거부하자 장군 장사귀(張士貴)가 거대한 배를 육지 위의 연회장처럼 꾸며 태종을 안심시키고 바다를 건넜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 상세 사례 분석: 제2차 세계대전의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 영국 정보부는 연합군의 시칠리아 상륙작전을 은폐하기 위해, 노숙자의 시신을 영국 해병대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시켜 스페인 해안에 떠내려가게 했다. 시신에는 "연합군의 목표는 시칠리아가 아니라 그리스"라는 가짜 기밀문서가 소지되어 있었다. 독일군은 이 '공개된 기밀'을 철석같이 믿고 병력을 그리스로 이동시켰으며, 연합군은 시칠리아에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이는 적이 의심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거짓'을 연출하여 하늘(독일 정보부)을 속인 전형적인 만천과해의 사례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기업이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영업 활동이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만천), 내부적으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신제품이나 M&A를 비밀리에 준비하는(과해) 전략이다. 이는 경쟁사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효하다.
제2계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하다
- 원문 해석: 적의 강한 주력부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적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약점이나 근거지를 타격하여 적을 분산시키거나 철군하게 만드는 '우회 타격' 전략이다.
- 역사적 유래: 전국시대 위(魏)나라가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는 제(齊)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제나라의 군사(軍師) 손빈(孫臏)은 조나라로 직행하여 위나라 군대와 맞붙는 대신, 방비가 허술해진 위나라의 수도 대량(大梁)을 공격했다. 이에 위나라 군대는 조나라 포위를 풀고 급히 회군할 수밖에 없었고, 손빈은 지친 위나라 군대를 계릉에서 매복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경쟁사가 특정 시장(A)에서 강력한 공세를 펼칠 때, 그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경쟁사의 주요 수익원(Cash Cow)이나 핵심 인재(B)를 공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저가 공세를 펼칠 때 맞대응 가격 인하를 하는 대신, 경쟁사의 프리미엄 제품군 시장을 공격하여 자금줄을 압박함으로써 저가 공세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이다.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치다
- 원문 해석: 자신의 힘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3자의 힘이나 적 내부의 갈등을 이용하여 적을 제압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아군의 손실을 방지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 전략적 메커니즘: 적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또 다른 적을 이용하거나, 동맹국의 군사력을 빌리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예형을 직접 죽이지 않고 황조의 손을 빌려 죽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규제 기관 활용: 경쟁사의 불공정 행위나 결함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소비자 보호 단체나 규제 기관에 제보하여 공권력(남의 칼)을 통해 제재를 가하게 만드는 전략.
- 아웃소싱 및 제휴: 위험 부담이 큰 신규 사업 진출 시, 직접 투자하기보다 해당 분야의 전문 기업과 제휴(Borrowed Knife)하여 리스크를 전가하거나 공유하는 방식.
제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쉬면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리다
- 원문 해석: 아군은 편안한 상태에서 전력을 비축하고(逸), 적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여 피로하게 만든 뒤(勞) 공격하는 전략이다. 시간과 장소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핵심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협상 전술: 협상 장소를 자신의 본거지로 정하거나,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 상대를 지치게 만든 후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는 전술.
- 시장 선도 전략: 시장 선도 기업이 후발 주자들의 무리한 마케팅 경쟁과 신제품 출시를 관망하다가, 그들이 자원과 아이디어를 소진했을 때 압도적인 자본력과 개선된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의 변형으로도 볼 수 있다.
### 제5계 진화타겁(趁火打劫): 불난 틈을 타 도둑질하다
- 원문 해석: 적이 내부적인 재난, 혼란, 위기에 처했을 때(불난 집), 그 기회를 틈타 공격하여 이익을 취하거나 적을 제압하는(도둑질) 전략이다.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으나,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혹한 기회포착의 원리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적대적 M&A: 경쟁사가 경영진의 비리, 리콜 사태, 재무 위기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주주들이 동요할 때, 저가에 주식을 매집하여 경영권을 탈취하거나 핵심 자산을 인수하는 전략. * 시장 점유율 탈취: 경쟁사가 치명적인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었을 때(불난 집),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경쟁사의 이탈 고객을 흡수하는 전략.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하다
- 원문 해석: 기만전술의 전형으로, 적의 주의를 한쪽(동쪽)으로 쏠리게 만든 뒤 방비가 허술해진 반대쪽(서쪽)을 기습 공격하는 전략이다. 적의 지휘관을 혼란에 빠뜨려 주도권을 뺏는 것이 목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다이버전(Diversion) 마케팅: 기업이 특정 시장 진출을 요란하게 홍보하거나 가짜 신제품 정보를 흘려 경쟁사의 자원을 그쪽으로 집중시킨 뒤, 실제로는 전혀 다른 틈새시장이나 제품 라인업을 기습 출시하여 무혈입성하는 전략.
- 스포츠 전술: 축구에서 시선을 한쪽으로 주고 패스는 반대쪽으로 하는 '노룩 패스(No-look pass)'나,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를 속이는 동작 등도 성동격서의 원리다.
3. 제2벌 적전계(敵戰計): 대치 상황에서의 전략
적전계는 적과 아군의 전력이 비슷하거나 대치 국면이 지속될 때, 기묘한 계략으로 적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승기를 잡는 전략들이다. 적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고도의 심리전이 주를 이룬다.
제7계 무중생유(無中生有):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 원문 해석: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민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허상을 보여주어 적이 이를 거짓이라 믿고 방심하게 만든 뒤, 나중에 그 허상을 실상으로 바꾸어 기습하는 전략이다.
- 역사적 유래: 당나라 안록산의 난 때, 장순(張巡)은 화살이 부족하자 짚으로 만든 인형을 성벽에 세워 적의 화살을 유도해 10만 개의 화살을 얻었다(허상). 며칠 뒤 다시 인형을 세우자 적들은 비웃으며 화살을 쏘지 않았는데, 이때 장순은 진짜 정예병을 내보내 방심한 적을 기습 공격했다(실상).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베이퍼웨어(Vaporware): 아직 개발되지 않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출시 계획을 미리 발표하여 시장의 기대감을 조성하고 경쟁사의 진입을 억제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 이는 실체 없는(無) 상태에서 시장 지배력(有)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몰래 진창으로 건너가다
- 원문 해석: 정면으로는 공공연하게 행동(수리 잔도)하여 적의 시선을 묶어두고, 실제로는 적이 예상치 못한 우회로(진창)를 통해 은밀하게 기습하는 전략이다.
- 역사적 유래: 한고조 유방의 대장군 한신은 관중으로 진격하기 위해, 불타버린 잔도(험한 벼랑길)를 복구하는 척하며 적장 장한의 주의를 끌었다. 그 사이 주력군은 험준한 옛길인 진창(陳倉)을 통해 몰래 우회하여 관중을 기습 점령했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전략적 피벗(Strategic Pivot): 기업이 겉으로는 기존의 주력 사업(잔도)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며 경쟁사를 안심시키지만, 내부적으로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진창)을 개발하여 시장의 판도를 일거에 뒤집는 전략.
제9계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불 보듯 하다
- 원문 해석: 강 건너편의 불 구경하듯, 적 내부의 분란이나 적들끼리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고 관망하는 전략이다. 섣불리 개입하면 불똥이 튈 수 있으므로, 적들이 서로 싸우다 자멸할 때까지 기다린 후 어부지리를 취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1위와 2위 기업이 치열한 가격 전쟁이나 특허 소송을 벌일 때, 3위 기업(격안관화의 주체)은 이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내실을 다지며 기다린다. 두 거대 기업이 출혈 경쟁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졌을 때, 축적된 자원으로 시장에 진입하여 손쉽게 점유율을 확보한다.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 원문 해석: 겉으로는 부드럽고 우호적인 태도(웃음)를 보여 적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얻은 뒤, 결정적인 순간에 숨겨둔 칼을 꺼내어 공격하는 계책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비즈니스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격언을 상징한다.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교류를 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이면에서는 파트너사의 핵심 기술을 흡수하거나 인력을 빼내어 결국 파트너사를 시장에서 도태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 군사 원조와 친선 관계를 유지하며 방심을 유도했던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제11계 이대도강(李代桃僵):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죽다
- 원문 해석: 복숭아나무(중요한 것)를 살리기 위해 옆에 있는 오얏나무(덜 중요한 것)가 대신 벌레를 먹어 희생한다는 뜻이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고 큰 승리를 얻거나, 부분을 희생하여 전체를 살리는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구조조정 및 매각: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알짜배기 계열사라도 과감히 매각(희생)하여 현금을 확보하고 그룹의 본체를 살리는 전략.
- 손실 선도 전략(Loss Leader): 유통업체가 특정 상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손실 감수)하여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한 뒤, 다른 고수익 상품을 구매하게 유도하여 전체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
제12계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가다
- 원문 해석: 일부러 양을 훔치러 간 것이 아니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양을 슬쩍 끌고 간다는 뜻이다. 적의 미세한 틈이나 실수, 혹은 예기치 않은 기회를 포착하여 작은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고 챙기는 기민함을 의미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니치 마켓(Niche Market) 공략: 거창한 사업 계획보다는, 경쟁사가 간과하고 있는 틈새시장이나 사소한 소비자 불만을 포착하여 신속하게 제품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
- 편승 효과: 대형 이벤트(올림픽, 월드컵)나 경쟁사의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에 편승하여(매복 마케팅), 적은 비용으로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
4. 제3벌 공전계(攻戰計): 공격을 위한 전략
공전계는 적을 공격하여 승부를 결정지으려 할 때 사용하는 전략들이다. 무턱대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정체를 파악하고(지피), 유인하며, 핵심을 타격하는 정교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제13계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때려 뱀을 놀라게 하다
- 원문 해석: 풀숲에 숨어 있는 뱀의 위치나 크기를 알 수 없을 때, 긴 막대기로 풀을 두들겨 뱀이 놀라 움직이게 만듦으로써 정체를 파악하는 정찰 전술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시장 테스트(Market Testing): 신제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에, 시제품을 한정된 지역에 출시하거나 루머를 흘려 시장과 경쟁사의 반응을 떠보는 전략. 이를 통해 경쟁사의 대응 전략이나 소비자의 잠재적 불만을 미리 파악하고 본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 협상 탐색: 협상 테이블에서 의도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던져 상대방의 마지노선(BATNA)과 반응을 확인하는 기법.
제14계 차시환혼(借屍還魂): 죽은 시체를 빌려 영혼을 부르다
- 원문 해석: 이미 효용이 다해 죽은 것(시체)을 빌려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어 부활시킨다는 뜻이다. 실체는 없으나 명분이나 형식이 남아있는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브랜드 리뉴얼(Brand Renewal): 과거에 명성을 떨쳤으나 현재는 잊혀진 브랜드나 지적재산권(IP)을 인수하여,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입혀(영혼) 재출시하는 '뉴트로(New-tro)' 마케팅 전략. 휠라(FILA)나 코닥(Kodak)의 부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 우회 상장: 비상장 기업이 상장되어 있으나 경영이 어려운 부실 기업(껍데기)을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주식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입하는 전략.
제15계 조호리산(調虎離山):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다
- 원문 해석: 산속의 호랑이는 천하무적이지만, 평지로 내려오면 위력이 반감된다. 따라서 적을 그들이 유리한 지형(산)에서 불리한 지형(평지)으로 유인해내어 공략해야 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경쟁 우위 무력화: 경쟁사가 강점을 가진 시장(홈그라운드)에서 정면 승부하기보다, 아군에게 유리한 새로운 기술 표준이나 플랫폼으로 경쟁사를 유인하여 싸우는 전략. 예컨대, 오프라인 유통 강자를 온라인 플랫폼 경쟁으로 끌어들여 오프라인 자산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
- 협상 장소 선점: 외교나 비즈니스 협상에서 상대방을 자신의 본거지나 제3국으로 불러내어 심리적 안정감을 박탈하고 주도권을 쥐는 전술.
제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잡으려거든 잠시 놓아주어라
- 원문 해석: 적을 너무 몰아세우면 쥐도 고양이를 물듯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따라서 도망갈 길을 일부러 열어주어 긴장을 풀게 하고, 적의 힘이 빠지고 대열이 흩어졌을 때 손쉽게 사로잡는 계책이다. 제갈량이 남만 정벌 시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주어(칠종칠금) 심복(心服)시킨 사례가 유명하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채권 회수 및 협상: 채무자를 지나치게 독촉하면 파산 신청을 해버릴 수 있으므로, 적절히 상환 유예를 해주어(놓아줌) 경제 활동을 하게 한 뒤 빚을 갚게 만드는 전략.
- 직원 관리: 유능하지만 반항적인 직원에게 무조건적인 징계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하여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충성하게 만드는 리더십.
제17계 포전인옥(抛磚引玉): 벽돌을 던져서 옥을 얻다
- 원문 해석: 하찮은 벽돌을 미끼로 던져서 값비싼 옥을 얻어낸다는 뜻으로, 작은 미끼로 적을 유혹하여 큰 이득을 취하는 투자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프리미엄(Freemium) 모델: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무료(벽돌)로 제공하여 사용자를 모은 뒤, 고급 기능이나 아이템을 유료(옥)로 판매하는 수익 모델.
- 미끼 상품 사례 - 맥도날드 해피밀: 맥도날드는 어린이들에게 저렴한 장난감(벽돌)을 제공하는 '해피밀' 세트를 통해, 부모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전체적인 가족 단위 매출(옥)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제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아라
- 원문 해석: "도적을 잡으려면 먼저 그 두목을 잡아야 한다." 적의 지휘부, 핵심 인물, 또는 힘의 원천을 제거하면 나머지 조직은 자연스럽게 와해된다는 원리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핵심 인재 스카우트: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경쟁사의 핵심 개발자나 CEO를 스카우트(Headhunting)하여 경쟁사의 역량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전략.
- 플랫폼 장악: IT 생태계에서 개별 앱이나 서비스와 경쟁하기보다, 그들이 기반으로 하는 OS나 플랫폼 자체를 장악하여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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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벌 혼전계(混戰計): 혼란 상황에서의 전략
혼전계는 전세가 혼란스럽거나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그 혼란을 이용하여 주도권을 잡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들이다.
제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 솥 밑의 장작을 빼내다
- 원문 해석: 펄펄 끓는 물을 식히기 위해 물을 퍼내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궁이의 장작을 빼내는 것이다. 문제의 현상보다는 근원적 원인이나 적의 힘의 원천(보급, 사기)을 제거하는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공급망 타격: 경쟁 제품과 직접 싸우기보다, 그 제품의 핵심 부품 공급선을 차단하거나 독점 계약하여 경쟁사의 생산 능력 자체를 마비시키는 전략.
- 노사 분규 해결: 표면적인 파업 행위를 진압하기보다, 직원들의 불만 원인(임금, 복지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장작 제거)하여 갈등을 종식시키는 경영 기법.
제20계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흐려 고기를 잡다
- 원문 해석: 물을 휘저어 물고기의 시야를 가리고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든 뒤 손쉽게 잡는다는 뜻이다. 고의로 혼란을 조성하여 적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뒤, 그 틈을 타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혼란 마케팅: 시장에 엄청난 양의 정보나 노이즈, 유사 브랜드를 발생시켜 소비자가 경쟁사 제품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경쟁사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전략.
- 위기 속 기회: 금융 위기나 시장 붕괴 등 거시적 혼란기(흙탕물)에 저평가된 우량 자산이나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투자 전략.
제21계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다
- 원문 해석: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가듯, 위급한 상황에서 진영(껍질)은 그대로 둔 채 본체는 몰래 빠져나가 안전을 도모하는 도주 및 기만전술이다. 적은 껍질을 본체로 착각하여 계속 공격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자산 유동화 및 분할: 기업이 재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량 자산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탈각)하여 보존하고, 부실 자산은 기존 법인에 남겨 청산하는 방식.
- 브랜드 리브랜딩: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진 브랜드(껍질)를 버리고,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재출시하여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전략.
제22계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닫아걸고 도적을 잡다
- 원문 해석: 도적이 들어왔을 때 문을 열어두면 도적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다 아군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퇴로를 완전히 차단하고(관문) 포위하여 섬멸해야 한다. 약한 적이나 소수의 적을 확실하게 제압할 때 유용하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치킨 게임과 고사 작전: 경쟁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을 때,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자금 조달 창구를 봉쇄(관문)하여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전략.
- 락인(Lock-in) 효과: 고객이 자사의 생태계에 들어오면 높은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발생시켜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지 못하게 '가두는' 플랫폼 전략.
제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사귀고 이웃 나라를 공격하다
- 원문 해석: 지리적으로 먼 나라와는 동맹을 맺어 외교적 고립을 피하고, 영토 확장이 용이한 가까운 나라를 먼저 공격하는 진나라 재상 범수(范睢)의 천하통일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글로벌 제휴 전략: 직접적인 시장 충돌이 없는 해외 기업이나 타 업종 기업(먼 나라)과는 전략적 제휴를 맺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접 시장의 직접 경쟁사(이웃 나라)를 압박하는 전략.
제24계 가도벌괵(假道伐괵):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다
- 원문 해석: 약소국인 우나라에게 "괵나라를 치러 갈 테니 길을 빌려달라"고 하여 군대를 진주리킨 뒤,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멸망시킨 진(晉)나라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M&A 및 시장 진입: 대기업이 벤처 기업에게 투자나 유통망 지원(길을 빌림)을 명목으로 접근하여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기술을 흡수한 뒤, 결국 그 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
6. 제5벌 병전계(竝戰計): 아군 및 동맹 관리 전략
병전계는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우군을 관리하거나, 아군 내부의 상황을 이용하는 고도의 정치적, 심리적 전략들이다. 동맹 관계에서의 주도권 다툼과 내부 단속이 핵심이다.
제25계 투량환주(偸樑換柱):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꾸다
- 원문 해석: 집을 지탱하는 대들보를 몰래 훔쳐내고 부실한 기둥으로 바꿔치기하여 집(적 또는 동맹의 세력)을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동맹군의 주력을 아군에 흡수하거나 무력화시킬 때 사용한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조직 내 권력 투쟁: 경쟁 임원이나 부서의 핵심 인재(대들보)를 다른 부서로 발령 내거나 스카우트하고, 그 자리에 무능한 인력을 배치하여 상대 조직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사내 정치 전략.
- OEM/ODM 관계: 하청 업체가 원청 업체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한 뒤,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거나 납품을 중단하여 원청 업체의 완제품 생산(집)을 위협하는 하극상 전략.
제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하다
* 원문 해석: 힘이 센 상대나 직접 비판하기 어려운 윗사람(홰나무)을 직접 욕하는 대신, 만만한 제3자(뽕나무)를 호되게 꾸짖음으로써 간접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위엄을 세우는 심리전이다.
- 현대 비즈니스 사례 - 캐서린 클락의 빵집: 미국의 캐서린 클락은 빵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신선한 빵을 정직한 가격에 판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녀는 자신의 빵이 얼마나 신선하고 원가가 투명한지를 강조(지상)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경쟁 빵집들이 비싸고 신선하지 않은 빵을 팔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암묵적으로 비판(매괴)하는 효과를 냈다. 직접적인 비방 없이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상대를 무력화한 훌륭한 응용 사례다.
- 조직 관리: 리더가 특정 구성원의 잘못을 전체 회의에서 익명으로,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게 지적함으로써 당사자에게 경고를 주고 조직 전체의 기강을 잡는 방식.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않는다
- 원문 해석: 속으로는 명석한 판단과 야심을 품고 있으나, 겉으로는 어리석거나 무능한 척(가치)하여 상대의 경계심을 허물고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미친 척하지 않는다(부전)"는 것은 통제 불능 상태가 아님을 의미한다.
- 상세 사례 분석 - 직장인 '로라(Laura)'의 처세술: 로라는 가족 경영 기업에서 근무했는데, 창업주는 자신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 로라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이를 드러내면 견제받을 것을 우려하여 조용히 지내며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 심지어는 약간 무능해 보이는 직원으로 포지셔닝했다. 동료와 상사들이 그녀를 무시하고 경계하지 않는 동안(가치), 그녀는 회사 지원으로 MBA를 취득하고 중요 프로젝트 경험을 쌓으며 내실을 다졌다. 결국 그녀는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타사의 CEO로 이직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는 현대 직장 생활에서 불필요한 견제를 피하고 실리를 챙기는 효과적인 처세술이다.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다
- 원문 해석: 적을 이익으로 유인하여 빠져나올 수 없는 높은 곳(지붕)으로 끌어들인 뒤, 내려올 수 있는 수단(사다리)을 제거하여 독 안에 든 쥐로 만드는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매몰 비용(Sunk Cost) 함정: 파트너사나 투자자에게 초기에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게 만든 뒤,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하거나 추가 투자를 강요하는 전략.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에 꽃을 피우다
- 원문 해석: 죽은 나무에 비단으로 만든 꽃을 달아 마치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처럼 보이게 하듯, 아군의 세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적을 위압하거나 동맹을 규합하는 허장성세(虛張聲勢)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실질적인 매출이나 기술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 유력 언론 보도, 유명 인사와의 파트너십, 화려한 비전 선포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려(꽃을 피움)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 이는 긍정적인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노리는 것이다.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주인이 되다
- 원문 해석: 처음에는 손님(객)으로 겸손하게 들어갔다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여 결국 주인(주)의 자리를 차지하는 점진적인 주도권 탈취 전략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플랫폼의 역습: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유통 플랫폼이 처음에는 제조사들의 물건을 팔아주는 중개자(손님) 역할에 머물렀으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여 제조사(주인)의 시장을 잠식하고 유통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
7. 제6벌 패전계(敗戰計): 열세를 뒤집는 최후의 전략
패전계는 아군이 절대적인 열세에 처했거나 패배가 목전에 닥쳤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패배 인정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고 역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처절하고도 교묘한 생존 전략들이다.
제31계 미인계(美人計): 미녀를 보내 적을 홀리다
- 원문 해석: 적의 지휘관에게 미녀나 재물 등 욕망의 대상을 보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투지를 꺾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드는 전략이다.
- 심층 분석 및 현대적 확장 - 뷰티 산업의 '아름다움의 덫(Beauty Trap)': 현대 사회에서 미인계는 성(Sex)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결핍'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진화했다.
- 스킨케어 산업 사례: 화장품 업계는 "투명한 유리알 피부", "완벽한 화이트닝" 등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미적 기준을 제시하며 여성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여드름이나 노화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을 '치료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도태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소비자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현대판 미인계의 전형이다.
- 정치/사회: 로비스트가 의사결정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하거나, 스파이(예: 마타하리)를 이용하여 기밀을 빼내는 고전적인 형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32계 공성계(空城計): 빈 성으로 유인하다
- 원문 해석: 아군의 방비가 전혀 없을 때, 오히려 성문을 활짝 열고 태연함을 가장하여 적이 매복을 의심하고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사마의의 15만 대군 앞에서 거문고를 타며 성문을 열어둔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 게임이론적 분석: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코튼(Christopher Cotton)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공성계는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적의 '블러핑(Bluffing)' 전략이다. 이는 실행자의 평소 명성(신중함)이 담보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베이퍼웨어와 블러핑: 경쟁사가 시장 진입을 시도할 때, 실제로는 대응할 기술이나 제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차세대 제품 출시 임박"과 같은 대대적인 발표(블러핑)를 하여 경쟁사의 진입을 주저하게 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
제33계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다
- 원문 해석: 적의 첩자를 매수하거나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적군 내부를 교란시키거나 아군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조종하는 이중 간첩 전술이다. 손자병법에서도 간첩 활용의 최고 경지로 꼽는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허니팟(Honeypot)과 역정보: 기업 보안에서 해커나 산업 스파이를 유인하기 위해 가짜 서버(허니팟)를 설치하여 그들의 해킹 수법을 분석하거나, 가짜 기술 문서를 노출시켜 경쟁사의 R&D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여 자원을 낭비하게 만드는 전략.
제34계 고육계(苦肉計): 제 살을 깎아 뼈를 내주다
- 원문 해석: 자신을 희생하거나 상처 입혀 적이 나의 거짓 항복이나 정보를 진실로 믿게 만드는 계책이다. 적벽대전에서 황개(黃蓋)가 조조를 속이기 위해 주유에게 거짓으로 곤장을 맞고 투항한 것이 대표적이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자발적 리콜(Voluntary Recall)의 신뢰 회복: 기업이 제품 결함을 발견했을 때, 규제 당국의 강제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리콜을 단행하고 공개 사과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이미지 타격(고육)을 감수하는 행위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능동적인 '제 살 깎기'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정직함과 책임감을 각인시켜,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하고 충성 고객층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제35계 연환계(連環計): 고리를 연결하여 적을 묶다
- 원문 해석: 여러 가지 계책을 사슬처럼 연결하여 사용하거나, 적의 부대나 배를 서로 묶게 만들어 기동력을 마비시킨 뒤 화공(불) 등으로 섬멸하는 전략이다. 방통이 조조에게 배들을 쇠사슬로 연결하도록 조언하여 화공에 전멸하게 만든 것이 유명하다.
- 현대 비즈니스 응용:
- 연쇄 부도 위험 관리: 여러 자회사가 상호 출자나 채무 보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순환 출자), 한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반면교사로 쓰인다.
- 생태계 락인: 애플(Apple)처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사슬처럼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하여 사용자가 하나만 이탈하기 어렵게 만드는 '연환'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제36계 주위상(走爲上):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 원문 해석: 모든 계책이 실패하고 전세가 불리할 때는, 무모하게 싸워 전멸하기보다 신속히 후퇴하여 병력을 보존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는 비겁한 도주가 아니라, 냉철한 상황 판단에 따른 '전략적 후퇴'를 의미한다.
- 상세 사례 분석 - 포르쉐(Porsche)의 전기차 전략 수정: 독일의 명차 포르쉐는 전기차(EV)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인기 모델인 마칸과 718의 내연기관 단종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는 내연기관 특유의 감성을 중시하는 충성 고객층의 반발과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혔다(위기). 이에 포르쉐는 무리한 전동화 목표를 고수하기보다, 내연기관 모델의 수명을 연장하고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선회(후퇴/Pivot)했다. 이는 브랜드 가치 훼손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적 후퇴, 즉 주위상의 현대적 적용 사례라 할 수 있다.
- 투자 및 경영: 주식 시장에서의 '손절매(Stop-loss)'나, 사양 산업에서의 과감한 사업 철수(Exit) 역시 망하기 전에 물러나 재기를 노리는 주위상책의 지혜다.
8. 결론: 변화와 생존을 위한 영원한 지침서
삼십육계는 승리(勝)를 위한 36가지 방법론인 동시에, 패배하지 않는(不敗) 생존의 기술이다. 이 책의 가치는 36개의 고정된 전술 자체가 아니라, 상황을 6가지 국면으로 나누고 각 국면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유연한 상황 인식 능력"**에 있다.
- 정보와 기만의 역설: 만천과해(1계)에서 반간계(33계)에 이르기까지, 삼십육계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만들고 적의 인식을 조작하는 것이 물리적 타격보다 훨씬 효율적임을 역설한다.
- 약자의 생존법: 공성계(32계)나 가치부전(27계)은 힘이 없는 약자라도 심리전과 처세술을 통해 강자들 틈에서 생존하고 역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후퇴의 미학: 마지막 36계 주위상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때로는 물러서는 용기가 무모한 용맹보다 더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베이퍼웨어'를 통한 공성계, '자발적 리콜'이라는 고육계,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성동격서 등 삼십육계의 지혜는 21세기의 경영 전략, 마케팅, 협상 테이블 위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치열하게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삼십육계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실용적이고 냉철한 전략적 나침반이 되어준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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