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 사기극
(**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사기극은 2015년 실리콘 밸리뿐만 아니라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스탠퍼드를 중퇴한 미모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Theranos)를 창업하여, '제2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기도 하며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술로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신화는 한 언론사의 폭로 보도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고, 그녀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여 지금 감옥에서 죄값을 치르고 있다. 그녀의 성공과 몰락을 다시 조명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문화와 시스템을 엿보기로 한다. **)
I. 서론: 신화의 탄생과 몰락
2003년, 만 19세의 나이에 스탠퍼드 대학교를 중퇴하고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Theranos)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즈는 한때 '제2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며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1 그녀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단숨에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3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공 신화는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폭로 보도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고, 그녀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5
여기서는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그녀의 성공과 몰락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산업적, 문화적 맥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연대기를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 실리콘밸리 특유의 영웅 서사 선호 문화, 부실한 투자 시스템, 그리고 과학적 사실을 압도하는 과장된 홍보가 어떻게 거대한 비극을 초래했는지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녀의 사례는 혁신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중대한 교훈을 남긴다.2
II. 신데렐라의 초상: 엘리자베스 홈즈의 캐릭터 구축
A. 성장 배경과 초기 비전: '혁신'을 향한 열망
엘리자베스 홈즈는 1984년 미국 워싱턴 D.C.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3 그녀의 부친인 크리스티안 라스무스 홈즈 4세는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의 부사장이었고, 어머니 노엘 앤 다우스트는 의회 위원회 직원으로 일했다.3 명문 사립학교인 세인트 존스 스쿨을 다녔던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C++ 컴파일러 편집 프로그램을 판매하며 사업적 자질을 드러냈다.3 그녀는 2001년 스탠퍼드 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진학해 학생 연구원과 실험실 조교로 일하며 학업을 이어갔다.2
홈즈의 기업가적 여정은 2003년, 스탠퍼드 대학교 중퇴와 함께 시작된다.2 그녀는 '건강관리의 민주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리얼-타임 커브즈'(Real-Time Cures, 현 테라노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2 그녀는 사업의 동기를 바늘에 대한 개인적인 두려움에서 찾았다고 설명하며, 적은 양의 혈액으로 수많은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통해 의료 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1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를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영웅적 서사'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개인적 약점을 혁신을 위한 동력으로 치환하는 능력은 그녀의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 의도적으로 조작된 페르소나
엘리자베스 홈즈의 캐릭터 구축은 단순한 사업 비전 제시를 넘어, 외모와 목소리까지 철저히 계산된 '페르소나'를 창조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녀는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를 숭배하며 의도적으로 그의 스타일을 모방했다.3 항상 검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유제품인 유청(whey)을 즐겨 먹는 등 잡스의 외적 특징을 그대로 따랐다.7 또한, 그녀와 가까웠던 동료들은 원래 높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공개 석상에서는 의도적으로 낮고 깊은 바리톤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했다.3 이처럼 외적인 이미지까지 철저히 통제한 것은 그녀의 사업이 기술 자체보다 '캐릭터'에 의존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8
이러한 페르소나 구축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 기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심리적 기만 전술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은 종종 그들의 독특한 외형과 행동으로 브랜드를 형성하곤 하는데, 홈즈는 잡스라는 이미 검증된 '영웅'의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에 대한 무의식적 신뢰를 심어주었다.8 기술적 실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그녀의 완벽하게 포장된 페르소나는 투자자들이 '혁신'을 향한 맹목적 믿음을 갖게 만드는 효과적인 장치로 기능했다.1
C. 실리콘밸리의 이상적인 영웅: "Fake it till you make it"의 산물
홈즈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high risk, high reward) 문화와 'fake it till you make it'(될 때까지 가장하라) 정신의 완벽한 산물이었다.1 이 문화는 혁신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허풍과 허세가 용인되거나 심지어 장려되는 경향이 있다. 홈즈는 이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영웅 서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스탠퍼드 중퇴생이라는 점에서 하버드 중퇴생인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리드 칼리지 중퇴생인 스티브 잡스와 비견되며 혁신의 상징으로 포장되었다.8 또한, 그녀는 남성 중심적인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비유대인 백인 여성 CEO'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되었다.8 이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IT 기업의 창업자 및 CEO들이 대부분 유대계, 인도계, 또는 아시아계 남성인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8 이러한 독특한 특징은 그녀를 언론과 여성계에서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으며, 그녀를 향한 맹목적 기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시대적 갈망에 부합하는 상징적 인물로 소비되었고, 이러한 기대는 그녀의 거짓말을 '혁신을 위한 과감한 허풍'으로 용인하게 만들었다.1
III. 허상 위의 제국: 테라노스의 성공 요인 분석
A. 기술적 허위와 과장: '에디슨' 키트의 거짓된 약속
테라노스 사기극의 핵심에는 '에디슨'(Edison)이라 불린 혈액 진단 키트가 있었다. 홈즈는 이 기기가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극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가지에 달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 그러나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탐사보도와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에디슨으로 실제로 진단 가능한 항목은 10여 개에 불과했다.8 나머지 검사들은 테라노스 자체 기술이 아닌, 지멘스 등 타 기업의 상용화된 대형 장비들을 사용해 이루어졌다.8
홈즈는 기술의 원리를 묻는 질문에 "화학작용이 일어나 화학 반응이 발생하고, 시료(혈액)와 화학적 상호 작용으로부터 신호를 생성한 후 결과로 변환한다"는 모호하고 전문성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9 이러한 모호함은 기술의 부재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들은 단순한 기술 개발의 지연이나 실패가 아닌, 기술의 부재를 고의적으로 은폐한 적극적 기만 행위였음을 보여준다. 테라노스는 대형 제약회사와 연구기관으로부터 기술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문서에 화이자(Pfizer)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조직적인 사기를 벌였다.6
B. 화려한 투자자 및 이사회: 명성이 기술을 압도하다
테라노스 사기극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구조적 원인은 바로 화려한 이사회와 투자자 명단이었다. 테라노스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월마트를 운영하는 월튼 패밀리 등으로부터 총 9억 4천5백만 달러(약 1조 1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다.3 더욱 놀라운 것은 이사회 구성원들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등 정재계 거물들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3
이러한 이사회 구성은 바이오 기술의 전문성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이사들은 기술과 무관한 정치, 군사 분야의 거물들이었으며, 이들의 존재는 대중과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테라노스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14 투자자들은 기술의 실체를 직접 검증하기보다, 이러한 명망 있는 인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회사의 신뢰도를 맹신하게 되었다. 결국 명성이 기술의 본질을 압도하며 부실한 실사 관행을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투자자들은 기술의 본질적 가치보다 CEO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누가 투자했는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3 테라노스의 90억 달러라는 기업 가치는 기술의 실체가 아닌,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믿음과 기대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것이다.4
다음은 테라노스에 투자하거나 이사회에 참여했던 핵심 관계자들을 정리한 표이다.
| 이름 | 역할 및 관계 | 사건에서의 주요 역할 |
| 엘리자베스 홈즈 | 창업자 및 전 CEO | '헬스케어 혁신'의 비전을 내세우며 사기극을 주도. '제2의 잡스' 페르소나 구축 |
| 라메시 발와니 |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 홈즈의 사업 파트너로, 사기 행각을 공동으로 주도한 혐의로 기소 및 유죄 평결 |
| 존 캐리루 |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 테라노스 사기극의 실체를 최초로 폭로한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 |
| 타일러 슐츠 | 내부 고발자 | 조지 슐츠의 손자. 회사의 기술적 허점을 발견하고 언론에 제보하며 사기극을 폭로 |
| 에리카 청 | 내부 고발자 | 테라노스에서 근무하며 기술적 결함을 발견하고, 타일러 슐츠와 함께 내부 고발에 참여 |
| 조지 슐츠 | 이사회 멤버 | 홈즈의 멘토이자 투자자. 손자인 타일러 슐츠의 제보를 처음에는 믿지 않음 |
| 루퍼트 머독 | 투자자 | 1억 달러를 투자하여 가장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 중 한 명 |
| 래리 엘리슨 | 투자자 | 오라클 창업자. 테라노스 초창기에 투자하고 홈즈에게 많은 조언을 제공 |
| 헨리 키신저 | 이사회 멤버 | 전 국무장관. 테라노스 이사회의 정치적, 군사적 명성을 더함 |
| 윌튼 패밀리 | 투자자 | 월마트를 운영하는 미국 최대 부호 가문. 테라노스에 투자함 |
C. 투자자들의 맹목적 믿음과 스타트업 버블
테라노스 사태는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기술의 본질적인 검증보다 CEO의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성장 가능성'에 지나치게 의존했다.8 이는 투자의 본질을 외면한 맹목적인 믿음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거품을 키워 모두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FTX 파산 사태와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15 FTX 역시 '암호화폐 금융의 미래'라는 화려한 비전을 내세워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으나, 실상은 허술한 재무 관리와 기만적 행위로 가득 차 있었다.7 두 사건 모두 화려한 스토리텔링과 비전이 핵심 기술과 재무 건전성이라는 실체를 압도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러한 패턴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황우석 사태'나 특정 테마주 열풍 또한 기술의 실체나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검증 없이 맹목적인 믿음과 소문만을 기반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테라노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2
IV. 진실의 폭로: 사기극의 전말
A. 내부 고발자의 용기: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하다
테라노스 사기극의 전말을 밝힌 결정적 계기는 바로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였다. 핵심 고발자는 이사회 멤버였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손자 타일러 슐츠와 또 다른 직원 에리카 청이다.17 타일러 슐츠는 회사에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조부에게 알렸다. 그러나 조지 슐츠는 홈즈의 말을 더 신뢰하며 손자의 말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그를 회유하려 시도했다.18 이러한 가족 간의 갈등은 홈즈가 구축한 허상이 얼마나 견고하고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일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익명으로 당국에 제보하고,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존 캐리루에게 접촉했다.18 에리카 청 역시 회사 기술의 허점을 폭로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17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사기극은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을 것이며, 수많은 투자자와 환자들은 계속해서 기만당했을 것이다.19
B. 언론의 탐사보도: 월스트리트 저널의 끈질긴 추적
내부 고발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의 탐사 저널리스트 존 캐리루는 2015년 10월 테라노스에 대한 비밀 조사를 시작했다.8 그는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베테랑 기자로, 갖은 방해 공작과 법적, 재정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갔다.3
캐리루의 보도는 테라노스 기술이 허구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냈다.8 보도 직후 홈즈는 "지금 진단하지 못하는 항목들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조만간 확보할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그동안 내세운 기술력이 허위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8 캐리루의 보도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 탐사 저널리즘의 공적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테라노스가 주장했던 내용과 진실을 대조하여 정리한 표이다.
| 테라노스 측 주장 | 진실 |
| '에디슨' 키트 | |
|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250종 이상의 질병 진단 가능 3 | 실제 진단 가능한 항목은 10여 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타사 장비를 사용함 8 |
| 기술 검증 | |
| 대형 제약회사 및 연구기관의 기술 검증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사용됨 12 | 기술 검증은 사실무근이었으며,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문서에 화이자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함 6 |
| 재무 상태 | |
| 90억 달러의 기업 가치와 벤처 자본 4억 달러 유치 3 | 수익 전망과 거래 내역을 근거 없이 과장함. 기업 가치는 결국 0으로 추락함 2 |
V. 법의 심판: 홈즈의 추락과 처벌
A. 기소 내용과 재판 과정
테라노스의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2018년 홈즈는 전 COO 라메시 발와니와 함께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다.21 기소 내용은 주로 투자자 기만과 허위 정보 전파를 통해 금전을 취한 혐의(통신수단, 라디오, 텔레비전을 이용한 사기)였다.6 재판은 코로나19와 홈즈의 임신 및 출산 등의 이유로 수년간 지연되다가 2021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6 홈즈의 변호인단은 "사업에 실패한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홈즈가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선의'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6 그러나 검찰 측은 홈즈가 기술의 부재를 인지하고도 '사업 실패' 대신 '사기'를 선택했다고 반박했다.6
B. 유죄 평결 및 형량 선고
2022년 1월, 12명의 배심원단은 11가지 혐의 중 4가지(투자자 기만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3 이 평결을 바탕으로 법원은 2022년 11월, 홈즈에게 징역 11년 3개월(135개월)을 선고했다.2 이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인 80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22 또한, 2023년 5월에는 홈즈와 발와니가 피해자들에게 공동으로 4억 5천만 달러(약 6천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12 이 배상금 중 1억 2천5백만 달러는 루퍼트 머독에게, 4천만 달러는 월그린(Walgreens)에 지급하라는 명령이 포함되었다.12 법의 심판은 홈즈에게 내려진 징역형과 막대한 배상금 판결을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허위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결코 용인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C. 테라노스 기업 청산
월스트리트 저널의 폭로 보도 이후, 테라노스는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에서 '0'으로 추락했으며, 주요 파트너였던 월그린과의 계약도 중단되었다.8 회사는 웰니스 센터와 임상 실험 연구소를 폐쇄하고 340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2018년에는 결국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8 엘리자베스 홈즈가 보유했던 45억 달러 상당의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었으며, 1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 또한 공중으로 사라졌다.8
VI. 결론 및 분석: 테라노스 사태가 남긴 교훈
테라노스 사태는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한 개인의 범죄 행위를 넘어,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구조적 모순과 현대 사회가 혁신에 대해 갖는 맹목적 믿음이 결합하여 낳은 비극이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중대한 교훈을 남긴다.
A. 실리콘밸리 문화의 폐해
실리콘밸리의 '성공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성공 지상주의와 'fake it till you make it' 문화는 허위 기술과 과장된 비전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1 이 생태계는 창업자의 비전과 캐릭터를 기술의 실체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영웅 서사 선호가 어떻게 거대한 사기극의 토양이 되었는지를 테라노스 사태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B. 투자자 실사(Due Diligence)의 중요성
테라노스 사태는 명망 있는 이사진이나 화려한 투자자 명단이 기업의 신뢰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헨리 키신저나 조지 슐츠와 같은 거물들의 이름이 부실한 기술에 대한 검증 절차를 대신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실사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로 이어졌다.12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의 기술과 재무 상태를 스스로 철저히 검증해야 하며, 타인의 명성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C. 규제와 투명성의 필요성
바이오 산업과 같이 인간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규제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2 테라노스는 규제의 빈틈을 교묘히 노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사를 거치지 않은 채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는 수많은 환자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였다.11 이 사건은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엄격한 규제가 기술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허위와 기만을 걸러내고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필수적인 장치임을 역설한다.
D. 유사 사례와의 비교
테라노스 사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허위 기술 또는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기반으로 한 사기 행태가 전 세계적이며 시대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황우석 사태(줄기세포 연구 조작)와 최근의 FTX 사태(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산 유용)는 모두 과장된 비전과 허상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테라노스와 깊은 유사성을 가진다.2 결국 테라노스 사건은 모든 혁신이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며, 빛나는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언제나 냉철한 비판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다.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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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바이오人]'미국판 황우석'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CEO - 팜이데일리,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1459606632529656
- 엘리자베스 홈즈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ko.wikipedia.org/wiki/%EC%97%98%EB%A6%AC%EC%9E%90%EB%B2%A0%EC%8A%A4_%ED%99%88%EC%A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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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아찔하게 진화하는 테마주…테라노스·황우석 교훈도 ['과학의 탈'을 쓴 테마주] - 헤럴드경제,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320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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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칼럼] 테라노스의 어벤져스 이사회 - 뉴스1,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www.news1.kr/industry/general-industry/495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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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배드 블러드...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 미래한국 Weekly,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693
- “피 한 방울로 260개 질병 진단” 실리콘밸리 '여자 잡스' 결국 사기꾼이었나 - 헤럴드경제,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2628408
- '실리콘밸리 최대사기' 스타트업 전 CEO, 옥살이 신세 전락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www.youtube.com/watch?v=9hNXiFm3BFA
- '역대급 사기' 홈스 前테라노스 CEO, 투자자들에 6천억 배상판결 - 연합뉴스,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www.yna.co.kr/view/AKR20230517129300009
- [리얼 실리콘밸리] 무너진 신화 '여자 스티브 잡스' 엘리자베스 홈즈 - 비즈한국, accessed September 7, 2025,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Print/1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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